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연구소 수백억 지원받고도 '특허등록 0'…이유 있었다>
노컷뉴스 | 조태임 | 입력 2013.03.07 06:03
[CBS 조태임 기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2006년 미국 벨연구소 사장 시절 서울시와 연구 협약을 맺으면서 수백억 원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이나 특허 등록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혈세 낭비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세계 유수 연구소를 유치하는 이유는 국내 연구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 기술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특허 성과만으로 사업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맺은 협약 내용과 벨 연구소의 인력 현황, 업무 분장표 등을 살펴보면 벨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
서울 벨 연구소주식회사의 업무 규정집에 따르면 소장, 부소장, 서무처장, 연구원 등을 두도록 돼 있다.
그러나 부서별 업무 분장표에서는 ˾총무팀, ˾인사팀, ˾재무팀, ˾구매팀, ˾전산팀, ˾법무팀, ˾ 홍보팀만 나와 있다.
사실상 연구 부서는 없는 것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연구부서가 없다는 점은 이해가 안 된다"며 "대부분 연구소는 연구부서가 80%를 차지하고 연구지원 부서가 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시가 벨 연구소와 MOU를 체결할 당시 계획서를 보면 서울시는 벨 연구소 유치로 60여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며 연구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서울시가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 현재 벨연구소 상주 인력은 14명이며 이 가운데 단 2명만이 미국 벨연구소 소속이다.
나머지 12명은 모두 한국인이며 이 가운데 11명은 한국 대학에서 박사를 마쳤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이에 대해 "벨 연구소 소속 상주 인력이 2명뿐인 상황에서 기술 이전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벨 연구소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한 것은 2011년 9월에 단 한 건에 불과했으며 발명자도 국내 연구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기홍 의원은 "벨 연구소는 이름을 빌려주는 데 그치고 실제 연구 활동은 고려대 산학 협력단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연구 인력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는 사업타당성 검증도 하지 않은 벨연구소 유치와 연구 사업에 200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0년 실시된 유수연구소 유치 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에서도 '연구 성과금 및 연구관리 인건비가 연구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계상됐다', '지적 재산권 부분에서 특허출원 부분이 미비하다', '벨 연구소의 기여도가 연구 진행에 있어서 많이 낮다고 판단되며 벨 연구소의 적극적인 R & D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2011년 평가에서도 '지적재산권 확보전략이 필요하다' , '학술적 연구 및 원천기술의 연구가 미진하다'고 지적됐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이광우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세계적으로 유수한 연구소를 유치해 기술 이전을 받을 목적이었다면 더 많은 벨 연구소 인력을 서울에 상주시켰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체류하는 연구 인력이 2명일뿐 지난 4년 동안 단기 체류 인력까지 포함하면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90여명의 연구 인력을 교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