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부산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엄청난 비가 내렸습니다.
덕분에 토요일 아침은 아주 화창했고, 한낮 산속 공기는 무척 청량했습니다.
느즈막이 출발해 지산에 도착하니 12시 반.
슬금슬금 산행을 시작해봅니다.
코스
토요일 : 지산 - 취서산장 - 취서산 - 신불평원(단조산성 터)
일요일 : 신불평원 - 신불재 - 가천
변덕스러운 날씨는 때로 산행의 운치를 더해주는 보배 같습니다.
토요일이 그랬습니다.
슬금슬금 올라 취서산장에 닿으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에공~ 먹구름이 가득하니 물러갈줄 몰라 서성이다 우선 주저앉습니다.
머 시간도 많고,...
우선 앉았으니 먹을 것부터 차려야지요?
막걸리 한병 시켜, 별식으로 준비한 떡볶이를 만들어
지나가는 산객과 산장 쥔장과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한시간쯤 지나니 파란 하늘이 빠끔이 얼굴이 내밉니다.
다시 출발...
신불평원을 넘어서려 깽깽이 걸음을 하고 있는 안개가 안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막 올라선 능선에서는 아주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내가 가장 좋아라 하는 저 길이 안개에 가렸다 보였다를 반복합니다.
신비로운 신불평원의 모습을 바라보다
취서산 정상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취서산 오르기 전 그 봉우리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취서산의 풍광보다 그곳에서의 풍광이 더 멋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안개 덕분에 신선의 놀이터 같아 보이는 신불 공룡.
가장 오른쪽이 아리랑 바위, 그 다음이 쓰리랑 바위라고 하네요.
취서산에서 또 빈둥빈둥 거리다 안개가 거친 틈을 타
잠자리로 향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멋쟁이 소나무 아래가 오늘의 밥자리 잠자리
와~ 멋지죠?
소나무 배경삼아 한컷
억새가 벌써 이렇게 자랐나? 싶지요?ㅋㅋ
능선언니가 억새에 묻혀버렸네요..ㅎㅎ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또 솟구칩니다. ㅎㅎ
신불은 참 멋진 산입니다.
덕유의 능선과 더불어~
잠자리를 향해가는 두 분의 뒷모습을 보며 부녀지간 같아 뒤에서 슬쩍 웃어봅니다.
능선언니와 별로 친하지도 않은 하얀늑대님이라는 분입니다.ㅋㅋ
다음부터는 이 구성으로 산행하지 말자요~ 언니~ ㅎㅎㅎ
해질녘 또 한차례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햇살이 그 틈을 비집고 나와
저 멀리 사자평 능선을 입체적으로 데생해 놓았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산자락에 그림자가 져서 멋진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해가 수미봉과 사자봉 사이로 지네요..^^
해가 지면 우주후반의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하나둘 별이 뜨기 시작하더니
정수리 끝에 북두칠성이 걸려 있습니다.
북두칠성에서 서쪽방향 약 50미터(ㅋ) 지점에는 금성이 유난히도 밝게
빛을 발하고 있었지요.
우주후반 이야기는 언제나 주님과 함께 나누지요?
아쉽게도 속이 거시기해서 이번에는 주님을 제대로 영접하지 못하였나이다..ㅎㅎ
다만
신불평원에 우수수 떨어진 별들을 주워담아 '별주'를 만들어 마셨지요...
별주 한 잔 마시고, 이야기 한 점 안주삼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10시쯤 잠자리를 찾습니다.
날진통 데워 침낭속에 넣는데 여름침낭 가져온 능선언니가 말합니다.
"낭인아 니 덥다! 날진통 내한테 넘기라..."
"싫어요~~오~~"
겨울침낭에 커버에 날진통에 꾸역꾸역 끼고 잡니다.
그런데 뱀이 나올까 좀 겁이 났습니다.
신불평원은 습지인데다 그날 저녁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겠습니까?
먹이사슬 구조상 개구리는 뱀의 먹이, 그럼 뱀이 있겠지요?
쪼메 덥게 푹~ 자~알~ 잤습니다. ㅎㅎ
다행히 밤새 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꿈자리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 좀 뒤숭숭 했습니다.
그들은 지리산에서 두번 마주친 적이 있는 공단님들.
헤걱~
꿈에 나타나 하는 말이 벌금은 안받을 테니 대신 통도사 입장료를 내라는 겁니다. ㅡ.,ㅡ
당황해서 3인분 입장료를 내고 생각해보니 "왜 지들이 입장료를 받아?"싶데요..
그래서 막 소리지르며 따라가니 들고 있던 막걸리 한짝을 팽개치고 줄행랑을 칩니다.
이야기는 구구절절 이어지나 중요한건 거기까지 공단이 따라왔다는 겁니다.
으~~ 지겹습니다. ㅠ.,ㅠ
아침에 그 이야기를 했더니
배꼽잡고 웃던 능선언니왈~
"낭인아 니는 지리산만 안가믄 된다." ㅡ.,ㅡ
바짝 비치는 햇살을 피해 침낭커버 안으로 숨어들다
억지로 기어나온 시간이 대략 8시..
햇살은 밤새 커버에 맺힌 이슬을 다 말려준 후 구름 뒤로 숨었습니다.
다행히 시원한 그늘, 나중에는 약간 쌀쌀한 평원에서
밥해 먹고, 저녁에 못마신 맥주도 한잔하고
과일도 먹고, 차도 한잔 마시고 했습니다.
샘터에가서 고양이 세수도 하고 하니
벌써 11시 30분입니다.
