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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차례
1. 새로울 게 없는 바이든의 대북정책
2. 미국이 선택했어야 하는 대북정책
3. 이 상태로 가면 미국은 무너진다
1. 새로울 게 없는 바이든의 대북정책
4월 30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드디어 대북정책 개요를 공개했다. 바이든 정권 출범 100일 만이다. 바이든 정부는 새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미세하게 조정된’ ‘단계적’ 접근 ▲미국과 동맹국, 실전 배치된 주둔 병력의 안전을 강화하는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 ▲외교와 단호한 억지 병행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식도 아니고 오바마식도 아니라는 뜻이다.
특이한 것은 이게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전부라는 것이다. 개요 정도만 있고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이 없다. 더 자세한 게 나오지 않을까 기다려 봤지만 추가로 공개되는 게 없다. 언론도 당황한 눈치다. 중앙일보는 5월 9일 <北 무반응 때문? 공개 뜸들이는 ‘바이든표 대북정책’ 왜>라고 보도했고 뉴스1도 같은 날 <바이든 대북정책 세부내용 공개 왜 늦어지나..전략적 고려?>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북정책은 별 내용이 없고 실용적으로 하겠다느니 하는 하나 마나 한 수사로만 채워져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자신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대북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전 정권의 대북정책과 한번 비교해보자.
어떤 이들은 트럼프를 여느 미국 정권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북미정상회담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정말 다른 미국 정권과 다를까? 트럼프는 싱가포르공동성명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긴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지도 않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려 들지도 않았다. 대신 대북제재를 지속했고 항공모함이나 B-52H 같은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해 북한을 위협하곤 했다. 다른 미국 정권과 같이 대북적대정책을 계속한 것이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싱가포르공동성명에 합의한 건 북한과 정말로 관계개선을 이루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2017년 11월,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해 미국 전역을 핵공격할 수 있음을 입증하자 미국은 안보 불안에 빠졌다. 미국은 2017년 12월 18일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가장 먼저 ‘본토 및 미국민 보호’를 핵심 기조로 설정했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 문제가 매일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일어난다면 빨리 멈출 방법이 뭔지를 고민했다”라면서 전전긍긍해 했다. 그래서 핵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상회담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19년 1월 3일 “(북미정상회담은) 우리를 향해 발사될 핵무기뿐 아니라 핵확산의 위협을 줄여 훨씬 더 안전하고 나은 미국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속내를 실토했다.
그러니까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택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대북적대정책을 버리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다. 아마 트럼프 대신 힐러리 클린턴이 집권했어도 비슷한 경로를 택했을 것이다.
트럼프에 앞서서도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클린턴 정부는 1994년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맺었다. 당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영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은 북한에 시비를 걸며 핵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느니 미신고한 핵시설을 특별사찰해야겠다느니 하며 북한을 압박해 나섰다. 북한은 미국과 공방을 벌이던 끝에 이런 부당한 요구를 당할 바에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핵확산금지조약은 미국이 새로운 핵보유국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었다.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만 핵무기를 갖고 그 외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체제다. 그런데 북한이 임의로 탈퇴해버리면 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조약을 탈퇴하지 않도록 시급히 협상에 나섰고 그 결과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맺게 됐다.
제네바합의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북한과 미국은 정치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북한이 영변 발전소를 해체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했다. 이 합의가 이행됐으면 좋았겠지만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2003년까지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지만 땅만 좀 파다가 끝내 경수로를 짓지 않았다. 결국 제네바합의는 파기됐고 북한은 2003년 1월 NPT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 클린턴 정부는 제네바합의를 이행할 생각이 없었던 듯 보인다. 클린턴도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945년 8월 15일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한 적이 없다. 군사적 압박, 제재, 인권을 내세운 외교적 압박 그리고 대화, 이런 것들은 모두 대북적대정책으로 이런 저런 방법을 돌아가면서 쓴 것일 뿐이다.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의 차이였지 대북적대정책인 건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도 적대정책일 뿐 새로운 게 전혀 없다. 설령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해도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은 정상회담 합의사항은 안중에도 없고 북한 비핵화를 강요하거나 인권 문제를 들먹이며 대북적대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이다.
2. 미국이 선택했어야 하는 대북정책
그러면 미국이 발표했어야 하는 대북정책은 무엇일까? 북한이 요구하고 북미가 합의한 것, 그리고 전 세계가 지지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다. 북한도 미국에 적대정책을 버리라고 요구하고,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것도 전쟁종식, 평화체제, 상호 존중 등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전폭 지지했다. 영역별로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정치 영역에서는 싱가포르공동성명 1항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해나가자는 내용에 맞게 기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은 서로 대표부를 설치하고 앞으로 수교까지 맺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발전시켜 나가는 걸 추진해볼 수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도 북한과 미국은 각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뒤 향후 대사급 관계로 격상 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었다.
다음, 군사적으로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적 관계로 가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공동성명 2항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기초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북한은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합의한 바 있다.
그리고 교류협력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급의 교향악단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해 연주회를 열 수 있다. 남북도 2018년 평양동계올림픽 이후 남과 북을 오가며 서로의 공연단이 공연했었고 북미도 2008년에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게 바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바이든 정부가 이런 대북정책을 발표했다면 남북미 국민과 전 세계가 열렬히 지지했을 것이다.
이런 대북정책은 실현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이런 대북정책을 발표한다면 북한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거부하면 북한은 대미적대정책을 고집해 평화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고 국제무대에서 고립되게 된다. 사실, 이 정도 정책이면 북한이 충분히 받아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 북한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대화의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이런 것과 비교해서 보면 이번에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북정책은 얼마나 구태의연한가. 바이든의 대북정책이란 외교와 억지를 병행하겠다는 둥 북한을 적대하겠다는 것만 드러냈을 뿐 자기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게 없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분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내용이 없고 단순하다.
바이든 대북정책에서 꼬집을 게 있다면, 완전히 속임수일 뿐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가 구태의연한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새롭다고 포장하는 건 목적이 있다. 자기들은 뭔가 새롭게 해보려고 하는데 북한이 거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지금 북미대화가 안 되는 원인이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안 되어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과거 오바마 정부가 했던 것이 딱 바이든 정부 같았다. 오바마는 북한과의 대화엔 응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꾸준히 압박해 붕괴시키겠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썼다. 그러면서도 오바마는 말로는 “조건 없이 (북한·시리아·이란·베네수엘라 등의) 지도자들을 만나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많은 사람이 진보적이고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듣고선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했다. 책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인 브루스 커밍스도 “오바마는 매우 현명한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미관계가 큰 폭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기대했다. 북한에 비난이 쏟아지도록 사람들을 현혹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바이든 정부 정책은 사람들을 속이기에도 너무 부실하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봐도 도대체 미국이 뭘 하겠다는 건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워싱턴포스트는 5월 5일 칼럼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결국,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라며 벌써 바이든 대북정책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무척 수세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국은 대북정책을 표현하며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했다. 미국 언론 복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목표를 ‘북한 비핵화’라고 명시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바이든 대통령을 무시했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북한의 눈치를 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북정책에는 미국이 줄곧 주장해오던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라는 표현도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기조를 세워놓았다. 미국 NBC는 바이든 정부가 “배를 흔들지 말라”라는 기조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이 무시하는 데도 계속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2월 중순부터 3월께까지 여러 경로로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대놓고 모욕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최근 또다시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5월 3일 “북한이 외교적인 교류의 기회를 잡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법을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며 대화를 요청했다.
