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법에는 어느 법관이 주관하는 재판에서 공정성을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울 때 재판당사자가 해당 법관을 기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본래 이러한 신청사건은 법관의 재판진행에 대한 재판이라 상위 법원에서 심리하고, 그 동안 해당 법관이 주관하는 재판은 정지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법관기피신청은 내 재판경험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거라 제 경험을 밝힙니다.
1992년 경 제 부친이 겪는 재판에 브로커가 개입하여 거액을 거둬 법원에 뇌물청탁한 뒤, 재판이 180도로 바뀌기 시작할 때입니다.
당시, 아무리 불공평해도 재판이 진행 중일 때에는 판사가 어떻게 판결을 할지 속단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법관기피신청을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감히 신청하지 못하던 때입니다.
그런데, 컴퓨터로 분석한 바, 법원이 상대방과 짜고 재판진행하고, 판결도 그러한 식이라(증인신문조서가 변작되고, 수사기록이 은닉되고, 우리쪽에서 제출한 중요한 증거가 아예 보이지 않게 복사되는 등..) 판사가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정도가 되야 겨우 대응하겠더군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란 말이 있지요 ?
대법원에서 2차례 파기환송을 이끌어내고, 상대방의 음모가 실패로 끝나자, 법원이 아예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며 재판을 진행하더군요. 상대방이 발악하듯 다른 소송을 제기하고, 따라서 반소를 제기하였지요. 법률상 상대는 아무런 권원이 없고, 우리는 확정판결등 막강한 증거가 있으나, 법원이 상대와 짜고 하는 소송이라 반소로 급소를 찔러버린 거지요.
그랬더니 재판장이 반소를 안 받아주는 거지 뭡니까? 세상에.. 이럴 수가..
3차례 변론때마다 사정을 설명하고, 애원도 해보고 했지만 막무가내..
그래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반소장을 제출했는데도 반소를 받아주지 않기에, 고민끝에 법관기피신청을 하게 되었지요. 괘씸죄에 걸리지 않으려 대법관 출신 변호사까지 선임했는데도 이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
그랬더니, 변호사를 통해 재판장이 다 받아줄테니 기피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사정하더군요.
이건 또 뭔 경우인지, 난처하더군요. 그러나, 어차피 미운 털 박히게 되었는데, 그냥 취하할 수도 없어 거절하였더니, 변호사 얼굴이 허옇게 질리며 사임하겠다고 겁주더군요.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밀고 나갔지요. 덕분에 선임비도 돌려받고 얼마나 좋습니까.
법관기피 신청 때문에 민사재판은 중지되고, 법원도 법관기피신청 사건을 달리 방법이 없자, 3~4개월 끌더니, 법관 인사이동(매년 2월말과 8월말에는 인사이동이 있음) 후 재판부가 변경되었으니,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더군요. 사실은 나는 얻을 것 다 얻은 거지요.
그렇게 해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는데. 시민단체 봉사활동을 하며 어느 못된 여자 사건에 법관기피 신청을 도와줘 그 여자는 패소 일보 직전에 180도 바뀌어 승소 판결을 얻게되고, 재미를 붙인 그 여자는 그 다음부터 걸핏하면 법관기피신청을 했던 것 같더군요.
이렇게되면 법원이 재판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게되므로 2000년경인가? 법관기피신청 규정을 슬쩍 바꿔버렸더군요.
법관 기피신청을 당해도 당해 법관이 우선 그 신청사건도 심리해(자신을 자신이 심판하는 것임) 재판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기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하니, 당사자가 법관기피 신청을 해도 그 법관은 재판지연이라며 모조리 기각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져 심각한 위헌이 되어 버린 것이 또한 현행 법관기피 신청이지요.
김교수님 같은 경우는 정반대로 빠른 속행을 위해 박부장판사를 구인해 달라해도 한참 후배인 판사가 감히 선배 판사를 증언대로 부르지 못하는 것이 우리 관행..
그 동안 법원에서는 이 문제를 요모저모 검토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박부장판사가 증언대에 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은 데, 그러기 전에 현재 담당판사가 법관기피신청부터 기각해야 할 터이고, 그 이유는 오히려 재판지연이겠지요 ?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아니면 상급심에서 기각 결정하였든가..
그러지 않고서는 담당판사가 재판을 진행할 수 없고, 박부장판사를 증인채택할 수도 없는 입장..
이런 문제를 같이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첫댓글 <법관 기피신청을 당해도 당해 법관이 우선 그 기피신청사건도 심리한다>는 것은 다소 사실과 다른듯 합니다. 제 사건서울중앙지법2006가합38586호 3억(60살까지 급여)청구사건에서 2번 기피신청/ 서울고법2006누13178호 복직소송에서 1회 기피신청을 했는데 모두 다른 재판관이 기피신청을 심리했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