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全(전) 사회 지도층이 몸을 던져 반대했고, 900여만 명의 국민이 연합사 해체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우리 軍(군)의 젊은 간부들 중에는 “한국군의 작전 역량이 높아져 해체해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 용기와 자신감은 가상하지만, ‘연합사 해체’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작전적 역량 제고로 극복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략적 문제다.
그렇다면 “해체는 하되 現(현) 체제의 가치와 효율성을 그대로 유지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한다는 말도 들린다. 지금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연합사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기대다. 지휘체계별로 다양한 협의기구를 만들다 보니 너무 복잡하고 소요 인력도 크게 늘어 당황하고 있다고도 한다.
어떤 전문가는 “한국군이 2012년까지 독자적 작전역량을 갖춰나가고 최선을 다해 北核(북핵) 문제를 해결하되,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전작권 전환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한미 양국 頂上(정상)이 만나 전환 시기를 조정하면 된다”는 주장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희망한다고 미국이 아무 때나 만나주고 조정해 줄지도 의문이지만, 지금처럼 조직과 시스템이 계속 바뀌다 보면 2012년에는 설사 미국이 합의해 주어도 연장하거나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아니, 원래 미래가 없는 조직은 투자도 안되고 인재도 모이지 않는 법이니 연합사는 일찌감치 허울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핵심체
굳이 2012년까지 기다려 보지 않아도 알 사람들은 다 안다. 미 해병 지휘참모 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현재 한국군의 군사태세와 한국 정부의 군비 투자능력에 비추어 한국군이 2012년까지 핵무장을 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대와 우려가 하도 거세니까 많은 보완 약속을 했지만 대규모 국방투자는 진작 물 건너갔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정치적 修辭(수사)들만 남지 않았는가? 2009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할 때 미국의 약속도, 약속은 약속일 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사 해체작업은 지금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 간의 합의사항이라 되돌릴 수 없다면서 盧武鉉(노무현) 정부가 깔아놓은 궤도를 따라 그대로 질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함부로 휘둘러 대며 긴장을 높여온 2009년에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전작권이 전환돼 연합사가 해체되면 안보 위기가 풍랑처럼 닥쳐올 것”이라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연합사가 해체됐다고 가정해 보자. 벡톨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야기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냉전시대 자유세계 총체적 전력(Total Force)의 ‘局地(국지) 부분 전력’으로 존재해 왔던 한국군의 한계를 비롯한 미흡한 작전 역량과 ‘작전지휘 체계의 2원화’ 같은 것들은 오히려 작은 문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적지 않다. 연합사 해체는 당장 한국의 가장 강력한 억제력을 상실케 해 북한의 誤判(오판)을 자초하거나,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연합사는 한미동맹의 튼튼함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현실체요, 그 상징성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해 왔고, 지금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핵심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과 親北(친북)세력들이 연합사 해체에 그렇게 많은 공을 들여온 것인데, 연합사가 해체되면 일종의 ‘승리의 神託(신탁)’이 돼 저들의 기세는 한껏 높아지는 반면, 한국사회의 발전은 점차 긴장 속에 얼어붙게 될 것이다. 연합사가 없었더라면 2009년 북한의 도발에 우리 사회가 그렇게 의연할 수 있었을까?
팽창적 中華주의 대비하려면?
한국의 미래, 특히 한반도 자유통일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恒久的(항구적) 생존에는 일종의 災殃(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엄청난 정치·경제·군사적 所要(소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나라, 또 장기적으로 팽창주의적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한미 연합사는 그 양호한 통로요, 관리기구이며, 존재 그 자체로 효용성이 매우 높은 기구이다.
