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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19
S#1. 납골당 내 (낮)
납골함이 설치된 곳이다.
선재.. 눈물을 머금고 명자의 유골이 든 상자를 들고 걸어 들어온다.
슬픈 얼굴의 연수.... 뒤따른다.
직원 : (납골함의 문을 열면)
선재 : (상자를 납골함 안에 넣는다)
직원 : (납골함을 닫는다)
연수 : (명자의 사진이 든 액자를 납골함 앞에 건다)
선재 :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명자의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연수 : (애잔한 눈길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S#2. 납골당 앞 (낮)
선재와 연수.. 납골당에서 나와서 걸어가면,
잠시 후에 민철이 납골당으로 들어간다.
S#3. 납골당 내 (낮)
민철.. 납골당을 걸어들어가 명자의 납골함 밑에 꽃다발을 놓는다.
민철 : (명자의 사진 앞에서) 아버지... 저희 엄마가 돌아가셨을 땐, 지금처럼 슬퍼하시지 않았어요. 어머닐 훨씬 더
사랑하신 거예요. 그건 알고 계셨죠? 이렇게 떠나시는 게 아버지한텐 가장 큰 벌이라는 걸 알고 계셨던 거죠?
(슬픈 얼굴이다)
S#4. 납골 공원 (낮)
선재와 연수.... 공원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다.
선재 : 꼭 화장을 해달라고 하셨어요. 이젠 어느 쪽 지아비 옆에도 묻힐 수 없는 몸이라고...
연수 : ..............
선재 : 엄만 저렇게 좁은 데 있는 거 싫으실텐데... 아마, 산이나 강에 뿌려지길 바라셨을텐 거예요. 하지만, 그렇겐 못하겠어요.
엄마 보고 싶을 때 찾아올 데도 없으면 내가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나 참 나쁜 아들이죠? 끝까지 내 생각만 하죠?
연수 : ................
선재 : 엄마는 아무 것도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모든 게 후회스러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묻어 버리는 건데...
엄마만 살릴 수 있다면 다 모른 척 할 수 있는데.....너무 늦어버렸어요. 엄마를 벼랑 끝으로 내몬 거 같아서
내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요.
연수 :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재씨 잘못 아니예요. 선재씨가 그렇게 괴로워하면 어머님도 속상하실 거예요.
어머님 당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선재 :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눈물이 흐른다)
연수 : (선재가 안스럽다)
S#5. 납골 공원 (낮)
선재와 연수... 나란히 공원 한쪽에 앉아 있는데,
민철... 걸어나온다.
민철 : (선재와 연수를 보고 멈춰 선다. 슬픈 얼굴이다.)
선재, 연수 : (일어난다)
민철 : (순간 몸을 돌리는데)
선재, 연수 : (민철이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민철 : (연수의 뒷모습을 눈으로 쫒는다)
연수 : (걸어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다본다. 멀어지는 민철의 뒷모습을 본다.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선재 : 왜 그래요?
연수 : ................ 아녜요. 잠깐 착각했나봐요. (잘못 봤겠지 싶어서 서글퍼지는데)
선재 : 그만 가야죠? 엄마한테 인사하고 가요.
연수 : (끄덕)
S#6. 납골당 내 (낮)
연수와 선재... 들어온다.
연수 : (납골함 밑에 있는 꽃다발을 본다. 민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 없이 뛰어나간다)
선재 : 연수씨!
S#7. 납골 공원 (낮)
연수... 아까 민철이 걸어가던 곳으로 뛰어간다.
둘러보지만 민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연수 : (민철의 그림자를 쫒는 자신의 모습이 서글퍼서 씁쓸한 미소를 짓고 돌아선다)
민철 : (주변에서 연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눈물이 글썽하다)
연수 : (걸어가면)
선재 : (마주 걸어온다) 무슨 일이예요?
연수 : 바보같이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떠나신 거 뻔히 알면서....
선재 : (!)
연수 : 미안해요. 가요!
연수,선재 : (걸어간다)
민철 :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S#8. 1층 거실 (밤)
민철... 들어온다.
성춘.. 넋이 빠진 얼굴로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성춘 : (술병이 비자) 술 갖고 와!
민철 : .............
성춘 : (소리 버럭) 술 더 갖고 오라니까!
민철 : (술병을 확 뺏으며) 그만 드세요.
성춘 : (!)
민철 : 술로 죄책감을 잊으실려구요? 술에 취해서 편하게 주무실려구요? 그러시면 안 되죠. 아버지도 고통 받으셔야 돼요.
다른 사람들한테 준 고통만큼 아버지도 느끼셔야 돼요. 그것마저 피한다면 너무 뻔뻔하신 거예요.
성춘 :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목이라도 맬까? 나가서 차에 뛰어들기라도 할까? 넌 내가 그러길 바라냐?
민철 : 아버진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럴 양심이 있었다면 옛날에 하셨겠죠. (돌아선다)
성춘 : (침통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 너... 너....(혈압이 올라서 비틀거리는)
민철 : (돌아서서 2층으로 올라간다. 성춘에게 심하게 말해놓고 자신 역시 고통스럽다)
S#9. 음반 매장 입구 (낮)
채권단..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고,
직원들.. 매장에 셔터를 내린다.
윤주 : (울면서 '임시 폐업'이라는 종이를 붙인다)
민철 : (초췌한 모습으로 계단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S#10. 신문 헤드라인 인서트
'빅토리 소속 가수들 줄줄이 뮤즈로 이적'
'빅토리 레코드 주식 연일 폭락'
'빅토리 레코드 특별 세무 감찰'
S#11. 음반 매장 입구 (낮)
시간 경과.
매장에 셔터가 내려져 있고, 임시 폐업이라는 종이 붙어 있다.
(시간이 지나서 더러워진 채)
연수 : (민철과 같은 위치에 서서 서글픈 표정인데)
나래 : (계단을 내려가며) 그래도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망해버렸네.
연수 : (따라 내려가서 셔터가 내려진 문 앞에 선다)
나래 : 언론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긴 하다. 사장님, 감옥에만 안 들어갔지 완전히 매장됐잖아.
연수 : 요즘 어떻게 지내실까?
