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이 얼마나 환상적이며 낭만적인 제목인가
제목에 끌려 남녀 주연배우에 끌려 봤던 영화.
제목이 주는 아이러니함에
뭔가 신비스런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다
내용은 낭만이나 환상과는 전혀 다른
좀 무겁고 다소 칙칙한 분위기를 주다가
나중엔 아련하고 슬프기까지 한 이야기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제목만은 지금도 높이 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이야기 하고 싶다
내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계절을 순간이동한 어느 환타지의 주인공같은.
멜라카의 오나CC에서 쿠알라룸푸르 그랜메리CC로 옮겨오는 날
우린 색다른 현지 음식을 먹어보라는 권유로
시내로 들어왔다
우아한 식당인줄 알았다가
야시장이란 말에 겁이 덜컥 났었다
나, 야시장음식 싫어하는 사람중 1인이다
음식 자체도 그렇지만 그 번잡한 분위기와
다소 꼬질거리는 위생이 늘 의심스러웠기에.....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일단 깔끔하지 않으면 절대로
별을 주지 않는 깐깐함이 있었다
미슐랭가이드보다 쵸이가이드별(?)이 내겐 순위가 더 높다구요
어~~
그런데 여기 야시장은 분위기가 좀 다른데
뭔가 정돈되어있고
깔끔한 느낌이 나는 게 괜찮네 하면서 발을 들인다
하긴 내 선택권은 없었다
이 곳 사장님이
이미 음식점도 정해놓고 메뉴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걸로
다 골라놓은 상태였으니
내가 싫으면 저녁은 굶어야하니까
쿠알라룸푸르 관광객은 다 이곳으로 쏟아져 나온 듯 하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는 상태라고 한다
사람이 많을 땐 밀려 다녀야 한다고.
젊은이의 거리 느낌이 나면서
경쾌하다
익숙한 팝송을 부르는 버스커도 목청을 높인다
어 여기 맘에 든다
색다른 경험인데 하면서 다소 들뜬다
음식도 맛있다
저 노란빛깔의 실같은 고명은 계란으로 만든 것이란다
계란으로 어떻게 저런 실을 뽑아냈을까 상상하다가
결론을 내기도 전에
이미 다 먹어버렸다
동남아식의 진한 향의 소스냄새도 적고
뭔가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닭날개와 닭다리 그리고 왕새우의 잔해가
내 앞자락에 산처럼 쌓인다
내가 이걸 다 먹은걸까?
그래 애초에 운동으로 살좀 빼가기로 한 계획은
이제 반 지났으니
내일부터 실천하지 뭐~~~
저녁을 먹고 이 곳의 랜드마크 트윈빌딩을 보러 간다
영화 앤트랩먼트에서 등장했던 그 쌍둥이 빌딩
숀코넬리의 눈빛도 멋졌지만
제타존스의 아름다운 몸매로 적외선을 피해가던 그 유연함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독특한 설정이었다
옆모습만 살짝 드러났는데도 우와하며 감탄한다
생각보다 뚱뚱하다
사진이나 영화에선
날렵하게 위로 솟은 건물로만 보였는데
우람한 몸체가 드러나니 놀랍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한쪽씩 맡아 시공을 했는데
일본보다 늦게 시작을 했음에도
새로운 공법을 연구해 더 일찍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연시리 나까지도 지분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며
더 친숙하게 이 빌딩 앞에 서 본다
아니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색한 인증샷도 남겨보고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야, 나 여기 지분 있어
크게 말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겠지만
시내 야경이 아주 화려하다
아직도 공사중인 곳이 많다
몇년 후에 와 보면 더 화려한 모습이겠지
골프장 안에 있는 글렌메리 호텔에 도착하니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가 전혀 실감나지 않는데
이런 장식을 자꾸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저 벽을 장식한 문양은 한국스럽기도 하다
무아지경으로 여름을 즐기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우리 팀은 기분도 낼겸
시내 음식점으로 외식을 나간다
한국 음식도 먹고 맥주도 한잔씩 하면서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쳤다
어허 진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네
호텔 직원들도 모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내는 차림이다
외식을 거나하게 하고 룸에 들어오니
룸마다 크리스마스 케잌을 한쪽씩 가져다놓았다
어머 감동이다
다음날 점심에 호텔식당은 온통 크리스마스 축제다
장식도 예쁘고
음식외에 코촐렛이나 케잌 과자 등으로 축제분위기를 높였다
이거이거 예뻐서 어떻게 먹지? 하면서
잘도 갖다 먹는다
평소에 단것을 잘 먹지도 않으면서
고연시리 접시에 담는다
오늘은 꼭 먹어야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 처럼.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 하면서
2019년도의 크리스마스는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거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 얼마나 환타지 같은가
전지훈련 내내
내 손을 주물러준 맛사지 기
참 열일했다
2019년도의 다이어리도
촘촘하게 나를 기록해줬다
멀리 타국에서까지 ....
머무는 동안 물도 많이 갖다주고
이불도 잘 정리해준
1달러의 주인님도 수고 많았어요
함께 한 모든 일행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긴 시간 함께 할 수 있었구요
이 팀을 이끈 임회장님 특히 감사드립니다.
총명함과 순발력있는 판단으로 우릴 편안하게 이끌어주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엔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오는 기분입니다
첫댓글 따뜻한 남쪽나라 좋은 골프투어 부럽습니다.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은 낮과 밤이 완연히 다른 느낌이네요.
10여년전 갔던 기억이 납니다. 행복한 모습 영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