이를 보면 미국이 수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우위에 섰으면 앞으로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받아주기만을 바라며 저자세를 보인다.
3. 이 상태로 가면 미국은 무너진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진 않으면서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세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관계개선을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이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는 미국에 해롭다. 미국은 평범한 나라와는 다르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하여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약탈해온 제국주의 나라다. 미국이 북한을 제압하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북한을 방치하면 제국주의 나라로서의 패권이 무너지게 된다.
바이든 정부는 자신이 강경책을 꺼내면 북한도 강경책을 꺼내 들까 봐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대화를 하자니, 평화협정 체결 같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싫다. 최선의 선택지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으면서 형식적인 대화만 계속 이어나가는 건데, 그건 북한이 거부한다.
그러면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고작해서 인권을 들먹이며 북한을 비난하는 것, 한국 탈북자단체를 부추겨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 정도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5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 ‘2020년의 미-일 동맹’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장기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쉬운 해법은 없다...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이 없다면 미국은 앞으로도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 세상에 이런 제국, 이런 패권국가도 있는가? 미 제국은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처지에 놓이다 보면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에 ‘도움’을 구걸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블링컨 국무장관은 5월 4일 “앞으로 중국과 북한 및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구애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중국은 대결 중이다. 미국은 각종 경제전쟁을 하는 판에 무슨 염치로 중국에 도와달라고 하는가? 미국이 중국에 도와달라고 부탁하려면 중국에 무언가를 내줘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지금 쿼드 등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려는 동북아시아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중국 포위망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즉,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에 손을 내밀면 중국 포위망이 풀리고, 중국 포위망을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을 내버려 두면 미국의 패권이 몰락한다. 이것마저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앞날은 밝지가 않다. 미국은 완전히 사면초가 신세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계속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 1990년대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하면서 든든한 우방국들이 숱하게 무너졌고 2005년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과 관계를 개선해 이젠 상당히 밀착된 관계를 맺었다. 국제환경이 과거보다 더 나아진 것이다. 북한으로선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질 것은 없다. 게다가 북한 내부 경제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세계인의 관심사는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압박하고 이끌어내느냐가 아니다. 반대로 북한이 미국을 얼마나 위협하게 될지에 관심을 둔다. 북한이 과연 언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지, 핵실험을 재개하지는 않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는 지금 이 시각에도 고도화되고 있을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어느 순간에 북한이 자신들의 성능 개선 필요에 따라서 추가 (ICBM) 시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항상 핵을 확산시키려는 사람들 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에 위협이 되는 건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이 아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극초음속미사일,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만들겠다고 공개선언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핵잠수함이나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곤 했는데, 그런 행동을 반복해봤자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처럼 북한은 점점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데 미국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미국에선 북한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비명을 지른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이 가장 큰 대외정책의 위협”이라고 꼽고, 오스틴 국방장관도 “북한은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말하며 미 외교협회도 북한이 올해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짚었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북정책 중에도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미국 병사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은 지금 자기 자신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8월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8월에 만약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면 북한이 강력히 대응해 실제 전쟁위기로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올 8월엔 최대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긴장하며 주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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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ccmessage.kr/news/articleView.html?idxno=23035
[아침햇살133] 성 김은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왜 왔을까
1.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주권연구소]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방한했다. 성 김 특별대표가 방한한 목적은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월 17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대결할 가능성이 크니 대결을 잘 준비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미국은 이 발언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라며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 김을 한국에 보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성 김은 6월 21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라며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6월 22일 미국의 행태를 “꿈보다 해몽”이라고 풍자하며 미국의 대화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리선권 외무상은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 김 특별대표는 결국 북한을 만나지 못하고 쓸쓸히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을 만나보겠다고 한국까지 날아왔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 속된 말로 ‘개무시’를 당했다. 미국이 이야기를 하자는데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으로선 엄청난 수모와 망신을 겪은 셈이다. 성 김은 출국하기 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떠났다.
사실 미국의 수모는 예견된 것이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3월 17일 미국의 시간벌이에 응해 줄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도 미국이 새로 결정한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그 후 북한이 태도를 바꿀 만큼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까지 와서 북한에 만나달라고 요청했고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미국은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바이든 정부는 4월 30일 발표한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동맹국, 실전 배치된 주둔 병력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고려하면 성 김 특별대표의 방한은 미국과 일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안전을 위한 차원의 행동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을 적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했고 다가오는 8월에도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대북제재도 지속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도 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으로 미국을 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 밝혔다. 5월 31일에는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말해 미 본토를 겨냥하고 있음을 천명했다.
다급한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결이 격화되는 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설사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대화 의지를 계속 피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문전박대 당할 걸 알면서도 성 김 특별대표를 한국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내서 시간벌이를 하려는 속셈이다.
그런데 성 김 특별대표가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 파장은 생각보다 멀리 퍼졌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 6월 23일,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에서 바라본 영국 구축함 HMS 디펜더의 모습. 러시아 발표에 따르면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를 침범했다가 러시아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갔다고 한다.
2.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미국은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유럽의 흑해에서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시 브리즈21(Sea Breeze 21)’을 실시한다. 시 브리즈는 러시아 압박용 군사훈련이다. 올해 시 브리즈 훈련은 특별하게 준비됐다. 2017년엔 18개 나라가, 작년엔 9개 나라가 참가했는데 올해엔 32개국이 참가하게 되었다. 미국이 예년에 비해 훈련 규모를 두세 배 키운 것이다.
미국이 시 브리즈 훈련의 규모를 키운 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는데 2014년 러시아가 자기네 영토로 편입했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로도 분쟁이 지속됐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국민들은 2014년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들을 제압하려 했다. 그래서 일어난 군사충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우크라이나는 군을 동부지역에 보내 진압하려 했지만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대규모 군대를 보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견제했다. 러시아는 4월 8일 우크라이나군이 행동에 나서면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6월 23일에는 흑해에서 영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일이 일어났다. 영국 해군 구축함이 크림반도 러시아 해역을 3km 침범한 것이다.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수호이를 출격시켜 폭탄 4발을 위협투하했고 그러자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 밖으로 도망쳤다. 미국과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패배한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영국 해군 함정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 중”이었고 “경고사격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는 러시아 영해로 넘어온 영국 구축함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구축함에 타고 있던 BBC 기자도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사격하겠다는 경고가 들렸고 이후 멀리서 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증언했다. 이를 보면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인 것 같다.
*무해통항: 아무 문제의 소지 없이 항해하는 것
크림반도를 둘러싼 대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로 재편됐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큰 파열구를 내는 중대 사건이 일어났다. 그 중 하나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이다. 다음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해 미국을 위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북한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이다. 이 사건들이 파열구를 내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는 자본주의 체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패퇴하고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는 지경이 됐다.
