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은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및 심리 묘사가 일품이거든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심플합니다.
남편에게 집착하는 아내와
그러한 아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남편,
결국에는, 남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내가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내용이죠.
극 중에서 남편은 아내를 떠나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카사노바 한 명을 아내에게 붙이는데,
아내가 카사노바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을 떠나주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죠.
하지만 아내는 카사노바를 만나면서 원래의 매력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비록 남편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내는 남편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에 현타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죠.
완전히 변해버린 아내의 모습을 내심 반기면서 남편이 카사노바에게 물어봅니다.
아내가 달라졌다.
이제는 아내를 붙잡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 거냐?
관계 올인형(all-in)
심각한 스트레스 문제를 겪고 계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저는 꼭 그 분들의 인간관계 패턴을 체크합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느냐?
관계의 집중도를 체크해요.
인간관계의 비중이 어느 한 명과의 관계에 극단적으로 쏠려있을수록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에 있어서 투자자들의 올인(all-in)을 경계하는 문구이죠.
이러한 모 아니면 도 식의 투자는
실패 확률도 높고 실패했을 때의 대가도 참혹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간과하시는 부분이,
투자의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마음 역시 만신창이가 되기 십상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A라는 종목에 올인했다면,
내 일상생활 전체가 A라는 종목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휩쓸리게 됩니다.
오로지 A의 주가 상황에 따라서만 내 인생의 희노애락이 결정되죠.
그나마 A의 주가가 올라서 익절에 성공했다면 다행이지만,
투자의 본질은 비통제요인 쪽에 가깝기 때문에 투자에서의 성공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즉, 내 모든 것을 걸었어도, 상당부분은 내가 아닌 외부 요인(운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죠.
'나는 모든 것을 걸었는데, 그게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A의 주가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슈들 때문에 몇달내내 하락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얼마나 끔찍한 인생일까요?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자신의 연애가 안 좋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패턴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연애에 올인하는 패턴"이죠.
그나마 연애가 성공적이어서 결혼까지 갔다면 다행일 겁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을뿐더러,
그 연애의 과정조차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굉장히 감정 소모가 심합니다.
A라는 종목에 올인했을 때, 그 주가의 당락에 따라서 내 기분이 요동치는 것처럼,
한 명과의 극단적인 올인형 관계 역시, 그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내 기분이 종속됩니다.
심지어는 관계가 좋을 때조차 스트레스거리가 생겨나요.
이 달콤한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고민
상대방의 스케줄로 인해 떨어져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분리에 대한 고통, 스트레스
상대방에 대한 집착과 질투, 이로 인한 상대방과의 갈등, 자존감의 하락
등등
그리고, 최악의 스트레스는 그 관계가 끝날 때 찾아옵니다.
올인했던 A 종목을 손절했을 때의 피눈물나는 심정
그리고,
내 모든 것이었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끝나버릴 때의 절망감
한 명과의 관계에만 올인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을 향한 관계 의존을 낳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를 잃어버려요.
나는 없어지고 우리만 남게 되죠.
우리라는 말이 달콤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문제는, 우리를 구성하는 나 이외의 존재, 즉, 상대방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보다 먼저 마음이 식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상대방은 우리(US)라는 유닛보다는 여전히 자기 자신(I)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죠.
우리라는 유닛 안에 본질적으로 너라는 비통제요인이 포함돼 있으니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는 건 당연지사일 겁니다.
올인형 관계, 극단적인 US가 새드 엔딩으로 향해 가는 또다른 이유는,
I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서로에 의해 강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로 인해 진정 중요한 "나"를 잃어가게 되면서, 그에 대한 반동으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유닛이 될 때,
건강한 관계는 각자가 I와 US를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을만큼 "자유도"를 갖을 때 성립됩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아내는 카사노바와 보냈던 시간들을 통해,
US라는 오랜 틀에서 벗어나 원래의 내 모습, 진정한 I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관건은 어떤 관계에서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테죠.
동도 여러분들의 관계에서는 나든 상대방이든 언제나 I의 모습이 밝게 빛나고 있기를 기원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너무 공감되고 늘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ㅜㅜ
삶의 끝이 안보이네요 ㅜㅜ
좋은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