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시러 갔다
중간에 큰 테이블이 있고 거기에 얼음을 가득 채운뒤 거기에다
수입맥주를 파는 가게였다.
알고보니 그 친구가 좀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였더군.
좀 좋은 술집, 좋은 분위기를 은근슬쩍 따지는 거 같았다.
아니, 학교다닐때 그러질 못했으니 직장다니니 그러고 싶은거겠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반대인거 같다.
예전에 분위기 좋은곳을 찾아서 돌아다닌적도 있는데, 이제는 그런거에
관심이 좀 덜가게 되었다.
그저 적당한 가격대에 유행가를 크게 틀지 않고 술마시고 이야기하기
좋은곳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이지 주위에, 무성의한 안주에 그저 인테리어만 그럴싸하게 하고
속된말로 돈만 비싸게 받아처먹는 그런 술집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곳에서 술을 먹으면 화가난다.
요는 돈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정말로 잘된 음식에 항상 일정한 컨셉의 음악을 틀으며 손님들에게
표 안나는 배려를 하는 웨이터들이 있는 그런 음식점이나 술집이라면
돈이 비싸도 그게 그렇게 아깝지 않다.
어차피 그러기 위해서 가는거고 그것도 어쩌다 한번 정도니까..
글치만 여기가 물이좋네, 하는듯한 그런 술집에, 내가 좀 나간다 하는듯한
인상을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듯한 손님들이 즐비한 곳은 이제 좀 부담스럽다.
사실 난 투다리(비슷한 종류도 괜찮다-간이역,역마차,오딧세이 등등)란 술집을
좋아하는 편인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잘 갈일은 없는듯 하다.
일단 주위사람들이 잘 가려하지 않고 - 왜 주위사람들이 잘 가려하지 않나
생각해보면
1.술값이 싸지만 그만큼 서비스, 안주, 의자도 싸구려수준이다.
2.꼬지에 술을 마시는거에 익숙하지 않거나, 익숙하더라도 맛이 별로다.
3.왠지 가면 없어보일거만 같다.(백수와 동네 노는 형님들의 온상이란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데 뭐 이정도인거 같다.
일본 영화를 보면 십중 칠팔은 나오는게 이 투다리 같은 야끼도리집이 나온다.
항상 주인공이나 그 조연들이 한잔 걸치러 와서는 간단한 야끼도리(꼬지)
를 몇개 시키고 맥주와 함께 마신다.
이 투다리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1.부담없다(가격도 분위기도- 이제부터 달려볼까 .. 하는 그런생각없이
글자그대로 간단하게 한잔이란 기분으로 마실수 있어서 좋다 -> 항상 그런
분위기가 달리는 분위기로 바껴서 문제이지만)
2.꼬지란걸 좋아한다
내 생각엔 꼬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싶다.
고등어를 못먹는다든지 콩이 든 음식은 입에도 못댄다 등. 이런것 봤어도
꼬지는 다들 좋아하는거 같다.
나또한 꼬지를 좋아하는데 대신 꼬지가 맛이 없으면 좀 곤란하다.
이게 어쩌면 투다리에 있어서 가장 약점인거 같다.
다같은 투다리 간판 걸고 장사하는 가게라도 가게마다 음식맛의 편차가
심하다.
박찬호는 포볼만 고치면 대선수가 될것이고, 투다리는 전국적으로 안정된
꼬지맛만 보인다면 아마 더욱더 큰 체인점이 될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3.'대화'분위기이다.
술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사람을 좋아하고 얘기하길 좋아해서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혹자는 집에갈때 오토바이 몰고가다 굴러도
안 아프기위해 술에 취해가지고 간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지만...
여튼, 술집 가게는 좀 대화하기 좋은 장소이여야한다.
술집에서 모든 이야기를 묻히게 할정도 최신 댄스리믹스, 최신가요
등등의 테이프를 귀가 찢어져라 트는 술집은 이해를 못하겠다
누구라도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건데 어찌된 영문인지 다들 크게
틀어댄다.
그렇지만 투다리는 음악도 조용히 사람들의 말소리도 속닥속닥,,,'
이게 좋은거 같다. 의자와 탁자자리도 좀 불편할만큼 좁은데가 있지만
서로 얼굴이 가까이 붙어 있으니 남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귀기울이게 되는거
같다.
이상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못하겠다.
아마도 술이 마시고 싶어서 였겠지.....
그렇다고 혼자서 투다리에 들어가 술집 한켠에서 묵묵히 술을 마실정도의
용기는 없고 (한국적인 상황에선 이건 용기가 아니라 왠지 객기인거 같다.)
집에서 샤워를 하고난뒤 슬리퍼를 끌고 동네를 나와선
매운 닭밝에 구운마늘꼬지, 시원한 생맥주 500cc 한잔 그리고 부담없는
잔잔한 대화.
이게 그리운 분들은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투다리가 있는 동네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ps 뭐 어떻게 먹느냐는게 딱 정해져 있는건 아니지만
꼬지와 소주는 보다는 꼬지와 맥주인거 같다.
꼬지와 소주는 안맞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꼬지와 맥주가 더 잘어울린다는 말이다
(부록)
꼬지와맥주가 있는 야끼도리집의 명장면
1.타락천사
홍콩의 어느 외곽, 일본식 꼬지집에서 여명이 맥주에 (이상하게 이집은 캔맥주만 판다)
꼬지를 몇개 놓고 혼자서 한잔하는데 여기 꼬지 굽는 사람이 금성무다.
영화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가 두편으로 나누어서 하나는 금성무가 주연이고
하나는 여명이 주연인데 금성무와 여명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이 이 씬이다.
# 망기타- 타락천사에서 이가흔(맞는지 모르겠다)이 여명에게 채였을때 술집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이노래를 듣고난뒤 이가흔은 여명을 죽일생각으로 거절할수 없는 제안을 하지요
(자기것이 안된다고 죽여버리는 무서운 女ㄴ........)
노래를 부른 등려군은 우리나라에서 이수영이 보이스 칼라 모델로 정해놓고
연습을 했다고 하더군.
http://my.netian.com/~pinball1974/mangita.mp3
오른쪽 마우스 클릭해서 다운 받든가 왼쪽 마우스 클릭해서 바로 듣던가 알아서들....
2.키쿠지로의 여름
친구한테 홀려서 민주공원까지 올라가서 본영화.
키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인데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거기서 키쿠지로(기타노 다케시)가 혼자서 야끼도리집에서 맥주에 꼬지를 나두고
먹는 장면이 있다. 잠시 6초 정도 나오는데 정말 먹고 싶어서 혼났다.
3.20세기 소년
야와라.해피.마스터 키튼.몬스터 등으로 잘 알려진 우라사와 나오키의 최신만화.
2편에 보면 지구를 지킬 7명의 전사중 유일한 여자 전사 유키지가 자기 여자친구와
함께 꼬지집에서 맥주 오백을 원샷하며 신세한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 보면 꼬지집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칙칙한 꼬지집이 아니라 세련된 인테리어의
술집에서 꼬지를 파는데 (남포동에 있는 j's bar와 테이블 배치가 비슷한것 같기도)
이걸 어떻게 한국에서 하면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오랜만에 글을 올려서 인가 보다
기왕에 먹는 얘기가 난 김에 앞으로 추천 게시판에 내가 아는 부산의 맛있는, 분위기 좋은 술집이나 음식점을 소개해볼까 생각한다.(어디까지나 내 기준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