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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거짓으로 진실을 숨기는 계책이다. 적의 눈을 속여 판단을 흐려 놓음을 이르는 말이다.
瞞 : 속일 만(目/11)
天 : 하늘 천(大/1)
過 : 건널 과(辶/10)
海 : 바다 해(氵/7)
출전 : 삼십육계(三十六計)
瞞天過海 備周則意怠, 常見則不疑, 陰在陽之內, 不在陽之外. 太陽, 太陰.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 승리를 거두는 계책이다. 통상 사람들은 스스로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해이해지기 십상이다. 또 늘 보아오던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계책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 속에 감추어 있다.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주역'의 음양이론처럼 가장 공개적으로 드러난 행동 속에 가장 비밀스러운 계책이 담겨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비주즉의태(備周則意怠)의 '비주(備周)'는 '주밀하게 방비한다'는 뜻이다. '의태(意怠)'는 '의지가 해이해진다'는 의미다.
음재양지내(陰在陽之內)는 은밀히 추진하는 음모(陰謀)가 겉으로 드러내놓고 추진하는 양모(陽謀) 속에 있다는 뜻이다. 겉과 속을 구분해 파악할 수 있어야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태양(太陽)과 태음(太陰)은 '주역'의 4상(四象)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태극이 음양의 양의(兩儀)로 바뀐 뒤 다시 한 번 변화하면 바로 4상이 된다.
음유(陰柔)가 태음(太陰)과 소양(少陽), 양강(陽剛)이 태양(太陽)과 소음(少陰)으로 나뉘는 것이다. 4상은 부모에 해당하는 태양과 태음, 자녀에 해당하는 소양과 소음으로 대별할 수 있다.
양강을 뿌리로 하여 양강으로 드러나는 것이 태양, 양강을 뿌리로 하면서 음유로 작용하는 것이 소음, 음유를 뿌리로 하면서 음유로 나타나는 것이 태음, 음유를 뿌리로 하면서 양강으로 움직이는 것이 소양이다. 겉과 속이 같은 것이 태양과 태음이라면 겉과 속이 정반대인 것이 곧 소양과 소음에 해당한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영어 속담이 있다. 겉으로 강한 모습을 보일수록 속으로는 유약한 심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내유외강(內柔外剛)이 그것이다. 소양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정반대로 겉으로는 유약하면서도 속으로는 강한 심지를 지닌 경우도 있다. 내강외유(內剛外柔)가 그것이다. 소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천지만물의 생장소멸에 관여하는 기본 요소는 음과 양밖에 없다. 나아가 음과 양 역시 상대적이다. 작은 양강은 더 큰 양강와 만나면 음유의 성격을 띠게 되고, 작은 음유는 더 큰 음유에 비유하면 양강의 성격을 띠게 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태양인과 태음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태양인은 양강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소양인인 이른바 강소양인(强少陽人), 태음인은 음유의 특징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강소음인(强少陰人)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같이 볼 경우 태양인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견실하고 굳건한 까닭에 강건불식(剛健不息), 태음인은 부드럽고 안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순안정(柔順安定), 소음인은 안으로 꽉 차 있으면서 밖으로는 비어 있는 듯한 내실외허(內實外虛), 소양인은 소음과 정반대로 안은 비어 있는데도 겉으로는 꽉 찬 듯한 모습을 보이는 내허외실(內虛外實)을 특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하늘의 일월성신과 땅 위의 산천초목, 사계의 춘하추동, 사람의 품성 등이 4상의 원리 안에 다 있다.
이를 사계와 하루의 변화에 비유하면 소음은 내부의 양강이 자라는 모습인 까닭에 봄과 아침, 태양은 양강이 자라나 극성한 모습인 까닭에 여름과 한낮, 소양은 내부의 음유가 자라는 모습인 까닭에 가을과 저녁, 태음은 음유가 자라나 극성한 모습인 까닭에 겨울과 밤에 비유할 수 있다.
하루를 음양으로 나누면 오전은 양강, 오후는 음유가 된다. 이를 4상으로 세분하면 자정에서 일출까지는 태음, 일출에서 한낮까지는 소양, 한낮에서 일몰까지는 태양, 일몰에서 자정까지는 소음이 된다.
결국 천지만물은 음양의 교합에 따른 변화 속에 생장소멸을 하는 셈이다. 하루살이는 하루가 삶의 전부인 만큼 자정에서 다음 날 자정 사이에 생장소멸의 모든 변화를 겪는 꼴이다.
1년생 동식물은 하루를 365배로 늘린 시간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춘하추동 역시 하루의 신주석야(晨晝夕夜) 과정을 똑같이 순환하는 결과다.
인간의 삶을 100년으로 잡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25년 단위로 춘하추동의 생장소멸 과정을 거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자'는 제물론에서 이같이 설파했다. "천하에는 가을 털의 끝보다 큰 것이 없으니 태산은 작은 산에 불과하다. 일찍 죽은 아이보다 장수한 사람은 없으니 팽조(彭祖)는 요절한 셈이다. 천지는 나와 나란히 생겨났고, 만물은 나와 하나다."
병법도 천지만물의 순환 이치에서 벗어날 리 없다. '삼십육계' 총설에서 '태양, 태음'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적이 천하무적의 예기를 내보이는 것은 양강이 지극히 강한 태양의 상황에 해당한다. 아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이에 미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음유의 입장에 서게 된다.
이를 무시하고 정면으로 맞부딪치면 패하게 된다. '당리문대'에서 이른바 삼고세갈(三鼓勢竭)을 언급한 이유다.
기원전 684년 노나라 장수 조귀(曹劌)가 이끄는 군사가 지금의 산동성 곡부시 동북쪽에 있는 장작(長勺)에서 3회 북을 쳐 제나라 군사를 격파한 바 있다.
