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월귤을 찾아서
*경고 2,000 자가 넘는 긴 글입니다. 글 읽기를 지겨워 하시는 분은 그냥 읽지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단꿈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대청봉을 향합니다.
오늘의 탐하기는 오직 하나 그동안 오매불망하던 홍월귤 입니다.
출발지인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약수터)에는 설악산을 찾은 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03시 20분 들머리를 통과하여 10여분이 지난후 부터 오색 대청봉 코스의 마의 구간인 막돌 쌓기로 만들어 놓은 가파른 등산로를 오릅니다.
칠흑같은 어둠에 위를올려다 봐도 아래를 내려다봐도 플레쉬 불빛만이 끊임 없이 이어집니다.
먼저 헤드렌턴에 비친 쪽동백이 환한 미소로 반깁니다.
850 고지를 오르는 동안 2개이던 쉼터가 8개?로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오색~대청봉 코스가 마의 코스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쉼터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새로 정비를 하여서 2021,2022년에 비해서 산행을 하기에는 더 수월해졌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플레쉬 불빛에 비치는 함박꽃나무 는쟁이냉이 금낭화 등등 수 많은 야생화들을 눈으로 보면서 헉헉거리며 걷다가 쉬기를 반복합니다.
드디어 오른쪽으로 능선이 어슴프레 보이면서 어둠을 지워가기 시작합니다.
끝없는 플레쉬 불빛만 보이다 능선이 보이는 건 날이 밝아오며 대청봉이 더 가까이 다가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힘을 내어서 오르기를 시작 합니다.
1200 고지쯤에 다다르니 산행을 예정했다 취소했다 다시 결행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안겼던 3일 전에 내렸던 40cm의 기록적인 5월의 폭설과 마주합니다.
남아 있는 잔설의 양에 혹시나 홍월귤이 냉해를 입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봄 눈 녹듯 한다는 말을 떠오리며 다시 힘을 내어 대청봉을 1km 남겨두고 먼저 산행을 시작한 꽃친분께 전화를 걸어 봅니다.
수화기 너머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벌써 도착을 하여서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꽃이 없어요 힘든데 오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잘 찾아보십시오.
분명히 피었을 겁니다."
"이파리만 보이고 꽃이 안 보여요"
"그냥 내려가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가서 찾아 보겠습니다."
머릿속으로 되뇌입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분명히 산불감시 기간이 해제되는 다음날인 5월 16일엔 어김없이 피어 있다고 했는데 수도 없이 들었던 홍월귤 피는 시기가 딱 오늘인데~~~!'
꽃을 찾을 수가 없다 하니 조바심이 납니다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ㅇㅇ섬에 들어가 있는 꽃친 아우에게 전화를 겁니다.
"아~~ 꽃이 안 피었다네 짜증이 나서 돌겠다 하소연을 합니다."
"형님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피어있을 겁니다."
힘이 납니다. 이 시기엔 어김없이 피어 있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에 발길이 저절로 공중부양을 합니다.
21년 5시간 22년 6시간 걸려서 올랐던 길을 남설악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한 지 4시간 만인 7시20분께 한달음에 잔설이 남아 있는 대청봉에 다다릅니다.
정상석 인증샷을 찍기 위한 두줄 혹은 서너 줄의 사람들이 30여 미터나 됩니다.
아무련 미련 없이 패스를 합니다.
중청으로 내려서는 길에 재빠르게 길을 오르는 초면이지만 낯익은 반가운 얼굴과 마주합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폰으로 찍어온 사진을 확인합니다.
사진으로 봐오던 홍월귤과 잎이 비슷하게 닮아 보입니다.
"작년에 봤던 그 자리에 잎만 요렇게 있고 꽃은 없었어요."
'폭설에 꽃이 얼어서 다 떨어진 건가? 혼자서 걱정을 해봅니다' 살짝 실망을 합니다.
"예 제가 가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헬기장에 도착하여 허기를 달랩니다.
주먹밥으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소청 쪽으로 향하여 좌표 부근에서 몇 번의 통화와 카톡 전송 끝에 드디어 홍월귤과 마주합니다.
이렇게 기뻤던 날이 인생 중 몇 번이나 있을을까 싶게 정말로 진짜로 억수로 에나로 참말로 기뻤습니다.
좌표를 알려준 꽃친에게 인증샷을 보냅니다.
"찾았다!!! 고맙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오매불망하던 마주한 홍월귤은 상상 이상으로 작았습니다.