나래 : 글세 말이다. 부인도 없지, 자식들은 다 외국 나가지, 돌봐줄 사람도 없을텐데...
연수 : 실장님도 회사 소식 들으셨을까?
나래 : 당연하지.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국내 사정에 더 훤해.
연수 : 실장님... 그 때 잘 떠나신 거 같애. 여기 계셨으면 험한 일 많이 보셨을텐데....
나래 : 하긴... 실장님 입장에서 보면 그 때 떠난 게 훨씬 낫지! 널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연수 : (셔터가 내려진 문을 쳐다본다. 회상에 빠진다.)
S#12. 음반 매장 (낮) - 연수의 회상
활기 있게 움직이던 매장의 모습과 매장을 걸어가며 연수에게 미소를 보내던 민철의 모습.
나래 : (E) 그만 가자!
S#13. 음반 매장 입구 (낮)
연수 : (회상에서 깨어난다. 민철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이 글썽해져 있다) 가자! (나래의 팔짱을 끼고 돌아선다)
연수,나래 : (계단을 올라간다)
S#14. 지하철역 앞 (낮)
연수.. 세나의 벤에서 내린다.
나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역으로 들어간다.
S#15. 지하철 안 (낮)
사람이 많은 지하철 안이다.
연수.. 자리에 앉아 있다.
카메라... 연수와 대각선 방향으로 가면, 캐쥬얼한 차림의 민철의 뒷모습이 보인다.
창문에 비친 얼굴.. 민철이다.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를 보지 못하는 두 사람.
S#16. 지하철 승강장 (낮)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면,
민철.. 지하철에서 내린다.
민철... 연수가 앉아 있는 등뒤로 지나간다.
S#17. ** 지하철역 앞 (낮)
민철.. 역에서 밖으로 올라온다.
S#18. 민철 아파트 동네 (낮)
서민 아파트 동네다.
민철... 걸어와서 아파트 입구로 들어간다.
S#19. 민철 아파트 거실 (낮)
민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방 두 개와 거실로 이루어진 허름한 서민 아파트다.
아직 풀지 못한 짐들이 쌓여 있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안방에서 민지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민지 : (E) 먹어! 제발 좀 먹으라구!
S#20. 민철 아파트 안방 (낮)
민지... 초췌한 몰골의 성춘 앞에 죽그릇과 김치 등이 차려진 쟁반을 놓고 식사를 하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민지 : (성춘의 입에 숟가락을 갖다 대고 있는데)
성춘 : (외면하면)
민지 : (속상한 마음에 숟갈을 탁 내려놓으며 소리지른다) 도대체 왜 이래? 아빠가 뭘 잘했다고 유세야?
내가 뭐 아빠 밥 안 먹는 게 걱정 돼서 이러는 줄 알아? 아빠 밥 안 먹어서 병 나면 그 뒤치다꺼리까지 우리가 해야 되잖아.
그거 싫어서 밥 먹으라는 거야! 누구 때매 우리가 이 꼴이 됐는데 뭘 잘했다고 끝까지 사람 속을 뒤집냔 말이야.
민철 : 민지야! 나가 있어!
민지 : (일어나며 민철에게) 그러길래 내가 우리끼리 떠나자 그랬지? 혼자 길거리에 나앉든지 말든지 우리끼리 떠나자 그랬잖아!
민철 : 나가 있으라니까!
민지 : (문을 쾅 닫고 나가면)
민철 : 왜 식사를 안 하세요?
성춘 : 입맛이 없다.
민철 : (냉정한) 입맛이 없어도 드세요.
성춘 : (!)
민철 : 저희한테 투정 부려도 소용 없습니다. 아버지 투정까지 받아드릴 만큼 아버지를 좋아하는 자식들 아니니까요.
(억지로 숟가락을 성춘 손에 쥐어준다)
성춘 :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죽을 먹는다)
민철 : (그 모습이 안스럽다)
S#22. 민철 아파트 거실 (낮)
민지.. 속이 상한 얼굴로 박스에 명자의 짐을 정리하고 있다. (앨범, 장신구, 지갑, 수첩 등..)
민철 : (안방에서 나온다) 아버지한테 너무 그러지 마. 지금 정상 아니시잖아.
민지 : 얼굴만 봐도 화가 나는데 어떡해? 차라리 소리 지르고 성질 부릴 때가 낫지, 저러구 궁상 떨고 있으니까
정말 못봐주겠단 말야! (눈물 글썽하다)
민철 : (민지의 마음을 알 거 같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정리하고 있는 짐을 보고) 이거 어머니 물건들이야?
민지 : 응! 급하게 나오느라고 몇 가지 챙겨오지도 못했네.
민철 : (착잡한 눈으로 명자의 물건들을 바라본다)
S#23. 정훈 오피스텔 (밤)
명자의 유품이 든 박스를 들고 있는 민철과 선재.. 마주 서 있다.
민철 : (박스를 주며) 어머니 유품들이야.
선재 : (!)
민철 : 우리가 갖고 있을 물건들이 아닌 거 같아서 가지고 왔다.
선재 : (박스를 열어 본다. 명자의 물건들을 보고 눈물이 글썽해지고)
민철 :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한데)
선재 : (눈물을 삼키며 박스를 닫더니) 형은 어떻게 된 거야? 외국으로 떠난 거 아니었어?
민철 : .................
선재 : 연수씬 그렇게 알고 있잖아.
민철 : 그렇게 알고 있게 내버려둬. 피차에 그게 편해.
선재 : (!)
민철 : 니가 잘 견디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선재 : 견딜 수밖엔 없잖아.
민철 : (! 슬픈 눈으로 선재를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선재 : 연수씨한텐 정말 아무 미련도 없는 거야?
민철 : 미련이 있건 없건 내 감정에 신경 쓸 거 없어. 이젠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거니까..
선재 : (!)
민철 : 몸조심해라. (나간다)
선재 : (착잡하고)
S#24. 미술 학원 (밤)
연수.... 민철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눈을 감고 민철의 얼굴을 떠올려보다가 눈을 뜨고 그림을 그린다.
선재 : (문가에서 그 모습을 가슴 아픈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연수 : (그림을 그리던 손길을 멈추고 눈물이 글썽한데)
선재 : 연수씨!