1고에는 제나라 군사의 사기가 왕성했다. 그러나 2고에는 이내 사기가 떨어지고, 마지막 3고에는 사기가 모두 소진되고 말았다. 이때를 노려 기습공격을 가함으로써 노나라는 대승을 거두었다. 태양이 소양을 거쳐 소음, 태음의 단계로 접어드는 음양의 변환 이치를 터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병서에 나오는 병법의 이치는 음양의 이치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주역'의 음양론에 기초한 '삼십육계'의 위대한 면모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1계 '만천과해'는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 승리를 거두는 계책을 말한다. 만천과해 일화는 '영락대전' 설인귀정료사략(薛仁貴征遼事略)에서 나왔다.
정관 17년(643), 당태종이 바다를 건너 고구려를 정벌하러 떠날 때였다. 당시 30만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떠나 요동으로 향하던 당태종은 일망무제의 발해만을 바라보고는 바다를 넘어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방사령관 장사귀(張士貴)가 설인귀에게 계책을 묻자 설인귀가 이같이 대답했다. "화앙은 큰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까닭에 고구려를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하는 것이오. 나에게 계책이 있소. 황상이 알지 못하는 사이 대해를 건너도록 할 것이오."
며칠 후 장수들이 태종을 알현했다. 한 호족이 양식을 제공해 군사들을 호궤(犒饋)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당태종이 크게 기뻐했다. 곧 장수를 이끌고 양식을 점검하러 나갔다.
호족의 안내에 따라 이불이 깔려 있는 비단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주연이 베풀어지고 음악이 연주되는 와중에 당태종은 시름을 잊고 크게 취했다.
한참 후 홀연 파도 소리가 들렸다. 장막을 걷고 바깥을 내다보니 30만 대군이 이미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설인귀는 당태종이 바다를 건너는 것을 꺼려 환군할까 우려한 나머지 당태종을 속였던 것이다.
여기서 천자를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의 '만천과해' 성어가 나왔다. 물론 이 일화는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전설에 지나지 않는다.
만천과해의 구체적인 사례로 삼국시대 태사자(太史慈)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북해 태수 공융(孔融)이 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휘하의 태사자는 원병을 청하러 가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었다.
그가 활과 과녁을 휘하에게 들리고 성 밖으로 나가자 성안의 군사나 성 밖의 적병 모두 크게 놀랐다. 태사자는 태연히 말을 끌고 성 가까이에 있는 언덕에 과녁을 세우고 활쏘기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이 끝나자 그는 다시 성안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도 똑같은 자세로 아무 일이 없다는 듯 활쏘기 연습을 했다. 그러자 성 밖에 있는 적병 가운데 이를 신기해하며 구경하는 자도 있고,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자도 생겼다.
며칠 동안 활쏘기를 계속하자 적은 이제 그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되었다. 이를 틈타 태사자는 갑자기 말 위에 올라 채찍을 휘두르며 비호처럼 적의 포위망을 뚫었다.
적들이 속은 것을 알고 손을 쓰려 했을 때는 이미 그가 멀리 가버린 뒤였다. '만천과해'의 요체는 이처럼 겉으로 위엄을 내보임으로써 상대방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기만하는 데 있다.
◼ 소설(小說) 삼십육계(三十六計) 第1計 만천과해(瞞天過海)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손자병법(孫子兵法)과 같은 병법 또는 모략(謀略)을 말한다. 손자병법이 손무(孫武)와 그의 손자인 손빈(孫臏)에 의해 저술된 것과 달리 삼십육계는 누구에 의해 저술된 것인지 모르며 오랜 시간이 흐르며 36가지 모략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삼십육계의 36가지 각각의 모략을 역사상 주요한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정리하고자 해서 기획된 것이 '소설 삼십육계'이다. 그 첫번째가 '만천과해(瞞天過海)' 편이다.
'만천과해'는 당태종(唐太宗)과 장군 설인귀(薛仁貴) 간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하늘을 속이고(瞞天; 여기서의 하늘은 당태종을 의미) 바다를 건넌다(過海)'는 뜻이다.
당태종이 3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高句麗)를 침공하려 할때 바다에 당도하여 부담스러운 고구려 침략을 철회하려 하였다.
대부분의 자료들이 바다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당의 전왕조인 수나라가 고구려 공략의 실패로 멸망한 것으로 감안할 때 바다 보다도 고구려 공략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고구려 침공의 부담스러움을 바다를 핑게로 되돌아 가려 할때 장수 설인귀가 당태종을 배 위에 마련한 술자리로 유인하였다.
물론 당태종은 자신이 마시던 술자리 장소가 배 위인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설인귀는 그렇게 당태종을 속인 것이다(瞞天). 술에 취했던 당태종이 술에서 깨어 났을 때에는 이미 30만 대군이 바다를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過海).
이는 당태종과 설인귀 사이 뿐만 아니라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모략이다. 열국지(列國誌)에 보면 나중에 춘추(春秋) 시대 두번째 패자가 되는 진문공(晉文公) 중이(重耳)가 열국의 떠돌다 아내를 맞이하여 생활에 안주하게 된다.
진나라로 돌아갈 때가 되었음에도 다시 고생길을 떠나기 싫은 중이는 출발을 미룬다. 이에 진나라에서 부터 함께 떠돌던 신하들이 어느날 술자리를 마련하여 술이 취한 중이를 수레에 실고서 떠나버린다. 중이가 술에서 깨었을 때에는 이미 멀리 떠나와 뒤였다.
소설 삼십육계 1의 만천과해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 무대인 전국(戰國) 시대를 마무리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의 생부로 알려진 대상인 여불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불위는 진소양왕의 손자 이인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이인이 진의 왕이 되면 자신이 후원했던 물질과 공로를 인정 받아 그에 수백 수천배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렇게 결정한 순간부터 여불위는 이인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인다.
