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 이기철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그러면 풀들의 숨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발이 간지러운 풀들이 반짝반짝
발바닥 들어올리는 소리도 들릴 거예요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아픔처럼 꽃나무들 봉지 틔우는 소리 들릴 것입니다
햇살이 금가루로 쏟아질 때
열 마지기 논들에 흙이 물 빠는 소리도 들릴 거에요
어디선가 또옥똑 물방울 듣는 소리
새들이 언 부리 나뭇가지에 비비는 소리도
들릴 것입니다
사는 게 무어냐고 묻는 사람 있거든
슬픔과 기쁨으로 하루를 짜는 일이라고
그러나 오지 않는 내일을 위해
지레 슬퍼하지 말라고
산들이 저고리 동정 같은 꽃문 열 듯
동그란 웃음 하늘에 띄우며
봄 아침엔 화알짝 창문을 여세요
-시집「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서정시학02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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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입춘 추위는 어김없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김없이 남녘에서는 꽃소식이 밀려왔고, 소백영봉에는 흰눈의 자취가 남았습니다
연탄보일러 세 구멍에 모두 연탄불을 피웠더니 실내공기가 탁하다고 해서
입춘날에 창문을 한찬 열어 환기를 시켰습니다
마당 한켠 주목나무의 검푸름이 살짝 엷어진 듯도 했습니다
봄은 알게모르게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것이고 우리는 다시 희망을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슬픔이나 걱정 따위에 마음 뺏기지 말라고...
자연은 온갖 사연을 안고도 저리 봄을 향해 깨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날씨가 풀린다고 하네요
조금 늦게라도 창문을 화알짝 열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