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저희 집은 넓은 거실과 좁은 주방을 가진 전형적인 2베이 구조의 아파트입니다. 저희 부부는 만들고 싶은 집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대화를 나누며 3가지의 목표를 정했습니다.
1) 대면형 주방과 대형 아일랜드
2) 아내만의 공간
3) 실내 조명을 최소화, 대신 간접조명으로 채우기
하지만 이러한 구조에서는 커다란 대면형 아일랜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거실이 주방으로, 주방이 거실이 되는 과감한 구조 변경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곳의 인테리어 업체들과 미팅 끝에 이 공사를 진행해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했고 인테리어를 완성했지만 공사 도중에서 저희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공사 내용이 여러 번 변경되었네요.
주방
저희 집의 메인 생활 공간이자 위에서 말씀 드린 거실에서 주방으로 바뀐 곳이에요. 발코니는 확장을 하고 비내력벽이던 날개벽까지 철거해서 넓은 주방을 만들었어요. 폭 2.8미터의 대면형 아일랜드는 앞뒤로 수납장을 만들어서 상부장이 없어 줄어든 수납공간을 보강했어요.
많은 친구들이 와도 함께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2m의 6인용 식탁을 골랐어요. 식탁을 중앙으로 옮겨서 양쪽에도 앉으면 8명이 와도 충분한 사이즈더라구요. 음식을 서빙할때나 다 먹고 그릇을 치울때 바로 건네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구조변경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집에서는 이렇게 주방을 사용하지 못했을거에요.
거실에서 주방을 본 모습이에요. 중문을 없애고 절반 높이의 가벽 파티션을 세워 외부와의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좁아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천장까지 가벽을 올렸으면 많이 답답해졌겠죠? 여기에 차르르 커튼과 커튼 간접조명까지 켜놓으면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주방 옆면으로는 냉장고, 냉동고, 김치 냉장고를 빌트인으로 넣고, 하프장 위에는 큰 주방 기기들과 커피 머신을 뒀어요. 트롤리에는 소스나 향신료들을 보관해두고 있어요. 요리 할 때는 조리대 옆으로 옮겨서 사용해요.
저녁에는 만달라키 스타일의 선셋 조명만 켜놔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하부장에 올려진 작은 식물들은 커피 나무와 유리호프스인데 쭉 뻗은 줄기와 특이한 잎이 참 예뻐요.
주방에서 집 안을 본 풍경은 이렇습니다. 정남향의 집이다 보니 주방에서 햇살을 맞으면서 요리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주방일을 하면서 가족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참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요리를 할 때도 요리하는 시간 동안 단절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구요.
아일랜드 상판 재질은 세라믹이라서 김치 국물 같은 오염이나 주방 용기에 의한 스크래치 걱정없이 관리가 편해졌어요. 세로 폭도 1m라 음식 재료나 조리기구들을 올려놓고 조리대를 넓게 쓰거나 마주보면서 요리할 수도 있어요.
인덕션은 후드 매립형 모델이라서 연기가 인덕션 아래로 빨려 내려간답니다. 덕분에 천장에 후드가 사라져서 창밖 시야를 가리지 않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너무 높은 냄비는 잘 못빨아들일 수 있어요. 물론 사진의 냄비 정도는 충분하죠.
햇살이 잘 들어오는 거실 베란다는 확장해서 식물과 고양이가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어요. 낮동안은 여기서 떠나질 않는답니다.
이렇게요 :)
거실
원래는 주방이었던 공간이 거실이 되었습니다. 벽 쪽에 작은 주방창이 있었는데 가벽으로 막고 TV를 반매립할 수 있는 박스를 만들었어요. TV 뒤쪽으로는 애플 TV, 셋탑, 공유기 모델, 게임기 등을 수납해도 선이 안보여서 깔끔하고 심플한 벽이 되었답니다.
옆에서 본 거실이에요. 보통의 30평대 거실보다 많이 아담하죠? ^^ 65인치 TV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영화 볼 때 몰입이 잘돼요. OLED TV는 주변이 어두울 수록 화질이 좋기 때문에 거실은 의도적으로 좀 더 어둡게 만들었어요.
소파는 헤드레스트를 세울 수 있어서 오래 앉아있어도 편한 모델이에요.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가죽 소파를 할 수가 없어서 고양이 발톱에도 강한 기능성 패브릭으로 변경해서 주문했어요.
TV 하부장은 주방 아일랜드 상판으로 사용하고 남은 세라믹을 활용해서 맞춤으로 제작했어요. 수납을 많이 할 수 있어서 깔끔한 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영화를 볼 때는 TV 뒷면에 LED 조명이 TV 화면에 맞는 색을 내주는 제품을 설치했어요. 더 커 보이고 실감 나는 화면으로 즐길 수 있어요. 필립스 휴의 1/10 가격으로 나름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침실
가능하면 침실에는 잠만 잘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기에 아주 미니멀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침대 옆 협탁과 침대 베이스는 목공으로 맞춤 제작했어요. 협탁에는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콘센트로 양쪽으로 만들었는데 누워서 핸드폰 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충전 케이블 찾을 일이 없어서 편리해요.
