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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아.”
“어?”
“여기 좀 앉아봐.”
야자 끝나고 집에 돌아왔더니 형이 쇼파에 앉아서 부른다.
“왜.”
“이거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뭘?”
“그래도 니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형이 우물쭈물거린다.
“그……. 개차반장 있잖아…….”
“어.”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했어.”
이런 미친
“형!”
“아가?”
하얀 침대에 누워있던 최도진이 몸을 일으켰다. 차에 치이고나서 피 토하면서 쓰러졌다더니, 안색이 많이 안좋다. 아니, 무단횡단하던 취객 구하다가 차에 치이는 병신같은 정의의 사도가 세상에 어딨냐고. 씨……. 눈가에 작게 피딱지도 앉았네.
“왠일이야. 이 밤중에.”
“씨, 다치긴 왜 다쳐요! 얼굴 아깝게!”
“늦었는데 왜왔어?”
“당연히…….”
“링거 확인해 드릴게요.”
갑자기 간호사 누나가 들어와서 최도진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다행이 큰 상처는 없다. 손발도 멀쩡한 것 같고. 손에 들고있는 파일에 볼펜으로 체크를 한 간호사 누나가 최도진에게 흘깃 눈길을 보냈다. 하여간 잘생긴건 알아가지고……. 최도진이 쳐다도 보지않자 조금 무안해진듯 간호사 누나가 걸음을 빨리해서 병실을 나갔다.
“저기, 누나.”
“네?”
따라나와 간호사 누나를 불러세웠다.
“저 형 말이에요…….”
“네.”
“많이 다친거에요?”
“음, 정밀 검사를 내일 해봐야 알겠지만…….”
정밀 검사래……. 그것은 드라마에서 죽을 병 걸린 주인공이 받는거 아니던가. 지금 최도진이 그 위기에…….
“아무 문제 없으신것 같네요.”
잉?
“차에 치였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신기하게도 멀쩡하세요.”
“피도 토했다던데…….”
“아, 입 안쪽에 상처가 좀 나셨는데, 그거 때문에 그렇게 보였나봐요.”
이… 이 모든게 우현이형의 호들갑이란 말인가. 어색하게 웃으며 간호사 누나에게 인사하고 병실로 돌아오니 최도진이 활짝 웃으며 양 팔을 벌렸다. 나도 활짝 웃으며 양 손으로 빠큐를 날려주고는 옆에 자리한 의자에 앉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한밤중에 병원으로 뛰어왔단 말인가…….
“형한테 입단속은 왜 시켰어요?”
“정형사가 말했는데 아가가 병문안 안오면 서러울까봐.”
아하. 그러셨어요?
“그나저나, 아가가 이렇게 걱정해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걱정이라뇨?”
“피곤할텐데 그 얘기 듣고 바로 병원까지 와줬잖아. 아냐?”
“맞긴 한데…….”
“형 지금 너무 감동받았어.”
최도진이 손으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밝게 웃어보였다. 그 얼굴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형 입원하면 그…….”
“그?”
“여, 여행 못가잖아요.”
딱히 형 걱정한건 아니거든요.
* * *
“이야, 쩐다.”
송여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뭐, 감탄한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 먼 강원도까지 오랜시간 차타고 달려온 보람이 있구나. 주차장에서부터 계곡물이 시원하게 쏟아지는데 펜션까지 올라가면 얼마나 엄청날까.
“형님. 존경합니다.”
“응. 알아.”
송여름과 송겨울은 저 커다란 가방들이 무겁지도 않은지 오르막길을 신나게 달려올라갔다. 너네… 펜션 어딘지는 아니?
“생각보다 훨씬 더 좋네요.”
“그치? 스트레스 확실하게 풀 수 있는데로 선정했어.”
최도진이 자연스럽게 자기 캐리어와 내 가방을 양손에 집어들었다. 내 가방쯤은 내가 들 수 있는데. 내 가방을 뺏으려고 하자 최도진이 가방 든 손을 뒤로 쑥 뺐다. 다시 뺏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팔을 위로 들어버렸다. 덕분에 난 최도진의 가슴팍에 코를 그대로 박아버렸고. 아씨, 졸라 아퍼…….
“아가, 형아 품에 안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지않니?”
“개소리 말아요.”
씩 웃고있는 최도진의 손에서 내 가방을 확 뺏어들고는 앞에 뛰어가는 송여름 송겨울의 뒤를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길이 하나뿐이라 길 잃을 걱정은 없기에 편한 마음으로 산을 올라갔다.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사람 수가 줄었고 마침내 우리가 묵기로 되어있는 펜션에 도착하자 주변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 최도진씨 일행인가?”
펜션 앞에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중년 아저씨가 서있었다. 최도진이 다가가서 무어라고 말을 하자 아저씨는 문을 열어주고 열쇠를 넘겨주었다.
“밤에는 위험하니까 돌아다니지 말아요.”
“네에.”
펜션 내부는 아담했지만 깔끔했다. 송송은 짐을 내던지다시피 내려놓고는 그대로 펜션 앞 계곡으로 돌진했다. 나와 최도진은 양 손에 가방을 들고ㅡ저 망할 악마들이 무거운 가방을 현관앞에 내팽겨치고 가버려서ㅡ 방까지 들어왔다. 침대가 두 개에, 부엌엔 큰 냉장고도 있고. 깨끗한 화장실까지. 있을건 다있네. 내 2박 3일을 너에게 바친다, 펜션아.
