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들이 너무나 짙게 묻어 있는 변산반도를 찾아 길을 나섰다.
변산반도 초입에 있는 곰소 염전을 지나는데 예쁜 코스모스들이 어찌나
교태를 부리던지 사내로서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몸과 마음을 맡겼지유.
부드러운 꽃잎들의 손길이 어찌나 좋던지 전 소금밭이 깨소금밭인 줄로 착각을
했지유. 코스모스와의 뜨거운 사랑을 추억으로 남기고 길을 떠나는데 누군가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영율씨!!! 싸랑혀유~~~~ "
'그래! 아리따운 코스모스 여인아, 나도 널..널..흑 흑...
이별의 아픔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이별은 참 슬프다.
내변산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기에 그냥 갈 수 없어서 잠시 발걸음을....
변산의 품에 포근히 안겨 바다내음을 맡고 있는 저 마을에서 하루 정도
쉬어가고 싶지만 붙잡는 이가 없으니....
'그래 인연은 또 만들어서 무엇하랴, 그리움을 삭히기에도 힘들어 죽겠는 걸'
곰소를 지나 5분 정도 가다 보면 바닷가에다 통나무 집을 짓고 사는 친구 집이
있어 무조건 쳐들어갔지유.
나무계단을 올라가는데 앙증맞게 피어 있는 꽃들이 어찌나 탐스럽던지...
벌들은 노래하자 보채고, 꽃들은 사랑하자 잡아 끌고, 바닷바람은 찬 한 잔 하자고
이몸을 유혹하니 난 어찌하면 좋을지.
멋진 남자로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님을 원망하면서도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으니 아마도 난 영원한 사랑의 방랑자, 사랑의 보헤미안, 사랑의 카사노바?
모항 해수욕장에 있는 집들이 환상적이라서 또 찰칵했지유.
아담한 해수욕장, 잘 어우러진 해송들, 외국에 온듯한 멋진 펜션, 그리고 어디서
오는 건지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여인의 향기가 느껴지니....오~~!! 여인이여,
수줍어 마시고 하얀 미소로 내 앞에 나타나이소, 내 당신을 타는 가슴으로 맞이하여
드넓은 바다를 우리들의 사랑으로 채워보겠나이다.
채석강에 도착하니 옛 추억들에 가슴이 벅차올라 그냥 뛰었습니다.
늙은 할아버지가 혼자서 바닷가를 달리는 모습이 쪼매 이상했지만
어쩝니까 달리고 싶은 걸.
켜켜이 쌓여 있는 바위들을 보면서 19살 시절 철없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넓적 바위에 앉아 팔장을 낀 채 수평선을 바라보았지유.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즈막히 노래를 한 곡 옹알대니
아 글씨 세상이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고 오색 빛으로 보이면서 가슴이
콩당거리더라고유~~. 그래!! 한 번 열심히, 멋지게 사는 거야. 근심, 걱정, 시름,
두려움, 아픔 따윈 파란 바닷물에 던져버리고.
바위 틈에서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이 너무나 앙증맞고 사랑스러워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습니다.
질긴 생명력에 경외심을 느끼면서 내 생명의 소중함과 남의 생명의 소중함까지
함께 아우르면서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을 하지만 그게...그게...
그것이 참............................
해수욕장을 걷는데 멋진 암컷(?) 갈매기들이 나를 향하여 팔랑대며 다가왔다.
내가 아무리 사랑을 갈망해도 갈매기와의 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서 바닷가에서의 이종(異種)간의 사랑은 잠시 접기로 했지유.
사람에 익숙해졌는지 도무지 도망갈 생각을 않는 갈매기들과 함께 파도를 즐기는데
점심먹게 빨랑 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이 아름다운 바다와의 이별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파도치지만 만날 때 헤어짐을 염려했다는 싯귀처럼 어차피 헤어짐이 숙명이라면
님들을 떠나지만 난 님들을 보내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내 가슴에서 때론 파도로,
때론 꽃으로, 때론 갈매기로 그리고 가끔은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함께 할 것입니다.
삶의 여정에서 지치고 힘들 때면 그대들의 힘찬 응원가를 들으면서 삶의 노를 힘차게
저어갈 겁니다.
오는 길에 다시 들른 친구의 찻집에서 영혼이 자유로운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잘 나가던 친구가 어느날 변산반도에 터를 잡고 문학, 미술, 음악
전통차 그리고 자연을 온몸으로 사랑하며 살고 있으니 그저 부러울 뿐.
