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리협곡 동쪽 구석에는 백두대간의 비경인 미인폭포가 수줍은 듯 숨어있다. 여래사에서 폭포
까지는 대략 300m 거리로 폭포 양쪽으로 붉은 피부의 협곡 석벽이 대장관을 이룬다.
대자연이 오봉산(五峯山)과 백병산(白屛山) 골짜기가 만나는 곳에 협곡과 함께 빚어놓은 대작
품,
미인폭포는 높이가 50m에 이른다. 지역 이름을 따서 심포폭포(深浦暴布)라고도
하며, 삼척
시내로 흘러가는 오십천(五十川)의 최상류이기도 하다. 암벽을 타고 내려와 산산히 부서지는
폭포수는 물안개를 이루며 오색영롱한 무지개를 자아낸다.
미인폭포를 품으며 병풍처럼 들어선 통리협곡은 일명 한국의 그랜드캐년(Grandcanyon)이라 일
컬어진다. 이 협곡은 중생대 백악기(白堊紀. 1.4억년 전~6500만년 전) 시절에 퇴적된
역암층으
로 신생대 초기에 심한 단층작용 속에서 강물에 침식돼 270m 깊이로 패여 내려갔다고
한다.
석
벽이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이은 퇴적암이 건조한 기후에서 공기 중에
노출된
채
산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로 굵은 자갈로 된 역암과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砂巖),
진흙
이 굳은 이암(泥巖)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발 600m 내외로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 안개와 구름의 희롱이 잦은데, 이때 폭포 경치가 더욱
신비하게 보인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전설에 따르면 일몰 전과 일출 전에 폭포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면 풍년, 찬바람이 불면 흉작을 예측했다고 한다.
미인폭포는 통리협곡과
한데 어우러져 장쾌하고 남성적인 멋을 진하게 우려내고 있다. 물론 폭
포의 이름처럼 여성적인 아름다움도 간직하고 있다. 폭포가 여성적인 이름인 미인을 칭하고 있
는 것이 참 이채로운데, 이렇게 어여쁜 이름을 지니게 된
것은 미인과 관련된 전설을 안고 있
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이렇게 절경인 곳에는 옛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달아놓은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 여러
개씩은 서려
있기 마련이다. 폭포 위쪽 동네인 구사리(九士里)에는 옛날부터 미인이 많이 나와
미인폭포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그 인근에 미인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미인폭포에 얽힌 전설은 여럿이 전하고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주 먼
옛날, 폭포 윗쪽 동네에서 태어난 미인이 혼인을 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재
가를 했는데, 재가를 한지 얼마 안되어 새 남편마저 죽었다. 아무래도 남편을 잡아먹는 기구한
팔자인가 보다. 그래서 신세를 너무 비관한 나머지 폭포에 뛰어내려 죽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전설에는
남편이
죽자, 재혼할 남자를 찾았지만, 예전 남편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신세를 비관
하고 폭포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미인폭포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전설의 내용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이다. 폭포나 수심이 깊은 못에서 신세 한탄
으로 뛰어내린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미인이 아닌 그 반대의 여인이 뛰어내렸다
면 사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과 반대의 뜻인 추녀폭포가 되었을까? 아니면 폭포도 자존심
이 상해 그 자리를 접었을까.?
그리고 또 다른 전설로는 구사리 혹은 심포리에 살던 어느 부부가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
이가 시작부터 너무 이쁘게 생겼다고 한다. 부부는 그런 딸 때문에 신세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어 생후 3일만에 땅에 생매장시켰다는 것이다. 그러자 폭포 속에서 용마(龍馬)가
튀
어나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니 아마도 여자 아이가 용마로 환생하거나 그 아이가 장차 탈 용
마가
너무 열받아서 하늘로 날라갔던 모양이다.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내려와 산산히 부셔지는 석벽을 험풍암(驗豊岩)이라고 부르는데, 미인이
뛰어내릴 때 이를 지켜보던 동자승이 돌이 되었다는 동자석(童子石)이 암벽 꼭대기에 서 있다.
그 동자승은 미인의 자살을 막지 않고 멀뚱히 구경했다는 이유로 하늘에서 벌을 받은 듯 싶다. |
마지막으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전설도 있다.
옛날 이곳에는 미인이 하나 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날 이 땅에 흔하고 흔한 된장녀 타입으로
눈이 쓸데없이 높아 왠만한 남자들이 청혼을 해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꿈꾸던 이상형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많이도 흘러갔다. 청정한 물을 쏟아내는 폭포와
더불어 살았으니 시간
관념도 잊은 듯 싶으며, 미모에 대한 지나친 자만감에 자신의
모습도 살
피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다가 일기가 화창했던 어느 날, 드디어 이상형의 남자가 폭포를 지나갔다. 이에 미인은 그
에게 청혼을 했는데, 남자는 크게 발작하며 확실하진 않지만 이 정도의 말을 했던 모양이다 '
할머니! 지금 저한테 농담하는거죠?' 그 말에 미인은 '엥 이게 뭔소리인가?'
