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 CD플레이어 시장에서 50%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아이리버, 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 25%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작은 거인이다. 삼성, 소니 등 초일류 기업들은 싼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 오고 있지만 아이리버의 철옹성은 좀처럼 흔들릴 줄 모른다. 한국제품으로는 현대 자동차 '포니' 이후 미국 시장 최대의 히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레인콤의 아이리버, 세계시장을 휩쓴 한국 MP3플레이어의 신화가 시작되었다.
▶아이리버의 탄생
2003년 매출액 2300억원에 순이익 430억원을 기록한 레인콤. 이는 99년 설립 당시만 해도 임직원 7명, 자본금 3억원에 불과한 회사였다. 기술을 개발했지만 제품 생산 요청을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양덕준 사장은 직접 공장을 짓기로 결심했지만 국내 은행에서는 담보도 없이 5000만원을 빌리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결국 해외 은행을 돌아다니며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요청한 끝에 홍콩 전자업체 AV컨셉트로부터 약 70억원과 중국 공장부지를 투자 받는데 성공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첫 수출
아이리버가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서 가능했다. 숫자로만 표시되는 기존의 디스플레이 액정방식에서 차별화 해 120여 곡을 폴더별로 분류하여 나타내는 방법도 아이리버가 이루어낸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CDP 배터리 수명을 4시간 정도에서 14시간 이상으로 늘여 성능을 향상시킨 것도 아이리버의 연구진들이 개발한 초절전 설계방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러한 레인콤의 기술력을 알아본 회사는 미국의 유명한 전자회사 소닉블루였다. 그렇게 소닉블루의 리오란 이름을 달고 ODM형식으로 미국에 진출을 하며 순조로운 항해를 하던 아이리버 연구진들에게도 좌절은 찾아왔다. 2000년 11월, 낙후된 중국공장의 생산라인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때 문제가 생겼다. 디스플레이 부분에 불이 들어오는 야광 발광체가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미 1000대를 생산한 상태, 납품기한 5일을 남겨두고 발생한 이 문제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그러나 아이리버 연구진들은 제품 속 형광 물질의 성분을 바꿔 부랴부랴 납품 기한을 맞춰낸다. 리오란 이름을 달고 생산된 레인콤의 첫 수출품이었다.
▶모험이란 승부수를 던져라!
아이리버는 한국 시장에서 3년 만에 매출실적 23배 증가라는 기록적인 결과를 낳으며 성장가도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상한 조짐이 생겨났다. 소닉블루사의 대금 입금이 늦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ODM를 계속할 것이냐. 독자적인 행보를 갈 것이냐..운명의 갈림길이었다. 온실에서 나온 화초격인 아이리버가 독자적인 행보를 결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험의 첫발은 전자제품 유통의 최고기업인 베스트 바이로 진입만 하면 미국 시장의 48%이상을 장악할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얇다는 슬림 X의 개발로도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일! 비장의 무기인 500원짜리 크기의 광디스크를 집적한 휴대용 데이터 플레이어를 내세웠다. 이 제품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최첨단 플레이어였다. 이 제품으로 베스트 바이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즉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아이리버의 야심작 프리즘 모델 IFP-100
아이리버의 최대매력은 독특한 디자인에 있었다. 양사장은 디자인 하나를 위해 미국의 뉴욕까지 날아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교포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노 디자인의 김영세 대표를 찾아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나선다. 그래서 나온 모양이 삼각형의 프리즘형이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세련되고, 획기적인 디자인이긴 했지만 부품을 채워 넣기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던 연구진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칩을 나란히 배치할 수 없다면, 2층으로 쌓아보자는 방식!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연구진들은 시험에 들어갔다. 드디어 기계가 작동하고 이어폰에선 뛰어난 음질이 흘러나왔다. 성공이었다. 이 프리즘형 MP3는 미국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날개가 돋힌 듯 팔려나가기 시작한다. 또한 최소한의 크기, 사용 편리성, 그리고 탁월한 미적 감각을 지녔다는 최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아이리버의 야심작 IFP-100 시리즈였다.
▶그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이리버는 2002년부터 휴대용 플레이어의 본산지이면서 외국 제품에 대해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의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일본의 소니를 이기고 있는 종목은 MP3 CD플레이어 하나뿐, 앞으로 휴대용 음악재생기기 전 분야에서까지 소니를 앞지르겠다는 게 레인콤의 새로운 목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들의 행보를 통해 그것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란 것을 보았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작은 거인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 그들의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