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보면 개성이 뚜렷한 나무들이 많다. 「생강나무」가 그런 류에 속한다. 그는 까다롭게도 살구나무나 감나무 등과 달리 사람 사는 동네에 살려고 하지 않는다. 성품이 고고해서 그럴까, 꼭 산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 까탈스런 면 뒤엔 다른 나무가 흉내 낼 수 없는 고상한 뭐가 있다. 잎이 그렇다. 그 잎을 약간만 문지르면 생강 향이 향긋하게 난다. 신비롭기만 하다. 이게 바로 자연산 향이다. 산에 산다고 그런 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잎이 그럴 뿐이다. 비비면 그윽한 향이 나는 잎은 아무래도 호두나무 잎이 최고급에 속할 거다. 그 다음이 비목나무다. 이들은 어떤 고급 향수보다 기분 좋은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신비한 것을 품고 있는 산이 대견하다. 산은 한마디로 보물창고다. 신선한 공기가 스쳐가고, 산기슭 맑은 물엔 얼굴이 보이고, 낙엽 쌓인 흙길은 스펀지처럼 폭신하고, 바위 주위엔 순수한 기운이 감돌고, 꽃들은 탄성을 내게 하고, 새소리, 다람쥐까지 뭐 하나 아낌없이 다 내주고 있다. 더구나 깨끗한 공기 속을 지나는 햇빛은 투명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심호흡을 절로 한다.
「생강나무」는 이름 그대로 가지나 뿌리에 생강이 주렁주렁 달려야 했다. 상주 후천교 냇가에서 꿈꾸던 것처럼, 꿈이었을 뿐이었지만. 그렇게 염원을 했다. ‘이 모래가 설탕이어야 하는데.’ ‘멀리서 반짝거리는 저 개금은 금가루라야 하는데.’ 소원이 약했는지 여전히 모래는 모래로 남아있다. 그 냇가 모래는 알알이 체로 쳐놓은 듯 곱기가 한결같았다. 흐르는 물 또한 투명해서 물속이 훤히 보였기 때문에 깔린 돌을 주워 올리는 잠수도 할 수 있었다. 몸을 데우려고 백사장인 모래밭에 나올 때마다, 아지랑이가 너울대고 있던 모습은 지금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생강나무」, 맨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잎은 의심하지 않고, 열매나 뿌리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잎의 생강 향은 다른 나무가 흉내 낼 수 없는 상쾌함을 풍긴다. 원기소나 에비오제 냄새가 나는 마편초과「누리장나무」 잎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도 그렇지만, 사람들은「생강나무」를 샛노랗고 정열적인 꽃으로 봄을 알리는 나무로 더 잘 알고 있다. 이젠 노란 꽃으로 「개나리」나 「산수유」나 「미선나무」와 함께 봄을 알리는 나무가 되었다.
「생강나무」 역시 「붉나무」처럼 어느 산에 가든지 볼 수 있다. 너무 흔해서일까, 노란 꽃이 필 때면 저게 「산수유」냐 「생강나무」냐 생각, 생각하다가 곧바로 잊어버리고 만다. 생강나무에 비해 산수유는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초봄에 산야의 노란 꽃나무는 거의가 생강나무이다.
「생강나무」는 그 향뿐만 아니라 특이한 잎을 가지고 있어 신비롭다. 보통, 생강나무 잎은 뫼 산山자 모양을 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런 잎도 있고 하트 모양의 잎도 있다. 마치 장미과 「아그배나무」나 산분꽃나무과 「백당나무」, 인동과 「인동덩굴」처럼 짝짝이 잎이다. 잎도 멋있는 모양새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녹나무과 「생강나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녹나무과 「생강나무」 |
* 학명: Lindera obtusiloba Blume/ Benzoin obtusilobum * 영명: Japanese Spice Bush, Obtusiloba Spicebush * 일명: ダンコウバイ * 중명: 황매목黃梅木 - Lindera: 스웨덴의 식물학자 Jhann Linder에서 유래 - obtusiloba: 열편裂片의 끝이 둔한 것을 뜻함 * 수고: 3~5m * 잎: 어긋나기互生 * 개화: 3~4월, 이가화(암수 딴그루), 잎보다 노란색 꽃이 먼저 핀다. * 열매: 장과漿果(씨가 다육질의 과육 속에 들어 있는 열매: 감, 포도, 귤 등), 구시월에 붉은 색에서 검은 색으로 익는다. |
끝. 2020.10.12.월.
※ 참고 서적
* 김용식 외 20인, 『최신 조경 식물학』, 도서출판 광일문화사, 2009.
* 이동혁, 『한국의 나무 바로알기』, 이비락, 2014.
* 임경빈, 『나무백과(1)』, 일지사, 1988.
첫댓글 이른봄에 산수유와 비슷한 모양의 꽃이 생강나무꽃이지.
꽃만 보고 잎을 못봤는데 사진이 생강나무 잎인가보네.
잎이 낯설지않은걸 보면 산에서 가끔씩 만난 적이 있나봐
잘보고가여
생강나무 노란 꽃을 따서 방에 두니까,
상쾌한 향이 문을 열때마다 풍겼어.
그늘에 말린 꽃차도 부드럽고 맛있었지.
꽃차에는 생강 냄새가 나지 않았고.
여러모로 쓸모 있는 나무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