이인은 진왕의 손자였지만, 태자인 안국군의 적자는 아니었다. 안국군의 적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그의 여자인 조희를 그것도 임신한 상태에서 이인과 혼인하게 만든다.
즉, 이인이 왕이 될 경우 자신의 아들이 태자가 되고 훗날 왕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후에 여불위의 아들이 왕이 되는데 이 아들이 바로 진시황제(秦始皇帝)이다. 정말 '만천과해'의 모략이 아닌가.
여불위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집중하고 집념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안국군이 왕이 된후 태자를 결정함에 있어 큰 아들 자혜와 자초(이인이 후에 이름을 자초로 바꿈) 간에 활쏘기 시합을 벌이게 하였다. 자혜는 이미 수년간 활쏘기를 연습한 상태였고, 자초는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불위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나 여불위만은 실패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뀌 불리한 자신들의 국면을 전화시킬지를 생각했다.
자초는 이 시합에서 이기고 태자가 된다. 그러나 댓가없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여불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의 여자였던 조희를 자초에게 주었는데, 이 조희가 왕후가 된뒤 다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를 요구한다.
왕후가 재상에게 부부의 관계를 유지하는게 말이나 되나. 씁쓰름하지만 이게 인간의 모습이다. "내 신세를 졌으니 내가 반드시 받아내고 말겠어."
여불위가 재상이 된 뒤에 장사꾼 출신임에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의 정치를 보면 너무도 쉽게 이해되며, 깨닫는 바가 있다.
그가 보기에 장사와 정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통점이 많았다. 장사와 정치는 모두 적수를 물리쳐 승리를 얻음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취하는 것이었다. 장사의 의미를 확대한 것이 정치 아닌가?
그러한 여불위가 최후에 자신의 아들인 시황제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죽는 자리에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미 소원성취했다. 그러므로 나는 승리자다. 진나라는 나의 아들의 것이고, 나 여불위의 것이다. 천하를 정복하려던 나의 염원은 나의 아들인 정이 대신해 이룰 것이다. 세상 어느 누가 나 같은 복을 누리겠는가! 나의 생명은 정에게 이어져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면면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 나는 승리자다! 최후의 승리자다!"
승리가 무엇인가? 이렇게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승리하였다는 생각이 들까? 위의 생각은 여불위의 생각이다. 소설 속 허구이지만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며 여불위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에도 늘 무한에 대한 착각 속에서 유한한 꿈을 향해 돌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삼십육계의 정수이며 최후의 일계인 '주위상책(走爲上策)'을 말한다.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을 망가뜨리는 일이 없어야 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본문 내용으로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소감을 갈무리 한다.
주위상책(走爲上策), 이것은 삼십육계가 안배한 최후의 일계이다. 모든 성공한 자들도 이와 같은 것이다. 결코 자신의 성공에 홀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도가(道家)들은 음모를 꺼리며 삼세(三世)에 장수가 되는 것을 꺼린다. 또 공로가 크다는 것은 장수가 만인의 해골을 밟고 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까닭에 성공한 뒤에는 반드시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하며, 만약 할 수 없다면 노자(老子)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성신퇴(功成身退)', 즉 "성공하면 몸을 빼라." 이 역시 '주위상책'일 것이다.
거짓이 거짓을 부른다
자주 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리를 다쳐 뛰어 도망칠 수 없어서다. 거짓말은 곤란한 그 상황을 벗어나려는 기만의 술책일 뿐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부모님이 남동생과 내가 호박엿 먹는 걸 보고 무슨 돈으로 샀느냐고 했다. 내가 얼른 '지난번 오신 손님이 주신 용돈으로 샀다'고 했다. 아버지 책상 위에 있는 돈으로 산 걸 둘러댄 거짓말은 이내 들통났다. 엿장수가 찾아와 '이 집 아들 둘이 큰돈을 가져왔길래 엿을 먼저 줬다'며 어머니에게 거스름돈을 내밀고 나서다.
무심결에 한 거짓말의 벌은 혹독했다. 아버지는 바로 옷을 벗으라고 했다. 팬티까지 다 벗기고 내쫓았다. 벌거숭이인 채로 둘은 초겨울의 논 한가운데 서서 길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 소문이 그새 퍼져 구경꾼들이 몰려왔다. 해 질 녘에 어머니가 아버지 눈을 피해 울고 있는 둘을 싸안고 건넌방으로 들어왔다. 화난 아버지는 살림의 반은 두들겨 부쉈다. 방에 들어왔어도 오들오들 떨며 독한 한기를 느꼈다.
이튿날부터 연이틀에 걸쳐 아버지는 거짓말하지 말 것을 다짐받았다. 거짓말에 대한 가르침은 훗날에도 계속됐다. 아버지는 "사람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거짓말한다. 하루에 한 말의 2%는 거짓말이다"는 자료를 보여줬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대부분은 "자기 잘못을 숨기기 위해서다"고 분석한 아버지는 "거짓말은 해법이 아니라 감출 뿐이다. 감추는 행위가 가장 나쁘다. 진실을 가리기 때문이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확신시켜 진실을 은폐하는 속임수다"며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속임수는 위험하고 비겁하다며 인용한 고사성어가 '하늘과 땅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라'는 뜻인 '만천과해(瞞天過海)'다. '손자병법'에 나온다. 손자는 '전쟁은 속임수의 길이다. 적을 속여서 승리하라'고 했다. 그러나 '속임수를 쓰면 적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한 손자마저 '속임수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기도 하다'며 쓸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탄로 나지 않는 거짓말은 없다"고 단정하면서 "거짓말은 죄악이다. 모두를 피폐하게 한다. 다른 사람의 신뢰를 저버린다"고 죄악시하며 두 번째로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들었다. 해마다 늘어가는 소송 건수 기사 스크랩을 건네주며 아버지는 "원고와 피고 둘 중 하나는 분명히 거짓말을 해서 생긴 사회적 병폐다"며 개탄했다.