연수 : (얼른 표정을 추스리고 돌아본다) 왔어요?
선재 : (가까이 오면)
연수 : (그리고 있던 그림을 덮는다)
선재 : (알면서) 그림 그리고 있었어요?
연수 : .................네.
선재 : 무슨 그림인데요?
연수 : ............ 실장님 그리고 있었어요.
선재 : 왜요?
연수 : 언제 얼굴이 기억나지 않게 될지 모르잖아요. 이렇게 그림이라도 그리고 있으면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거 같애서...
선재 : (연수의 간절한 마음에 속이 상한다) 연수씬 왜 그렇게 자기를 괴롭혀요?
연수 : (!)
선재 : 어떻게든 잊어버릴 생각을 해야지, 그렇게 자꾸 되새기고 있으면 어떡하냐구요! 그럴수록 연수씨만 힘들잖아요.
연수 : ................
선재 : (연수를 포기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듯이) 어차피 다시 만날 수도 없는 사람이예요.
그냥 잊혀지게 내버려둬요. 그렇게 애쓰지 말구요.
연수 :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지금 힘든 건 선재씨잖아요.
선재 : .................
연수 : 아마 어머님이 돌아가신 직후보다 지금이 더 힘들 거예요. 이젠 혼자라는 게 실감이 날테니까....
선재 : 난 혼자 아니예요. 연수씨가 있잖아요.
연수 : (!)
선재 : 나... 앞으론 연수씨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이젠 나도 연수씨하고 똑같은 처지가 됐으니까.......
연수 : ...............
선재 : 나 이제 조급하게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이젠 연수씨 지켜줄 사람 나밖에 없잖아요.
연수씨가 그 사실 받아들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거예요.
연수 : 선재씨!
선재 : 난 사람 마음을 가진다는 게 아주 큰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거하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큰 항아리에는 부어도 부어도
물이 얼마나 찼는지 알기 힘들죠. 그러다 어느 순간 물이 확 넘치면 그때서야 '아! 다 찼구나' 그렇게 알게 돼요.
아직 내가 연수씨 마음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언젠간 연수씨한테 쏟아 부은 내 마음 느낄 때가 올 거 예요.
연수 : ..................
S#25. 대학로 (낮)
규석.. 침울한 얼굴로 땅만 보고 있는데,
나래... 이쁘게 차려입고 뛰어온다.
규석 : (침울한) 왜 보자 그랬어?
나래 : 실직자 구호 사업 좀 할라고 보자 그랬지.
규석 : 실직자 구호 사업?
나래 : 그래! 왜 좋은 단체에서 그런 거 많이 하잖아. 실직자들 쭉 줄 세워놓고 점심에 밥 나눠주는 거..,
니 신세가 요즘 그 신세잖아! 그래서, 내가 밥 한 끼 해결해줄라고!
규석 : 밥보다 뮤즈에 자리 하나 없을까?
나래 : 자리? 글쎄... 요즘 사람이 좀 필요하긴 한데...
규석 : (반가운) 그래? 그럼 누나가 힘 좀 써 봐.
나래 : 근데, 니가 자격이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뮤즈에는 워낙 인재들이 많이 몰려서 매니저 채용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거던.
규석 :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한테 매니저 좀 시켜달라고 쫒아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누나가 내 앞에서 이렇게 주름 잡을 때가 올지 누가 알았겠어?
나래 : 그러니까, 소금은 찍어봐야 맛을 알고, 인생은 살아봐야 끝을 안다 그러는 거야.
규석 : (나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근데, 누나!오늘 굉장히 여자 같이 하고 나왔네?
나래 : (수줍은) 여자 같기는 뭐... (하다가 발끈) 뭐? 여자 같애? 그럼 내가 여자지 남자냐? (손을 번쩍 들고 때리려고 하면)
규석 : 아우.. 말투랑 행동이 그게 뭐야? 옷하고 사람이 완전히 따로 놀잖아! 그러니까, 누나가 여태껏 연애 한 번 못해 본 거야.
나래 : (기죽는)
규석 : 앞으로 내가 사랑 받는 여자가 되는 법에 대해서 코치를 해줄테니까 누나는 뮤즈에서 내 자리나 좀 알아봐. 알았어?
나래 : 차.. 사랑 받는 여자가 되는 법이 따로 있나? (투덜거리면서도 싫지 않은)
규석 : 밥 먹으러 가자! (걸어가면)
나래 :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규석 : 보폭 줄이고!
나래 : (불만스런 얼굴로 보폭을 줄이고 따라가는)
S#26. 대학로 (낮)
민지... 예전에 연수와 했던 것처럼 초상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민지 : (고개를 숙이고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규석, 나래 : (지나간다)
규석 : 누나! 우리도 저거 하나 그릴까?
나래 : 야! 저런 건 애인들끼리 그리는 거잖아!
규석 : 누가 같이 그리쟀어? 따로따로 그리자 이거지!
나래 : (삐죽거리면)
규석 : 저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민지 : 10분이요. (하면서 쳐다보는데)
규석, 나래 : (동시에) 이민지!
민지 : (당황하는)
규석 : (민지 손을 덥석 잡고)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너 빠리 간 거 아니었어?
민지 : (규석 손을 뿌리치더니 그림도구를 챙기기 시작한다)
나래 : (규석을 밀어내고) 실장님은? 실장님도 지금 한국에 계신 거야?
민지 : (대답 없이 일어나서 간다)
나래 : (쫒아가서 잡으면) 실장님은 어디 계시냐니까!
민지 : 놔요! (확 뿌리치고 간다)
나래 : (!)
S#27. 나래의 방 (밤)
연수, 나래, 세나.. 둘러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다.
연수 : (충격 받은) 진짜 민지였어?
나래 : 그렇다니까! 실장님도 한국에 계신 게 틀림없어. 민지만 한국으로 돌려보냈을 리가 없잖아.
연수 : (마음 설레이는)
세나 : 실장님이 한국에 있다고 뭐 달라져? 한국에 있으면서도 여태 연락을 안 했다는 건 결국 언닐 만날 생각이 없다는 거잖아!