느긋하게 짐챙겨 11시50분쯤 출발했을겁니다.
그런데 야영한 소나무 옆에 몰지각한 산꾼들이 버리고간
쇠 통이며 유리 소주병 등등이 가득해 자꾸 눈에 거슬립니다.
셋이서 마음이 동해 "저건 가져가자~"해서
패킹용으로 챙겨오신 하얀늑대님 김장용 봉투를 꺼내 담습니다.
그런데 보이는 것 보다 제법 많은 분량이 묻혀 있더군요.
마음이 좀 마이~ 상했습니다.
나쁜 X들.
그렇게 시작된 청소가 하산까지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널널해 시작된 청소 산행으로 기차 놓칠뻔 했습니다. ㅎㅎ
아무래도 양산인지 언양인지 관할청에 민원을 넣던지 해야겠습니다.
지난 4월말 산행때 층층폭포 오르다가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쓰레기 더미를 보았지 않겠습니까?
작은 굴 속에 생수통이 대략 200개쯤 들어있는겁니다.
어쨌든 몰지각한 사람들 욕하는 것으로 산행을 마쳤습니다. ㅡ.,ㅡ
그리고 차량 회수문제로 하산지를 가천으로 잡았는데
완전 비추입니다.
시멘트 길 덕분에 발바닥 무지 아팠거든요..ㅋ
내사랑 님들 덕분에 늘 텐트가 있는 야영을 했었는데
이번엔 텐트 없이 처음으로 완전 비박을 산행을 하게되었습니다.
밤에 바람이 조금 부니 약간 불안하더라구요.
그동안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는 생각과, 고마움 마이 느꼈답니다.
가을이 되면 또 한번 번개하지요...
그 전 언제라도 신불이라면 대환영입니다.... ^^
첫댓글 아따 날씨 좋구만~~ 배낭이 3개고만?
낭인이 애인 데꼬갔대요~ㅋㅋㅋ
순진한 원택님~ㅋ 그란디 이상하게 원택님하고만 전화가 연결되더라~ 다른 사람은 다 불통이었다네~ 핸펀에 무슨 짓(?)을 한 거얌~!
운무가 감싸는 신불산 멋지네요... 풀밭에 뱀 나오겠다ㅎㅎ
우와~~~ 좋네요~~ 그러게요~~ 뱀나올거 같아용~~^^;; 뱀..무서와요~
낭인아~ 하얀늑대 아니고 파란늑대다....... 저 초원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노래 가사.... 저 푸른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아주 오래전 저 푸른 신불평원위에 텐트 한동 쳐져있는 사진을 산지에서 보고 반했었다는....그 공단 정말 똑똑해 낭인이 막걸리 좋아하는 줄 알고 막걸리통을 주고 갔잖아~ ㅍㅎㅎㅎ 저녁반찬으로 일몰을 함께.............
n.,n 비싼 막걸리여~
좀전엔 글이 없었는데... 하산길에 청소산행도 하셨네요~~ 좋은일도 하고...복 많이 받겠어요!^^
낭인님...신불평원 비박...멋집니니다.소원 풀었네요...부럽습니다.파란늑내님 사진은 없네요?
능선 언니랑 별로 친하신거 같지도 않고...ㅋㅋ 언니가 하도 구박을 해서 안올렸습니다.ㅎㅎ
낭인아~ 교육을 좀 시킨거지....
6월의 신불평원 어떤 모습일까?하고 기댈 했었는데..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신불평원의 비박도 멋지고..부럽습니다!!
같이 하지 못하여 죄송했습니다. 두 분을 모셔야 하는건데.. 하루종일 일했습니다. 삶이 왜이런지..쩝
할~ 모시다뉘요..ㅋㅋ 일하시는 분한테 뽐뿌질해서 죄송합지요...^^ 시간이 빠듯하여 식사도 몬하고 왔습니다.
멋집니다....저도 조만간 함 가봐에 겠어요...^^ 파란늑대님이라는 분 제 블로그에도 다녀갔던 그분??
ㅋㅎㅎㅎ 완전 디짐, 강추입니다. 가실때 소문 내세요, 시간되면 산벗해드립지요..^^
그 파란늑대 맞습니다.............^^
하얀능선님 전화통화가 왜 이렇게 힘들당가요? ㅋㅋ 마지막에 한번더 하려다 포기했습니다
정말 핀트 맞추기 어려버....... 서로의 전화가 서로를 거부하더군....ㅋㅋㅋ 산행은 잘 했삼?
부러울만큼 조았구먼... 낭인님이 그리는 그런 산행이엇구만... 무탈하게 다녀와서 잘했네...
처음 뵙겠습니다.근데 저 위에 맘 좋아 보이게 히죽이 웃는 처자가 강호의 낭인님이십니까 아항 다시 읽어보니 능선이란 처자군요 비박하신 바로 그 자리 수북한 풀섶에 비암이란 친구가 꼭 있을 것만 같은데 .. 비결이 있으신가요?
네 비암이 있을 거 같던데..ㅋㅋ 비결은 없구요, 걍 무식해서 용감했습니다. 담엔 백반이라도 챙겨댕겨야죠~ 개구리 소리도 나던걸요~
비결은 딱 하나 있습니다. 딴거 아니고 딱 한마디만 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내가 자러 갈테니까 모두 땅속으로 들어가 있거라~~~~ㅋㅋㅋㅋ 아니, 근데 낭인이 너 백반 챙기다고 했었잖아~ 안챙겼던고얌?
참 멋져요.. 신불에서 저도 한번 비박하고 싶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