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긋한 7시에 마송을 출발한 버스는 사우리를 거쳐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3월 봄나들이에 나선다.
아침으로 따듯하게 온기가 전해지는 호박과 콩이 섞인 백설기를 먹으며 1월의 해명산 시산제와 2월의 태백산 산행 사진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솔잎으로 푸른 산야와 시골 마을이 가까이 다가왔다 멀어져 간다.
매표소 아저씨가 매일 보는 거라고 자세히 알려주네요 여기 아가씨도 있다고 웃음을 거는 아줌마들 ㅎㅎㅎ
난 나를 사랑해/차영섭
거울 앞에 선다
내 얼굴을 보며 싱긋 웃는다
코를 만지며 “잘 생겼군”
눈을 보며 “ 예리해서 좋아”
입을 보며“ 매력적이야”
귀를 만지며 “ 잘 들어줘서 고맙다”
하나 하나 만족감을 느낀다
난초 잎을 만지작거리듯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난 너를 사랑해, 얼굴아 !”
무지갯빛 우정/은향 배혜경
봄빛에 일렁이는 강물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날
얼굴엔 환한 미소를 띠우고 가슴엔 뜨거운 눈물을 머금은 채 혹독한 바람 불어오는 순천만에서 우리는 따뜻한 손을 맞잡고 목청껏 노래를 불렀었다
순천만 갈대밭에 울려퍼진 노랫소리는 살아온 시간의 정이요 울부짖음이요 사랑이었다
슬픔과 번뇌 기쁨과 희망이 교차되는 시간 속에서 봄날의 꽃이 되고 밤하늘의 별이 되어 무지갯빛 우정을 수놓으며 포근하게 포옹하는 하루를 보냈었다
봄이 오면 나는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이해인 -
아지랑이/안희선
정녕, 당신의 호흡인가요
따스한 입김 하늘거리는 침묵은
밝은 양지의 한 모퉁이엔
수목(樹木)마다 반짝이는 물방울 어리어
최초의 사랑이 머문 곳 되고
실다란 바람 실려
산굽이 멀리 돌아온 그리움은
봄내 가득히 흔들리는 풍경
그래서
깨끗한 적막(寂寞)으로 나를
꿰뚫는 당신의 속삭임
하릴없이
나는 다시 신열(身熱)이 납니다
뭉치어 밀려드는 한 덩어리 아우성
아롱진 곳엔
노오란 개나리, 개나리
흩어지는 모습에 가득한 꽃내음으로
솟구쳐 오르는 가슴은
어질한 현기증
아, 내가 따르지 못할
희미한 당신의 발자국만
하늘의 층계에 아스라히 찍혀갑니다
내 사랑아/이정규
한 조각 뜬 구름일까
남 모르게 서성이는
내 그림자
임 향한 애타는 마음이여
달빛 아래 소롯이 마음 달래 보는
갈망의 욕구와 체념
귀한 인연으로 맺은 청결한 마음
허공속의 빈 손 이라
고뇌의 영혼 마저 혼미스럽습니다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
만월의 사랑
더 채움이 없음일까
진정한 사랑
바람결에 흩어질까 두렵네
삭풍이 불고
백설이 대지를 덮어도
영원히 푸름으로 변치않는 소나무 처럼
태산 같은 마음이건만
먼동이 트는 여명속에
임의 품이 더욱 간절하여
맨발이라도
지금
당신 곁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바다가 그리운 날/정유찬
파도가 쳤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그곳에 있다면 행복하겠지
부딪히는 파도소리 듣고 싶다네
푸르른 바다 파아란 하늘
갈매기와 쪽배
바닷가 하늘 아래 서서
바람에 옷깃 여미며 삶을 돌아보고파
바위에 부딪힌 파도에
온몸 흠뻑 젖어
몸살이 와도 그저 좋으리
그토록 바다가 보고 싶네
바닷소리 들으며 모래사장 거닐고
파도 끝에 발이 담기면
나, 그 파도와 함께 부서져
거품이 되어도 좋을 그런 날이네
나는 그대에게/오광수
나는 그대에게
아침 햇살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눈을 뜨면 신선함으로 다가가서
하루를 여는 그대의 화사한 설렘이 되고
그대의 눈길 닿는 곳에서
푸른 소망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작은 바람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부르는 노래로 가만히 다가가서
