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산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정부가 제출한 세액공제율 상향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첨단산업 지원 입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등 경제 위기 속 여야가 손을 맞잡는 게 중요하다"면서 "민주당은 경제와 민생에서 유능한 대안 정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부·여당의 정책 혼선과 세수 감수 우려에도 반도체 추가 세액 공제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6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등 국가첨단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심사한 뒤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시 세액공제 비율은 대·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 중소기업은 현행 16%에서 25%로 상향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냈다. 올해에 한해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 초과분에 대해 10%를 추가 공제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 "반도체 위기 여야 맞손"…'K-칩스법' 통과 가시화© 제공: 아시아경제 이 법안은 개정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부·여당이 또다시 세율 상향을 주장하면서 야당은 계속 반대를 해왔지만, 민주당은 전날 비공개회의 후 이같은 내용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기존 반도체·2차 전지·백신·디스플레이 등 4개 분야에서 재생에너지·그린수소·미래차(전기차) 분야까지로 넓히자는 주장이다.
또 전략기술사업의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이를 법률로 격상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기재부가 자의적으로 사업을 정하는 측면이 있어서 입법부가 의견을 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법안 통과를 낙관하면서도 국가전략기술 범위 지정을 법률로 상향하는 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차, 신재생에너지 등 원천 기술이 유망성 있는 신사업은 맞다"면서도 "국가 안보 차원으로까지 분류되는 반도체와 같은 영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조세소위에서 국가전략 기술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소위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조세소위에서 잘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K-칩스법은 지난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정부 원안대로 통과가 됐지만, 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대통령실 지적이 있은 뒤 세율을 상향하는 개정안이 다시 나와 야당의 빈축을 샀다. 다만, 반도체 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 반해 국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잇따른 지적에 야당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품목 확대에 대한 다소 이견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상태로 이번 조세소위에서 결론이 나면, 개정안은 22일 열리는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