거짓이 거짓을 부른다. 거짓말이 습관 되면 진실을 알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고 걱정하며 세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거짓에 익숙해져 진실을 분별할 능력이 사라지는 게 두렵다고까지 했다. 진실을 말하는 습성은 정확하게 사고하는 습성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내가 거짓말을 준비하면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지 못한다"며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거짓을 대할 때마다 그것이 가려져 있을지라도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거짓말에 쏟는 힘의 반만 들여도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경쟁에서 저편은 진실로 무장하고 덤빌 때 나는 반밖에 전력을 쓰지 못하면 반드시 패한다"며 거짓말은 안 된다고 다시 강조했다.
아버지는 "거짓말은 또 자신을 속이는 행위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나를 속이며 얻는 소득이 솔직하게 대처해 얻는 것보다 못하다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네 번째 이유를 들어 거짓말을 경계했다. 값싼 거짓말이 참혹한 대가를 부른다. 거짓말은 소멸하지 않고 커가며 앞으로 나가려는 너를 붙잡는다. 거짓말이 너의 진취성을 좀먹는다고 했다.
지금도 외우는 그때 말씀한 영국 속담이다.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결혼을 해라. 한 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하여라.'
진실을 말하고,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인성이 정직성이다. 항상 진실을 말하고, 내 잘못을 인정하고, 남을 속이지 않으면 신뢰를 얻고 존경받는다. 정직성을 기르기는 쉽지 않지만, 정직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 삼십육계(三十六計)
'삼십육계'는 중국의 병법서이다. 병법에 있어서의 전술 36개를 여섯 항목으로 나누어 모은 것이다. 36계는 승전계, 적전계, 공전계, 혼전계, 병전계, 패전계 총 6개의 큰 줄기에서 각각 6개의 계책이 제시된다.
만들어진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대개 5세기까지의 고사(故事)를 17세기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기에 수집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941년, 산시성 빈현에서 재발견되어 시류를 타고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여러가지 시대의 고사와 교훈이 여기저기 들어있어 중국에서는, 병법서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손자병법(孫子兵法)' 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손질이 덜된 부분이 있어 전술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것 같은 것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서 주역에서 인용하며 해설하고 있지만, 모두 좋은 문장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6계 6조의 배열도 바꿔 넣는 편이 낫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삼십육계'가 역사 속으로 묻혀졌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이일대로(以逸待勞), 전국책(戰國策)의 원교근공(遠交近攻), 두보시(杜甫詩)의 금적금왕(擒賊擒王),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고육계(苦肉計), 미인계(美人計) 등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어느 한 사람이 지은 것으로 볼 수 없고, 어느 한 시대에 이루어진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옛날부터 전해지는 병서의 정수를 모은 책으로서 다른 병서들에 비해 늦게 나오고 경서나 사서와 같이 정통으로 취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출판된 적은 없다.
1. 자치통감(資治通鑑)의 檀公三十六策 走爲上策 計汝父子唯有走耳이란 구절에서 보면 단도제가 정리했을거란 추측을 할 수있다.
남북조시대, 제(齊)나라 5대 황제인 명제(明帝) 소도성(蕭道成)의 종질로서, 고제의 증손(曾孫)인 3대 4대 황제를 차례로 시해하고 제위를 찬탈(簒奪)한 황제인데, 그는 즉위 후에도 고제의 직손(直孫)들은 물론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잡아 죽였다.
이처럼 피의 숙청이 계속되자 고조 이후의 옛 신하들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개국 공신인 회계(會稽) 태수 왕경측(王敬則)의 불안은 날로 심해졌으며, 불안하기는 명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부 장괴(張壞)를 평동(平東) 장군에 임명하여 회계와 인접한 오군(五郡; 강소성 내)으로 파견했는데 왕경측은 1만여 군사를 이끌고 도읍 건강(建康; 南京)을 향해 진군하여 불과 10여 일 만에 건강과 가까운 흥성성(興盛城)을 점령했다. 도주에 농민들이 가세함에 따라 병력도 10여 만으로 늘어났다.
한편 병석의 명제를 대신하여 국정을 돌보던 태자 소보권(蕭寶卷)은 패전 보고서를 받자 피난 준비를 서둘렀으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왕경측은 껄껄 웃으며 말하기를 "단장군(檀將軍)의 '서른 여섯 가지 계책 중 도망가는 것도 계책(三十六計走爲上計)' 이었다고 하더라. 이제 너희 부자(父子)에게 남은 건 도망가는 길밖에 없느니라." 하는 말에서 많이 인용되었다.
2. 후에 주림(朱琳)이 지은 홍문지(洪門志)에는 청대 초에 홍문회(홍화회) 에서 '삼십육계'를 편찬한 일이 있다고 한다. 홍화회(紅花會), 삼불사(三不社), 천지회(天地會), 가로회(哥老會), 대도회(大刀會) 등 실제로 반청복명(反靑復明) 운동을 했던 단체들이다.
대만에서 명나라 부흥운동을 이끌었던 정성공이 이러한 반청복명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있다. 만주족의 지배를 물리치고 다시 한족 왕조를 세우려고 했던 것이다.
3. 풍부한 처세철학을 내포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어서 목판으로 간행하거나 필사되긴 했지만 당시 지식인들이 서가에 놓아 드러내는 것은 꺼려했다고 볼 수 있다.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다.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하면 나태해지고, 자주 보면 의심하지 않게 된다. 음(陰)은 양(陽) 속에 있는 것이지. 양의 대립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太陽)은 태음(太陰)이다.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 :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하다.
적을 공격하는 것은 분산시키느니만 못하고,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비밀리에 공격하느니만 못하다.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치다.