연수 : (!)
나래 : (세나를 쿡 찌르고)
세나 : 언니 위해서 하는 말이야. 괜히 마음만 설레다가 상처 받을까봐....
연수 : (슬픈 얼굴이고)
S#28. 나래 집 옥상 (밤)
연수.. 핸드폰을 어루만지며 얘기를 하고 있다.
연수 : 정말 돌아오신 거예요? 지금 서울에 계신 거예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은데...
제 욕심이 너무 큰 건가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의 단축키를 누른다.)
메시지 : (E)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한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연수 : (눈물이 글썽해서 전화를 끊는다)
S#29. 민철 아파트 베란다 (밤)
민철... 역시 핸드폰을 들고 서 있다.
전화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민지 :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나온다).
민철 : (얼른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민지 : 아무래도 잘못한 거 같애. 그 멀대 언니한테 오빠 소식 말해주고 오는 건데...
언니가 오빠 소식 알면 당장이라도 뛰어왔을 거 아냐.
민철 : 우리 이제 그런 사이 아니야.
민지 : 그건 오빠 생각이지. 그 언니가 얼마나 순정판지 몰라서 그래?
민철 : (화제 바꾸는) 화장실에 욕조가 없어서 불편하지?
민지 : 불편한 게 어디 한두 가지야?
민철 : 우리 민지, 말없이 다 참아줘서 오빠가 너무 고맙다.
민지 : 나까지 속썩이면 오빠가 너무 불쌍하잖아!
민철 : (!)
민지 : 나... 내가 있는 데가 빠리다! 내가 그림 그리는 데는 다 몽마르뜨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우리 어차피 거기 가서도 고생할 각오 했었잖아.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구 오빠 걱정이나 해.
민철 : (안스러운 얼굴로 민지를 안아주며)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민지 생활 다시 찾아줄게.
민지 : (민철의 등을 두드리며) 오빠도 기운내!
S#30. 가요 순위 프로그램 녹화장 (낮)
세나... MC로부터 1위 트로피를 받는다.
MC : 처음 1위를 하셨는데요. 소감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세나 : (눈물 글썽해서) 우선 제 노래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구요. 그리고, 저를 가수로 만들어 주신
뮤즈 레코드의 양경희 사장님과 저의 매니저 나래 언니, 연수 언니, 그리고......
제로 선재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MC : 그럼 이번 주 1위곡 세나의 '헤븐'을 들으면서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세나의 앵콜송 시작되고...
나래 : (무대 아래서 세나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S#31. 단란주점 (밤)
호태... 룸에서 빈 맥주병들을 들고 나오는데,
웨이터.. TV에서 세나가 앵콜송 부르는 장면을 넋을 빼고 보고 있다.
호태 : (웨이터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넌 월급이 거기서 나오냐? 바빠 죽겠는데 지금 뭐하는 거야?
웨이터 : 아우! 잠깐만요. 얘 노래 들을라고 기다렸단 말예요.
호태 : (또 때리며) 기다리긴 뭘 기다려? 손님들이 널 기다린다 이놈아!
(돌아서다가 !해서 다시 TV를 본다. 세나를 보고 놀라는) 어! 이게 누구야? 우리 세나 아니야?
웨이터 : 우리 세나요? 사장님이 아는 애예요?
호태 : 알지 그럼! 내가 먹이고 입혀서 키운 앤데...
웨이터 : 뻥치지 마세요! 얘가 요즘 얼마나 뜨는 가순데요.
호태 : 떴어? 세나가 진짜 가수로 떴단 말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 TV를 들여다보며 신기해하는)
S#32. 뮤즈 사무실 (밤)
선재, 미미, 세나, 나래....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나래 : (샴페인을 터뜨리며) 세나야! 1등 먹은 거 축하한다! (사람들 잔에 샴페인을 따라주고)
사람들 : (박수 치고)
미미 : (세나의 잔에 건배하며) 축하해!
세나 : 고맙습니다.
미미 : 이제 난 더 바랄 게 없어요. 세나 성공하는 거, 빅토리 무너지는 거, 다 봤으니까!
선재 : (표정 어두워지고)
미미 : 그래서, 이제 그만 뮤즈에서 손을 떼고 쉬고 싶은데....
사람들 : (놀라는)
미미 : 선재군!
선재 : (보면)
미미 : 나 대신 뮤즈를 맡아줘요.
선재 : (!)
세나 : (너무 잘됐다는 표정으로) 오빠!
나래 : 그럼 선재씨가 사장님이 되는 거예요?
미미 : 난 선재군이 뮤즈를 우리나라 최고의 음반사로 계속 지켜주길 바래요. 예전에 아버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그게 내가 원하는 마지막 일이예요.
선재 : ...................
미미 : 잘 해 나갈 수 있죠?
선재 : 아뇨! 전 못합니다.
사람들 : (놀라고)
세나 : 오빠! 왜 못한다는 거야? 오빠 할 수 있잖아!
선재 : 정확히 말씀드리면 못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미미 : 이유가 뭐예요?
선재 : 이젠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사장님은 통쾌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한텐 어떤 것도 어머닐 대신할 순 없습니다.
미미 : 선재군...
선재 : 이제 저한테 남은 건 그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는 일뿐이예요. 앞으론 저 혼자 제 길을 가겠습니다.
미미 : (!)
S#33. 빌딩 사무실 (낮)
민철.. 회사 간부와 앉아 있다.
간부 : 나도 이실장이 능력 많은 건 알지. 하지만, 꼭대기에 앉아서 부리기만 하던 사람이 남의 밑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겠어?
민철 : ...............
간부 : 여긴 이실장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데가 아니야. 더 좋은 데 찾아봐요.
민철 : (일어나며) 알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간다)
S#34. 빌딩 앞 (낮)
민철.. 빌딩을 나온다. 막막한 얼굴이다.
S#35. 미술학원 앞 (낮)
연수.. 미술학원에서 나와서 걸어간다.
민철 :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S#36. 거리 (낮)
길을 사이에 두고 연수와 민철.. 걸어가고 있다.
민철... 연수를 바라보는 눈길이 안타깝기만 하다.