싶어 폭포수에 자
신을 비추어 보았는데, 글쎄 그 속에는 남자가 했던 말 그대로의 모습이 비춰진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크게
발작한 미인은 치마폭을 뒤집어 쓰고 폭포에 뛰어내려 죽었다고 하며, 그래서
인지 폭포의 모습이 여인이 치마를 뒤집어 쓰고 뛰어내리는 모습과도 닮았다고 한다. (그렇게
까지
보이지는
않았음)
미인이 자신의 주제 파악도 못하고 그렇게 골로 간 이후, 백산(통리 남쪽) 말구리재에서 그녀
의 배필이 될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허나 미인이 죽었다는 소식에 그 또한 발작하여
신
기(도계
북쪽 동네)에서 말과 함께 죽었다고 하며, 미인이 뛰어내릴 때 동자승이 그 모습을
구
경하다가
돌이 되었다고 한다. |
여래사 요사 북쪽에 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산길을 7~8분 정도 두근거리
는
마음을 다독이며 내려가면 꿈에도 그리던 미인폭포 앞에 이르게 된다. 폭포로 인도하는 산
길은
매우 가는 편으로 마치 미인의 얇은 팔이나 다리를 더듬는 것 같다. 그 길을 한 발짝 내
려갈 수록 미인폭포는 점차 가깝게 다가오면서 그 아름다우면서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래
사에서
보는
폭포와 그곳으로 내려가는 산길에서 바라보는 폭포, 그리고 바로 앞에서 보는 폭
포의 모습은 확연히 틀리게 다가오며, 폭포의 규모가 자못 장대하다보니 그 앞에 흩어진 사람
들이
개미보다 더 작게 보인다. |
높은 벼랑에 절벽이 뚫리고 성난 물줄기가 천길 아래로 떨어져 흰 비단을 드리웠다. 폭포는 직
각을 이루며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중간에 한굽이 쉬었다가 쏟아지는 형태로 수량이
적다보니 폭포수 소리가 미녀의 목소리처럼 작기만 하다.
폭포수는 폭포 앞 못에 모이는데, 그 못의 수심이 매우 얕아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으며,
신경통에 좋다는
물맞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폭포 아랫도리 암벽에 앉아서 위에서 쉴새 없
이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 되니 정말 피서의 성지가 따로 없다. 미인의 기운이 담긴 폭포수로
얼굴을 씻으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손만 씻었지 얼굴까지는 씻지 못했다.
못에 잠긴 폭포수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속세를 향해 먼 길을 떠난다. 통리협곡이라 불리는 계
곡을 타고 오십천에 합류해 동해바다로 흐르는 것이다. 계곡에는 특이한 돌들이 많이 눈에 띄
는데, 큰 암석에는 다양한 조그만 돌들이 화석처럼 박혀있다. 그 모습이 마치 콘크리트에
박힌
조그만 돌처럼 보이며, 이들은 아득한 중생대 백악기 시절의 온갖 사연을 안고 형성된 것으로
백두대간 지질학 연구에 쏠쏠한 단서를 제공한다.
폭포 앞에 이르니 시원한 물줄기와 번뇌도 싹 털어갈 정도로 청정한 산바람, 그리고 그렇게나
소망하던 폭포 앞에 내가 서있다는 현실에 정말 그곳을 떠나기가 싫었다. 폭포 앞에 작게 움막
을
짓고 아주 잠깐 속세를 등지며 폭포를 벗삼아
살고 싶은 마음도 굴뚝처럼 솟는다. 허나 이
렇게 되면
미인폭포가 나 때문에 이름을 바꿔야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남폭포는 그렇고
추남폭포로 말이다. 그러면 폭포도 발끈하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아닐까? 절이 싫으면 중
이 떠나듯이 말이다.
이곳은 통리협곡의 막다른 곳이라 마치 세상의 숨겨진 끝이나 막다른 구석에 들어선 기분이다.
여기서는 오로지 여래사를 거쳐 밖으로 나가거나 계곡을 따라 아득한 북쪽으로 내려가야 된다. |
폭포에서 한 20분 정도
머물다가 다음 일정을 위해 아쉽지만 그곳과 작별을 고했다. 힘들게 찾
아온 폭포라 쉽게 등지기가 싫어 끝까지 남다가 내가
마지막으로 철수를 했다.
폭포 관람은 수염이 지긋한 산사나이 모습의 여래사 주지승이 직접 해주었는데 그는 2012년
초
에 이곳으로 부임했다. 일행들이 모두 절로 올라오자 요사로 들어와 차 1잔 마시고 가라며
녹
차와 여러
차를 제공했다. 허나 일행 상당수가 절을 나선 상태라 차를 마신 이는 10명 정도로
요사 안으로
들어가니 온갖 가재도구와 노트북까지 있을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는
인
터넷까지 버젓히 들어와 고적한 산사에 속세의 소식을 전해주니 이 땅이 정말 인터넷 강국임을
실감케 하며, 요사 내부는 시원하여 한여름에도 선풍기를 틀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주지승이 제공한 차는 시중에서 파는 티백으로 폭포 계곡에서 끌어들인 물을 끓여 티백을 담아
우린다. 순수한 물로 우리다보니 맛도 조금은 다른 것 같다. 그렇게 차를 마시고
주지승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잠시나마 정들었던 여래사를 떠난다. 주지승도 많이 서운했던지
다음에 꼭
찾아오라며 당부를 건넨다.