적은 분명하고 친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남의 힘을 빌려 적을 치는 것은 자신의 힘을 쓰지 않고 '각출'로써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 쉬면서 힘을 비축했다가 피로에 지친 적을 맞아 싸우다.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꼭 싸움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효과적인 방어는 강한 자를 약하게 만들고 약한 자를 강하게 만든다.
(제5계) 진화타겁(趁火打劫) : 남의 집에 불난 틈을 타 도둑질하다.
적이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그 기회를 이용하여 적을 패배시킨다.
(제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하다.
적의 지휘가 혼란에 빠지면 앞 못보는 장님과 같다. 이는 홍수가 범람하는 상이나, 적이 자아 통제를 할 수 없는 틈을 타서 그를 멸망시켜야 한다.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 :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기만하면서 기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전선에 무언가를 배치하여 적을 이중의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즉 기만적인 외형은 종종 다가올 위험을 감추고 있는 법이다.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 한고조가 은밀히 진창으로 진군하여 항우의 기선을 제압하고 한나라를 세우다.
적을 제어하기 위해 행동을 고의로 노출시키고 기습공격을 통해 주도권을 장악하다.
(제9계) 격안관화(隔岸觀火) : 강 건너 불보듯 하다.
적의 연합군 내부에 심각한 내분이 발생했을 때, 조용히 그 혼란이 극에 달하기를 기다린다. 적의 내부의 투쟁이 격화되면 적의 연합군은 붕괴를 자초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서 비롯되는 유리한 형세를 면밀히 관찰하여 행동으로 옮길 준비를 한다.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 웃음속에 칼날을 품다.
적으로 하여금 우릴 믿게 안심시킨 후 비밀리에 일을 도모한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후 행동하며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부드러운 외형에 강한 내면을 숨기는 것이다.
(제11계) 이대도강(李代桃僵) :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대신 말라죽다.
운세는 반드시 기울기 마련이니, 작은 것을 희생시켜 전체의 이로움을 구해야 한다. →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제12계) 순수견양(順手牽羊) : 기회를 틈타 양을 슬쩍 끌고 가다.
적의 미세한 틈이라도 받드시 장악해야 하며, 조그만 이익이라도 반드시 얻도록 해야 한다.
(제13계) 타초경사(打草驚蛇) : 풀을 베어 뱀을 놀라게 하다.
적에게 어떤 의심이 생기면 반드시 가서 살펴보아야 한다. 자세한 정찰 후에 비로소 행동해야 한다. 반복하여 정찰해야만이 적의 숨겨진 음모를 발견할 수 있다.
(제14계) 차시환혼(借屍還魂) :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시체를 빌려 부활하다.
강한 자는 이용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한 자는 도움이 필요하니,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빌어서 이용한다. 내가 약한 자에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가 나에게 구한다.
(제15계) 조호리산(調虎離山) : 범을 산 속에서 유인해내다.
자연조건이 적에게 불리해지기를 기다리고 기만으로 그를 유혹한다. 적이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공격하도록 유혹한다.
(제16계) 욕금고종(欲擒姑縱) :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풀어주다.
적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면 적이 도리어 맹렬하게 반격한다. 적을 달아나게 놓아두면 그 기세가 꺾일 것이다. 적을 쫓되 다급하게 쫓지 않고, 적의 힘을 고갈시키고 전투의지를 쇠약하게 만들어 적을 분산시킨 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적을 진압할 수 있다. 즉 공격을 주도면밀하게 지연시킴으로써 적을 스스로 자멸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17계) 포전인옥(抛磚引玉) : 돌을 던져서 구슬을 얻다.
지극히 유사한 것으로 적을 미혹시킨 다음 공격한다.
(제18계) 금적금왕(擒賊擒王) :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는다.
적의 주력을 궤멸시키고, 그 괴수를 사로잡아 적을 와해시킨다. 용도 물을 떠나게 되면 어쩔 도리가 없게 된다.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 : 솥 밑에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 끓어오르는 것을 막다.
강한 적을 만났을 때는 정면으로 공격하지 말고 가장 약한 곳을 찾아내 공략하라. 이것이 부드러운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는 법이다.
(제20계) 혼수모어(混水摸魚) : 흐린 물에서 고기를 잡다.
적의 내부가 혼란한 틈을 타서, 그 약자를 당신의 편에 끌어들여라. 그러면 적은 자멸하게 될 것이다.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 매미가 허물을 벗듯 감쪽같이 몸을 빼 도망하다.
적이 행동하지 못하도록, 진지의 원형을 보존하고 군대가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하라. 그러면 적이 감히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제22계) 관문착적(關門捉賊) : 문을 닫아 걸고 도적을 잡다.
세력이 약한 소규모의 적에 대해서는 포위하여 멸망시켜야 한다. 퇴각하게 놓아두면 섬멸하는 데 불리하다.
(제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다.
멀리 있는 적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편이 유리하다. 멀리 있는 적과는 정치적 주장이 다를지라도 잠시 연합하라.
(제24계) 가도벌괵(假道伐虢) : 기회를 빌미로 세력을 확장시키다.
두 개의 강대국 틈에 끼인 소국이 적의 위협을 받게 되면 즉시 군대를 보내 구해줌으로써 영향력을 확장시켜야 한다.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때 단지 말만 앞세우면 신뢰받을 수 없다.
(제25계) 투량환주(偸樑換柱) : 대들보를 훔쳐내고 기둥으로 바꾸어 넣다.
연합군으로 하여금 진영을 자주 바꾸게 하여 그 주력 부대를 빼내게 한다. 그들이 스스로 붕괴하기를 기다려 그 틈을 타 적을 공격한다. 이는 마치 수레의 바퀴를 빼는 것과 같다.
