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이면 다대포 바닷가에는 돼지머리가 버려져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사람과 신의 사이를 오가며 소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무당들이 정월에 치성을 드리러
왔다가 고사음식들을 바닷가 바위틈에 함부로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먹으려고 갈매기들이 모여들고 까마귀, 까치, 백할미새, 참새까지 차례로 모여들어서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떠났습니다. 홍머리오리와 붉은부리갈매기도 남은 음식을 먹으려고 찾아왔습니다.
재갈매기가 왠일인지 돼지머리를 눈앞에 두고도 먹을 생각을 않을 뿐더러 홍머리와 붉은부리갈매기가 먹는 것을 보고도
본체 만체하고 있습니다. 먼저 배불리 먹은 탓일까요? 가지 않고 계속 주위를 맴도는 걸로 보아 그건 아닌가 봅니다.
아하!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새들이 없는 틈을 타 한번씩 가서 쪼아 보기도 하는데 왠일인지 금방 있던 자리로 되돌아
오곤 합니다. 나이든 갈매기일까요? 부리를 다쳤을까요? 볼수록 궁금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붉은부리와 홍머리가 살판났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기를 먹는데는 갈매기의 뾰족한 부리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홍머리 한쌍이 열심히 매달렸지만 뭉툭한 부리로는 역부족인지 안타깝게 쪼아보기만 할 뿐 별 소득이 없어 보입니다.
재갈매기가 아쉬운 듯, 홍머리와 붉은부리가 파티를 벌이고 있는 주변을 계속 배회하고 있군요. 눈길은 맛있는 돼지머리에
꽂아둔 채 부러운 듯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눈앞에 굴러온 돼지머리를 보고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 외면 하고 있지만, 안타깝기는 홍머리오리들도 마찬가집니다.
홍머리가 잡식성이긴 해도 돼지머리를 뜯어먹을 능력까지는 없는 탓에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을 뿐 별도리가 없습니다.
용기있는 몇 녀석이 다가가 국물이라도 얻어먹는 것이 고작인 것 같군요.
저 돼지머리를 툼벙툼벙 썰어서 던져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용기가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굿판에서 흘러나온 재물에 손댔다가 동티 날까 무서워 가까이 다가갈 염도 못내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사실 동티가 무서운게 아니고 돼지머리 그자체가 무섭다는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생선 토막내는 것 조차 무지 싫어하거든요.
내일은 저넘들이 맛있게 먹을 먹이를 구해봐야 겠다고 다짐만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