예컨대 장기적으로 세계사의 흐름이 오늘날과 같다면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하에 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 살아남는 데 연합사 체제를 튼튼히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무엇보다 한미연합사는 한미 군사동맹 체제의 핵심 연결고리다. 전일 어느 연합사령관이 내게 “연합사가 없었더라면 10년 햇볕 속에 한미동맹 자체가 진작 녹아 내렸을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동맹이 ‘칼집’이라면 연합사가 그 ‘칼날’이다. 연합사 없는 한미동맹의 의미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연합사는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이 되고 중국이 자유민주화하기 전까지는, 특히 팽창주의적 中華思想(중화사상)이 존재하는 한 함부로 대체할 수 없는 국가의 ‘안전장치’다.
많은 전문가가 연합사 해체가 자칫 한미동맹과 한국 안보태세의 基軸(기축)을 흔들고, 한반도 자유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장차 자유대한이 살아남기 어려운 ‘함정’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체제 유지의 한계상황에 몰려 있는 북한이 핵무기와 간접침략으로 우리를, 싫든 좋든 자유통일을 서두르지 않으면 적화통일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길’로 내몰고 있는 것이 오늘 한반도의 모양새다. 아마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은 그 계기가 될 것이다.
반면, 북한 핵 폐기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美北(미북) 핵 대화가 재개되고 있지만, 원자바오(溫家寶)의 북한 방문도 ‘핵 폐기보다는 金正日(김정일) 체제의 안전을 우선’하는 중국의 속내만 再(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에서는 오래 숙성된 팽창주의적 중화사상의 위협마저 느껴진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중국에 인권과 민주주의 메시지조차 제쳐놓은 채 협력만 강조하고,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2009년 11월 19일 북한과의 ‘평화협정’까지 거론했다. ‘평화협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熟考(숙고)해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더할 수 없는 도전과 기회가 함께 混在(혼재)하고 있는 때요, 과거 어느 때보다 튼튼한 한미동맹이 소중한 때다. 그것도 구두 약속이나 문서에 의한 형식적 동맹이 아니라, 연합사로 연결된 오늘의 한미 군사동맹 체제처럼 구조적인 것이어야 한다.
연합사 해체를 우려하는 워싱턴 政客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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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김태영 국방부장관(오른쪽)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악수하고 있다. |
현실화돼 가는 ‘북한 핵위협에 대한 대비’나 ‘자유통일번영’과 같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과제들은 너무 크고 복합적이다. 이런 시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합사를 그대로 해체할 수 있겠는가?
물론 미 의회의 태도와 펜타곤(국방성)의 분위기에 비추어 재검토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아직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마이클 그린 前(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장관 보좌관은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우리 못지않게 연합사 해체가 가져올 결과를 우려하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면 워싱턴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非(비)전략적 안목과 소극적 의지가 더 문제인 듯싶다.
때마침 2009년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모범적인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다짐하고, 이를 위해 2010년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릇 동맹관계란 공통의 위협을 전제로, 공통의 이익과 이해를 위한 상호지원 관계다. 한미 동맹도 마찬가지다. 베트남戰(전) 이래 미군은 줄곧 한국군의 뛰어난 국제적 임무수행 역량과 미군과의 연합작전 역량을 높이 보고 크게 기대해 온 반면, 우리는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연합사보다 더 효과적인 장치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오늘 한미 간에 동맹 차원에서 서로 주고받을 것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전략동맹 차원에서 접근하면, 한국 안보의 핵심적 문제를 비켜 갈 수는 없는 일이고, 연합사 해체 문제는 자연스럽게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없던 것도 만들었는데, 그리고 연합사 해체가 장기적으로 건전한 한미 동맹 발전에 障碍(장애)가 되고 연합사 ‘해체’가 ‘유지’하는 것보다도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더 큰 부담이 되는 측면도 적지 않은 터에 재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지금 당장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총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적극 시행해야 한다. 활용 가능한 한미 민간연구소와 단체, 그리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적극 나서는 양국의 전직 고위 관계자나 전문가도 하나 둘이 아니다. 때문에 합리적 설득 논리를 개발하고 워싱턴 주요 언론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면, 미 정부와 의회를 움직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바탕 위에서 2010년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문자 그대로 ‘모범적 전략동맹체제’를 구축한다면 흔들리는 연합사 체제의 회복과 재정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자유대한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