사실 미국이 러시아와 대결에서 밀려난 건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2008년에는 러시아와 조지아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원래 조지아는 소련 소속 국가였는데 소련 붕괴 후 친미 국가로 변했다. 나라 이름도 소련 시절엔 러시아어식으로 그루지야였지만, 친미 국가로 돌아서면서 영어식으로 조지아로 바꾸었다.
조지아에서도 우크라이나처럼 영토분쟁이 있다. 1990년대 초 남오세티야 공화국-알라니야국은 조지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그때로부터 지금껏 조지아와 남오세티야는 갈등을 빚고 있다.
조지아는 2008년 미국의 지원 약속을 믿고 남오세티야를 공격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전쟁에 개입해 조지아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때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조지아가 패배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 개입하지 못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에서도 대결한 적 있다. 미국은 시리아 반정부군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대리전을 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하겠다며 직접 시리아 땅에 군대를 들이밀기도 했다. 이 대결은 미국이 2019년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결정하며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터키가 미국의 미사일을 사느냐 아니면 러시아의 무기를 사느냐를 두고도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은 터키를 경제제재까지 하면서 미국 무기를 살 것을 강요했지만 터키는 끝내 러시아의 무기를 구매했다. 터키는 친미 국가에 속했지만 이제는 반미 국가에 가까워졌다.
독일은 러시아와 천연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은 대러제재 위반이라며 중단시키려 했지만 독일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러시아와의 가스관 연결을 강행했다.
이렇게 미국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밀렸던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크림반도 사건은 이들 사건과는 다른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우크라이나도 과거 소련에 소속돼 있는 나라였다. 우크라이나엔 소련이 배치한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소련이 해체되자 우크라이나는 별안간 핵보유국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그 대신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기네 영토로 병합시키는데도 미국과 서방사회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영토 병합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대결 중에 가장 강력한 승리다. 권투 시합으로 말하면 러시아가 미국을 다운시킨 것과 다름없다. 1991년 소련 해체를 겪으며 패배했던 러시아가 2014년 미국에 역전타를 날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이대로 방치하면 제국으로서의 위신을 세울 수 없다. 군사력으로 세계를 재패했다는 미국이 러시아가 영토를 빼앗는 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는다면 누가 미국을 따르겠는가.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일본의 일본경제연구센터와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소 등은 2028년이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를 추월할 거라고 내다보았다. 대체로 길어도 10년 정도면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따라잡는다고 예상한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쥘 수 있었던 힘 중 하나인 경제력에서 세계 2등 국가로 전락할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 됐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북한과의 대결에서 하염없이 당하고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화염과 분노’ 운운하면서 대결정책을 폈다. 그러다 북한이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자 미국은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압박을 당했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은 “(미 본토가 공격당하는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랴부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며 자랑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전쟁을 막았다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쥘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인 군사력에서 북한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은 내부적으로도 무너지고 있다. 올해 1월 6일에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미 의사당을 점거당하는 등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또한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라 ‘절망의 나라’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절망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절망사란 빈부격차가 커져 좌절을 느낀 빈곤층이 자살, 알코올 중독, 마약으로 죽게 되는 걸 말한다.
미국에서의 절망사는 1995년 6만 5천 명이던 게 2018년 15만 8천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절망사 때문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축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6월 24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 아파트가 순식간에 붕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마치 오늘날 미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미국은 패권이 몰락하는 상황을 뒤집어 보려 발버둥 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바이든도 대선 슬로건으로 “재건”을 내세웠다. 미국이 크림반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련을 붕괴시킴으로써 세계를 제패했듯 러시아에 맞서 크림반도를 되찾음으로써 재역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의 생각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고 있다. 영국을 내세워 구축함을 들이밀어 보았지만 보기 좋게 패퇴하고 말았다. 사실 미국 자신도 2014년 크림반도 사건 초기에 흑해에 구축함 도널드 쿡함을 진입시킨 적 있다. 그러다 러시아가 출격시킨 수호이가 고도 150m까지 내려와 위협비행을 하는 바람에 후퇴했다.
그래서 미국은 상황을 만회해보고자 이를 갈고 시 브리즈 훈련을 규모를 크게 늘리며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발표한 시 브리즈21 참가국. 한국이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3. 시 브리즈 훈련에 한국이 불참한 사연
시 브리즈 훈련 준비 과정에서 또 하나 특이한 일이 있었다.
미국은 시 브리즈 훈련 공식 발표 자료에 한국을 훈련 참가국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국이 초청한 바는 있지만 참가하지 않고 참관할 계획도 없다며 부인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국군이 공개적으로 참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건 미국이 참가하지 않아도 좋다고 승인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은 왜 한국군의 불참을 승인했을까? 그건 바로 북미대결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이 시 브리즈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면 그만큼 대북 군사 태세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서 미국 패권에 결정적인 파열구를 낸 3가지 사건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꼽았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는 상당히 강경대응 하고 있다. 미국이 크림반도를 수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앞서서 살펴봤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도 대만을 지원하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며 대만과는 단교했다. 그런데 2019년 미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고 2020년엔 대만에 무기를 수출했으며 올해엔 특사단을 파견해 대만과의 교류를 가졌다.
이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중국과 미국-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해협아카데미’는 중국과 대만의 전쟁위험성을 지수로 나타냈는데 그 수치는 7.21로 평가됐다. 과거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전을 치렀던 1950년대의 위험 지수가 6.7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은 무척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의 긴밀한 관계가 중국과의 무력충돌 위험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데 유독 북한에만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무리 모욕을 당하고 멸시를 당해도 초지일관 대화를 제안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할까 봐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는 군사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그 지역에 국한한 충돌로 조절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군사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에 국한된 충돌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미 본토를 공격당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과는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려고 한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이는 물론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뜻이며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에 상응하는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데에는 북중러 연대의 의미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 미국은 본토가 공격당할 위험에서 벗어난다. 그러면 미국은 북미대결에 투입했던 역량을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결하는 데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만약 북한이 성 김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할 역량을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에 들어갔다가 충돌이 일어났을 때 후퇴하지 않고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며 더 큰 공세를 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면 미국과 유럽에 크림반도에서 진격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화를 거절함으로써 미국과의 대결국면을 지속시켰다. 그 결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한눈을 팔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해군을 흑해로 불러오는 걸 포기하고 한국이 훈련에 불참하는 걸 용인해주게 된 것이다.