사진 멋지게 잘 나오라고 상사화를 꽂아주던 친구의 옆지기님의 고운 마음이
푸른 바다와 함께 아련히....
멀리 있어도, 연락이 없어도,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저 이심전심으로 영혼의 진동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내 삶이 풍요로울 수 있으니
친구들아~~
고맙데이~~
그것도 홀차니(많이)
떠나는 저 배처럼 채석강을 떠나면서 아쉬움에 푸르름을 배경으로 한 장...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삶의 의미를 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항상
안타까움에 한숨 뿐이다.
어차피 미완의 인간이라면 그래도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나의 존재는 이웃과 자연이 있기에 가능하거늘 늘 감사하고 사랑하며 겸손하게 살아
야겠지만
이 말 또한 한숨이 동반할 게 뻔해서....
텅 빈 내 영혼의 곳간을 삶의 지혜들로 차곡차곡 쌓아고보자 다짐하면서 룰루랄라
휘파람 소리와 함께 집으로 오는데
염전 입구에 일렬로 늘어 선 내 사랑 코스모스들이 붉은 얼굴 위에 눈물을 뚝 뚝...
"영율 씨~~인자 가면 언지 또 온당가요? 참말로 싸랑히요 이~~"
'아이구 !!! 이놈의 인기란 ~~휴~~~~~~~~~~~~~~!
첫댓글 코스모스가 피어있는것을보니 예전 것인가봐요 ,,가는곳에서 함께할 친구분도 계시고 참 좋은 여행을하셨군요 새로운 주간도 좋은일들로 가득채워나가시길..
언제나 성의 있는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곳이 제가 가고픈 곳 2순위랍니다. 1순위는 물론 떠나버린 고향이고요. 철 썩 철 썩 쏴~~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 요것이 무어냐 요게 무어냐... 변산반도의 하얀 포말이 제 가슴에 무너지네요. 차갑게, 시리게, 큰 그리움을 잉태한 채
더운 여름을 잘 보내라고 가을 분위기를 띄워봤습니다. 가을에 찍었던 사진들을 편집해서 짧은 글과 함께...여름을 겪으면서 겨울을 생각하고, 가난하게 살지만 마음은 갑부가 되어 지내고, 나이는 먹었지만 젊은 청년의 기분으로 살아보고, 내 비록 작고 볼품 없는 외모지만 크고 멋진 남자라는 당당함으로 살아보는 역설적인 삶의 방법도 작은 지혜가 아닐까요?
글도, 사진도 조리가 있으면서 정갈합니다
좋은 표현에 감사함과 부끄러움이... 다음 주 관악산 산행 때 당당한 모습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지님 하세요. 늘 님의 글을 대할때마다 삶이 뭇어나고... 어찌그리 글을 맛갈스레 잘 쓰시는지 부럽기만 하네요... 한주도 늘 많이웃는날 되시길요.(__)
큰 어른 같은 분이 칭찬을 하니 몸둘 바를, 제 글이 맛깔스럽다면 그건 제가 요리학원을 오랜 기간 다녔기 때문일 거고 삶이 묻어 난다면 제가 목욕을 잘 하지 않고 땀이 많아서...ㅎㅎ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날 중절모를 푹 눌러 쓴 채 허허 웃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 연기를 내뿜는 가을 나그네 님을 상상해 봅니다. 늘 그랬겠지만 한 주 활기차게 보내십시오.
한 이십여년전의 변산반도 채석강과 해수욕장이 많이 변해 있던데요,방파제 때문인지 몰라도 자연미가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혼자서 처음 갔을 땐 사람 구경도 힘들었는데 지금은...새만금 방파제가 격포에서 시작 되고 관광객이 넘쳐나며 관리가 조금은 허술한 듯. 그래도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바다랍니다. 이뻐해 주셨으면 ㅎㅎ.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한 주이길 바랍니다.
벌써 한 삼십년이 흘렀네요 그곳에 갔다 온지가... 그 때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실지로 느껴보았습니다.무섭도록 적막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여유없이 살다 훗날 삶의 뒤안길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때 그런 고요함이 엄습하면 어찌할까... 의미있게 살아야겠습니다. 여여하시구요~
삶의 뒤안길에서 자신을 뒤돌아볼 때 ' 그래 의미 있는 삶이었어'라고 생각할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고요함이 엄습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확고한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마음과 물질을 나누면서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고 노후에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몇 개는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건강은 필수이고요. 오늘 하루도 의미 있는 삶이길 바랍니다.
