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명태 찜을 만들어 팔던
춘옥이는 경북 예천이 고향이다
이곳에 온지 30년이 되었건만 경상도 사투리만 구사하는
놀라운 언어 집착력을 지니고 있다
정육점은 어김없이 육숫간이라 부르고
억울하고 분통이 나면 “어예 그쿨 머라카노 내가 우옛다고! 하며
멧돼지 주둥이처럼 입을 내밀고 소리치곤 했다
어느 날
우리 둘은 있는 거 없는 거 다 긁어모아
단란주점을 차렸는데 (식당 폐업했다 외상이 너무 나가서)
춘옥이는 그놈의 단란을 발음 못해 늘 달랑주점 이요?
우리 야 캉 달랑주점 해요 하곤 했다
또
날밤을 새웠다 소리를
알밤을 새웠더니 정신이 없어예‘ 하기도
손님이 시킨 술을 갖다 주러가선
어야든동 적당히 자시고 가이소 마,
억빙으로 취하면 서로 힘들어예‘
하며 늙은 모친 같은 소리나 해쌓는다
룸 서너 개에 노래기계 넣고
홀 중앙에 큰 멀티비젼 설치해서
술 마시며 노는 곳이지만 술값도 싸고 (소주 맥주 전통 주 다 팔았다 )
안주로
새우튀김 영양 전
생선 전
회 무침 육회
간, 천렵 등등 진안주 일색이니
나는 주방에 붙박이로 있어야 했다
군 영장 받아 놓은
설익은 총각하나 써빙 알바로 뒀다
손님은 주로
아베크족들이 오거나 늙은이들 친목회니
계 모임무리들이 왔다 전에 알던 손님도 간간히 오고
가게 세와 알바 비
술과 안주 값
전기세 물세 다 빼고
둘이 나누면
너무도 초라한 이익금만 손에 남던 장사 초반,
행여
둘 중 하나라도 반반하게 생겼다면
얼굴에 반해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길 기대 해보련만
친구와 나, 둘 모두
앞치마 걸치고 주방에 있어야
맞춤한 인물이라
누구를 홀려서 돈을 벌어 보겠다는 생각일랑?
가끔은 해보기도 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주제를 알고 나서도
내려놓았다가 품기도 하고....
그런
용심도 조금 부려봤다
주로 오십대 후반들이 많아서인지 (당시 우리는 40초반이다 )
그들의 잇속 밝은 눈초리는
지성으로
치장 변장한 우리 둘의 꼬라지를
한 시간도 못가 벗겨 버리고 해서
두 못난이는 아예 치장도 않을 때가 많았다
그 나이
남자들이란 제법 약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 없는
헌털뱅이 인줄 알아채고도 남았으리
그러기에
가게에 오면 돈은 토끼 꼬랑지만큼 쓰고
제집처럼 오랜 시간 놀면서
잔소리와 헛소리만 반복하는
그 행세머리가 꼭 능구렁이가 환생한 듯했다
늘 푼수 없던 사내 무리들
갑자기
옆 동네 북평동 벌판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어
현대 중공업 무슨 중공업
사람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해외 현장에서 들어온
이 나라 건설의 역군들
소장 과장 부장이하 기사들이 마구 휘젓고 다니니
장사치들 활기가 나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되니
접대하는 사람이 모자라
식당에서 설거지 하던 홀어미들
허벅지에 일없이 생침 놓던 생과부들 다~ 불러 들였다
남자와 실없는 농담 즐기고
술과 질척한 분위기를 좋아 하는 여자가 있는 가하면
체질적으로 술이 싫고
술 취한 남자들의 여과 없이 내 쏟는
안하무인 말과 행동에
어마 무셔라
달아나는 여자도 있고 그랬다
국가 부도 사태가 나던 시기와 맞물렸던
시절이야기다
술장사 음식장사
생각만큼 돈은 벌리지 않았다
둘 다
악착같은 성격도 못되고
춘옥이도 나도
영양가 없는 남자에게 마음까지 매여 있던 터라
몸은
