기아 장성호(25)가 ‘타이거즈 MVP’로 선정됐다.
올시즌 133게임 전경기에 출전하며 타격왕(.343)과 출루율 1위(.445)를 거머쥔 장성호는 팀내 자체 최우수선수로 뽑혀 오는 19일 광주 프린스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구단 송년회에서 상을 받는다. 타율과 출루율 말고도 안타(165개),타점(95개),홈런(19개),사사구(95개),장타율(.522) 등 대부분의 공격 부문에서 팀내 최고 성적을 올린 그가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상은 올 한해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서도 각종 시상식에 수상자로 초대받지 못한 장성호에게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타격왕에 올라 프로생활 7년 만에 첫 메이저타이틀을 따낸 장성호는 야구인생에 황금기를 맞은 감격스런 해에 첫 아이까지 보는 겹경사를 맞았지만 상복과는 거리가 멀다. 홈런 타점 장타율 득점 등 공격 4관왕으로 페넌트레이스 MVP를 따낸 이승엽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지션도 이승엽과 같은 1루수다.
장성호는 4일 일산 홀트복지타운에서 열린 선수협 총회가 끝나자마자 “딸이 보고 싶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 곧장 광주로 내려갔다. 오는 11일 골든글러브까지 줄줄이 시상식이 있지만 참석할 생각이 없다. 99년 스투의 매일우유 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좌익수 부문상을 탈 때를 제외하고는 여태껏 시상식에 가본 적이 없는 그다. “동료들이 상 받는 것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왠지 가게되진 않더라고요”라는 게 그의 변명아닌 변명. 수상권에 늘 근접해 있지만 항상 상은 남의 차지였던 게 장성호가 시상식장에 등을 돌리는 이유가 됐다.
장성호는 “팀 MVP로라도 위안을 삼아야겠지만 내년시즌에는 적어도 타격 3관왕에 올라 한해를 정리하는 이맘 때 서울에서 트로피를 가득 안고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