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나는 부부싸움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모든 전쟁은 두렵다. 모든 싸움은 무섭다. 아이들과도 평화롭게 지내기를 원한다.
늦은 점심을 한 술 떠먹고 오후 4시 무렵 광화문 버거킹에 도착, 백설과 백설네 정인 그렇게 셋이 커피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이정인. 몇 반이냐 물었더니 사랑반이란다. 어미를 닮아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아기처럼 여린 모습이었다.(펭귄, 축하해!)
한 시간 남짓 떠들다 헤어져 교보 들렀다가 그 사이 이동해 간 집회팀을 쫓아 종묘로 향했다.
'반전! 반반전! 반반반전!...'
종묘에서 광화문 쪽을 향해 걸으며 전쟁을 반대하는 구호를 따르다 춥고, 다리도 아파 샛길로 슬그머니 빠졌다. 낯선 찻집에 앉아 '집으로 그냥 돌아가야 할지 말지' 에 대해 약간 고민하다 꼬마모의 전화로 기운을 얻었다.
자, 다시 반전이다! 촛불 한 개 씩을 받아들고 남의 머리카락 끄슬게 할라 걱정 끝에 집회에서 빠져나와 다시 버거킹, 사이다와 감자튀김.
요기도 할 겸 광화문 뒷골목의 함흥집에서 뒤에 합류한 그녀와 셋이 굴전 한 접시에 청하 한병, 고등어 구이 백반.
청진옥에서 헤어졌던 팀과 연락이 되어 만나 떠들떠들 떠들었다. 빨강밥, 마중물, 해, 퀴이담, 잠잠이, 김세현, 용만이, 수진이, 희은이 다 만났다. 해의 아이들인 소영, 건희도 보았다. 눈이 크고 귀엽고 밝았다. 해님 세 개가 떴다. 건희도 정인이처럼 아기티를 벗지 못했다.
버스 타고 중랑교 정류장에 내려 택시로 갈아타고 귀가, 봄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공연한 어지럼증, 쓸쓸함. 어딘가 전화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뼈저리게도 그랬다.
"마중물, 나야. 나 집에 잘 왔어. 고마워. 잘 자. 안녕..."
겉옷도 벗지 못하고 기양 자고 깼다.
반전!!!
반전의 생활화.
첫댓글 시인에서 투사로!
너무 불안했다. 종묘 공원에 앉아 있는 선생님 모습. 보라. 저 사방 구석구석에서 마담의 미모에 반해 정신을 못차리는 할부지들. 아자씨들.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그냥 냅둘 수 없으니 얼른 모시고 행진을 해야했다. 반전도 하고 반잔도 했다. 참 좋은 봄밤이었다.
맞아. 종묘공원 그 할부지, 아자씨덜, 외로움이 사무쳐 눈이 번듯번듯하더라. 마담을 떨구어놓았더라면 썩 위태로울 일. 청진옥 등살 푸른 사내들 눈이 한 술 더 뜨기야 하더라만! (. .ㆀ)
음....마담을 보필하기가 점점 어렵구만요. 우리가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그 수많은 사내들을 마담에게서 격리해야 하다니..그런데 마담이 그 유혹을 기꺼워하는건 아닌가? 혹시?
말해 무엇 하리~
맞아서 어디든 부러지려건 뭔 소린들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