유흥업에 있어도
마음은 조선시대 지아비 섬기는
아낙 같은 행세 꼴로 장사라고 했으니
돈 벌기는
애 저녁에 글렀지
가게 밖은
세찬비로 어수선했다
9시가
넘은 가게는 한 산했고
서울에서 발전소 공사로 내려온
권 부장이 텅 빈 홀에 혼자 앉아 노래하고 있다
열린 주방 창 너머로 밤비는 내리고
가로등 빛에 부서진 빗방울이 탁탁 튀어 창을
넘어 서는데
권 부장의 노래는 비를 타고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
이젠 나도 널 잊겠어~
너무 힘이 들잖아~
원하는 대로 해줄 순 있어도
난 더 이상 해줄게 없어 ~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너무 힘이 들잖아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저 노랫말에
명태 찜이나 맛있게 먹고 다니다 말게 하지
왜 그 눈길 앞에 서성였을까
그는 나를,
술장사 하는 나를
불쌍하지도 가엾지도 않은지
날마다
취객들의 게슴츠레한 눈길 속에 두고도
마음 쓰이지도 걱정도 아니 되는지 ...
전화 연락조차 무심할까
먹고 사는 급한 불도 못 끈 주제에
사랑은 뭔 거지같은 사랑인가 말이다
큰돈도 못 벌어들이는 이 장사를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춘옥이 돈 빼주고
집어 치우자 그럭하자!!
비는
속절없이 내리고
권 부장의 노랫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흩어진다
첫댓글 권 부장님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
춘옥님도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아직도 비가
오고 있네요.
내일도 비가 온답니다.
저도 이제 약 먹고
잠자리에 듭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군더더기 없는 짦은 묘사속에 펼쳐진 정경들이
잘 꾸며진 단편,혹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수 합니다.
제목 달랑주점도 춘옥이의 사투리에 오버랩되어
두드러지는 절묘한 선택. 아주 잘 읽었습니다.
근래 올라온 삶의 방 글에서 최고점, 별 5개 드립니다.
ㅎㅎㅎ
조금도 거짓없는 사실입니다
저가 인정 합니다 ㅋㅋㅋ
하나도 숨김없이 솔직한 내용입니다 ᆢ
글을 보면 알잖아요 ᆢ
물론 이렇게 쓰기에 그자체가
운선님은 진실 하시다는 증거입니다ᆢ
재미있게 미소짓고 읽었네요ᆢ
운선님 ㅎ ^^
설익은 총각ᆢ 하하하
옛말에 술장사 하고나면
남는것은 ᆢ 찌그러진
주전자 뿐이라고 ~~ㅋㅋㅋ
비록 먹고사는 불이야 제대로 못다루어도 가슴패기 깊은곳에서 끊임없이 돋아오르는
사랑을 주고받고싶은 생명체 본연의 감정을 어느누군들 썩은무 짜르듯 싹둑 잘라내고 무심도인처럼 지낼수있을까요 ,
절믄시절 단란주점 적잖이 드나들었던 춘옥이 고향옵빠 장처사 쏘맥한잔 단숨에 털어넣고 배호노래 한곡조 불러재키든 그시절이 그립네요 ,
단란주점 안가본지가 언젠동,,,
하이고 니는 어얘만 그쿠나 총기가좋노,
그래고 날좀 어지가이
머라캐라 ㅋ
어머 오래만에 닉을 대하니 방가방가에요
시대가 시대이니 내가 아는 닉을 보면
참 반가워요
건강하신다는 얘기이기에
한동안 아니보여서 궁금했어요
건강 잘챙기시거 언제 모임에서 뵈어요 ㅎ
ㅁ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내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권부장이 고맙지요, 추억꺼리를 만들어 주셨으니.