4. 결론
세상이 넓다 하지만, 때론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이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성 김이 북한에 수모를 당하고 돌아간 것과 한국군이 시 브리즈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도록 승인받은 것, 그리고 영국의 구축함이 흑해로 들어갔다가 후퇴하게 된 것도 모두 연관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와 크림반도, 이 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 진영과 북중러 사회주의 반제진영의 세계적 대결이 대단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세계적 대결에서 미국과 서방세계 진영은 자기 스스로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낄 정도로 수세에 빠져 있다. 반면 북중러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상당히 강한 공세를 펴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려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는 식으로 서로 분열이 되는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매우 공고한 전략적 유대·협력을 하고 있다. 6월 28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화상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아무리 험난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22일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자가 중국과 군사동맹을 언급한 건 1950년 이후 처음이다. 북중관계는 2018년에 수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최상의 경지로 올라섰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9년 정상회담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 칼을 선물로 주고 받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라며 칼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주고 받은 바로 그 칼이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패권을 베어버리려는 듯하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위기와 북중러의 공고한 연대는 오늘날 세계적 대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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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 사실상 손 놓은 미국..돌파구 못 찾는 한반도 문제 [김진호의 세계읽기]김진호 국제전문기자 입력 2021. 08. 13. 17:27 댓글 11개
여전히 섬처럼 떠다니는 한반도
[경향신문]
지난 3월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담벼락의 철조망 옆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이례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다음날인 지난 7일 이 사진을 전송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한·미가 먼저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한다. 평화협정과는 달리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일지언정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한·미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중 입장을 재정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경제지원은 신뢰 구축의 또 다른 수단인 동시에 북한 비핵화의 촉진제다. 미국은 북한의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무이자 국제펀드 조성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중 경제의존을 낮출 수 있다. 남북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러한 인프라 건설재원 마련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 흐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은 한국이 맡는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 요구
중국과는 애증, 한·미와는 불신 북, 미국과 수교해도 핵 포기 못해
이 단계에서 한·미 동맹과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낮춰야 한다. 군사관계의 정상화다. 서해 충돌 및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비무장지대(DMZ)의 안정화 체제를 구축한다. 유엔사의 역할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종전선언-외교관계 정상화-대북 경제협력-군사관계 정상화의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비핵화를 진행해야 한다. 한·미가 북한에 제공하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혜택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동한다. 북한이 어기면 뒤로 물리는 ‘전략적 신중(strategic deliberateness)’이 전 과정의 나침반이다.
몇개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동안 비핵화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완료된다면 비로소 세번째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그 순간까지 한·미 동맹은 강력한 방위태세를 풀지 말아야 한다. 군사훈련은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마지막 단계는 북한을 한·미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한·미 동맹의 안보 위협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돌파할 묘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 및 직접투자 국가로, 미국은 북한의 두번째 교역 파트너이자 국제 재원의 북한 유입을 가능케 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지난 7월29일 미국 포린어페어스에 게재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임호영 부사령관 명의 공동기고문의 요지다. 글의 제목은 ‘북한과의 대타협(A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경제발전 및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도모하자는 전략적 구상이다. 국내에선 원문에 없는 한·미와 북한의 ‘대중 동맹’으로 표현하거나, 군사훈련을 중시한 글의 일부분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선별 소비됐다. 단계적 합의를 통한 긴 호흡의 전략 구상을 ‘일괄타결’이라고 과감하게 오역하기도 했다.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속한다고 모두가 동맹의 형태인 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미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브룩스·임의 구상은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대북 접근 방안의 하나다. 새로운 접근의 흐름은 두 가지 현실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좌절 또는 인식이다. 대북 군사적 압력이나 경제제재, 중국에 아웃소싱을 하는 방식이 죄다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흐름은 갈수록 불편한 현실로 자리 잡아가는 미·중 갈등이다.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현실주의자들일수록 세력균형의 공식을 바꿈으로써 중국의 동아시아 영향력을 차단하는 방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월터 러셀 미드 아메리칸인터리스트(AI) 편집장은 지난 4월5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북한과의 데탕트’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 역시 북한의 핵무기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인 동시에 실제적으로 달성하기 불가능한 목표라면서 브룩스·임과 비슷한 제안을 내놓았다. 현실인식 역시 유사하다. 미국의 단극체제로 여겨졌던 1990년대만 해도 미국이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한 흔들림 없는 책임을 구현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떠오르는 중국이 미국의 필수적인 국익을 위협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 3월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담벼락의 철조망 옆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이례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다음날인 지난 7일 이 사진을 전송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중국이 강해질수록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북한은 냉정한 마키아벨리식 논리를 수용하게 된다고 짚었다. 대북 제재를 강화해봤자 중·러가 대미관계 악화 뒤 제재망을 느슨하게 하고 있어 효력이 감퇴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 방식으로 ‘불가능한 임무’에 연연하는 대신 북한이 중국의 궤도로부터 이탈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득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접근의 입구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시한 점이다. 한반도 안팎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신무기 개발 유예를 협상함으로써 북·미가 모두 전략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논지다.
리드는 비핵화를 잠시 미뤄둠으로써 되레 동맹국들과 더 연합하고, 중국을 겨냥해 동아시아에서 우호적인 힘의 균형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의회를 의식한 듯 미국이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탈린은 물론 1970년대 마오쩌둥과 연합했던 전례를 들어 중국과의 전면적 투쟁이 수반할 추악한 도덕적 선택에 비하면 낫지 않으냐고 설파했다. 그러곤 한반도를 뛰어넘는 전략적 가치에 주목했다. 북한이 어렵고 위협적일 수 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해라는 가장 큰 위협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조용히 다른 선택지를 탐사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내 절대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바닥 뒤집듯’ 대외전략을 수정할 수 있을 거라는 가정 위에 서 있다. 파시스트를 그토록 공격하던 스탈린이 히틀러와 독·소 밀약을 체결한 것을 역사적 사례로 들었다.
AI는 닉슨센터의 기관지였던 내셔널인터리스트(TNI)의 자매 잡지 격이다. 대중 데탕트를 주도했던 헨리 키신저식 세력균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리드가 글에서 강조하듯 가치보다 국익을 우선한다. 이 점에서 가치를 중시하는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미국 엘리트들 사이에서 가치와 국익은 결코 따로 놀지 않는다. 미·중 데탕트는 리처드 닉슨의 공화당 행정부가 이뤘지만, 1995년 베트남 수교를 성사시킨 것은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이었다.
브룩스·임의 설계도는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더 중시했다. 올해 초 제8차 당대회에서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운 북한의 최우선 현안을 경제안보라고 가정했다. 북한이 경제안보를 개선토록 도와주는 동시에 또 다른 잠재적 우려인 과도한 대중 의존을 한목에 풀어낼 방안으로 북한 인프라 국제 재원 조성과 남북 FTA를 제시한 점이 창의적이다. 지난해 초 ‘중국은 아시아의 진짜 병자(Sick Man)’라는 칼럼으로 중국 외교부의 강한 비난을 받았던 리드는 북한과의 데탕트가 미국에 선사할 전략적 이익에 집중했다. 브룩스·임이 곳곳에 한국의 역할을 배치한 반면에 리드는 냉혹한 현실주의자답게 굳이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았다.
얼핏 보면 국내 대북 포용론자들이 반길 이러한 주장들은 지독히 미국적인 발상에서 나왔다. 한국이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들고나올 것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그렇다면 북한의 셈법에서 중국 요소는 얼마나 있을까. 당 대 당 간에 동지적으로 맺어진 북·중관계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물론 불신도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또 다른 장점은 가까운 중국의 자장으로부터 주체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미 수교 뒤에도 핵을 가져야 할 동기의 하나다. 그럼에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미국 쪽으로 선회했다고 치자. 그랬다가 한국과 미국이 배신하면 어떻게 될까. 애증이 뒤섞인 중국과 달리 한·미에 대한 북한의 불신은 매우 견고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소식통은 “2018년 북한이 우리의 중재로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였을 당시 우리가 ‘중국을 벗어나서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김정은은 곧바로 시진핑에게 달려가더라”는 말을 전한다. 북·중은 2018년 이후 다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전략적 소통’을 강조했다.
