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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디바’ 인순이가 지난 11일 홍천군 남면 명동리에 도내 첫 다문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를 개교했다. 인순이가 개교식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천/ 서영 |
유년시절 겪은 아픈 기억
팬들 사랑 보답하고파 홍천에 ‘해밀학교’ 문열어
“학생들과 텃밭 가꾸며 당당한 사회인 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습 진행할 것”
“그저 조금 다를 뿐인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겠습니다.”
‘국민 디바’ 인순이가 자신이 부른 노래 제목처럼 ‘거위의 꿈’을 이뤘다. ‘난, 난 꿈이 있어요.(중략)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라는 가사대로 인순이는 다문화 2세 아이들에게 희망의 꿈을 심어줬다.
혼혈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56)가 지난 11일 홍천군 남면 명동리 시골마을에 다문화 가정 아동들을 위한 ‘해밀학교’를 열었다.
해밀은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을 담은 순우리말이다. 이 학교의 이사장과 교장을 맡게된 인순이는 “‘해밀’이라는 말처럼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학생들이 희망을 이룰 수 있는 교육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꿈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순이가 해밀학교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아픈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인순이는 한국 속의 ‘또다른 이방인’이었고, 당시 그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며 방황했다.
그는 “내 유년기 시절은 가난했고, 못배웠고, 달랐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미국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순이는 “당시 나는, 내 정체성을 찾는 것과 내가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데 많이 흔들렸었다”고 고백한 뒤, “아이들이 많이 흔들리지 않고 빨리 자기의 길과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로부터 받은 큰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는 일이 뭔지 오랜 고민 끝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들려줬다.
다문화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인순이는 지난해 4월 인순이학교 준비위원회를 결성, 학교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인순이는 그동안 혼혈로 겪은 아픔과 가수로서의 성공 경험 등을 토대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안 교육을 꿈꿔왔다.
이를 위해 그는 다문화케어·상담사 자격증을 취득, 학교 설립 준비를 위한 기본 자격을 갖췄다.
지난해 2월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된 인순이는 그해 10월에는 어린이재단과 사단법인 ‘인순이와 좋은 사람들’과의 다문화가정 아동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나서면서 해밀학교 설립 추진에 물꼬를 텄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홍천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학교 설립이 가시화됐다.
인순이는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홍천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생긴 것은 최대 행운”이라고 말하며 행복해 했다.
그는 “내 자식 하나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 시기에 어쩌면 내 능력 이상의 것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밝힌 뒤, “지금의 내가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처럼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나같은 마음을 가지게 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해밀학교 운영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해밀학교에 입학한 6명의 아이들과 함께 텃밭도 가꾸고 김장도 담그고 대화하면서 실질적인 교장이자 멘토 역할을 하겠다”면서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고 다중언어 사용 등의 장점을 부각시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나가도록 도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을 갖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도하겠다”며 “해밀학교는 앞으로 2~3년 내에 정식 인가를 받은 고등학교로 확대해 일반 학생과 다문화 학생 모두에게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순이는 끝으로 “해밀학교 학생들이 비 오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 맑은 날을 맞이할 그날까지 더큰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진솔한 소통에 나서고 있는 인순이의 모습을 보면서, 해밀학교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