자기여자 술판에 나 앉았는디
질투조차 없는 사내...라
우야믄 존노 ..
답이 없다 아이가
아 잘 좀 고르지 안쿠서리
애꿎은 이 내 속만 타네....
먹고 사는기 바빠
뒤도 앞도 못보고 살았다는
한탄을 가끔 듣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마음 준 권부장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그 팍팍했을
운선님 삶이
그래도 조금은 윤택해 보이네요.
주옥 같은 글들...
항상 감사합니다~♡
춘옥씨는 지금쯤 무얼하고 계실까?
운선님의 글에서는 삶의
진한 맛이 풍겨나네요.
권 부장은 나같기도하고,
내 직원 같기도하고......
반가운 회사이름,
반가운 공사이름
젊었을 때의 한 장면을 불러다 주셨네요
시원한 하루 되십시요.
먹고 사는 불부터 먼저 끄고보자!
그래봐야
바게스와 바가지 하나 뿐인 걸ᆢ
운선님 글은
언제나 한결같이
아픈 이야기도
기쁜 이야기도
엄살도
과장도
지나친 법이 없이 편안함을 줘요ㆍ
아마도
모든 것에 넘어섰다는 뜻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ㆍ
건강하시고
쭉ㅡ
건강한 글 부탁드립니다ㆍ
댓글은 미처 못달지만
아무리 바빠도
운선님 글을 빼지 않고 다 읽습니다 ㆍ
날씨가 비온 뒤인데
꾸무럭합니다ㆍ
이따가
목**님이 엄니랑
호박죽 쒀 가져온다네요ㆍ
그 권부장이 5060 회원이 되어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애절한 마음입니다~~**
인생의 맛과 멋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가볍지 않은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길이 허탈하게 여겨질 때라도
돌아보는 추억은 늘 아름답지요
.
글 고맙쉼더
고단했던 그시절 힘들법도
했을터인데...
운선님의 글
처음부터 다 읽어 보았답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한 삶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달랑주점에 어울릴 듯한 주제곡을 올려 봅니다..
https://youtu.be/VZsMsv9SVr0
PLAY
상처남은 가슴에 또 하나에 상처를
그 상처에 딱지들 다 어찌 ...
씩씩한 울 아우님
그 상처도 지금은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남었지요
호호 하하 난 요리 잘 산다하고 웃어 버려요 ㅎ
식당 할때도 그랬고 단란주점 하면서도
마음에 품었던 남자를 우째 한번도 쟁취하지 못했는지ㅎ^^
글을 읽은 후 영화 삼포 가는 길
여 주인공이 떠 오르네요
마치 세상 남정네를 달관한듯 한...ㅎ
궁금합니다
운선님 작품 세계가
초콜릿님에게 넌지기 얘기한 게 있었는데요
삼척이나 강릉에서 번개함 때리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아마도 권부장님도 내리는 비를 보며 그 때를 그 여인을 회상하고 있을 듯요
목숨이 오고가는 전장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는데 삶의 현장에서야 말해 뭣하겠어요
밤과 술과 음악이 있는 곳에서라면 더더욱~~
금요일 날 준비 잘하셔서 화이팅요^^
어찌하여 해줄 게 없다고 노래하는 남자에게 마음길을 열으셨는지...ㅠㅠ
자신의 삶도 버거워 보이는데...
지금도,
운선님 글속의 그날처럼 비가 내리네요~~~
마음이 가볍지 만은 않은글 잘 읽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행복 하실거라 믿겠습니다~~
예천 신설비행단에서 제대한터라 귀가
쫑긋.ㅎ.춘옥이도 건강했음 좋겠네요...^^
심금을 울리는 글을 써주셨군요
이렇게 누군가 자신을 보여주는 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항상 손님이었던 그중의 하나가
오늘 반대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누구에게 나 쉽지 않은 인생 길....
좋은 글 고맙습니다.
달랑주점..... ~^
젊었던, 어리던 시절이 아슴아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