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한 지
3일이 지났음에도 지율은 아직 학교를 다니는 것에 적응이 안 된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누구보다 빠르게 점심을 해치우고 배를 문지르며 텅 빈 교실로 들어오는 지율과 뒤이어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들어오는 인애. 점심시간이라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지율은 부르르 몸을 떨면서 교실 뒤편에 놓여있는 사물함을 쳐다본다. 여학생
반의 상징물인 담요가 누군가 던져 놓고 간 모양새로 사물함 위에 걸쳐있다. 담요는 ‘강지율’ 세 글자가 새겨진 명찰을 가리며 마이를 덮는다. 그리고 그대로 책상으로 떨어지는 지율의 머리. 그녀의 눈은 어느새
감겨있다.
*
얼마나 지났을까. 하나 둘 2-12반이라고 적힌 교실에 남학생들이 들어온다. ‘윤찬성’이라는 명찰이달린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자고 있는 지율을
쳐다본다. 곤히 잠든 지율이 신기한지 가까이서 들여다보더니 지율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왁자지껄한 소리에 눈을 뜬 지율은 교실에 북적거리는 남학생들을 보고 다시 눈을 감는다. 이건 꿈인가 생각하며 서서히 눈을 뜨는 지율의 앞에 커다란 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꼬집히는 볼.
“아!”
반쯤 감긴 눈으로 고개를 들자 웬 남학생이
볼을 잡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얜 뭐야? 탁, 손을 쳐내고 볼을 비비며 노려보자 힛- 하며 앞니를 반쯤 드러내고
웃는다. 뭐지? 나 아는 앤가? 초등학교 동창? 그럴리가.
“꿈
아니야. 일어나”
“뭐래”
얘가 헛소리를 하는 건지. 내가 잠이 덜 깬 건지.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옆에
있는 이 아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교실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 한 분이 “곤니찌와”하며 들어온다. 제 2 외국어
시간이구나. 신월고등학교는 일본어와 중국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본어와 중국어를 선택한 학생 비율에
따라 남학생 반과 합반을 할 수 있다. 유일하게 남학생과 수업을 같이 듣는 시간이다. 우리반은 7반과 합반을 하게 되었다. 중국어를 선택한 인애는 7반으로 이동했다. 이제 상황파악이 좀 된다. 불과 몇 분전만해도 책상에 엎드려 간지러운
이마를 긁적거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 서랍에서 일본어 책을 찾아 꺼냈다.
“잘
잤어?”
뭐가 신기한 지 계속 쳐다보더니 말을 건넨다. 잘 잤어라니. 처음 보는 남자애한테 볼을 꼬집혔는데 잘 잤겠어? 표정이 좋게 나올 수가 없다. 왜 자꾸 말을 거는 거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왜? 라고 묻는다.
“너
나 알아?”
“응”
“내가
누군데?”
“일본어
짝꿍”
그건 그렇지.
무시하자고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메신저에 접속했다. 자느라 답장 못 한 수진이의
연락에 답장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종이에는
010-1243-3421이라고 적혀있다. 이건 또 뭐야?
자판을 치다 말고 쳐다봤다.
“내
번호”
허- 공학은
원래 짝꿍이 되면 번호부터 교환하는 건가? 내가 여중을 나와서 이해가 안 되는 건가? 그래도 얘는 좀 이상해. 저장 안 할래. 보란 듯이 휴대폰의 홀드 버튼을 눌러 휴대폰을 잠그고 주머니에 넣었다. 눈치가
있으면 이제 말 안 걸겠지?
“내
이름은 윤찬성이야”
찬성? 찬성
반대 그 찬성? 생각해보니 눈치가 있는 놈이었으면 처음부터 말을 안 걸었겠네. 아. 귀찮은 놈이 걸렸네. 내가
자느라 자리를 제대로 못 잡은 탓이겠지.
“넌
이름이 강지율이네. 지율.. 특이하다”
“수업
좀 듣자”
“응. 너 수업 들어”
너는 안 듣고? 신경 쓰지 말자. 교과서를 펴고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에 집중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아
거슬려. 윤찬성의 시선이 느껴진다. 왜 계속 쳐다보는거야. 신경 쓰여서 집중이 안 되잖아. 아이우에오. 연필을 잡고 공책에 받아 적다가 윤찬성을 홱 쳐다봤다.
“야”
“너
옆모습 되게 예쁘다.”
응? 뭐…뭐지? 당황스럽다. 옆모습이
예쁘다니! 그런 말 처음 들어봐. 내가 옆모습이 이쁜가? 아는 남자가 있어야 알지!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머리를 괜히
쓸어 넘겼다.
“핫.. 그런 말 많이 들어”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신경 쓰지 않는 척 수업에 집중하자. 집중!!! 으아아. 내 예쁜 옆모습을 윤찬성이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예뻐서 쳐다보는건가? 그럼 아까 계속 말
건 것도 예뻐서? 으아아. 얘 나 좋아하는거야? 오늘 처음 봤는데?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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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첫 날이라 두 편을 연달아 올렸습니다.
그래도 주인공은 다 나와야 할 것 같아서..ㅎㅎㅎㅎ
재밌게 봐주세요~
지나친 관심은 감사합니다♥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 귀엽네요. 지율이 ㅋㅋㅋㅋ 찬성.ㅋㅋㅋ 반대찬성.ㅋㅋㅋㅋㅋ 담편도기대할게용♥
ㅋㅋㅋ....ㅋㅋㅋㅋ 쓰고 너무 유치해서 어쩌나 했어요 좋아해주시다니... 순수해...(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