미국에 ‘중국 요소’는 미·중 데탕트 당시에 비해 지금 더 중요해졌다. 역사상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에 중국 요소는 태평양 건너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녹록지 않다. 미국에 북한의 개혁·개방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베트남의 경우가 이를 입증한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수교하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워싱턴의 전략가들이 굴기하는 중국을 견제할 베트남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는 데 들어간 시간이다. 그런데 미·베 수교 뒤 베트남이 반중으로 돌아섰을까. 아니다. 베트남 동해(남중국해)에서 상시적으로 물리적 충돌을 하고 있지만, 베트남이 대외전략에서 가장 중시하는 국가는 여전히 중국이다.
어떠한 매력적인 전략이론보다 강한 것이 지리적 위치다. 북·중 국경(1352㎞)은 베·중 국경(1297㎞)보다 더 길다. ‘당 대 당’으로 맺은 이념적 유대 역시 견고하다. 1979년 중국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트남 지도부의 태반이 친중파인 까닭이다. 베트남에 비해 중국과 훨씬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북한이 리드의 가정처럼 ‘손바닥 뒤집듯’ 할지도 의문이다.
바이든 정부, 4월 북 비핵화 위해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 선언 후
무조건 대화 제안에도 답 없다며
북한에 공 떠넘기고 수동적 대응
한·미 연합훈련으로 긴장은 고조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 ‘오리무중’
더욱 중요한 건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성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전에 연동한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국내)법적 제한 탓에 의회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상태다. 미국 관리들은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도 북의 응답이 없다면서 ‘공이 북한 편에 있다’고 말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접근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달 30일 상황보고에서 평가한 현주소다.
8월도 중반으로 치닫는다.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면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의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장이 지난 10일, 11일 예정된 비난 담화를 내놓았다. 어조는 갈수록 강해지는 크레셴도다. 광복절부터 국치일까지 반일의 계절도 돌아온다. 한반도 문제는 여전히 섬처럼 표류하고 있다. 한국의 셈법 역시 오리무중이다.
김진호 국제전문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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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20]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의 성격 1
[주권연구소] 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에 여러 차례의 공방이 벌어졌다.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고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에 대한 공세를 펴기도 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과 신형전술유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를 두고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날뛰었다. 그러자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리병철 조선노동당 비서가 미국을 규탄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대응했다.
이번 북미 공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후 첫 북미 공방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바이든 정권 동안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북미 공방을 보며 상당히 새롭고 의아하고 흥미로운 건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다. 북한은 그 어떤 나라와도 다른 태도로 미국을 대한다.
1. 고압적인 태도
가장 먼저, 북한은 미국을 아주 고압적으로 대한다. 고압적이라는 말은 위에서 아래를 내리누르는 듯한 태도를 말한다. 북한은 미국을 무시하고 아주 흉측한 것을 짓밟아 뭉개버리는 듯이 대했다.
일단 북한이 미국에 한 말을 살펴보자.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 이야기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3월 15일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3월 17일에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다”라고 망신을 주었다. 리병철 비서는 3월 26일 “미국의 새 정권이 분명 첫 시작을 잘못 떼었다”라며 한심해하였다. 북한이 ‘까불지 마라. 대화하자고 해도 무시하겠다’라며 완전히 미국을 깔아뭉갠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을 깔아뭉개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은 2019년 겨울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군사행동을 할까 봐 발칵 뒤집혔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2019년 12월 9일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다.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며 전전긍긍하는 미국을 비웃었다.
전 세계에서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나라는 없다. 오직 북한만이 미국을 이렇게 대한다. 하지만 미국은 온갖 굴욕을 다 당하면서도 북한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 N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미 법무부가 북한을 ‘범죄조직’으로 묘사하자 백악관 참모들이 발끈했다고도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으로 꼽히는 리영희 선생은 자신의 책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주한미군 사령관 출신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군 고위 장성의 대표적인 출세코스인데, 그런 엘리트 코스를 밟는 이들이 한반도에 와서 예외 없이 북한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4성 장군이 어디서 이런 모욕을 당하겠는가.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북한을 공격할 수 없으니 속이 뒤틀리지 않을 수 있을까. 모욕감, 모멸감을 참을 수밖에 없다 보니 정신병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이번엔 북한의 행동을 보자.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곧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리병철 비서는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난하자 “우리는 계속하여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병철 비서는 조선노동당 군수공업부 부장이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무기를 선보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이 뭐라 하든 말든 대놓고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 실험도 했다. 이번에도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날뛰었다. 아마도 상당히 위협을 느낀 듯하다.
사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어느 나라나 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굳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해도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단거리 미사일은 어느 나라나 발사한다”라며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해 애써 모른척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건 대미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이든 정권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일일이 반응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북한의 협상력을 키워주었다. 미국은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일까?
이에 대한 실마리는 미군 간부들이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대니얼 카블러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관은 2020년 8월 4일 “우리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미사일을 최상의 중대 위협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모든 탄두에 무엇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단거리 미사일일지, 아니면 미 본토까지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일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초긴장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이렇게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참에 역지사지를 배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미국이 한반도에 북한을 상대로 핵폭격기나 항공모함을 들이밀어 선제핵타격 훈련을 하면 북한은 얼마나 위협을 느꼈겠는가. 북한은 자신이 핵무장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미국의 핵전쟁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단거리 미사일에 놀라 북한을 규탄하는 모습은 북한의 핵무장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느끼고 있으니 입장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고 지구 전역을 공격할 미사일도 가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전쟁상태다. 지금은 단지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다.
북한과 미국은 외교 관계를 맺은 것도 없어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니 미국은 초긴장할 수밖에 없고 ‘발편잠’을 잘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 긴장상태에 빠지진 않는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와는 수교도 맺었고 정치적 교류도 한다. 전쟁상태인 것도 아니다.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하면 얼마간 군사 긴장이 고조되겠지만,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듯한 초긴장상태로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받는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교를 맺어 북미관계를 발전시키면 된다.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도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을 아주 고압적인 태도, 공격적인 행동으로 다루고 미국은 불안과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된 건 미국이 자초한 일이다.
2. 여유작작한 태도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여유작작한 모습을 보인다.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에선 전국 1,347개 단체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국회의원 35명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은 강행됐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에 상륙해 평양을 공격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태에 놓인 듯했다.
그런데, 한미연합훈련을 코앞에 둔 때에 북한이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3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에 걸쳐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연 것이다. 북한은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자기 시·군을 부유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변모”시키자며 사회주의 건설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전쟁 훈련에 북한은 건설, 발전으로 대답한 것이다.