연수 : (건널목 앞에 선다)
민철 : (건물 안에 몸을 숨기고 연수를 바라보는데)
연수 : (건널목을 건너서 민철 쪽으로 걸어온다)
민철 : (점점 다가오는 연수의 얼굴을 보며 눈물이 글썽하다)
연수 : (민철의 앞을 스쳐 지나간다)
민철 : (가슴이 아프다. 연수가 간 쪽을 바라보면)
연수 :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민철 : (연수 앞에 나서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위해 애를 쓰는데)
버스가 도착한다.
연수 : (버스에 탄다)
민철 : (안타까워서 자기도 모르게 건물 밖으로 뛰어나간다)
S#37. 버스 안 (낮)
연수.. 버스에 타서 창쪽에 앉는다.
버스 출발하고,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는데, 저 멀리 민철이 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연수 : 실장님... (벌떡 일어나며 다급하게) 세워주세요! 차 좀 세워주세요!
S#38. 거리 (낮)
연수.. 버스에서 뛰어내려 달려온다.
민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신없이 주변을 뛰어다니며 민철을 찾는 연수.
연수 : (애절하게 민철을 부른다) 실장님! 실장님! (눈앞에서 민철이 사라져버리자 안타까운 마음에 미칠 듯한 마음이다.)
실장님! 실장님! (민철을 찾다가 어지러움을 느끼고 상점 앞에 주저 앉는다. 눈물이 글썽한데)
민철 : (연수 앞에 와서 선다)
연수 : (민철을 보고 벌떡 일어나는) 실장님!
민철 : (눈물 가득한 눈으로 연수를 바라보고 있다)
S#39. 까페 (낮)
연수와 민철.. 마주 앉아 있다.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민철 :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차를 마신다)
연수 : (민철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데)
민철 : (연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연수 : (얼른 시선을 떨구고 차를 마신다)
민철 : (연수를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고이는데)
연수 : (감정을 추스리려고 애쓰며 민철의 얼굴을 마주본다)
민철 : (마찬가지로 애써 미소를 머금고)
연수 : 좀 달라지신 거 같아요.
민철 : 그래요?
연수 : 서울에 계실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민철 : 그렇게 됐어요.
연수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민철 : 정신 없었어요. 짐작하죠?
연수 : (끄덕) 민지는요?
민철 :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어요.
연수 : 다행이예요. 아버님은?
민철 : 같이 지내고 계세요.
연수 : 잘 하셨어요. 실장님한텐 아버님이시잖아요.
민철 : 아버지도 옛날의 아버지가 아녜요. 어머니 일로 많이 약해지셨어요.
연수 : 실장님도 그 일로 많이 놀라셨죠?
민철 : ....................
연수 : 어머님한테 미안한 마음 많으셨던 거 알아요. 이젠 어머님도 그런 실장님 마음 다 아실 거예요.
민철 : .................. 연수씬 어떻게 지냈어요?
연수 : (표정 흔들리다가 애써 밝게) 저두 잘 지냈어요.
민철 : (잘 지내지 못했을 거라는 걸 알기에 안스럽다)
연수 : 오늘... 저 보러 오신 거예요?
민철 : ..............
연수 : 그런 거죠?
민철 : 미안해요. 이렇게 연수씨 앞에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닌데... 이러면 연수씨 더 힘들게 하는 건데...내가 실수한 거 같애요.
연수 : (!)
민철 : 지나는 길에 멀리서 얼굴만 보고 가려던 했어요. 잘 있는지 궁금해서...
그냥 안부가 궁금했던 거지, 절대 더 이상을 바란 건 아니예요.
연수 : 뭘 걱정하시는지 알아요. 오늘 일로 제가 다시 실장님한테 매달릴까봐 그걸 걱정하시는 거죠?
민철 : ..............
연수 : 그러지 않을테니까 걱정 마세요. 실장님이 어디 계시던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민철 : (!)
연수 : 다신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장님 얼굴 보게 돼서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실장님 저한테 실수하신 거 아녜요. 저한테 선물 주신 거예요.
민철 : .................
연수 : 그냥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께요. 헤어진 사람들도 우연히 만날 수는 있는 거잖아요.
(담담하게 말하려고 애쓰지만 눈물이 글썽하다)
민철 : (표정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요.
연수 : (웃으려고 애쓰며) 실장님 보니까 좋아요.
민철 : ..................
연수 : (다시 차를 마신다)
민철 : 연수씨!
연수 : (보면)
민철 : 나도 연수씨 보니까 좋아요.
연수 :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민철 : (눈물을 참으려고 외면하는)
S#40. 까페 앞 (낮)
연수와 민철.. 까페에서 나온다.
두 사람... 가겠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어 머뭇거린다.
민철 : 그럼...
연수 : 갈께요.
민철 : (끄덕)
연수 : (민철을 바라보다가 힘들게 돌아선다)
민철 :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연수 : (그자리에 멈춰선다)
민철 : (!)
연수 : (망설이다가 참지 못하고 돌아보는데)
민철 : (그 때 돌아선다)
연수 : (민철의 뒷모습을 본다)
민철 : (눈물이 글썽한 채 걸음 점점 빨라진다)
S#41. 나래 집 방 (밤)
연수.. 슬픈 얼굴로 앉아 있고,
나래, 세나... 그 모습을 안스럽게 보고 있다.
나래 : 그래서, 그렇게 그냥 헤어졌단 말야?
연수 : (끄덕)
나래 : 전화번호라도 물어보지.
연수 : 물어보고 싶었는데, 전화 번호 알면 도저히 전화 안 하곤 못 견딜 거 같아서..
나래 : 못 견디면 하면 되지 뭐. 헤어졌다고 전화도 못 하냐?
세나 : 그걸 말이라고 해? 전화 할 거 다 하면 그게 헤어진 거야?
나래 : 애들 보니까 옛날에 헤어진 애인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전화하고 그러던데...
세나 : 그건 마음이 식었을 경우지.
나래 : 그런가?
세나 : 언닌 사랑의 3대 법칙도 몰라?
나래 : 그게 뭔데?
세나 : 많이 사랑하는 쪽이 전화하기 힘들다. 많이 사랑하는 쪽이 이기기 힘들다. 많이 사랑하는 쪽이 행복하기 힘들다.
