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이건 인디음악계, 아니 범대중음악계에 있어 하나의 ‘사건’이다.
순수 팬들의 기획과 참여로 ‘백자노래 부르기’라는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모든 출연자가 세션을 따로 두지 않고 스스로 연주하며 노래를 한단다.
故김광석노래 콘테스트가 있었고, 故배호나 안치환 팬들의 노래부르기 모임
등이 있었으나 정식무대에서 ‘특정가수만의 노래부르기’는 한국대중가요사에
있어 거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주류 인기가수도 아닌 인디음악계에서나 조금
알려진 무명가수의 노래부르기 무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일대
사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백자의 노래가
작곡과 연주수준이 높음은 물론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장의
정규앨범과 틈틈이 낸 EP앨범들에서 드러난 그의 노래는 곡과 가사, 연주가
모두 탁월하다. 장르도 포크, 포크락, 블루스, 보사노바 등 다양하고 음악적
구성 또한 다채롭고 뛰어나다.
영화나 TV 멜로드라마의 OST로 써도 나무랄 때 없는 작품인 ‘가로등을 보다’,
노동자의 애환을 노래하여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노란봉투,
가사에 숨겨진 강한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며 힘을 얻는 ’낙타의 발‘...등등
그의 노래는 여느 대중음악과는 다른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듣는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과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백자의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점을 얘기할 수 있다.
백자는 이제 마흔을 막 넘긴 뮤지션이다. 약관의 시절부터 음악을 가까이하며 살아온
그는 지난 20여 년간을 약자의 시선, 아픔과 시련을 겪는 편에서 바라보며 노랫말과
곡을 만들고 불러왔다. 그것이 사회적 약자이든 인간적 약자이든 그랬다. 하지만
결코 과격하지도 무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서정적이며 즐겁게 노래를 만들어 내고
무대 매너 또한 진지하면서도 흥겹다. 그런 그의 일관된 태도가 대중음악 팬들의
관심과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지속적으로 음악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낸 EP앨범을 듣고 내가 이런 문자를 백자에게 보냈었다. “앨범을 들어보니
ㅇㅇㅇ과 ㅇㅇㅇ이 특히 좋군. 백자는 쉬흔 전후쯤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뮤지션이 될 거야” 답신이 왔다. “오륙년 정도 더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어찌 생각하면 지금은 아니고 몇 년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오해없이 흔쾌하게 내 얘길 받아들였다.
사견이지만, 백자가 조금 더 담백하게 노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노래에
따라선 파워풀한 것도 좋지만 지금보다 힘을 빼주면 더 났지 않을까...라고 느낀 적도
있었다. 물론 순전히내 취향이고 내 기준이다. 아무튼 그날 문자에 담긴 내 속마음과
진의는 “지금도 매우 훌륭하지만 아직 세상 일반이 백자의 진면목을 알아보질 못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음악적 내공이 깊어져 가수로서 큰 족적을 남길 거야”였다.
모든 문화예술은 무한의 창조세계이다. 음악 또한 그러하기에 ‘완성’이라는 말은
애초에 쓸 단어가 아니다. 다만 완성도 있어 매우 탁월한 작품은 있을 것이다.
백자 또한 그렇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고 부르며 사랑받고 있지만 더 깊고
더 넓게 정진하길 바란다. 그러면 머지않아 우리 대중가요사에 있어 나무랄 때 없는
훌륭한 가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런 점들이 이번 ‘사건’의 주된
배경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번 ‘백자노래 부르기’는 매우 의미 있고 즐거운 자리가 될 것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신청 마감 결과 프로급 뮤지션들과 순수 아마추어까지 15팀이 무대에 올라 백자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게스트가 백자라니 더욱 즐겁다. 나도 한곡 부르고 싶어 서둘러 신청했다.
10월 17일, 토요일 저녁5시, <인디톡>에서 벌어질 그 시간은 참석자 모두에게 함박웃음을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중가요사에 의미 있는 한 점을 찍을 것이다.
2015년 가을 소리 들리는 날
민재
첫댓글 급땡기는공연
일단달력에 표시 굵게 해놓습니다~~^^
오리 님~ 들리시겠어요? 기다립니다^^~
좋은공연이있군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일단 달력에 크게 동글뱅이 그려놀께요.ㅎ
예사모님 오시면 인디톡이 환~해 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