변산반도에 가을이야기 멋진추억 입니다..아름다운 설명글과 멋진작품에 시원함을 느낄수있어 감사드립니다.
변산반도에 얽힌 아픈 사연은 다음 기회에 보고드리겠습니다ㅎㅎ. 더운 날씨에 시원함을 느꼈다니 목표 달성입니다. 천사님의 사진과 비교하니 올린 사진들의 수준이 영~~~ 일요일 관악산에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 2월엔가 애들하고 채석강으로 곰소만으로 해서 휙 한바퀴 돌았는데,,참으로 멋진 곳이더군요..해안도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도 멋지고~~구름님의 삶이 베긴 글 잘보고 갑니다...
가시는 줄 알았으면 바닷가 친구집에서 전통차라도 한 잔 대접하는 건데. 다음에 일박으로 한 번 가보세요. 저녁노을이 얼마나 멋 있는지... 서해에서 낙조를 관망하는 포인트 3곳 중에 한 곳이 채석강 바로 옆에 있는 적벽강이라는 곳입니다. 바다가 가고 싶네요.
눈에 익숙한 풍경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네요. 고향이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기에 내려가면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다음에 내려가면 찻집에 들려야 겠네요.
곰소에서 5~10분 정도 채석강 쪽으로 가다보면 작당마을이 있습니다. 길가 오른쪽으로 '작당21'이라는 간판과 함께 덥수룩한 친구가 기다려 줄 테니 한 번 가보세요. 물론 찻값은 제 앞으로 ㅎㅎ
좋은글에 감탄 했는데고운 마음씨애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친정엄마가 계시기에 가끔은 갑니다. 5월에도 내소사를 거쳐 해안도로 쪽으로 분위기 만끽하며 돌아왔어요. 담에 내려가면 꼭 들려야 겠어요. 어디쯤인지 알 것 같아요.
내고향 가까운곳~작년 가을 친구들과 찾았을땐...을씨년스럽고 고즈너기 바람만 차더니~~~역시나 시인님이 가시니 이리 달라지네요~~~올 가을엔 다시가서 함 따져 볼라네요~~~~~~ㅎㅎ
올 가을에 다시가서 따지면 뭐라할 것 같나요? " 긍게 영율씨랑 같이오랑게 바부야~~~"ㅎㅎㅋㅋㅋㅋㅋㅋsorry
변산반도에 친인척이 살고있어 좋은 기억이 머무는 곳입니다 - 사진으로 다시볼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
전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짙은 아픔이...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엔...저도 고향에 갈 때면 웬만하면 변산반도를 휘휘 돌아보고 온답니다. 댓글에 감사합니다.
오래전 남편과 함께 찾았던 변산반도 채석강. 처음 보았던 그 벅찬감동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설레이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막 밀물이 시작되는 시각이었는데 바다를 볼 기회가 많지않던 제게 그 모습은 굉장했거든요. 바닷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독특한 바위들의 모습들... 지금도 그 모습들이 눈에 선 합니다. 영혼의 진동으로 늘 함께 할 수 있는 좋은벗이 있는 구름님의 삶이 보기 좋습니다. ^^
전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는데 그곳이 바로 채석강이었답니다. 고통의 순간이었기에 바다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켜켜이 쌓여 있는 바위들도 답답함으로 다가왔으니...그런데 지금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슴에서 새록새록.... 늦은 댓글에 감사하면서 자주 뵐 수 있길 바랍니다.
아직도 그 멋진 곳을 못가 봤으니...할말 없시유~~ 언젠가 날잡아서 구름님의 추억을 밑그림 삼아 가족여행을 준비 해야겠습니다.
제가 밑그림을, 사루비아 님이 색칠을...가족여행 가시면 절대 후회는 없을 듯. 가시면 제 친구들인 갈매기, 파도, 통통배, 바위, 해송, 추억, 그리움, 그리고 사랑과 행복이 반갑게 맞아 줄 겁니다. 행복 듬뿍 가져가시고 사루비아 님의 예쁜 추억 몇 개만 남겨 놓고 가세요. 제가 다음에 훔쳐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