(제26계) 지상매괴(指桑罵槐) :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하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려면 경고를 해야 할 것이다. 강한 기세로 나아가면 충성을 바칠 것이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면 순종하게 될 것이다.
(제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 : 어리석은 척하되 미친 척하지 말라.
무지한 척 가장하되 무슨 행동을 하지 말라. 총명한 척하며 경거망동하지 말라. 기밀을 누설하지 말고 조용히 계획하라. 천둥번개가 순식간에 치는 것처럼.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우다.
고의로 약점을 노출시켜 적을 그대의 진영 안으로 들어오게 하라. 적의 응원부대를 차단하여 적을 사지로 몰아 넣어라. 판단착오 때문에 적은 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 나무에 꽃을 피우다.
허위로 진영을 배치함으로써 실제보다 세력이 강대하게 보이게 만든다. 기러기가 높이 날아오를 때 날갯짓으로 위용을 더하는 것과 같이.
(제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 주객이 전도되다.
기회를 엿보아 발을 들여놓고, 관건을 파악한 다음, 차츰차츰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면 마침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제31계) 미인계(美人計) : 미녀를 바쳐 음욕으로 유혹하다.
세력이 강한 군대는 그 장수를 공격하고 지략이 뛰어난 자는 색정을 이용한다. 장수가 약해지고 병사가 퇴폐에 흐르게 되면 전투의지가 꺾이는 법이다. 이렇게 적의 약점을 이용하여 아군을 보전한다.
(제32계) 공성계(空城計) : 빈 성으로 유인해 미궁에 빠뜨리다.
아군의 군대가 열세일 때, 방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린다. 적이 강하고 아군이 약한 상황에서, 이 계책은 교묘하고 또 교묘한 것이다.
(제33계) 반간계(反間計) : 적의 첩자를 이용하다.
반간계야말로 적에 대한 기만전술 중 으뜸가는 것이다. 적의 첩자를 역이용함으로써 아무런 손실없이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법이다.
(제34계) 고육계(苦肉計) : 자신을 희생해 적을 안심시키다.
사람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법이므로, 상처를 입었다면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이 점을 이용하여 적으로 하여금 자신의 말을 믿게 만든다. 진실을 거짓으로 가장하고 거짓을 진실로 꾸며 행동한다.
(제35계) 연환계(連環計) : 여러 가지 계책을 연결시키다.
적의 병력이 강할 때는 무모하게 공격해서는 안된다. 적의 내부를 교란시켜 그 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휼륭한 지도자는 하늘의 은총을 얻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제36계) 주위상(走爲上) : 도망치는 것도 뛰어난 전략이다.
강한 적과 싸울 때는 퇴각하여 다시 공격할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허물이 되지 않는다. 도주는 자주 사용되는 군사전략의 하나이다.
◼ 삼십육계(三十六計) 줄행랑
'삼십육계'는 달아나는 병법
중국의 고대(古代)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땅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작은 나라들이 영토를 넓히기 위해 주변 나라들과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을 벌인 역사이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무기 제조법과 병법(兵法)이다.
중국의 병법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오나라 손무(孫武)가 개발한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이 '손자병법' 보다 더 앞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병법이 '삼십육계(三十六計)'이다.
'삼십육계'는 본래 '전쟁을 하는 데 쓰이는 36가지 계책'이라는 뜻이다. 제1계에서 제36계까지 있는데, 제1계는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너간다), 제2계는 위위구조(圍魏救趙; 강한 적은 분산시켜 쳐부수다)이다.
제31계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미인계(美人計)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인 제36계가 주위상책(走爲上策;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이다.
이렇게 보면 '삼십육계'는 36가지 계책 모두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고, 36가지 계책 가운데 36번째 계책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관용 표현에서의 '삼십육계'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36번째 계책은 정확히 말하면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이다. 이는 "36번째 계책은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는 뜻인데, 이것을 줄여 '주위상' 또는 '주위상책'이라 한다.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니 이것이 무슨 병법이 될 수 있는가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달아남'은 아무 대책 없이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장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내일을 기약한 채 작전상 후퇴한다는 것일 뿐이다. 일단 퇴각했다가 전력을 보강하여 다시 싸움에 임한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전투에서는 적당한 때에 퇴각을 결정하는 것도 지혜이자 용기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이 아니라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물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다(부르다, 치다)'와 같이 문장 형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주위상책(走爲上策)'이 '줄행랑'으로 대체되어 있는 것이다. '주위상책'을 '줄행랑'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줄행랑'이 '주위상책'의 의미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줄행랑'은 '줄'과 '행랑(行廊)'이 결합된 어형으로 '대문간에 줄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문간채'를 가리킨다. 솟을 대문에서 보면 좌우로 길게 이어져 있는 행랑채가 바로 '줄행랑'이다.
그 집의 종들이 주로 거처하기 때문에 '줄행랑' 하면 '대문의 좌우에 죽 벌려 있는 종의 방'으로 정의한다. 이 '줄행랑'의 반대말이 '단행랑'이다. '단'은 한자 '單'이어서 '단행랑'은 아주 단촐한 문간채를 가리킨다.
'행랑'을 길게 치는 것을 '줄행랑을 치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줄행랑을 치다'는 이러한 의미가 아니라 '피하여 도망가다'는 비유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길게 행랑을 치듯이 재빠르게 줄달음질을 친다고 하여 '줄행랑을 치다'에 그와 같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줄행랑을 치다'가 '도망가다'의 의미를 띠자 그 구성 요소의 하나인 '줄행랑'까지 '도망'의 의미를 띠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도망'을 뜻하는 '줄행랑'은 '줄걸음'의 동의어이다.
'줄행랑'이 갖는 '도망'이라는 의미는 '주위상책(走爲上策)'이 갖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려운 한문 표현 대신 '줄행랑'을 써서 "삼십육계 줄행랑"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이는 '매우 급하게 도망을 가다'의 뜻이다.
