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 제미나이 / AI에 욕해도 될까?
인공지능(AI)과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연세 지긋한 교수님이 평소 누구에게나 정중하게 말씀하시듯, AI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쓴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답을 얻고 나면 꼭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말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AI에 예의를 차린다고 답변 품질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말투보다는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AI 에 관심을 갖고 AI에 푹 빠지기 직전인 내가 정작 AI를 사용할 때, AI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멍청해진 듯 굴면 나도 모르게 말이 짧아집니다. “야, 이것도 못 알아들어? 똑바로 다시 해봐.” 상대가 사람이었다면 차마 하지 못할 말도 쉽게 튀어나옵니다. 그것은 모니터 너머에는 기분 나빠할 사람이 없고 내가 사과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강하게 몰아붙여야 정신을 차리고 더 좋은 답을 내놓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 연구진이 수학과 과학, 역사 문제 50개를 다섯 가지 말투로 바꿔 챗GPT-4o에 물었더니, 매우 공손한 질문의 정답률은 80.8%, 매우 무례한 질문의 정답률은 84.8%였다. 무례한 말이 더 높은 정답률을 보인 것입니다. 다른 조건에서는 반대 방향의 결과도 나왔습니다. 올해 또 다른 연구진은 영어, 힌디어, 스페인어와 다섯 종류의 AI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뒤 질문과 응답 2만2500쌍을 분석했습니다. 처음부터 공손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가면 명료성과 맥락 유지 등을 합친 품질 점수가 최대 11% 높아졌습니다. 다만 효과는 언어와 모델에 따라 달랐습니다.
두 연구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AI가 말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공통으로 보여줍니다. 동시에 예의가 만능열쇠도, 욕설이 비법도 아니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그렇담 우리는 AI에 마음껏 욕해도 괜찮은 걸까요? AI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기분 나빠하지 않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고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무례한 말은 AI에 아무런 상처를 남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겐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반격하지 못하는 대상을 함부로 대하는 일을 반복했을 때 이런 태도가 내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매일 AI를 무례하게 대하며 핀잔을 주고 화풀이하는 일이 나에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을까요. 우리는 언어가 습관이 되고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성경은 마음과 말을 서로 떼어놓지 않는다.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마 12:34)말은 우리 마음을 드러내지만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다시 마음에 길을 내기도 합니다. AI에 매번 인사를 붙이고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말해도 됩니다. 문제는 정확한 지시와 모욕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핵심만 다시 써줘”라고 하면 충분한데 “이것도 못 하냐”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계 앞에서도 예의를 잃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계가 인격을 지닌 대상이라서가 아닙니다. 내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