나래 : (연수를 안스럽게 보며) 맞다! 얘를 보니까 다 맞는 소리야!
세나 : 실장님.. 집도 쫄딱 망했는데 뭐 먹고 산대?
연수 : 몰라.
세나 : 그런 것도 안 물어봤어? 도대체 뭘 물어본 거야?
연수 : 물어보고 싶은 게 그렇게 많았는데 막상 실장님 얼굴 보니까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는 거야. 분위기 어색해지면
금방이라도 일어나 버릴 거 같애서 무슨 말이든 해야겠는데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 (눈물이 흐른다)
나래, 세나 : (안스럽게 바라보는데)
S#42. 민철 아파트 안방 (밤)
민철... 성춘의 옆에 누워 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S#43. 민철 아파트 거실 (밤)
캄캄한 거실.
민철... 복잡한 마음으로 거실을 서성이다가 벽에 기대고 앉는다.
초라한 거실을 둘러본다. 암담한 기분이다.
민지 : (방에서 나오다가 그런 민철의 모습을 본다. 가슴이 아프다)
S#44. 정훈 스튜디오 (밤)
선재와 세나..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
정훈이 나간 자리를 선재의 물건들로 채우는 중.
세나 : 대견하네. 집안 정리를 다 한다 그러구.. 난 계속 넋 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집은 이제 완전히 오빠가 쓰는 거야?
선재 : 응! 형 유학 갔다 올 때까지 내가 쓰기로 했어.
세나 : 오빠도 참 복도 없다. 이럴 때 선생님이라도 옆에서 있어주면 덜 외롭잖아.
선재 : .................
세나 : (선재 가방을 풀면서) 아무리 남의 집에 얹혀 살았대지만 어떻게 가방도 안 풀고 살았어?
선재 : 놔 둬. 내가 할 거야.
세나 : 됐어! 오늘 아니면 해달라 그래도 못 해줘!
(가방에서 짐을 꺼내고 마지막으로 가방 주머니를 뒤지다가 4부에서 자기가 준 목걸이 반지를 찾아낸다) 어! 이거!
선재 : (보면)
세나 : 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선재 : 거깄었구나. 나도 그동안 잊어먹구 있었네.
세나 : (반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오빠! 이 반지 내가 가져간다!
선재 : 원래 니 껀데 뭐!
세나 : (반지를 보며 감회가 새로운 얼굴인데)
선재의 핸드폰이 울린다.
선재 : 여보세요.
선배 : (F) 나다. 현수!
선재 : 안녕하세요.
선배 : (F) 너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애인 퇴원시키면서 인사도 안 하고 갔지?
선재 : 죄송합니다.
선배 : (F) 니 애인 진짜 이쁘드라. 이선재 능력 있어.
선재 : ...........
선배 : (F) 근데, 검사 받으러 한 번 더 오라 그랬는데, 왜 안 와?
선재 : 검사요?
선배 : (F) 어...본인이 아네미아가 좀 있다 그러긴 했는데, 그래도 수치가 좀 애매해서..한달쯤 있다 한 번 더 체크하자 그랬었거든.
선재 : 알았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세나 : (보면)
선재 : 연수씨 빈혈 있어?
세나 : 응.. 고등학교 땐 좀 심했는데, 요즘은 괜찮은 거 같든데? 왜?
선재 : 아니야. (불안한)
S#45. 뮤즈 사무실 (낮)
치수.. 나래와 세나에게 내일 스케쥴을 얘기해주고 있다.
치수 : 내일은 대전에 있는 음반 매장 두 군데서 싸인회 있고, 저녁 땐 라디오 생방 있어.
대전에서 잡히면 방송 늦기 십상이니까 눈치껏 잘 끊어.
나래 : 네!
치수 : 참! 세나한테 손님이 찾아왔든데...
세나 : 손님요?
치수 : 어.. 이름이 뭐라드라? 맹호태? 분위기 영 껄렁하든데 누구야?
세나 : (얼굴 확 굳어지는)
치수 : 아는 사람이라고 우겨서 일단 까페에 가 있으라 그랬는데.. 진짜 아는 사람이야?
세나 : (당황함을 숨기며) 아뇨. 잘 모르겠는데요.
치수 : 또 정신 나간 놈이구만.
세나 : (긴장하고)
S#46. 커피 전문점 (낮)
호태... 싱글거리면서 세나를 기다리고 있다.
세나 : (불쾌한 얼굴로 호태 앞에 앉는다)
호태 : (반가운) 세나야!
세나 : 아저씨가 여긴 웬일이세요?
호태 : 웬일은? 너 볼라고 왔지! 야! 이 기집애야! 그렇게 떴으면 아저씨한테 연락을 해야 될 거 아니냐!
너 그렇게 뛰쳐나가서 소식 딱 끊는 바람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알어?
세나 : (O.L) 저 긴 얘기 할 시간 없어요. 찾아온 용건만 말씀하세요.
호태 : 너 왜 그러냐? 나한테 꼬박꼬박 존대말을 다 쓰고... 그러지 마! 징그럽다.
세나 : 저 시간 없다니까요. 왜 찾아오셨어요?
호태 : 너... 내가 찾아온 게 영 떨떠름한가부다.
세나 : 솔직히 그래요. 이제 와서 절 찾아온 이유가 뭐예요?
호태 : 이유는 무슨 이유? 출세했다길래 축하나 해줄려고 왔지.
세나 : 그것뿐이예요?
호태 : 무슨 뜻이냐?
세나 : 정말 다른 뜻이 없다면 앞으론 저 찾아오지 마세요. 그리고, 남들한테 저 안다고 떠들고 다니지도 말구요.
호태 : 세나야...
세나 : 만약 그 대가로 돈이 필요하다면 지금 말씀하세요.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구요.
호태 : (화난) 너 그렇게 돈 많냐? 내가 달래는대로 팍팍 줄 수 있어?
그럼, 1억, 아니 10억 내놔라. 10억 주면 내가 너 죽었다고 생각해주께.
세나 : ...............
