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오대산 품속에 지친 일상 내려놓으면
새로운 ‘나’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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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 |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오대산의 품은 넉넉하고 깊다. 오대의 다섯 봉우리 자락마다 유서 깊은 암자를 보듬어 안고 있고, 전나무의 청량한 기운이 경내를 감도는 곳이 오대산 월정사다. 그곳에서는 천년을 기다려온 쉼터가 산사 곳곳에 있다. 지친 일상을 전나무 숲길에 맡기고 새소리 바람 소리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 그곳이 바로 극락임을 느낄 수 있다. 그 산사에서의 하룻밤은 지친 삶의 일상을 내려놓고 풍요의 쉼(休)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월정사와의 첫 만남인 일주문을 지나 걷다보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을 만난다. 장쾌하게 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으로 가득 찼던 일상은 어느덧 도망가 버린다. 전나무 숲길은 짙은 그늘을 드리우지만 볕이 잘 들어 음습하지 않다. 숲 속으로 드리운 햇살에 얼굴을 내밀면 환한 웃음이 온 몸을 청량하게 만든다.
그 옆으로는 흐르는 맑고 시린 물에서는 열목어가 헤엄치는 계곡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계곡 주변 곳곳에 만들어진 쉼터에서는 눈으로는 맑은 물소리가, 귀로는 티 없는 물들의 재잘거림의 소리가 들려온다. 경쟁으로 지친 번뇌의 몸은 그 소리에 놀라 사라지고 평온함만이 깃든다.
서울서 2시간, 원주와 강릉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월정사는 지친 일상을 보듬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산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쉼(休)과 그 속에서 수행과 전통의 향수를 느끼려는 사람에게 월정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모든 것을 놓고 쉬어갈 것만을 바란다.
월정사 템플스테이는 일상의 무거운 짐을 모두 덜어내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지정된 준비물 이외에는 가급적 소지품은 가져갈 필요가 없다. 옷차림도 수련복을 지급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차림으로 간편하게 가면 된다. 단, 다른 사찰도 그렇듯이 세면도구는 개인이 준비해 가야한다. 그리고 보궁과 암자를 순례하기 위해서는 미끄러울 수가 있기 때문에 신발은 등산화를 싣는 것이 좋다.
산사의 하루는 대부분 누구에게나 낯설다. 그러나 특별한 예법이나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찰의 생활 수칙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원칙으로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바쁘게 움직인 도심의 일상을 잠시 놓아 버리고 만나는 오대산은 부드러운 흙산으로 산수가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다. 산봉우리는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또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편이다. 설악산이 날카로운 기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면 오대산은 장쾌하면서도 듬직한 산이다.
청량함을 간직한 오대산은 뛰어난 자연림으로도 유명하다. 신선초와 희귀식물을 비롯해 수천 종의 식물과 동물의 보금자리다. 봄에는 온통 꽃동산으로, 여름에는 시원하면서도 울창한 계곡과 숲으로, 가을에는 오색의 단풍으로, 겨울에는 설화를 피워내는 설경으로 철철이 다른 모습을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그 넉넉한 자연의 품속에서 걱정과 근심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월정사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박미숙 포교계장은 “평소에 듣지 못하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만 보살이 상주하는 불교의 성지인 오대산은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아 왔다. 후덕한 오대산의 품속에는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대산을 지혜의 산이라 부른다. 산사의 하룻밤을 끝내고 오대산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지혜의 문수보살이 그 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그리고 번뇌도 미움도 성냄도 미혹함도 없애준다.
인기있는 프로그램
월정사 템플스테이는 다른 사찰에서 체험할 수 있는 새벽예불, 경전 독송, 108배, 발우공양, 사경, 다담의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월정사만이 간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 전나무 숲길 걷기 가족과 함께 손잡고 걸어보는 전나무 숲길 산책. 아침 공양을 마치고 아직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전나무 숲길을 거닐어 본다. 숲길을 걸을 때는 다른 말이 필요치 않다. 다만 가족끼리 다정하게 잡은 손에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많은 힘과 위안이 될 것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다.
# 연꽃등 만들기 가족이 함께 모여 마음을 맞추어 연꽃등을 만들어 본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협심해서 만든 연등을 부처님께 직접 공양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원하는 경우 자신이 만등 등으로 연등접수도 할 수 있다.
# 탑돌이 월정사에는 고려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석탑으로 주목받고 있는 팔각 구층 석탑이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추녀의 풍탁은 아름답게 흔들리며 바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별빛이 은하수 되어 흐르는 적요한 경내에서 부처님을 경배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추어 탑돌이를 한다.
참가하려면…
전화나 인터넷을 신청하는 것이 편리하다. 전화는 033-332-6661~5이다. 인터넷은 www.woljeongsa.org으로 접속하면 된다. 매일 접수가 가능하며, 참가자는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미리 작성하면 사찰 방문시 편리하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는 입장료와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새벽예불은 오전 4시이며, 저녁예불은 오후 6시다. 개인이나 가족 참가자에게는 가급적 개인방을 제공하고 있다. 참가비는 하루 3만원이며, 가족 참가자는 4인에 10만원이다.
2색 산사체험
주말엔 ‘가족 템플스테이’
‘산사의 하루’는 누구든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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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가족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배경선, 류재찬, 류다정, 류우상씨(왼쪽부터)가 즐거운듯 환하게 웃고 있다. | 월정사 템플스테이는 ‘가족과 함께하는 산사체험’과 ‘산사의 하루’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되고 있다.
‘산사의 하루’는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삶의 활력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일상의 복잡한 삶 속으로 사라진 ‘나’를 찾기 위해 힘든 일상을 벗어나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경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마련했다.
예불, 발우공양, 다담, 참선, 암자순례, 숲길 걷기, 탑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저 산사의 툇마루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자연과 벗하며 쉬고 싶은 사람에게는 원하는 프로그램에만 참여하게 하고 있다. 단, 예불은 참여해야 한다.
가족 주말 수련회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템플스테이다. 서로를 구속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관계로의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을 자녀로 둔 가족에게는 전통문화 체험 등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가족 부처에게 절하기’는 모두에게 불성이 있고, 모두가 부처님이라는 가르침에 따라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공경의 절을 함으로써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새벽 숲길을 손을 잡고 거닐게 되면 가족애를 듬뿍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18일과 19일 1박2일 일정으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류우상씨 가족. 아내 배경선씨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잊지 못할 가족 추억”이라고 말했다. 큰 딸 류다정양은 “직접 쳐 본 저녁 종소리는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아들 류재찬군은 “발우공양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류우상씨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었다. 사찰의 예법도 익히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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