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문 밖으로 비치는 애절한 여인의 그림자에서 백제의 가요이자 한글로 표기된 최고의 가요인 '정읍사(井邑詞)'가 떠오른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 행상인의 아내가 달에게 높이 솟아올라 멀리까지 그 빛을 비추어 남편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하는 내용이다. 여인의 기다리는 마음이 절창을 낳았다.
화력 40년 동안 4번째 개인전을 갖는 작가(81)는 문살과 문고리 등 창호지 문화에 매료돼 평면구성으로 문살과 창틀짜기에 화혼을 불사르고 있다. 작가는 "때묻은 손잡이, 찢어지고 바랜 창호지를 다시 오려 붙인 문살의 모습에서 파란만장한 민족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숙연해진다"고 술회했다. 김재위 개인전=7일까지 부산 중구 중앙동 타워갤러리. (051)464-3939
▷ *…스키바의 그림은 두꺼운 마티에르와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이다. 그의 그림은 봄의 열정으로 가득하다. 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감았던 눈을 뜨고 움츠렸던 몸을 펴 태양을 향해 몸을 뻗는다. 그의 붓자국은 불꽃이나 아지랑이처럼 활력으로 피어나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의 생기로 재현된다. 불덩이 같은 정열 덩어리로 피어난 꽃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파고들어 화면 가득 융합해 폭발하는 듯하다.
스키바는 현재 세계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 작가로, 꽃 파도 산 빙하 케이크 칵테일잔 웨딩드레스 등 일상의 익숙한 대상을 소재로 그리기에 충실한 독일회화의 한 흐름을 보여준다. 안스가 스키바-5월 1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김재선갤러리. (051)731-5437
▷ *…춤을 추는 듯한 선과 다채로운 색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살아 숨 쉬는 듯 꿈틀대는 물결 속에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한다. 한 여인이 다소곳이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빠진 모양이 마치 행복한 꿈속을 여행 다니는 것 같다. 머리 위로 노랗게 넘실대는 꽃잎 모양의 물결은 여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밝은 태양일 것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 그림은 마음의 소리를 담는 그릇이라 생각하는 작가이기에 한 그림 속에서도 수많은 감정이 물결을 이루며 춤을 추고 있다. 같은 물결 문양도 어떤 작품에서는 미친 듯 널뛰는 혼란한 마음을 표현했고, 또 다른 그림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담아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지만 그림 풍은 가지각색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감정들이 하나의 그림 안에 선과 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동아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귀선 작가의 첫 개인전이 부산시청 2층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그림과 작가가 직접 만든 도자기가 함께 소개되고 있다.
▷ *… 기분이 울적하거나 몸이 아플 때마다 훌쩍 집(부산 해운대구 좌동) 근처 송정으로 발을 돌렸다. 탁 트인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만들 때마다 가슴이 뻥 뚫렸다. 아픈 몸도 가뿐히 날아갈 것 같았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바다는 친구가 되고, 남편이 되고, 의사가 돼 주었다. 파도가 치지 않는 잔잔한 바다는 사색의 공간으로 명상케 했다. "화가 마티스는 관절염으로 인해, 더는 몸을 구부려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침상에 누워, 혹은 휠체어에 앉아 색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색종이 콜라주는 미술로 표현된 춤이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병실 벽면을 채운 이 춤과 음악으로 그는 삶을 지속했던 것이다." (작가 '노트'중에서)
작가의 그림도 마티스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작가는 10여 년 간 루퍼스를 앓아오다 지난해 완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재발방지를 위한 약을 먹어야 한다. 지치고 힘들 때 그에게는 바다가 있었다. 작가의 바다는 다소 어둡다. 햇빛을 피해야 하는 병의 특징상 어둡고, 흐린 날 바다를 자주 찾아서였다. 굵게, 남성적 터치로 바다를 그리는 작가는 "오랜 붓질이 내 삶을 이겼다"고 말했다. 오는 29일까지 롯데백화점 동래점 갤러리 '안영옥 초대전'. (051)605-2500
◇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오는 13~31일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프랑스&한국 쥬얼리 아트전 – 봄날의 신기루'를 개최한다.
▷*…» 이번 아트전은 프랑스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로 빚어낸 쥬얼리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루이까또즈는 '프랑스&한국 쥬얼리 아트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공예 예술가 협회와 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공예 전시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 *…그윽한 향기도 내지 못하고 그 흔한 꽃도 피우지 못하며 한 번은 있음 직한 호시절도 없는 이름없는 들풀. 장미꽃이라도 가릴라 치면 가차없이 뽑히고 내쳐지는 들풀은 언제나 황토 빛 대지 위의 조연이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무시되는 그 들풀들이 눈부신 조명 속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화려한 아크릴 물감과 펄은 공중을 훨훨 나는 작은 잎새와 포자로 환생해 화면을 수놓고, 바니시 코팅(여러 컬러들의 색 보존 마감재)은 조명과 각도에 따라 여러 광택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단조로운 잎은 형형색색의 금강사와 만나 레드카펫 위 '은막의 여왕'으로 변신했다. 유진재 작가는 "들풀은 사소하고 단순한 생명이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다. 세상 어떤 존재보다도 귀하다"고 말한다. 작가가 들풀을 그리는 이유다.
그림은 아래, 위 두 층으로 나뉜다. 하나는 질박한 바탕에 형상만 남아 있고, 다른 하나는 표면이 봉긋하게 올라왔다. 바탕은 마치 박제된 공간처럼 딱딱하게 처리돼 움직임이 멈춰져 있지만 솟아오른 표면은 여러 빛깔로 채색돼 작은 바람에도 몸을 흔든다. 과거와 현재가 그러하듯, 사람과 자연은 서로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관계'라는 뜻이다. 오는 20일까지 부산 남구 대연동 갤러리 포. (051)626-8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