호태 : 너, 쫌 떴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인데 그러면 못 쓴다. 짐승도 지 목숨 구해준 은인한테는 고마움을 아는 법인데,
사람이 그러면 못 쓰지. 나 사실 남들한테 너 아는 척 해서 니 앞길 막을 생각 없었다.
근데, 이젠 아니야. 니가 5년 동안이나 내 가게에서 먹고 자던 김세나라고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닐란다.
(벌떡 일어나서 나간다)
세나 : (불안하다)
S#47. 나래 집 앞 (아침)
연수.. 나오면, 선재.. 기다리고 있다.
연수 : 아침부터 웬일이예요?
선재 : 출근 때까지 시간 좀 있죠?
연수 : 네!
선재 : 나하고 병원에 좀 같이 가요.
연수 : 병원요?
선재 : 혈액 검사 다시 해보라 그랬다면서요.
연수 : 그럴 거 없어요. 원래 저 빈혈이 좀 있어서 그래요.
선재 : 그래도 한 번 더 해요. 확실한 게 좋잖아요.
연수 : 병원 가는 거 싫은데...
선재 : 그래도 같이 가요.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요.
연수 : (내키지 않는)
S#48. 병원 검사실 (낮)
연수.. 혈액 검사를 받고 있다.
S#49. 병원 복도 (낮)
선재.......기다리고 있으면,
선배......... 진료실에서 걸어온다.
선재 : (긴장하는) 결과 나왔어?
선배 : 지난 번보다 안 좋아. 헤모글로빈, 혈소판 다 떨어졌어. 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야 될 거 같은데...
선재 : (충격 받는)
S#50. 병원 앞 (낮)
선재와 연수.. 걸어나온다.
선재 : (걱정을 숨기려고 애쓴다)
연수 : 선재씨! 나 어디가 안 좋대요?
선재 :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몸에 전체적으로 많이 약해졌다고 입원해서 정기 검진을 한 번 받아보래요.
연수 : 입원을 해요?
선재 : 정기 검진 받을려면 다 입원해야 돼요.
연수 : (이상하다 싶은데)
선재 : 언제 입원할래요? 이왕 하는 거 빨리 해요. 핑계 삼아 쉴 수도 있고 좋잖아요.
연수 : 저 어디가 많이 안 좋은 건 아니죠?
선재 : 그거야 검사 해봐야 알죠. 그리고, 만약에 어디가 아프면 빨리 아는 게 좋잖아요. 그래야 치료를 할 수 있죠.
연수 : (걱정스럽게 선재를 보면)
선재 : (안심시켜주려는 듯 미소를 짓고)
연수 : (시선을 돌리면)
선재 : (두려운 얼굴이다)
S#51. 미술 학원 (낮)
연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병원에 다녀온 일 때문에 걱정스럽다.
그 때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 : (놀라서 전화를 받는) 여보세요!
민지 : (F) 나야! 민지!
연수 : (반가운) 민지야!
S#52. 까페 (낮)
연수와 민지.. 마주 앉아 있다.
민지 : 나 보니까 반갑지?
연수 : (민지 손을 꼭 잡고) 응!
민지 : 사실 그동안 계속 연락하고 싶었는데 오빠 눈치가 보여서....
연수 : 그랬어?
민지 : 우리 오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연수 : 며칠 전에 만났어.
민지 : 만났어?
연수 : (끄덕)
민지 : 어떻게?
연수 : ............. 우연히.........
민지 : 우연히? 어디서?
연수 : ........... 학원 근처에서...
민지 : 그게 어떻게 우연이야? 오빠가 찾아간 거지!
연수 : ...................
민지 : 치! 그러면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우기기는...
연수 : 우리 아무 사이 아닌 거 맞어. 헤어졌으니까!
민지 : 그게 뭐 대수야? 애인들끼리 헤어졌다 만났다 그거 일도 아니지!
연수 : 그렇게 간단한 문제 아니야.
민지 : 나도 알어. 오빠가 아빠 때문에 언니 버리고 도망칠라고 한 거...
연수 : (!)
민지 : 하지만, 언니가 싫어서 헤어진 건 아니잖아. 학원까지 찾아간 거 보면 몰라?
연수 : .................
민지 : 언니도 아직 오빠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구 오빠한테 돌아와. 지금 우리 오빠한텐 언니가 필요해.
연수 : 그건 실장님이 원하시지 않아. 나.. 실장님 위해서 헤어져드리기로 했던 거야.
민지 : 언니! 우리 오빠... 그런 쪽으로는 바보야. 뭐가 진짜 자기를 위하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거라구.
연수 : (착잡하고)
(E) 민지의 핸드폰 울린다
민지 : (전화 받는) 여보세요.
민철 : (F) 오빤데 지금 아버지하구 같이 있니?
민지 : 아니! 아빠 밖에 안 나오잖아.
민철 : (F) 집에 안 계셔. 동네에도 안 계시구..
민지 : (불안한) 알았어. 나 금방 들어갈게. (전화 끊는다) 어떡해? 아빠가 없어졌대.
연수 : 걱정 마. 잠깐 외출하셨겠지 뭐.
민지 : 요즘 밥도 안 먹고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단 말야. 설마 이상한 생각하고 나간 건 아니겠지? 언니! 나 갈게! (뛰어나가면)
연수 : 민지야! (쫒아나가고)
S#53. 민철 아파트 근처 (낮)
민지.. 뛰어가고, 연수.. 쫒아간다.
민철... 아파트 앞에서 불안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다.
민지 : 오빠!
민철 : (연수를 보고 !)
연수 : (멈춰 선다)
민지 : 아빠는?
민철 : 아직 안 오셨어. 근데, 왜 연수씨하고 같이 와?
민지 : 어... 아까 만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걱정하니까....
민철 : 들어가서 기다려. 오빠가 한 바퀴 다시 돌고 올테니까! (연수쪽으로 간다)
연수 : (긴장하는)
민철 : 그만 가봐요. 별 일 없을 거예요. (지나쳐 간다)
민지 : (걱정스런 얼굴로 서 있으면)
연수 : (다가가서 손을 잡아준다)
그 때, 초췌한 모습의 성춘이 걸어온다.
민지 : 아빠!