1cm 남짓의 키에 꽃은 통일벼 쌀알만 했습니다.
태풍급의 바람에 언덕바지에 버티고 있는 그 작은키의 홍월귤이 사정없이 흔들립니다.
이제 세찬 바람과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앙징맞습니다.
귀엽습니다.
깜찍합니다.
연애 시절의 아내 보다도 더 예뻤습니다.
너무도 예뻤습니다.
20여분의 황홀한 만남을 뒤로하고 또 다른 곳에서 들쭉나무를 만납니다.
이제 황홀했던 만남을 정리하고 대청봉을 다시 올라 내리막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오색으로 향합니다.
오후 1시 드디어 9시간 40분 동안의 탐사를 마치고 남설악 탐방지원 센터를 나섭니다.
에필로그1
대청봉을 오르다 중간 지점에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머니와 도우미를 하고 있는 아들 인듯한 분을 만났는데 올해 우리 나이로 91세란다. 얼마나 정정하시던지 우리와 앞어가니 뒤서거니 했다.
이분이 도봉산 왕언니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등산 마니아였다.
3주 전 명지산 광릉요강꽃 자리에서 만난 닉네임에 털이 들어갔던 것으로 아는 꽃쟁이 어르신도 있었다.
44년 생으로 우리 나이로 81세 이신대 명지산 광릉꽃을 졸업하려고 그 가파른 산길을 오르셨다 한다.
지난달 말에 신불산을 함께 오르신 46년 생이신 부산의 솔바람님, 미사인님도 팔순을 바로 보는 나이 임에도 젊은이들 못지 않게 산에 오르시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동 받았다.
노익장을 보여주고 계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어르신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에필로그 2
홍월귤을 만나기까지 많은 꽃친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설악산을 손금 보듯하는 한ㅇㅇㅇ님, 삼척의 자랑 홈플러스라고 우리들에게 큰 웃음을 주셨던 스ㅇㅇ님,
70 을 넘기신 나이에도 설악산을 날아 다니시는 최ㅇㅇ님,
특히 끝까지 전화를 해주고 좌표를 설명해준 잘 생긴 ㅇㅇ동생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다시 차를 몰아서 양구로 향한다.
부산아저씨는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ㅎㅎ
첫댓글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귀한 홍월굴 만남을 축하합니다
오매불망 그리던 모습 만남을 축하드립니다
악명높은 대청봉 오름길 수고많으셨네요
10여년전에 백두탐사 소천지에서 & 2023년 7월에 대설산에서 보았더니 국내건 늘 패스하게 되네요 ㅋ
저는 늘 이렇게 눈으로만 보고 있어요.
수고하시면서 이렇게 가져오신작 정말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추카추카요
아직 만나보지못한 쪼꼬미 볼날 기대해봅니다
대단 하십니다요
저는 너무 쉽게 백두산에서 많이 봤지만이요
귀한 홍월귤 만남을 축하드립니다.
글을 쭈욱 읽으면서 같이 대청봉을 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만남이라 더욱 값질듯 싶습니다.
홍월귤 만남을 축하드립니다.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그 조그만것을 잘 찾으셨네요.
저는 설악의 어드메쯤이란것만 알고 장소를 정확히 몰라 아직 찾아보지를 못했네요.
드뎌 소원성취 하셨네요
태풍급 바람에도 예쁘게 보셨어요~
열정은 미쳐야만이 할수 있지요..
값지게 만남을 가진 홍월귤... 감사히 감상합니다...^^*
귀한 만남 축하드립니다.
몇 년 전에 공룡능선 산솜다리 보러 가는길에
들려서 끝물을 보고 왔는데 개화 시기가 더 빨라진듯 합니다.
정말 열정으로 담아오신 귀한 자연 앞에 경건함이 밀려오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백두 에서 여러번 만남을 하고 온 터라 반가움이 그래로 살아나는 듯 합니다
멋집니다
홍월귤이 설악 등로에 서식한다는 말만 들었는데, 숱한 설악산행에서 한 번도 찾아 볼 생각을 못했군요.
차후 등산길에서 저도 눈여겨 탐색해 봐야겠습니다.
대한 열정의 부산아저씨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덕분에 멋진 모습을 감사히 봅니다.
너무 작아서 콕 찝어주어도 못 찾을 것 같습니다
설악산은 버킷리스트.
그저 부러운 등정과 꽃탐이여요.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