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32년 된 상계화목 클럽 회원들이 모인다는 노원구 근린공원 테니스장을 방문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화사한 색상의 테니스 복을 입고 뛰는 여성 선수들이 모두 젊고 발랄한 20대처럼 보였다.
상계화목 회원은 65세부터 30세까지 총 80명. 그중 70명만 회비를 내고 있다. 이 클럽은 여자연맹 단체전을 할 때마다 수많은 클럽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밤늦은 시간이 되어도 50~60명의 회원들이 아침에 모였던 그 멤버 그대로 응원을 하고 있어서다. 그만큼 응집력 있고 단합이 잘 되는 클럽이라고 생각되었던 상계화목 클럽을 취재하게 되었다.
창단 멤버 심인숙 고문은 “화목클럽이라는 뜻은 화목하다는 것과 화요일과 목요일에 만난다는 두 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며 “맨 처음 아파트 단지에서 운동하던 친구 12명이 클럽을 만들어 즐기는 테니스를 했다. 그런데 가능성 있는 젊은 후배들이 우리 클럽에 가입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는 이유를 늦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전국대회에 출전해서 매 년 우승자가 많이 배출 되자 회원가입을 희망하는 동호인들이 많아지면서 현재 80명이 되었다”고 했다. 또 “연맹 대회 때마다 머리가 흰 화곡클럽의 고문님들이 응원하며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며 “나이 들어갈수록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가끔씩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 것부터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아침이면 회원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 당번들을 격려해 주는 것을 실천하며 융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전에 거대하게 30주년 행사를 계획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최미경 고문은 “우리 클럽은 회원 가입 순으로 매 년 회장이 바뀌어 15명 정도의 고문단이 있다. 30주년은 중요한 행사인 만큼 창단 멤버및 연예인과 관계 기관장들까지 100여명의 손님이 오셨는데 기대 이상으로 찬조금과 물품이 많이 들어와 올해는 회원들이 회비를 안내며 운동하고 있다”며 “30년 세월동안 모임 장소를 옮기지 않고 좋은 코트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드리고 클럽에서도 회원들이 대회 출전한 것처럼 게임에 집중하면 더욱 놀라운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는 다 함께 떠나는 여행과 연말 행사인데 요즘은 모든 것이 올스톱 되었다. 신입 회원을 추천받으면 고문단과 임원진이 심사를 한다. 가입이 되면 신입 회원은 반드시 노래나 춤 등 특기 한 가지는 발표를 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박영미 회장은 “예전에는 일 년에 한 번 코트를 계약해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는 많이 달라졌다. 매 월 19일에 6~9명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는 점이 최근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문님들께서 사랑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시고 매사에 적극적인 협조로 지지를 해 주시기 때문에 임원및 회원들은 모두 선배님들을 존경하는 분위기로 화목하다”고 전했다.
회원 70명이 모이면 어떻게 경기를 하는 것일까? 나름 긴 세월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하루 네 게임을 하되 실력별로 그룹을 나눈 후 두 게임은 비등한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나머지 두 게임은 상하의 그룹과 경기를 하니 매우 공평하게 경기 방식을 운영한다.
10년 전에 회장을 한 오영례 고문은 경기도 광주로 이사를 갔지만 화요일과 목요일은 특별한 집안 행사가 아니면 참석 한다. 왕복 세 시간 운전거리가 그리 지루하지 않은 것은 오랜 시간 정든 클럽 회원들과의 만남이 설레서란다. 오 고문은 “우리의 귀감이 되었던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를 떠올릴 때 뿌듯한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상계화목 클럽이 32년째 매 년 회원수가 늘고 단합이 잘 되는 이유를 묻자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사에 회장을 역임했던 고문님들이 헌신적이시기 때문에 후배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후배들이 잘 자라도록 꽃받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최고의 보람과 기쁨으로 생각하며 베풀기 때문이다.”
역사와 전통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참된 감동을 주는 대 선배들의 리더십에 후배들은 하나로 뭉쳐 성장해 가고 있었다. 참으로 바람직한 면모를 갖춘 상계화목 클럽을 자랑하고 싶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