3월 17일과 18일엔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즈음 북한은 평양시 1만 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착공식에서 “더욱 아름다워지고 웅장해질 우리 수도의 내일을 위하여, 그 속에서 새 문명을 마음껏 창조하고 향유할 우리의 부모형제들과 자녀들을 위하여” 힘차게 투쟁하자고 발언했다.
이 착공식에선 상당히 독특한 장면이 펼쳐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설 지휘부 깃발을 김정관 국방상에게 전달한 것이다. 군이 건설 과제를 맡으면 통상 사단쯤 되는 부대가 임무를 맡아 나선다. 그런데 이번 평양 주택 건설의 지휘부는 어느 사단, 어느 부대가 아니라 국방상이 직접 맡았다. 국방상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방부 장관이다. 평양 주택 건설을 북한군의 핵심사업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군대의 기본 사명은 국토를 보위하는 것이다. 모든 군과 부대는 자기가 책임질 지역과 임무가 촘촘히 짜여 있다. 어느 부대를 빼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건설을 위해서 전 군에서 부대를 차출해 안보 공백을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북은 전 군에서 군인을 건설에 동원하려 한다. 이는 어떤 의미일까. 두 가지로 가정해 볼 수 있다. 첫째, 군 작전에서 공백이 생기더라도 건설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다. 둘째는 군인들을 대규모로 빼도 군 태세에 지장이 없는 경우다.
북한의 현실이 어느 쪽인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미국의 태도를 보고 추론해 볼 수는 있다.
만약 북한이 경제 발전이 시급해서 군 병력을 무리하게 동원한 거라면 미국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압박해 북한의 계획을 망가뜨릴 것이다.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면서 군사 공세를 강화하면 북한은 국가 보위를 위해 경제 건설에 군인을 동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북한이 계획한 경제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행보는 다르다. 북한이 대담하게 경제건설을 추진하면서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는 데도 미국은 딱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미국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로 칸나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신속히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제니 타운 38노스 국장 또한 “바이든 정부가 행동지향적이며 지금까지와(오바마·트럼프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북한에 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선희 제1부상은 미국이 대화를 간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에 한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가장 큰 대외 정책 위협”이라고 고백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또한 북한이 전례 없는 위협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도 훈련의 이름조차 짓지 못하고 있다. 보수언론 이데일리는 군사 작전명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데 한미연합훈련은 이름이 실종됐다며 비난을 늘어놓았다. 미국이 훈련 이름도 정하지 못한 건 북한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건설을 위해 군대를 대규모 동원하는 상황인데,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두려워한다. 북한이 군을 대규모로 동원해도 대미군사태세에 허점은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상당한 군사적 우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은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이란 말은 북한이 지금도 군사적 우위에 있으며 앞으로 군사적 우세를 철저하고 압도적으로 벌리겠다는 의미이다. 북한에 절절매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 북한의 주장이 빈말은 아닌 듯하다. 북한은 대규모 군을 경제건설에 동원해도 미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갈등이 증폭되는 와중에도 시·군 당 비서 대회를 열고 평양시 1만 세대 건설 착공식을 여는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3. 갖고 논다
또한 북한은 미국을 우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북한이 미국을 가지고 논 대표적인 사례로 금창리 사건을 들 수 있다. 1998년 미국은 인공위성 사진을 제시하며 북한이 평안북도 금창리에 비밀 지하 핵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고 있을 때였다. 북한은 금창리에 지하 핵시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미국은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는 위협까지 해가며 금창리를 살펴봐야겠다고 우겼다.
4개월 동안의 협상 끝에 북한은 참관료를 내고 참관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고 미국은 이를 수용했다. 그렇게 미국이 1999년 5월 식량 60만 톤 제공을 약속하고 금창리를 방문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금창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 참관단은 비싼 값을 내고 텅 빈 동굴만 보고 돌아오게 됐다. 미국이 완전히 우롱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참으로 시사점이 크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이 이르면 3일이나 3주 늦어도 3년 안에 붕괴한다는 3-3-3 가설을 내돌리고 있었다. 미국은 기세등등해서 북한에 공세를 펴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공세적으로 맞섰다. 그 결과 북한은 금창리 사건에서 미국에 승기를 거뒀다. 북한은 미국마저 쥐락펴락한다는 걸 보여주며 자기 체제가 강고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북한 국민 입장에서는 얼마나 통쾌했겠는가. 아마도 미국을 이겼다는 긍지가 하늘을 찌를 듯했을 것이다.
여기서 문재인 정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3월 2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 성명에서 동해를 동해라고 표기했다. 그런데 일본이 미국에 항의했고 이에 미국은 동해를 일본해로 고쳐 썼다.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 정부는 항의 한번 변변히 못 하고 있다. 외교부가 기껏 밝힌 입장은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비슷하다.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13.9% 인상을 합의했는데, 정말 굴욕적인 협상이다. 한미는 앞으로 한국의 국방비 인상률에 맞추어 방위비분담금도 인상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를 매년 6~7% 정도씩 인상하고 있다. 따져보면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국방비를 대폭 인상한 이유는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면서 미국 무기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의존도를 낮춰 자주국방을 실현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이 국방비가 주한미군 지원금을 높이는 근거로 사용됐다.
국방비 인상률이 큰 이유도 미국 무기를 사주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 때문에 주한미군 지원금도 대폭 인상해줘야 한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중으로 부담을 떠안는 꼴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협상을 이뤘다고 자평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는 미국의 횡포에 맞서 들고 일어난 촛불민심에 모욕감과 민족적 열등감을 심어주는 행태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은 1% 이상 인상할 수 없다. 우리가 미국 무기까지 사주는데 방위비분담금까지 인상하는 건 절대로 안 된다. 일본도 1% 정도로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했다. 우리는 주한미군에 토지나 수도, 전기도 모두 대주고 있다. 소파(SOFA) 협정을 봐도 원래 주둔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다.
우리는 필요하면 방위비분담금을 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입장을 관철했으면 우리 국민이 어떻게 느꼈겠는가. 국익 외교를 실현했다며 적극 지지하고 긍지 높게 여겼을 것이다. 이걸 비교해보면,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운 시기에도 금창리 사건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국민의 단결력과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커다란 정치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갖고 노는 일은 또 있었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에서다.
하노이회담을 복기해보자.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면서 미국에 민수 분야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북한은 자신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복원해도 좋다는 ‘스냅백’ 조건도 받아들였다. 일방적이라고 할만큼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미국은 이 안을 받지 않았다.
핵시설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일단 영변핵시설을 해체하면 이 시설을 복구해 다시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말 한마디면 대북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 미국엔 매우 유리하고 북한엔 매우 불리한 안이다. 그래서 북한은 하노이회담을 “일대 모험”이라고 이야기했다. 미국이 제재 해제를 해주는 시늉을 하면서 북한 핵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하노이에서 한 제안을 보고 그만큼 제재 완화가 시급하다는 식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영변핵시설을 내줄 만큼 제재 완화가 절실했다면, 하노이회담 이후에도 같은 제안을 재차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하노이제안을 다시는 내밀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이 하노이제안을 받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여기는 듯한 태도다.
이런 정황을 보면 북한은 하노이회담에서 미국을 가지고 논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뭔가 미국에 작전을 폈던 것이 아닐까?