그런데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이라는 한문의 뜻을 충분히 고려한 속담도 있다.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으뜸)"이 바로 그것이다. '달아나는 것'은 '줄행랑'으로, '상책'은 '제일'로 대체 표현한 것으로, 만약 이것을 '삼십육계 도망이 제일(으뜸)'이라고 표현하면 아주 어색해진다.
▶️ 瞞(속일 만, 부끄러워할 문)은 형성문자로 瞒(만)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눈 목(目=罒; 눈, 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만)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瞞(만, 문)은①속이다 ②(눈이) 게슴츠레하다 ③(눈을) 감다 ④(눈이) 어둡다 ⑤흐리다 ⑥평평(平平)한 눈, 그리고 ⓐ부끄러워하다(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속일 사(詐), 속일 궤(詭), 속일 무(誣), 속일 휼(譎), 속일 편(騙) 등이다. 용례로는 거짓으로 속이어 보고함 또는 그 보고나 거짓 보고를 만보(瞞報), 임금에게 거짓으로 속이어 아룀을 만계(瞞啓), 어른어른하게 보임을 만우(瞞盱), 잔꾀로 속이어 남의 물건을 빼앗음을 만탈(瞞奪), 사실을 속이어 숨김을 만폐(瞞蔽), 속여서 넘김을 만과(瞞過), 백성이 관가를 속임을 만관(瞞官), 남의 눈을 속여 넘김을 만착(瞞着), 남을 그럴 듯하게 속여 넘김을 기만(欺瞞),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속임을 모만(冒瞞), 남이 모르게 숨기고 속임을 은만(隱瞞), 면전에서 속임을 면만(面瞞), 기만하는 성질이나 남을 잘 속이는 습성을 기만성(欺瞞性), 남을 그럴 듯하게 속여 넘기는 술책을 기만술(欺瞞術), 기만적인 술책으로 속임수를 기만책(欺瞞策), 속이는 행위를 일컫는 말을 기만행위(欺瞞行爲),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거짓으로 진실을 숨기는 계책을 이르는 말을 만천과해(瞞天過海) 등에 쓰인다.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임을 일컫는 말을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일컫는 말을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성격이나 언동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금도 꾸민 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을 일컫는 말을 천하일색(天下一色),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르는 말을 천붕지통(天崩之痛), 온 세상이 태평함 또는 근심 걱정이 없거나 성질이 느긋하여 세상 근심을 모르고 편안함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을 천하태평(天下泰平), 하늘과 땅 사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을 이르는 말을 천지지간(天地之間),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축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너무 바빠서 두서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 또는 어리석은 사람이 갈 바를 몰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을 일컫는 말을 천방지축(天方地軸),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러움 또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천인공노(天人共怒), 하늘에서 정해 준 연분을 일컫는 말을 천생연분(天生緣分), 하늘이 날아가고 땅이 뒤집힌다는 뜻으로 천지에 큰 이변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천번지복(天翻地覆), 하늘에서 궂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평한 나라와 태평한 시대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천무음우(天無淫雨), 하늘이 정하고 땅이 받드는 길이라는 뜻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을 떳떳한 이치를 일컫는 말을 천경지위(天經地緯), 천장을 모른다는 뜻으로 물건의 값 따위가 자꾸 오르기만 함을 이르는 말을 천정부지(天井不知),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열린다는 뜻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이르는 말을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은 그 끝이 없고 바다는 매우 넓다는 뜻으로 도량이 넓고 그 기상이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천공해활(天空海闊), 하늘에 두 개의 해는 없다는 뜻으로 한 나라에 통치자는 오직 한 사람 뿐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천무이일(天無二日), 멀리 떨어진 낯선 고장에서 혼자 쓸슬히 지낸다는 뜻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천애고독(天涯孤獨),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일컫는 말을 천진난만(天眞爛漫) 등에 쓰인다.
▶️ 過(지날 과, 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过(과)는 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咼(와, 과; 입이 삐뚤어짐)의 뜻이 합(合)하여 바른 길을 지나쳤다는 데서 지나다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過자는 '지나다'나 '경과하다', '지나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過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咼(가를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뼈'를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過자는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가 지나갔음을 뜻하기 때문에 길을 걷는 모습을 그린 辶자가 '지나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過자는 '초과하다'나 '넘치다'와 같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이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過(과)는 지나치는 일, 통과하다, 도를 넘치다, 과오(過誤) 따위의 뜻으로 ①지나다 ②지나는 길에 들르다 ③경과하다 ④왕래하다, 교제하다 ⑤초과하다 ⑥지나치다 ⑦분수에 넘치다 ⑧넘다 ⑨나무라다 ⑩보다, 돌이켜 보다 ⑪옮기다 ⑫허물 ⑬잘못 ⑭괘(卦)의 이름 ⑮예전 그리고 ⓐ재앙(災殃)(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날 력/역(歷), 지날 경(經), 그릇될 와(訛), 그르칠 오(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 공(功)이다. 