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젊을 적에 일본에서 5년 정도 유학을 하였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언어가 있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일본어가 잘 맞았어요.
언어를 공부하면서 포기하게 되는 고비들이 있는데, 저는 일본어에서 고비를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한자를 외우는 것도 경어&겸양어 등등 무사히 넘겼습니다. 따지자면 지금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말이 잘 안나오거든요 ㅋㅋ
회사에서 일본어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가진 능력이 이것 뿐이라서 지금까지 일본어로 일을 해왔어요. 저에게 일본어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밥줄이에요. 외국어 하나 터득하면 맘 편히 갈 수 있는 국가도 늘어나고, 직업 선택 폭도 넓어진다고 하죠? 저는 일본밖에 못가지만 지금까지‘내가 이런 일을?!’싶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취업활동은 안 했어요. 그 당시 조금은 어린 생각일수 있지만, 왜놈들 밑에서 일을 하기 싫더라고요.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오는 일본사람들 상대로 일본어를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여러 일들이 많죠. 옆 나라 하는 짓이나 내뱉는 말은 예전부터 참 맘에 안 드는데, 일반 사람들은 한국이 좋다고 막 오잖아요. 요즘 길거리보면 일본사람들 진짜 많이 보이더라고요. 상황이 이래도 우리나라에서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인 여사친 한명이 있습니다. 한국이 좋다고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와요.
제가 농담으로 “네 덕분에 한국경제가 산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고 놀리곤 하죠.
이 친구는 전근대 역사가 좋다고 서울오면 혼자 궁에도 가고 그럽니다. 담에 저보고 박물관이나 전시관도 같이 가자고 하네요. 자연스럽게 밥 먹으면서 현재 얘기와 과거 얘기를 하게 되죠.
독도나 위안부, 강제징용 그리고 오염수 방류까지 다 얘기하게 되는데요.
제가 한국인으로서 욕심을 부리자면, 한국이 좋아서 오는 수 많은 일본인들이 단지 음식이 좋고 문화가 좋아서 즐기자는 마음으로 오기보다는, 좋아하는 만큼 과거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진상태에서 와줬으면 해요.
너무 큰 욕심일테죠..?
아무튼 그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합니다.
“독도는 한국땅이야”
“다케시마?”
“다케시마 아니야. 정확한 이름은 독도야”
(일본은 자기네 영토라고 인식하는 섬에만‘시마’라고 붙입니다. 남의 영토라고 인식하는 섬은 OO도 이렇게 말하죠)
“그래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증거는?”
“예전 삼국시대부터~~~~ 울릉도 그리고 독도를~~~~~주절주절 그것을 일본이 갑자기 식민지시대때 자기네 것이 라고 주절주절”
“그래? 근데 그건 한국에서 주장하는 것 뿐이잖아”
“그럼 일본땅이라는 증거는 뭔데?”
“내가 일본역사에 대해 좀 무지해서 자세히 설명은 못하는데..암튼..”
“일본은 예전부터 우리나라꺼를 그렇게 빼앗아갔으면서 아직까지도 왜 그렇게 섬하나에 집착 하는건데?(이유는 대략 알죠 독도 주변 해양 자원)”
“난 사실 독도가 한국꺼든 일본꺼든 상관없어. 난 그냥 한국이 좋아서 오는 것 뿐이야”
“우리가 정치적으로 결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이 그렇게 좋다고 하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래도 저래도 그만 이라고 해버리면 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왜 일본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 안해?”
“근데 옛날에 자발적으로 돈 벌려고 참여한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그럴수도 있겠지. 근데 피해자분들이 계신 건 확실하니까 그 분들에게는 사과 해야지”
“사과하면 그 다음에는 돈 달라고 할꺼잖아”
“뭔 소리야”
“방송보니까 금전적으로 배상하라고 시위하던데?”
“야 그건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이잖아”
“아 다른거야?”
“………..”
“선거 날 놀지 말고 투표해”
“난 안해”
“왜?”
