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관련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해놓고는
그리고 제목을 이렇게 거창하게 달아놓고는
뭐라고 써야할지 지금도 계속해서 망설이며
늦은 밤이지만 저희반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라 생각하며 글을 한번 써봅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카페에 많은 수의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님.(주로 아버님들이시겠죠.ㅎㅎ)
저는 알럽은 15년차. 근무 경력은 10년차가 되어가는 초등교사입니다.
저의 첫발령은 소위 치맛바람이 세다는 학교였습니다. 지방이지만, 아파트 단지 안에 세워진 50학급 정도의 그 당시에도 흔치 않은 규모라 아이들도 아주 많았고, 학부모님들의 관심도도 아주 높은 학군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의 저는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선 좋은교사라고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학습 준비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가르치는 스킬에 있어서 선배선생님들을 따라가긴 버거워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보다는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어떻게하면 우리반 아이들이 좀 더 웃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를 좀 더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 나름 여러 궁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방법으로 여름이 되면 물총을 가져오라고해서 저도 함께 물총 싸움도 하고, 겨울이 될 때 쯤엔 사물함에 장갑을 언제나 넣어놓게하여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나가서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죠. 교실놀이라는 이름의 동아리 시간 날씨 좋은 날에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한쪽에서 같이 땅파고 흙놀이도 하고, 스케줄 없는 주말엔 동물원에서 만나서 같이 동물들도 보고, 잔디밭에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놀이터 놀이를 전수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요. 흙놀이를 하다가 아이의 옷에 흙이 뭍었다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였을까요? 아니면 체험학습을 갔다가 아이가 다쳤더니 담임선생님에게 그 죄를 물었다는 동료선생님의 이야길 들었을 때부터 였을까요. 너무나도 유명한 받아쓰기는 아동학대, 일기쓰기는 사생활 침해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부터였을까요.
저는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하나둘씩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런 활동들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묻고 있고 이런 활동에는 민원의 소지가 많거든요. 민원 그거 한번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학부모의 민원을 받으면 그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근데 신기한건 저만 달라진 게 아닙니다.
여름이 되면 물총싸움 하러 나오자던, 친구들 한번 신나게 놀게해주자던 동학년 선생님들도 이젠 없습니다. 그냥 모든 선생님들이 이젠 교실에 안전하게 아이들과 있습니다. 이게 정말 좋은 학교의 모습일까요?
요즘은 내 아이가 조금만 힘든 일을 겪어도 연락이 옵니다. 곱셈을 어려워해서 남겨서 지도를 하려고 하면 아이의 부모는 일단 거부합니다. 제가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대요. 또 다른 친구들 다 집에 가는데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못하는건 사실이지만, 그냥 넘어가달라 이해해주라고 합니다. 악성 민원도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점점 밤 중에 무턱대고 연락오는 경우도 늘더니, 요즘은 주위에서 정말 심심치 않게 살해협박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여자 선생님들은 더 심하죠. 당장 저희 학교에도 (현재는 결국 병가를 들어가셨습니다만,) 칼들고 찾아와 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고 모든 교실 문을 잠그고 수업하는 선생님도 계셨으니까요. 그런데 그 부모에게 돌아가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 사과 재발방지 처분조차 강제성이 없어요. 안하면 그만입니다.
올해 저희반 한 친구는 모든걸 다 거부합니다. 힘들면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조차 아이가 힘들어하는건 시키지 말라고 연락이 오셨어요. 이 친구가 하기 싫은걸(사실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거에요 예를 들면 알림장쓰기) 시키게 하려면 제가 진이 다 빠져요. 이 친구랑 씨름하느라 1학기 다른 착한 친구들에게 신경을 못써줘서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문제학생이 생기면 다른 친구들 학습권이 침해된다는게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게 이 친구가 수업을 거부하면 제가 지도할 권한이 없어요. 일어나라고 해도 안일어납니다. 사실 일어나라고 하는 말 자체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고, 또 잡아끌면 무조건 아동학대거든요. 이 상황이 그냥 이 아이에게만 딱 일어나고 말면 좋은데, 나쁜 행동은 물이 든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담임 교사를 본 다른 아이들은 어떨까요. 같이 막나갑니다. 그렇게 점점 교실붕괴가 일어나는거죠.
그럼 학부모들은 이렇게 될 때까지 담임선생님은 뭐했냐고 하십니다.
하지만 지도권을 다 빼앗아간 마당에 교사가 할 수 있는거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교육부, 교육청이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뇨.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무슨 일이 벌어지면 감사하기 바빴고, 직위해제 시키기 바빴습니다.
그래놓고는 이제 교사들이 나서서 무언가를 바꿔보겠다고
목소리 높여 작금의 공교육 현실을 알리고 국회의 입법을 촉구하고 압박하기 위해 9월 4일에 멈춤을 한다고 하니 해임과 파면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아마 돌아오는 9월 4일에 많은 선생님들이 연/병가를 내서 학교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수업일수 침해도 없고 아이들도 안전한 더 좋은 일은 재량휴업일인데, 교육부에서 휴업하면 교장을 징계하겠다. 해임, 파면 하겠다고 하고있죠)
이날 연/병가를 내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그 날 나오지 않는겁니다.
우리 카페에 계신 초등 학부모님들이라도,
부디 이런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내일이라도 담임선생님께 작은 문자로라도 함께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딱 한 통 받아봤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4 저희도 가정학습으로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선생님 힘내시라고 따로 편지도 써서 아이 손에 들려 보냈습니다.
둘째는 유치원에 갈테고 첫째는 엄마랑 점심 데이트 할거라고 벌써부터 신나 있습니다.
다 같이 즐기는 날로 만들어 보아요. 공교육은 정상화 되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믿어요.
편지 받으신 선생님은 두고두고 자랑하겠네요 ㅎㅎ
아마도 굉장히 큰 힘이 되셨을겁니다.
응원합니다...
저희 초2 첫째도 담임선생님께 현장체험학습 신청 의사를 밝히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파이팅 입니다!!
초1 학생을 둔 아빠입니다. 저희 아이도 그날 체험학습 신청했어요. 선생님들 응원합니다.
초1 아빠입니다 동참하고자 신청했습니다
예비 학부모로서 응원하고 적극 지지합니다. 아이들도 지금 과정을 보고 배울 거에요. 교실에서의 가르침 뿐 아니라 이런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와중에 힘내시고 목소리 내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저희 가정도 동참했습니다.
선생님께 장문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드렸더니 선생님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함께 생각해주어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네요.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진짜 큰 힘이 되셨을꺼에요. 감사드립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스포츠강사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도 있구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너무 힘든 일이 많습니다. 어느 학교를 가도 이상한 학부모들과 이상한 아이들이 많고 그런데 그런 아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고 그런 학부모에게 제대로 대처 할 방법도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꼭 좋은 결과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저도 가족도 동참했습니다.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응원합니다!
보배같은 아이들이 90프로 이상이고 좀 힘든 아이와 학부모가 10프로 미만이라도 이 부분이 90프로를 좀 먹게 하고 힘들게 하네요... 후
예비 초등학생 부모로써 왜 본문과 댓글을 보고 눈물이나는지.. 주위에 학부모들 환경보면 선생님의 노고가 얼마나 힘든지 느껴지더라구요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힘내세요!
선생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