예전 겨울에 이루지 못한 미인폭포 관람을 통쾌하게 이루었지만 아직 동자석과 등잔바위, 폭포
동쪽 너머에 있는 구사리 미륵바위 등 못본 것이 참으로 많다. 그들의 정확한 위치도
모를 뿐
더러 주지승에게 문의하니 그 역시 모른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에 또 발걸음을
하라는
미인폭
포의 지극한 뜻이 아닐까 싶다.
여래사에서 사적비까지는 길이 지그재그이고 경사가 있어 내려갈 때와 달리 좀 힘들다. 사적비
까지
올라와 녹음(綠陰)이 깃들여진 숲길을 걸으며 폭포 입구로 나왔다. 입구로 나오니 우리를
태울 관광버스가 낮잠 한숨 자고 기지개를 켜며 우리를 맞는다.
그렇게 사람들을 태운 버스는 태백시내로 넘어갔다. 황지교4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조금
가다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우리가 점심을 먹을 식당이 있었다. 식당 이름은 아쉽게도 잊어먹
었는데
돌솥밥이 일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두 돌솥으로 예약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밑반찬이
미리 맛있는 향을 풍기며 대기하고 있었고, 고기부터 생선, 강원도
산 채소까지 찬이 정말 많았다.
돌솥밥도 괜찮았지만 반찬이 더 맛있어 더 달라고 주문을 했으
나 리필로 돌아온 것은 채소 종류 뿐, 골고루 오지는 못했다.
아침부터 굶주려 폭동 직전에 있던 배를 이렇게 달래니 뱃속도 즐겁다며 쾌재를 외친다. 그렇
게 점심을 마치고
후식으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태백의 선선한 기운을 누리다가 다음 행선지
로
길을 떠났다.
이렇게 하여 삼척 미인폭포 초여름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이후 내용은 본글의 분량
상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 삼척 미인폭포 찾아가기 (2016년 7월 기준)
① 철도 이용 (태백역이나 동백산역 하차)
* 청량리역과 양평역, 원주역, 제천역에서 정동진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태백역 하차. (평
일은 1일 6회, 주말과 휴일은 1일 7회 운행)
* 부전역, 태화강역, 경주역, 동대구역, 안동역, 영주역에서 정동진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동백산역 하차
② 시외버스 이용
*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20~40분 간격으로 떠난다.
* 부산종합버스터미널(노포역)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1일 6회, 대구 북부정류장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1일 14회 떠난다.
* 인천, 고양, 의정부, 성남, 부천, 수원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1일 4~6회 운행
* 원주, 제천에서 태백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1일 10여 회 운행
* 강릉과 동해, 삼척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30~60분 간격으로 떠나며, 통리에서 내리면 된다.
(통리에서 미인폭포 입구까지 도보 20분)
③ 현지교통
* 태백역전에 있는 태백시외터미널에서 구사리행 시내버스(1일 1회, 6:35분 출발)나 호산행 완
행버스(1일 4회/ 8:30, 13시, 15:45, 19시)를 타고 미인폭포(여래사) 입구 하차, 운전사에게
내려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미인폭포 입구에서
* 태백역이나 동백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여래사 사적비(주차장)까지 들어갈 수 있다.
④ 승용차 (여래사 사적비 앞에 주차공간이 있음, 대형버스 접근 불가)
* 중앙고속도로 → 제천나들목을 나와서 영월 방면 38번 국도 → 고한 → 황지교4거리에서 좌회
전 → 통리건널목에서 우회전(철길 건널목 건넘) → 통리3거리에서 우회전 → 미인폭포 입구
에서 좌회전 → 여래사 주차장
* 동해고속도로 → 동해나들목에서 삼척 방면 7번 국도 → 단봉3거리에서 태백 방면 38번 국도
→ 도계 → 통리재 → 통리3거리에서 좌회전 → 미인폭포 입구에서 좌회전 → 여래사 주차장
★ 삼척 미인폭포 관람정보 (2016년 7월 기준)
* 입장료 : 1인당 1,000원 (산길 보수를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음)
* 주차비 : 4시간에 1,000원 (대형은 2,000원)
* 비가 많이 내리거나 폭설이 내릴 때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만큼 험준한 곳이다.
* 미인폭포 소재지 :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 여래사 소재지 :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구사리 218-2 (문의재로 77-162 ☎ 033-552-1110) |
첫댓글 즐감하였습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가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여름에 한번 가볼만한 곳입니다. ~~
여름철 가보고 싶은 곳 입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보노라면 세상만사 잡념까지 싹 달아나겠네요~~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전 비가 많이 왔으니 지금 가면 제법 장관일듯 합니다.
@도봉산거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더위를 즐기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3년전 훼리로 러시아 다녀오며 들렸던 미인폭포..
다시보니 반갑네요 그때를 추억해봅니다.
이렇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해에서 배타고 연해주가신 모양이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