용례로는 일이 되어 가는 경로를 과정(過程), 지나간 때를 과거(過去), 예정한 수량이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음을 과잉(過剩), 지나치게 격렬함을 과격(過激),정도에 넘침을 과도(過度),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과열(過熱), 잘못이나 그릇된 짓을 과오(過誤), 지나간 일을 과거사(過去事), 조심을 하지 않거나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과실(過失),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을 사과(謝過),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사물의 한도를 넘어섬을 초과(超過), 공로와 과오를 공과(功過), 대강 보아 넘기다 빠뜨림을 간과(看過), 때의 지나감이나 시간이 지나감을 경과(經過), 모르는 체 넘겨 버림을 묵과(默過), 능력 같은 것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나 딱 알맞지 않음 또는 중용을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과불급(過不及),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을 과유불급(過猶不及), 밀밭을 지나면 밀 냄새만 맡고도 취하게 된다는 뜻으로 술을 도무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맥전대취(過麥田大醉), 뜰에서 가르친다는 뜻으로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과정지훈(過庭之訓), 눈에 스쳐 지나가면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과목불망(過目不忘), 아는 이의 문전을 지나가면서도 들르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과문불입(過門不入), 성인이 지나가는 곳에는 백성이 그 덕에 화하고 성인이 있는 곳에는 그 덕화가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을 과화존신(過化存神),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과공비례(過恭非禮),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그 사람이 내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하여 별로 유감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김을 이르는 말을 과문불감(過門不憾), 사실보다 지나치게 평가함을 일컫는 말을 과대평가(過大評價), 잘못을 서로 고쳐 줌을 일컫는 말을 과실상규(過失相規),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과여불급(過如不及), 잘못하고서 고치지 않는 것이라는 뜻으로 그것을 잘못이라고 하는 의미의 말을 과이불개(過而不改), 지나간 일을 일컫는 말을 과거지사(過去之事), 지나가는 불에 밥을 짓는다는 뜻으로 어느 특정한 사람을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이르는 말을 과화숙식(過火熟食), 다리를 건너고 나서 그 다리를 부수어 목재를 훔쳐간다는 뜻으로 극도의 이기심이나 배은망덕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과하탁교(過河坼橋), 분수에 지나치는 욕망을 일컫는 말을 과분지망(過分之望), 사물을 지나치게 떠벌림을 일컫는 말을 과대황장(過大皇張), 분에 넘치는 일을 일컫는 말을 과분지사(過分之事), 과오를 저지른 후에 능히 고침 즉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연후에 잘못을 참회함으로써 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과연후능개(過然後能改),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센 힘을 일컫는 말을 과인지력(過人之力), 한 번 보기만 하면 그대로 욈을 일컫는 말을 과목성송(過目成誦) 등에 쓰인다.
▶️ 海(바다 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每(매, 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每(매)는 母(모)와 같아서 애를 낳는 사람, 출산이나 결혼은 어두운 때와 관계가 있어 每(매)는 어둡다는 뜻도 나타낸다. 또 중국 북방의 사람이 볼 수 있었던 바다는 검고 크고 어두운 것이었다. ❷회의문자로 海자는 '바다'나 '바닷물', '크다', '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海자는 水(물 수)자와 每(매양 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每자는 비녀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것이다. 고대 모계사회에서는 대지나 바다를 '여성'에 비유하곤 했다. 海자는 그러한 인식이 반영된 글자로 '어머니의 물'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중국의 초기국가인 상(商)나라는 내륙 깊숙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갑골문에서는 海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海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금문 이후로 지금의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 海(해)는 (1)나라에서 신성시(神聖視)하여 가물 때에 제사(祭祀)를 지내던 세 바다. 동해(東海)는 양양(襄陽)에서, 남해(南海)는 나주(羅州)에서, 서해(西海)는 풍주(豊州)에서 각각 제사를 지냈다. 악(嶽). 독(瀆)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바다 ②바닷물 ③많이 모인 곳 ④물산(物産)이 풍부한 모양 ⑤널리 ⑥크게 ⑦어둡다 ⑧크다, 넓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큰 바다 양(洋), 물결 랑/낭(浪), 시내 계(溪), 바다 명(溟), 큰 바다 창(滄), 바다 영(瀛), 물 수(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뭍 륙/육(陸), 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바다 밖의 다른 나라라는 뜻으로 외국을 일컫는 말로 해외(海外), 넓은 바다를 해양(海洋), 바다에서 전투를 맡아 하는 군대를 해군(海軍), 바다 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를 해녀(海女), 바닷가의 언덕이나 기슭을 해안(海岸), 바다 밑바닥을 해저(海底), 바다의 일정한 구역을 해역(海域),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뜻으로 나라 안을 일컫는 말로 해내(海內), 뭍이나 산이 평균 해면에 비하여 높은 정도를 해발(海拔), 바다 속에서 나는 풀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해초(海草), 육지 사이에 끼여서 양쪽의 넓은 바다로 통하는 좁고 긴 바다를 해협(海峽), 바다와 땅이 서로 잇닿은 곳이나 그 근처를 해변(海邊), 해상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를 해리(海里), 바다를 다니며 배를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는 도둑을 해적(海賊),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해풍(海風), 얼굴에 웃음을 띰을 해안(海顔), 이룰 수 없는 바람을 해지(海志), 괴로운 인간세계를 고해(苦海), 벼루를 달리 일컫는 말로 묵해(墨海), 넓고 깊은 불교의 세계를 법해(法海), 넓은 지역에 걸쳐 우거져 있어서 바다처럼 보이는 큰 숲을 임해(林海),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서쪽에 있는 바다를 서해(西海), 배로 바다 위를 항해함을 항해(航海), 영토에 딸려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바다를 영해(領海), 육지에 가까운 바다를 근해(近海), 육지 가까이 있는 대륙붕을 덮고 있는 바다를 연해(沿海), 육지와 바다를 육해(陸海), 넓고 큰 바다를 창해(滄海), 넓고 큰 바다를 대해(大海), 바다에 파도가 일지 않음의 뜻으로 임금의 좋은 정치로 백성이 편안하다는 말을 해불양파(海不揚波), 바다에서 천 년 산에서 천 년을 산 뱀은 용이 된다는 뜻으로 오랜 경험으로 세상 안팎을 다 알아 지나치게 약삭빠름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을 해천산천(海千山千), 바다 물은 짜고 민물은 맛이 담백하다는 말을 해함하담(海鹹河淡), 산과 같고 바다와 같이 매우 크고 많다는 말을 여산약해(如山若海), 하늘 같이 높고 바다 같이 깊다는 말을 여천여해(如天如海)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