작전을 편 것이라면, 북한이 하노이회담에서 얻은 것은 대체 무엇인가? 미국은 당시 북한이 핵을 보유한 게 잘못이라며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비핵화 논리에 동조하는 나라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하노이회담은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은 모험이라고 할 만큼 파격적인 제안을 했는데 미국이 걷어차 버렸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 해도 미국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비핵화가 물 건너갔다. 비핵화를 가로막는 건 미국이다’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대체 무슨 작전을 편 것일까? 미국은 하노이회담을 결렬시키면서 영변+알파(α)를 요구했다.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숨겨진 핵시설까지 추가로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하노이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다른 것들이 있다. 사람들이 몰랐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외에 비밀 핵시설을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우리가 알았다는 것에 대해 그들이 놀랐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기양양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걸 대단한 성과인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들었다는 그 정보는 북한에서 일부러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생각해보면 하노이회담 이후 미국에서 그 누구도 영변 외에 핵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북미회담이 깨진 결정적 이유인데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이 역정보를 흘린 것이라면 그 이유는 미국이 하노이제안을 거부하게끔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노이회담 당시 북한 통역관이 상당히 주목받았던 일이 있다. 싱가포르 회담 통역관은 김주성이라는 남성이었는데, 하노이회담에서는 신혜영이라는 여성 통역관으로 교체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된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일은 뭐든지 화제가 되곤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통역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관심사가 아니었다. 상당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통역사가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통역사를 주목하게 된 것은 아마도 미국이 북한 통역사로부터 어떤 정보를 들었기 때문인 듯하다. 북한이 통역사를 통해 숨겨진 비밀 핵시설이 있다는 역정보를 흘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북한은 통역사가 제공해선 안 될 정보를 흘린 것처럼 책임을 물어 통역사를 교체하는 연극을 했을 수 있다. 미국은 그 모습을 보고 통역사에게서 들은 정보가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에게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에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트럼프가 “진심으로 정말 현명하고, 매우 비밀스럽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여기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의 답변을 듣더니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하노이회담을 봐도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은 참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북한은 미국을 갖고 놀기 위해서 완벽한 연극을 짰고 미국은 여기에 완전히 걸려든 셈이다. 미국은 북한에 낚여 자신들에게 엄청나게 유리했던 하노이제안을 스스로 걷어참으로써 큰 낭패를 보게 되었다. 영변핵시설을 직접 참관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영변 일체를 제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북한의 제안을 수용했어야 한다”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북한은 하노이회담이 결렬되자 다시는 하노이 같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북한은 하노이에서 굉장한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당당히 거절할 확고부동한 명분을 얻은 것이다. 미국이 선제조치를 하지 않으면 비핵화도 없다는 논리가 국제사회에 통용되게 됐다. 이런 사례를 보면 북한은 미국을 완전히 손안에 쥐고 갖고 노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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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21]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의 성격 2
[주권연구소]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의 성격 1 (이어서)
4.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얄미울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건 모두 얻어간다. 곶감을 하나씩 빼먹다 결국 혼자 다 먹어버리는 것처럼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다. 북한은 자신은 손해 보는 것 없이 일석삼조, 일석오조를 얻는 외교를 한다.
반면, 미국은 항상 대북정책을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고 말하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를 향해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비난한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미국 내에선 비판 목소리가 일었다. 미국 여론이 자기들은 북한과 마주앉았다 하면 매번 뺏기기만 하고 이익을 얻는 건 결국 북한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실례로 지난 북미정상회담을 살펴보자.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과의 교섭에서 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많이 잃었다”라고 평가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했지만 한미연합훈련만 축소되었을 뿐,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우리가 하는 것은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회담을 했더니 미국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얻은 게 없다면 북한은 어떨까? 지금 다시 생각하면 북한은 엄청난 성과를 얻어갔다. 여기선 다섯 가지를 꼽아보려 한다.
북한이 얻은 첫째 성과는 바로 북중관계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과 중국은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까지 북중관계는 무척 냉랭했다. 애초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상당히 견제했다. 중국은 북한 핵무기가 자신의 안보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며 경계했고 그 결과 미국에 동조해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제관계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과거 소련도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때 반대한 바 있다. 중국과 소련의 갈등이 어찌나 심했는지 마오쩌둥이 ‘미국보다 소련이 더 싫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소련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는데, 중국이 핵개발을 해 자신과 동등한 지위로 올라서길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2015년에는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중국을 방문했으나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돌연 귀국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핵과 미사일이 등장하는 공연 장면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현송월 당시 모란봉악단 단장이 “토씨 하나도 고칠 수 없다”라고 거부하면서 전격 귀국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당시 북중관계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에 각종 미사일을 배치하는가 하면 2017년 4월 25일,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인민해방군 10만 명을 북중국경지대에 배치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이런 북중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냐며 우려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북중관계를 단번에 전변시켰다. 어떻게 한 것일까?
2018년 3월, 북한과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면 중국이 고립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6월 10일, “중국이 북미정상회담에 초조해한다”라며 “중국은 미국이 통일된 한반도를 워싱턴의 동맹으로 삼기 위해 싱가포르 회담을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선 데에는 바로 이러한 목적도 있었다. 중국과 소련 관계를 이간질했던 것처럼 북한과 중국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소식에 고립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북한이 북중정상회담을 전격 추진했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을 쌍수 들고 환영하며 아무 조건 없이 즉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북중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으며 북중 사이엔 갈등 없이 서로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황제급 의전을 선보였으며 엄청난 선물 공세를 폈다. 중국은 북중관계를 깨뜨리게 될까 봐 북한에 핵문제를 꺼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북한은 격렬하게 대립하던 북중관계를 일거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신의 경지에 이른 듯한 절묘한 외교였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는 미국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북한은 신년사를 발표할 때에 대외관계 분야에서 대미외교보다 항상 사회주의 나라와의 외교를 먼저 배치하곤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들의 단결·역량 강화를 대외관계의 제1 과제로 본다. 북한은 신비롭게도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사회주의 나라 사이의 단결과 역량 강화를 이뤄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베트남과의 관계개선도 이뤄냈다. 북한과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전 때 북한에서 비행사를 보내주면서 혈맹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
그때부터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악화했는데,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북한은 베트남과 관계가 좋아지면서 베트남 옆에 있는 라오스와도 자연스레 관계가 좋아졌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최근 8차 당대회가 개최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될 때 가장 빈번하게 축전과 서한을 보낸 국가가 되었다.