성춘 : (퀭한 시선으로 민지와 연수를 보는)
연수 : (변한 성춘의 모습에 놀라는)
민지 : (성춘에게 화를 낸다)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해야 될 거 아냐!
성춘 : ..............
민지 : 도대체 어디 갔다 오는 건데? 그꼴로 갈 데가 어딨다구 나가냔 말야!
연수 : (말리는) 민지야!
민지 : (성춘을 아파트 입구 쪽으로 확 밀며) 들어가! 꼴도 보기 싫어!
성춘 : (몇 걸음 걸어가다가 비틀거린다)
연수 : 사장님! (놀라서 부축을 하고)
민지 : (놀라서) 아빠! (부축을 한다)
S#54. 민철 아파트 안 (낮)
연수와 민지.. 성춘을 부축하고 들어온다.
연수 : (생각보다 초라한 집에 놀란다.)
민지 : (성춘을 거실에 앉히고 물을 떠다 준다. 가라앉은) 괜찮어? 어디 갔다 온 거야?
성춘 : ............... 그 사람 보고 왔다. 불쌍한 사람.. 무덤 하나 없이 그렇게.. (울기 시작하면)
민지 : (! 눈물 글썽해서 소리지른다) 그만해. 지금 와서 후회하면 아빠 잘못이 없어져?
누가 그 여잘 그렇게 불쌍하게 만들었는데... 아빠가 거기가 어디라고 가? 누가 반가와해준다구 거길 가!
성춘 : (울음 소리 커지고)
민지 : (성춘을 보며 운다)
연수 : (부녀의 그 모습을 보고 안스러운데)
민철 : (들어온다. 연수에게 비참한 면을 보여준 것 같아 속이 상하다)
연수 : (민철을 보고 어색한데)
민철 : (민지에게) 아버지 괜찮으셔?
민지 : (끄덕이면)
민철 : 연수씨! 나와요.
연수 : (!)
민철 : 빨리 나와요!
S#55. 아파트 앞 (낮)
민철.. 굳은 얼굴로 나오면,
연수... 긴장한 얼굴로 따라나온다.
민철.. 부드럽지만 냉정하게 얘기한다.
민철 : 그만 가보라고 했잖아요. 뭐하러 집까지 따라들어가요?
연수 : ...............
민철 : 앞으론 여기 오지 말아요. 민지도 만나지 말구요.
연수 : 실장님!
민철 : 이제 봤으니까 알겠죠. 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돼요. 민지하고 아버지도 돌봐야 되고, 할 일이 많아요.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구요. 근데, 연수씨가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면 나 신경 쓰여요.
연수 : (!)
민철 : 우리 서로 우연히 만난 걸로 하기로 했잖아요. 우연은 한 번이면 족한 거예요.
연수 : (조금도 다다갈 틈을 주지 않는 민철의 모습이 슬픈데)
민철 : 잘 지내요. 이젠 정말 우연이 아니면 만나는 일 없을 거예요.
연수 : (!)
민철 : 조심해서 가요. (안으로 들어간다)
연수 : (눈물이 글썽해서 돌아서서 걸어간다.)
S#56. 민철 아파트 동네 (낮)
연수.. 슬픈 얼굴로 걸어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 : (눈물을 참으며 전화받는) 여보세요.
선재 : (F 불안한) 어디예요?
연수 : 집에 가는 길이예요.
S#57. 정훈 스튜디오 (낮)
선재.. 연수 때문에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다.
선재 : 피곤하게 돌아다니지 말구 빨리 들어가요.
연수 : (F) 선재씨! 선재씨가 그러니까 나까지 겁나잖아요.
선재 : (목소리 누그러뜨리며) 피곤해서 몸 상태 안 좋아지면 검사 결과 나쁘게 나올까봐 그래요. 언제 입원할래요?
연수 : (서두르는 선재의 모습이 불안한데)
S#58. 투자신탁회사 사무실 (낮)
민철... 중역과 마주 앉아 있다.
중역 : 지금 자네한테 투자를 하라는 건 맨땅에 헤딩하라는 거나 마찬가지 얘기예요.
민철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는 거, 자본보다는 기획력에 의존한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중역 : 그렇지만 빅토리 이미지가 좀 엉망이 됐어야지. 이쪽 사업이라는 게 이미지를 팔아먹는 건데 내가 볼 땐 힘들어.
민철 : 빅토리가 아니라 저한테 투자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중역 : (난감한)
S#59. HOF (낮)
민철... 기다리고 있으면, 기찬, 규석.. 뛰어들어온다.
기찬,규석 : 실장님!
민철 : 잘들 지냈어요?
규석 : 졸지에 백수 건달 신세가 됐는데 잘 지낼 리가 있겠습니까?
기찬 : 실장님은 어떠세요?
민철 : 괜찮아요. 일단 앉으세요.
기찬,규석 : (앉으면)
민철 : 오늘 두 분을 보자고 한 건 다시 함께 일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예요.
기찬 : 그럼, 새로 시작하시는 겁니까?
민철 : 네!
규석 : 고맙습니다! 실장님! 실장님이 절 구해주시네요.
민철 : (씩 웃으며) 그다지 고마운 일은 아닐 겁니다. 투자자가 나서긴 했지만,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 거예요. 그래도 저하고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기찬 : 물론입니다.
규석 : 전 출근만 할 수 있다면 무조건 오케입니다.
민철 : 고마워요. 회사가 성공하면 여러분도 같이 성공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찬,규석 : (기대에 찬)
S#60. 병원 입원실 (낮)
연수..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앉아 있으면,
선재.. 들어온다.
선재 : (심각한 얼굴로 와서 연수 손을 잡는다)
연수 : (놀라면)
선재 : (어렵게 말꺼내는) 나 연수씨한테 거짓말했어요.
연수 : (?)
선재 : 연수씨가 받아야 되는 검사.. 그냥 정기 검진 아니예요.
연수 : 그럼요?
선재 : ............. 골수 검사예요.
연수 : 골수 검사요?
선재 : ...............
연수 : (충격받은) 그거.. 백혈병 걸린 사람들이 받는 거 아녜요?
선재 : 일단 검사만 받아보는 거예요.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연수.. 충격받은 얼굴로 선재를 바라보는 얼굴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