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프로리그 '세리에(시리즈)'는 A,B,C로 나뉘어져 있는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낯선 리그였다. 오죽하면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세리에 A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을까. 그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던 리그가 바로 세리에. 그러던 것이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야 마라도나의 나폴리 이적, 네델란드 3총사의 활약 등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세리에의 명문은 단연 토리노를 연고지로 하는 유벤투스. 리그우승 24회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어 그 뒤를 따르는 AC밀란이나 인터 밀란의 10여회 우승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현재 이탈리아 최고의 인기스타인 델 피에로와 프랑스의 지단, 앙리 등이 이 팀에서 뛰고 있다.
두번째 명문은 밀라노를 본거지로 한 AC밀란과 인터밀란. 인터는 현재 호나우두, 로베르토 바조, 사모라노 같은 스타들이 버티고 있는 곳이고, AC밀란은 (요즘들어 약간 퇴색한 감이 있지만) 90년대 초, 중반만 하더 라도 네델란드 3총사를 앞세웠던 막강군단. 현재는 이탈리아 수비의 핵인 말디니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세리에의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더비'다. '더비'란 쉽게 말해 야구에서 LG와 두산의 잠실 경기와 같은 것으로, 같은 연고도시의 두 팀이 경기를 하는 것. 현재 세리에에서 더비를 볼수 있는 곳 은 '인터밀란'과 'AC밀란'의 밀라노, 그리고 'AS로마'와 'SS라치오'의 로마다.
더비의 경우 관중들끼리의 충돌은 엄청나다. 결국 밀라노의 경우 경기장 출입구를 3부분으로 크게 분류를 해 한 곳은 AC밀란 팬들만, 한 곳은 인터 밀란 팬들만, 나머지 한곳은 그 외의 팬들이 입장하도록 했으며, 육상 트랙이 있는 로마의 올림피코 경기장의 경우도 서포터들을 분리시키면서 투명 차단벽을 높게 설치, 관 중들이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아무리 그래봐야 이들의 골은 끝없이 깊다. 응원구호 또한 원색적으로 상대편을 깎아내리는 것들이 대부분. 경기가 벌어지면 도시가 두 패로 갈라져서 경기장 안은 전장을 방불케 하며, 심지어 양쪽 팬들의 충돌 때문 에 무장 병력이 장갑차를 타고 출동, 진압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더비'팀들의 감정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곳곳에는 풋살 경기장이 널려 있어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즐긴다. 심지어 야간조명시설까지 설치 되어 있는 풋살 경기장도 제법 많다. 이곳에는 예전, 프로팀에서 뛰던 사람들까지 출전하기도 해 자존심 싸 움은 은퇴 후에도 계속되는 셈이다.
각 팀에는 'Point'라고 불리는 여러 공식샵들이 있다. 이곳에 가면 그 팀의 경기 비디오들, 응원가 CD, 유니 폼, 각 구단의 연감 등을 살 수 있다. 그 팀의 역사를 알려면 구단 샵에 가서 연감 내지는 '몇주년 기념책자 '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 책 속에는 그 구단의 여러 역사, 전적, 그 팀에서 뛴 선수들, 그 팀에서 뛴 세계의 여러 대표선수들, 자국 대표들, 그리고 그들의 현재까지의 리그에서의 기록, 대표팀에서의 기록 등이 소상히 정리되어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신문, 구단에서의 기록집계가 서로 달라 기록들을 제대로 찾기 힘든 반면에 이들은 100년 이전 의 기록들까지 고스란히 잘 보관되어 있다(잉글랜드의 경우 150년 전의 역사까지도 보관되어 있는 곳도 있다). 구단의 샵으로 가면 그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곳의 직원들은 축구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 대해서는 아주 광적이다.
샵에서는 그냥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웬만한 질문엔 술술 답변이 나오는 사람들이 쫙 깔린 만큼 자연히 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끝없이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팬들끼리 공식적인 잡지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하고, 팀 서포터가 지역 라디오 방송국까지 만들어서 경기 중계 등을 하기도 한다.
SS라치오의 경우 10여개의 서포터들이 독자적으로 따로 활동하지만 경기장에서 모이면 하나가 되어 '라치오'팀을 응원한다. 독립된 조직으로 활동하지만 '자기네 팀'을 응원하는 열정은 이탈리아 어디를 가든지 폭발 적이며 이는 곧 경기장의 응원으로 이어진다.
이탈리아 경기장들은 한국과는 경기장 좌석 방식도 다르다. 대부분의 경기장 맨 하단의 경우 의자 자체가 없는 곳들도 많고 일반 관중석도 콘크리트 바닥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엉덩이를 걸칠수 있는 받침대만 있는 형식의 관중석들도 많다. 어차피 열광하면서 관중들이 뛰기 때문에 의자가 부서지는 것을 방지코자 그렇게 만들어 놨단다. 한국에서 서포터들이 방방 뛰다가 의자 부서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자주 보는 만큼, 어느 구단이 되었던 간에 축구전용구장 만들면 그러한 경기장 관중석은 참고 할 만하다. 어쨌든 그곳의 이 탈리아 관중이 열광하고 형형색색의 연막탄을 터뜨리면서 응원하는 모습은 차라리 하나의 장관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있어 축구는 하나의 역사다. 또 자연스러운 생활이자 문화다. 그것이 바로 이탈리아 '세리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