“형, 돈 되게 많이 쓰셨겠어요.”
“비수기라서 괜찮아. 먹을거도 너희가 사왔잖아.”
“에이, 그래도요.”
아무리 비수기라도 그렇지, 2박 3일이면 돈이 꽤 나왔을텐데. 고맙게시리. 뒷머리만 벅벅 긁는데 최도진이 음식물들을ㅡ송씨네 악마들이 술을 챙기자고 했는데 의외로 최도진이 뜯어말려서 술은 제외됐다ㅡ 냉장고에 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거들었다.
“저놈들이 먹을거 사온대서 라면만 사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호화롭네요.”
“그렇지? 요리는 아가가 하는거다.”
“네?”
“우리중에 너 말고 요리할줄 아는 사람이 있겠니?”
없겠죠, 당연히. 에휴. 냉장고 가득 음료수와 고기, 야채를 채웠다. 3일동안 걱정없겠군.
“이제 가자. 실컷 놀아야지.”
그래. 오늘은 실컷 놀자.
* * *
물에서 나와 바위에 걸터앉았다. 발만 물에 찰랑찰랑 담그고 있자니 최도진이 커다란 타올을 건넸다. 머리를 털어내고 그대로 몸에 둘렀다. 따뜻하다…….
“감기 걸려.”
“에이, 여름인데요 뭐.”
“모르는 소리 한다. 여름에 더 잘걸려.”
최도진이 내 옆에 걸터앉자 발목까지 물에 잠겼다. 나는 발바닥에 겨우 찰랑거리는데 최도진은 왜 발목까지 잠기지? 내 다리길이는 정말 비루하구나…….
“멍청한 새끼. 넌 날 그렇게도 모르냐?”
“내 혈육이라면 설마 이런 짓은 안할거라고 생각했다.”
“니가 니 혈육한테 하는 짓을 생각해봐.”
“어쨌든 개새, 넌 죽었어.”
송여름이 송겨울에게 물을 잔뜩 먹이자 송겨울이 눈에 살기를 머금고 송여름을 쫓아갔다. 쟤네는 여기 와서도 저러는구나. 하긴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간다고 안새겠냐마는. 송여름이 펜션 뒤로 도망치자 송겨울이 육상선수 뺨치는 속도로 달려나갔다. 하여간 저 놈들은 에너자이저가 따로없다니까.
“병신 진짜 빠르네.”
“쟤 호구에요.”
“그래? 넌 어떻게 바로 구별해?”
“초등학교때부터 시달려서 이젠 직감이 와요.”
차이점을 말로 표현하긴 애매하지만 송여름과 송겨울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뭐, 남들은 도통 구별을 못한다고 하지만 나처럼 저 악마들에게 애증과 관심만 충분하다면 보자마자 알 수 있다.
“아가.”
“네?”
“너무 조용하지 않아?”
진짜다. 너무 조용한데.
“…그러게요.”
“병신이랑 호구 어디갔지? 펜션에는 없는것 같은데.”
“날도 어두운데……. 멀리 가지는 않았겠죠.”
갑자기 뒤에서 숨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라 돌아보니 서있는건 넋이 나간 송겨울이다.
“야.”
“도현아……. 형님…….”
“왜그래? 호구.”
“그게……. 소…….”
송겨울이 당황과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송여름이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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핰 애정하는 박윤자님이 만들어주셨써요
망할 크리스마스네요 ㅡㅡ
전 집에서 글이나 쓰고 포토샵이나 해야겠습니다
일단 지금 새벽2시니까 자러갈게요... 헝헝 너무 피곤해요ㅠㅠ
오늘 내로 한편 또 업뎃할게요. 약속드림다.
댓글이 큰 힘이 돼요. 댓글 달아주신분들 사랑해요.
첫댓글 허.........병신없어져서 어떻해요..ㅠㅠ무슨일 없겟죠 ....? ㅜㅜ 병신이라니까 이상하다...에헴..여름이 없어져서..어쩐대요 ..다음편 기다릴게요~..메리..크리스마스...하..ㅜㅜ
안돼~~~~~병신이는 호구와 더불어 내꺼란 말이야...
우현이의 호들갑은 정말...할말 없게 만드네요.
그렇다고 냉큼 달려가는 도현이라니...이녀석 인정을 안햇다뿐이지 이미 마음은 도진이한테 열려있나봐요.
말로는 여행 못갈까봐라고 햇지만서도..
이좋은 크리스마스에 데이트도 안하고 열심히 업뎃만 하시는건가요?
저야 좋지만...다음편 기대하고 있을게요.
허~얼.... 여름이는 어디갔을까??
이번 여행으로 도진이랑 도현이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
어찌~~~ 없어졌대요..ㅠㅠ 암일도 없겠죠? 걱정되네요~~
아 겨울이랑 여름이는 한세트인데 ㅠㅠ 여름아 어디간거니~ 심히 걱정되는 이맘을 ㅠㅠㅠ 다음편도 기대용~ㅎㅎ
ㅠㅠ여름이 어디로 사라진거니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