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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 애벌레(유충)에서 어른벌레(성충)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기 위한 중간 단계. 이 단계는 성충의 몸 구조가 유충의 몸 구조로부터 새로이, 그리고 완전하게 만들어진다. 번데기라는 휴지기 껍질 안에 완전히 발육한 성충이 들어있는 형식이다. '고치', 'cocoon'은 주로 나비류의 번데기가 만드는 주머니를 말하지, 번데기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번데기 상태는 애벌레의 몸에서 어른벌레의 몸이 되는 중요한 시기로 이 때 대개의 곤충은 무방비해지므로 쉽게 죽는 경우가 많다. 또, 번데기는 애벌레나 어른벌레에 비해 굉장히 민감하기도 하니 곤충의 사육시 번데기가 되었을때는 크게 흔든다던가 스트레스를 주면 쉽게 죽으므로 주의하자.
번데기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극을 주면 대다수 곤충의 번데기는 배만 꿈틀거려 몸을 보호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다만 곤충에 따라서 헤엄치는 번데기(장구벌레), 땅을 파는 번데기(등에의 일종) 등 움직임이 격한 번데기 역시 존재한다. 또한 나비 번데기들도 일정 충격이 가해지면 성질 뻗쳐서 배를 이리 저리 흔드는 등 상당히 과격하게 반응한다. 무당벌레의 번데기는 건들면 천적(개미류가 다수)을 쫓아내기 위해 몸을 급작스레 들어올린다.
여러 종류의 번데기형이 알려져 있으며, 이들 모두 생물적 분류가 달라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번데기는 나용(Exarate)의 모습으로 되어있다. 다리, 날개, 더듬이 등 여러 부속지들이 몸에 완전히 밀착되어있지 않다. 나머지 번데기들은 피각나용(Obtect)라 하여 부속지들이 단단한 큐티클 밑에 몸 안에 싸여 보호받는다. 나용은 관절형 큰턱이 존재해, 고치를 자를 수 있게 하거나, 관절형이 아닌 경우에는 먼저 우화하고 큰턱으로 고치나 다른 부속지 부위의 큐티클을 자르고 탈출한다. 파리 대부분은 애벌레 시기 허물이 탈피되지 않은 상태로 각질화되는 위용의 형태로 번데기 자신을 보호한다. 나방이나 날도래, 풀잠자리의 경우 고치를 만든다. 호랑나비과 나비 중 일부 종도 좀 엉성한 고치를 만들기는 한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뜻은 자기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앞에서 잘난체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과정인 우화는 정말 극적이다. 단순히 몸이 변형되어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는게 아니라, 애벌레였던 몸이 완전히 녹아 번데기가 되고, 그 액체 단백질을 바탕으로 성체로 재조립되는 것이기 때문. 이렇게 극적인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 성충은 애벌레 시절의 기억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방의 번데기로 우화 관련 실험을 한적이 있다. 3개의 번데기를 반으로 가르고 하나는 절단면을 완전 봉쇄, 하나는 상하로 나뉜 절단면을 봉쇄하고 파이프 하나로 연결한 상태, 파이프로 연결하는건 같지만 파이프 중간에 이물질로 막은 상태로 우화를 시켰는데, 완전 밀폐된 개체는 반만 우화하였고, 파이프가 막힌 개체는 우화 실패, 파이프로 연결된 개체는 파이프가 꽂힌 상태로 우화하였다. 그리고 그 파이프에는 신경 한다발이 상하체를 연결하고 있었는데, 날개짓을 할때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즉사했다고 한다.
누에나방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누에에게 실을 얻는 방법은 누에나방이 변태하려고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 상태가 되었을 때 그것을 고치째로 삶아서 실로 만들어질 고치를 분리하여 얻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삶겨진 번데기가 남게 되는데, 이를 버리지 않고 이용하여 만든 음식이다.
통념과 달리 번데기 자체는 매우 위생적인 식재료인데 질 높은 비단실을 얻기 위해서 누에의 생육에 최적화된 좋은 시설에서 자라고, 또한 증기로 쪄지니 이 과정에서 살균 또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누에나방은 농약에 민감한 곤충이라 편법으로 키우기가 더 어렵기에 번데기 자체는 무농약 식품에 가깝다. 누에는 먹이로 먹는 뽕나무 근처에 담배만 재배해도 죽을 정도로 연약한 곤충이기에, 상기한대로 양잠 시설은 꽤 위생적으로 관리된다. 문제는 유통과정과 길거리 음식점 자체의 위생상태.
일명 뻔데기라고 부르며 축제같은 것이 있으면 길거리에서 팔곤 한다. 주로 삶은 고동과 함께 판다.