“해봤자 바뀌는 거 없어”
“니네들이 안하니까 안바뀌는 거야”
“그럼 네가 후보들중에 골라줘봐. 내가 그 사람 투표하러 갈게”
“………”
“내가 그런것도 아닌데 왜 계속 나한테 그래?”
“네가 그러지 않은 거 알아. 단지 한 명 한 명 정확한 사실과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 다들 한국 좋아하잖아. 그 좋아한다는 게 과거는 어찌 되었든 그냥 지금만 즐기자는 마음으로 오는거야?”
“어차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뭐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정책결정은 정치인들이 해도 이렇게 일반인들끼리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거야”
“난 잘 모르겠어”
“만약에 네 아들이 어디 가서 사고치면 네가 대신 사과하잖아?”
“아 그건 다른 얘기지”
“나도 만약 한국이 일본에게 피해입히면,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 대신 사과 할거야. 그런 인식과 마음이 중요한거라고”
“일본은 미국한테 원자폭탄 맞았어도 사과하라고 안해”
“그건 일본에서 먼저 진주만 공격한 거잖아”
“그래도 핵을 쏘는 건 아니잖아”
“핵 투하 자체는 비판받을 만 한데, 내가 보기에는 정당방위야”
“히로시마에서는 일반인들이 많이 피해입었어”
“진주만에서도 일반인들 피해 많이 입었어”
“왜?”
“진주만에 살고있는 군인가족들도 일반인이잖아. 그리고 히로시마 일본인들 보다는 적겠지만, 나중에 피해복구에 그 당시 조선인들 강제로 엄청 동원당했어”
“아 그건 몰랐어..”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됩니다.
제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거지만, 한국을 좋아하는 저 친구마저 평소 역사관이 저렇다면 일반 일본 사람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일까 걱정이 듭니다.
일본 문화 좋아합니다. 여행을 가도 정적인 여행으로 힐링할 수 있고요. 명탐정 코난 그리고 원피스 그리고 귀멸의 칼날, 짱구도 너무 재미있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애니 그림체도 너무 좋아합니다. 하지만 구분할 것은 확실히 구분하고 좋아하고 배울 것은 배우자는 게 제 신념입니다.
좋아하면서도 막연히 좋아할 수 없는 나라에서 유학을 통해서, 그 언어로 밥을 먹고 살아 왔고, 한국이 좋다면서 명확한 사실에 대해서는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언어를 활용하는 상황.
그냥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아봤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일본 젊은이들의 이른바, ‘쿨’한 의식은 기성세대들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도를 넘어선 거 깉더리고요. 난 몰라, 정치인들이 하는 거고, 난 그냥 그렇게 배웠거니 그렇게 들었어. 이정도 인식이 매번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본에서도 교과서만 수정해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거고요.
전 일본친구도 있고 중국친구도 있는데 다같이 역사 얘기하면 입장차이 때문에 재밌어요. 삼국지 얘기할땐 위아더월드
서로 선넘게 싸우지만 않는다면 참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부럽습니다..
전 멋지게 보입니다!
아몰랑 시전하면 유감스럽죠. 근데 일본인 뿐 아니라 주변 2~30대 한국인들도 아몰랑이 늘고있습니다. 안타깝네요. 그런데 사과하면 돈달라고 하다니요. 당연히 사과와 보상은 세트아닌가요?
일본이 저러고 있으면 우리가 정신차리고 있어야하는데 슬슬 뺏길거 같기도 하네요
맞네요..그러니까 사과를 안하는 것일수도 있네요..
인식이 참 그러네요..
우리의 먼 미래를 보는거 같아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저렇게 대화 자체를 안하려고 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대화를 안하면 파악도 안되고 인식도 못하게되는거죠..점점 우리나라도 정치적 생각을 말하지 않는게 배려라고 생각하니 종국에는 저렇게 될 것 같기도 하네요..씁쓸합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정말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구나 생각되네요..
저런 무거운 주제로도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 대단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