그렇게 못 잊어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되고
눈을 감고 가마히 듣고 싶어하는
목소리가 되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가까이 있는 그림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손내밀면 다정히 손잡아 주고
그대가 가는 곳이라면 늘 함께할 수 있는
언제나 변하지 않을 그대의
그림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날/원태연
정말 보고싶었어
그래서 다 너로 보였어
커피잔도
가로수도 하늘도 바람도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는 사람들도
다 너처럼 보였어
그래서
순간순간 마음이 뛰고
가슴이 울리고 그랬어
가슴이 울릴때마다
너를 진짜 만나서
"보고싶었어" 라고 얘기하고 싶었어
봄이 오면/구본흥(하늘무지개)
꿈을 간직한 나의 그대여
봄과 함께 사랑으로 오라
꽃 향기 그윽한 세상에서
그대는 행복한 향기여라
봄 비에 마음을 씻어내고
수줍은 얼굴로 어서 오라
봄이 오면 소원을 꺼내어
예쁜 미소에 담아 가리라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애모 (愛慕)/炅暾 정재삼
손에 만지는 듯
당신의 숨결
가슴 깊이 파고듭니다
당신의 숨결은
내 말초신경 죄다 느껴
영혼까지 흔들어 놓습니다
당신은 저만치
나 여기 있어도
애모(愛慕)는 사리(舍利)로 맺히듯
사랑의 돌로 굳어졌습니다
그대향한 나는
돌이 부서져 흙이 되어도
죽어서 흙도 이겨내고
다시 태어나는 일입니다
난 혼자만/오정자
지새운 달 산기슭 나무에 걸려있고
눈속임 하는 마음 애닯기도 하여
그새 서너번 째 중얼중얼 쉼없이
아무도 듣는 이 없이 되뇌고 있다
채소밭 뜨락엔 꼬실꼬실 말라짐이
기운찬 약비 한번쯤 뿌림직한데
실비조차도 스쳐갈 기미 없군
온기찬 파란 하늘엔 선명하게
띄어있는 찌그러진 초승달
실구름 지나치며 늬웃늬웃 보이고
불볕만 쪼여대는 여름일 따름이다
처마밑 엉금엉금 넘어가는 담쟁아
바람 한점 없이도 멈추지 않고
넘어갈뿐 섶 사이에는 쭉쟁이
나뭇잎 덩그러니 나 둥구러져 있다
난 기운솟아 산등성 멧부리까지
한달음 올라가 하늘에 기도하여
순탄찮은 우리네 외진길에
빗길 만들어 시름시름 삭아지는
내마음 한자리 메우고 메워서
되솟음 하는 새샘으로 태어나야지
※ 지새운 달 ~ 밤 지내고 낮에 있는 달
※ 멧부리 ~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그리움/김선숙
온다간다
말 한 마디 없는 그대이건만
기다림의
끝은 보이지 않고
이 가슴에 그리움의 파도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그대도
내가 그리워 한달음에
달려올 것만 같은데
눈물담은
아련한 눈동자 위로
차가운
달빛만 쏟아지나이다
새 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를 드립니다.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우울하게 가라앉고 싶을 때
모든 이를 골고로 비추어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을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
햇살이야말로
사랑의 인사 입니다.
사랑아/이효녕
한참 동안 눈을 감았다 뜨거운 해처럼 속살을 태우는 사랑아
사랑은 꽃이 피어 향기로 남고 사랑은 나를 안고 너에게로 간다
둘만의 마음으로 강기슭에 배를 띄워 가면 갈수록 내 열망의 물결 마음 위로 하얀 구름 흐른다
우리들의 가슴 위를 짓밟고 간 열정 아주 뜨거워도 그리로 가리라 잃어버린 꿈이 다시 사랑일 때 뜨겁게 불사르는 별이 될 때
저 열애의 흔적이 남긴 입술 뜨거운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말 밤과 밤 사이 어둠 건너 내 마음의 별까지 닿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