생각보다 최근에 먹기 시작한 음식이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따라 활발해진 양잠 산업의 부산물로 발생한 번데기를 처리할 방도를 찾다 조리해서 먹게 된 것이 시초이다. 양잠 산업 자체야 고대부터 해왔지만 번데기를 식용으로 사용한 역사는 의외로 짧다.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것이 전부 부족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번데기를 식용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 때 간식으로써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1978년에 농약이 묻은 번데기를 먹은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번데기를 사먹은 학생들은 사망하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사회적인 파장이 컸다. 당연히 도매상 주인 등 유통업자들은 쇠고랑을 찼으며 또한 수요가 급격히 하락해 한동안 소라, 냉차, 뽑기, 쫀디기 같은 다른 길거리 식품들 역시 철퇴를 맞고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원인은 번데기 자체가 아니라 도매상에서 번데기를 살충제 포대에 담아 유통시킨 것이 화근이라 굉장히 억울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파는 곳
옛날 음식이지만 지금도 찾는 사람이 많아 적절히 소비되고 있는 음식이다. 전국의 거의 모든 편의점, 마트, 동네 슈퍼에서도 통조림 번데기를 볼 수도 있고, 대량구매는 재래시장의 좌판에서 파는 경우가 가끔 있어 이쪽에서 구입할 수도 있으며 사업자용 대량식자재를 판매하는 곳에서도 종종 냉동포장된 것을 판매하고 있어, 비교적 싼 값에 대량으로 구매해 집에 쌓아놓고 먹을 수 있다.
지금은 재래시장이나 축제 현장, 관광지를 중심으로 조리된 번데기를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 대공원 주변에서는 아직도 많이 팔고(능동, 과천 공통) 고깃집 같은 밥집에서도 간혹 밑반찬으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 상기된 것처럼 소주 안주로 제격이기 때문에 선술집 등에서 국류(계란탕, 어묵국, 미역국 등등)와 함께 기본안주로 나오기도 한다.
맛
매우 고소하고 미더덕처럼 톡 하고 터지는 식감 또한 일품이다. 사람에 따라 이 식감이 너무 벌레 씹는 감각이라 싫어하기도 한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그 맛을 설명하자면 작은 새우를 씹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음식이 그러하듯, 뜨거울 때나 만들고 난 직후가 제일 맛있다. 예전 누에고치를 끓는 물의 증기를 쬐어 실을 뽑을 때 실을 다 벗겨내고 떨어지는 번데기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먹어 본 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시중에 파는 번데기와는 색도 조금 다르고 맛은 아예 비교를 불허한다고 한다. 다만 한국에서 양잠 농가가 대부분 사라졌고 설사 있다고 해도 요즘은 대부분 약품으로 실을 뽑아내기 때문에 맛보기 어렵다고 한다.
식거나 캔에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요즘은 번데기 사서 먹기 어렵다보니 가장 접하기 쉬운 번데기는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캔으로 된 것이다. 그 중에서는 샘표가 가장 훌륭했지만 단종되었다. 편의점에서 주로 구할 수 있는 유동의 그 것도 그럭저럭 맛있다는 평가다. 캔으로 된 것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냄비에 통조림 뻔데기를 넣고서 다진 마늘과 파,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고추가루와 후추, 그리고 약간의 물을 넣어서 끓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번데기가 이미 염분을 상당히 품고 있어서 따로 간은 안 해도 된다. 이것이 번데기탕으로, 만들기도 매우 간단하고 빠르며 살짝 칼칼한 맛이 소주를 생각나게 하고 쌀쌀한 날씨에 더없이 좋은 안주다. 매우 고소해서 맛도 좋다. 만들기 귀찮으면 그냥 번데기탕이라는 이름의 통조림을 사서 먹으면 된다. 캔 번데기탕은 번데기를 된장, 혹은 고추장 국물에 넣고 고추 썰은 것 약간에 통조림 옥수수나 미량의 버섯을 넣은 형태이다. 이걸 통조림째로 중탕해서 끓여 먹으면 된다. 참고로 맛있게 조리하려면 기본적으로 끓는 물에 두번 정도 데쳐내서 표면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번데기 특유의 찜찜한 맛과 안좋은 냄새는 이 지방 성분에서 비롯되므로 감칠맛이 빠지지 않고 기름기만 빠질 정도로 살짝 데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간혹, 아주 정말 간혹 상한 번데기를 가려내지 못하고 같이 조리해서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 맛이 아주 아스트랄하다. 조금이라도 씹게 되는 순간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구린내에 놀라고, 그 구린내를 없애기 위해 물로 계속 입안을 헹구어 내는 자신을 보게 될것이다. 이 냄새는 잘 없어지지 않으므로 혹여나 이런 맛이 느껴진다면 절대 먹지 말고 그 자리에서 즉시 뱉어낸 다음 꼭 양치를 하자.
스펀지(KBS)의 인터넷 괴식열전에서 밥과 함께 비벼먹으면 의외로 고소하고 맛있다는 얘기가 방영된 적이 있다. 반면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아이디어 1탄 - 라면의 달인' 에서는 MC들이 라면을 버리기 딱 좋은 부재료로 언급했다. 자기 풍미가 강한 번데기가 라면맛을 흐리기 때문.
영양
번데기는 매우 영양이 좋은 음식이다. 번데기에 포함된 영양 성분은 절반 이상의 수분, 2할 정도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 1할이 넘는 지방과 나머지는 회분, 칼슘, 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아가 이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지방질은 올레산 및 리놀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화와 흡수도 잘 된다. 고로 먹으면 좋은 벌레다.