침대 아래에는 LED 간접등을 넣었는데 밤에는 마치 호텔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의외로 조도도 밝아서 독서하기에도 충분하고 빛만으로도 방안을 가득 채울 수 있어서 예뻐요.
침대 반대편에는 작은 소파와 스피커 그리고 고양이 스크레쳐가 있어요.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틀고 쉬기 좋아요. 이 소파도 기능성 패브릭이라 가끔 고양이들이 발톱으로 긁으려고 해도 아직 잘 버텨주고 있어요.
작은방
서재 겸 아내의 작업 공간인 작은 방입니다. 2060X700 사이즈의 데스크라서 2명이서 같이 사용하기 충분하네요. 고양이들이 잘 사용해줘서 고마운 캣휠과 캣폴도 방안에 같이 뒀어요.
책상 맞은편에는 책들을 보관할 책 선반과 프리다이빙 장비, 유튜브 카메라 촬영 장비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이케아 모듈형 선반이다 보니 필요에 따라 사이즈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번에 책상 아래에는 고양이 화장실을 추가로 뒀어요. 원래 세탁실 쪽에 있었는데 화장실과 급수대는 다다익선이라고 해서 대형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기존에 쓰던 두부 모래 대신 벤토나이트 모래를 썼는데 기분이 좋은지 설치하자마다 들어가서 사용하네요.
괜히 들어가서 앞발로 긁는 걸 보면 모래 놀이하는 아이들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대신 모래를 묻히고 나와서 방바닥에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네요... 이건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세탁실
거실 옆에 있던 발코니는 차가운 타일이던 바닥을 뜯어내고 온돌과 강마루 시공해서 확장했습니다. 춥지도 않고, 따로 슬리퍼를 갈아 신지 않고 드나들 수 있어서 정말 편해요.
세탁기와 건조기를 넣고 여닫이문을 만들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깔끔한 벽처럼 보여요.
맞은편에는 보일러가 있었는데 여기도 가벽과 문을 달아서 보일러실을 새로 만들었어요.
화장실
거실 화장실은 건식 화장실이에요. 샤워실에만 턱은 만들어서 물이 넘치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화장실 거울 아래에도 간접등을 넣어서 밤에는 이 조명만 켜고 사용하면 눈 부시지가 않아요. 물탱크가 없어 사이즈가 작은 직수형 변기는 저희 집처럼 좁은 화장실에 사용하면 딱 좋은 것 같아요.
거울에 비치는 천장에 휴젠뜨 환풍기는 정말 추천드리는 제품이에요. 환기 기능뿐만 아니라 제습 기능이나 추운 화장실내 공기를 데워주는 기능, 샤워가 끝나고 온몸을 말려주는 드라이 기능까지 있어서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 더욱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베란다
햇빛이 잘드는 안방 옆 베란다는 확장을 하지 않았어요. 창고장만 새로 짜고 문도 교체 했는데 부피가 큰 짐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케아 분리수거용 가방은 정말 활용도가 높은데요. 튼튼하고 크기도 커서 재활용품들을 버릴 때 강추합니다.
저 사각형 고양이 방석은 저희 달래, 냉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방석이에요. (사진의 사이즈는 M) 솜이 얼마나 폭신한지 사람이 누워도 잠이 스르륵 들어버릴 정도랍니다.
현관
현관은 1200 대형 타일로 바닥을 깔아서 조금이나마 더 넓게 보이도록 했어요. 신발장은 맞춤으로 제작하고 아래 단을 높여서 신발도 보관하고, 간접조명이 은은하게 나오게 만들었어요. 센서등은 천장에 매립되어 있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가면 천장 조명과 간접등이 알아서 켜진답니다. 중문이 없어서 밤에 고양이들이 현관에 가면 불이 켜지는 단점이 있긴 해요. ^^
왼쪽에 가벽은 복도처럼 쭉 뻗도록 만들었는데 시야는 차단하지 않으면서 이동 동선은 차단 시켜서 내외부를 분리 시킬 수 있었어요.
마치며
화이트와 스테인리스 스틸, 그리고 미니멀을 좋아하는 저희 부부의 취향은 문과 손잡이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그만큼 수납이나 청소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니 더 부지런해지는 저의 모습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네요.
인테리어는 끝났지만 홈 스타일링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더 채우기보다는 여기서 약간씩 변주를 줘볼까 합니다. 드레스룸은 소개를 못 해 드린 공간인데, 이케아 시스템 옷장과 스타일러, 청소기, 화장대가 들어있어요.
하나하나 보여드리려고 하다 보니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집 꾸미시는 분들께, 그리고 인테리어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어서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