북한이 얻은 둘째 성과는 미국에 ‘파괴’를 안겨준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주적으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약화시키는 것은 큰 성과이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후 한미연합훈련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북한은 자기 앞바다에서 자신들을 대상으로 전쟁연습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두고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우리가 하는 것은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군대는 전쟁 시 이길 수 있도록 평소에 훈련하는 게 주 임무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종이호랑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훈련하지 못한다는 건 주한미군을 무력화해나가고 있는 것과 같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한미군이 무력화되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무너지기 때문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바이든 정권은 대선 캠프 시절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건 “어떤 대가도 얻지 못한 양보”라고 트럼프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자신도 대통령에 취임한 후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도 기동훈련을 하지 않는 등 계속 북한 눈치를 봤다. 이렇게 미국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자 전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 추락해갔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을 상대로 강경정책을 쓰는 나라가 늘어났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경제전쟁을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2017년 중국은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금융시장 개방, 쇠고기 수입규제 완화, 미국산 쌀 수입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100일 계획’을 채택해 미국에 대폭 양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물러섬 없이 맞서 강공책을 쓰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여러 제재를 한다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중국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터키도 미국에 맞서게 된 대표적인 나라이다. 터키는 친미국가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터키는 미국의 무기 강매를 거부하고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기로 하는 등 국익외교를 펴고 있다. 가격도 싸고 성능도 더 좋으며 기술이전까지 해주기로 했으니 미국 무기보다는 러시아 무기를 사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제재를 하며 압박하지만, 터키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것이 무슨 동맹인가? 이번 결정은 우리 주권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며 제재에 맞섰다.
이렇듯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나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이 흐름에 미국이 밀려나고 있다. 미국이 안팎으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부터 국제외교는 북한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특히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러시아 같은 중요국가들이 모두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길 무척 간절히 바랐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싶었던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물론 아베의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금도 북한에 정상회담을 열자고 간청한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을 철저히 외면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면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언론사를 초청하면서도 일본은 쏙 빼놨다. 도쿄신문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주변 6개국 중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나라는 일본뿐’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도 ‘(동북아시아에서) 일본만 내버려진 것 아닌가’, ‘아베 총리만 모기장 밖에 있다’라며 일본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북한이 자신들을 상대하지 않자 미국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 문제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사정했다. 일본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미가 스톡홀롬에서 실무협상을 하자 북핵대표를 급파해 협상에 끼어보려 했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일본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렇게 국제외교에서 일본의 입지는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넷째로, 한국에서 극단적 반북세력의 입지가 완전히 축소됐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친미친일보수적폐가 기득권을 누리는 핵심 수단은 반북대결책동이었다. 극단적 반북세력은 ‘우리는 분단국가고 북한이라는 적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 맞서야 한다’는 반북이데올로기를 편다. 이 반북이데올로기로 5.18광주학살을 저질렀고, 칼기폭파사건을 이용해 노태우 군사독재세력이 재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극단적 반북세력의 힘이 세면 남북대결이 조장되어 긴장이 고조된다. 극단적 반북세력의 힘이 줄어들면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는 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한국의 극단적 반북세력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건 의의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친미친일보수적폐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는 남북대결이 아니라 평화 번영 통일의 담론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자 친미친일적폐세력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모두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러자 적폐세력은 북미회담에 경기를 일으키게 되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런 게 북풍공작”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2019년 11월엔 나경원 전 의원이 미국에 달려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라며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만큼 북미정상회담의 파괴력이 컸던 것이다.
다섯째로, 북한은 자신들이 말하는 ‘전략국가’라는 것을 현실에서 과시했다.
북한은 자신이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주장한다. 전략국가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세계정세를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올랐다는 말이다.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온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임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오늘 함께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라고 말하는 등 시종일관 저자세를 보였다. 낸시 팰로시 당시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을 보고 “북한을 미국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회담을 주도한 것도 북한이다. 애초 미국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이른바 CVID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북미공동성명에는 북한이 주장한 북미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이 담겼다. 미국 내에선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슬프게도 이번 회담의 승자는 북한(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승을 거뒀다(칼라 프리먼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이사)”라는 평가 쏟아졌다.
북한이 북미대결을 주도하자 미국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내분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북한에 강경책을 써야 할지 온건책을 써야 할지 의견이 분분해진 것이다. 미국의 힘이 강할 때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상대방을 향한 협공으로 작용한다. 강경파는 밀어붙이는 식이면 온건파는 합리적인 척하며 상대를 제압하려 드는 식이다.
그런데 미국이 질 때는 심각한 내분으로 비화한다. 지금 미국에선 북한을 상대로 강경책을 써야 할지, 온건책을 써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안에서도 제각기 의견이 다르며 공화당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어떻게 해야 북한과 제대로 대할 수 있을지 대책을 내지 못한다. 북미회담을 주도하는 건 북한이고 미국은 하염없이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행보는 하나하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하나 발표하면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고 문구를 하나하나 분석해 토론하는 게 일상이 됐다.
3월 2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북한 질문이 나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질문이 나오자 미리 답변을 적어온 메모를 꺼내 그대로 읽었다.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어서 한 치의 실수도 없게 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략국가가 되었음을 현실에서 과시했고, 미국은 그런 북한을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광경을 보며 자기 체제에 확신을 갖고 더 강화해 나설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국민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는 엄청난 선전을 했을 것이다. 북한의 위상 변화는 북한 국민 사이에서 자신감이 커지고 단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이렇게 북미정상회담 하나를 통해 다섯 가지를 넘는 이익을 챙겼다. 사실 보통 나라들은 정상회담 한 번에 한 가지 효과를 얻었다고 해도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북한은 회담 하나로 큰 영향력과 파괴력을 갖는 효과를 다 얻어내니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할지... 외교가에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의 외교술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 결론
“동북아 정세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운영자가 그 어떤 대국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점”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인 스인홍 인민대 교수의 2020년 11월 25일 발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감과 확신에 차서 지휘하는 걸 봤다”
“결단력 있는 모습 잊을 수 없다”
SBS 월드리포트가 2021년 3월 29일에 보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인터뷰
중국은 자존심이 보통 센 국가가 아니다. 중국이라는 이름부터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이런 중국의 권위 있는 교수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향력이 시진핑 주석보다 크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건 중국 역사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힘든 의아한 평가다. 과거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하려다가 연개소문에게 처참히 패배한 일이 있다. 당 태종이 연개소문에게 얼마나 호되게 당했던지 “다시는 요하를 넘지 말라”, “요동을 공격하는 것을 그만두어라”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중국에서 연개소문은 “영웅”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을 이렇게 높게 평가한 것은 연개소문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스인홍 교수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중국 내에 일반적인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인홍 교수는 중국인에게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만약, 일본에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렇게 비교해보면 스인홍 교수 발언이 얼마나 무게감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전 세계에서 북한과 가장 적대적인 세력, 북한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볼턴이라고 할 수 있다. 볼턴은 북한을 악의적으로 대한다. 그런데 이런 볼턴도 북한의 지도자를 극찬했다. SBS 기자마저 “(볼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높이 평가해서 놀라웠습니다”라고 인터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진짜 명장은 적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장수다. 악랄한 일본군도 이순신 장군의 이름 앞에서는 벌벌 떨곤 했다. 이렇듯 명장 앞에서는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머리를 숙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봤듯 북한은 미국을 대단히 고압적이고 여유만만하게 대한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갖고 놀며 지나치게 얄미울 정도로 이익을 독식한다. 이 모든 중심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력은 어떤 경지에 오른 듯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북한을 가장 가까이 접하고 또 북한과 평화와 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갈 통일의 동반자인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주목하고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
첫댓글 야반 도주로 미제의 군사 패권은 종말을 고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