나아가 벌레는 인류가 손쉽게 구할 수 있던 단백질 공급원이자 미래의 식량난을 타개할 수 있는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는 생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요리사들이 먹기 좋고 보기 좋은 벌레로 만든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단백질의 특성상 뒷맛이 떫어지는 경우가 있다.
컬처쇼크
마른 오징어, 닭발, 홍어 등과 함께 외국인들이 대표적으로 손꼽는 한국의 혐오식품으로, 사람들은 흔히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벌레를 조리하여 음용하는 것에 빗대어 번데기를 혐오식품이라고 일컫는다. 말 그대로 누에가 번데기로 환태한 것을 조리하여 먹는 것이기 때문.
유튜브나 외국 방송에선 '한국의 유명한 간식'이라며 번데기를 소개하고, 억지로라도 한번 먹어보려고 or 어떻게든 안 먹으려고 애를 쓰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방신기도 과거 일본 방송에서 번데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나가노 등 일부 지방에선 먹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은 듯하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징그럽다고 못 먹는 사람이 많으니 번데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먹이려고 하는 건 금물.
하지만 비주얼만 따져 보면 한국에서 보는 번데기는 중국의 왕 번데기에 비하면 혐오 축에도 못 낀다. 엄지손가락 만한 중국 왕번데기가 접시에 수북히 쌓인 걸 식당에서 맛 볼 수 있다. 중국의 재래시장 같은 데 가보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도 볼 수 있다. 뭐 크기가 큰 만큼 껍질 대비 속살의 양이 많아서 그 맛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긴 하다. 여기에 익숙해 지면 한국 번데기는 껍질만 씹히는 맛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자국에서 왕번데기는 잘 먹으면서 한국의 번데기가 징그럽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중국산 번데기도 전부 왕번데기인 것은 아니며 왕번데기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그냥 어느 쪽이나 자기가 먹고 자라온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익숙함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간혹가다 공정상 실수로 반쯤 우화된 곤충이 들어가 있을 때가 있다. 이 경우엔 확실한 날개와 벌려진 다리로 구분이 가능한데, 번데기를 먹다 이걸 보게 된 아이들은 대부분 트라우마 때문에 번데기를 다신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이런 확실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나방이 되다 말아서 날개 정도가 달린 번데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민감한 사람은 이것도 트라우마가 될지도.
오만가지 음식들이 넘쳐나는 기괴한 세계 각지의 음식을 찾는 해외 방송 프로그램이 있으면 한국의 번데기도 빼놓지않고 매번 상위권에 랭크된다. 다른 음식들을 보면 밀웜이라든지 곤충들이 많고, 메뚜기처럼 특정 지방에서만 먹는게 아니라 통조림에 정성스럽게 포장돼서 전국 각지에서 판매되니 어찌하면 당연한 결과.
심지어 배고픈 시절을 보냈던 북한에서도 남한의 번데기는 충격적인 식재료라고 한다. 예능프로 잘 살아보세에서 북한인의 번데기 반응이 나오기도 했고, 네이버에 번데기 북한으로 검색해보면 탈북자들이 번데기를 보고 고난의 행군 때 이것저것 먹어봤지만 한국에선 뭐 이런 거까지 먹냐고 놀라하는 반응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기타
아이들의 경우 보통 별 생각없이 부모에 의해 먹게 되다가 훗날 번데기의 진실을 알게 되고 번데기를 멀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알고도 별탈없이 잘 먹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 중에는 벌레를 징그러워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번데기를 맛있게 먹던 어린 시절의 기억 덕분에 번데기에만 비위가 면역이 된 사람도 있다. 번데기를 알고 먹는 사람도 처음에는 징그러워하다 비위에 내성이 생겨 잘 먹기도 한다. 간혹 가다 성인이 되서도 번데기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곤충의 일생 자체가 아주 흔한 교육 주제 중 하나라서 이를 아예 모를 리야 없지만, 이 번데기가 그 번데기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더라도 나의 뻔데기는 그렇지 않아를 외치며 어쨌든 조금은 다른 무언가로 합리화해버리는 인지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 성인 중 번데기에 알레르기를 가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맛이 새우와 비슷한 것처럼 비슷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셈. 어릴적에 증상이 없다가 나이 먹고서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흔한데, 인터넷서 ‘'번데기 알레르기’ 로 검색하면 어릴적에는 문제 없이 먹다가 성인이 된 뒤에 먹고서 병원 실려갔다는 이야기가 꽤 나온다.
번데기 삶는 냄새는 외국인들에겐 마리화나 태우는 냄새와 매우 흡사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뻔데기 아저씨 용서하이소~”로 시작하는 구전 동요가 존재한다.
첫댓글 어렸을 때는 뻔데기 한 번 먹어봤으면..... 요즘 동묘 벼룩시장에는 번데기 장사가 제법 많아졌습니다. 한 번 사먹어 보고 싶기도 한데 뭘 이런걸 사먹나 싶기도 해서 그냥 냄새만 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