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평론 선집2> 김종철 엮음. 녹색평론사
<녹색평론>은 내게 각별하다. 대학시절 사회주의와 노동운동보다는 간디와 톨스토이에 경도되었던 나는 고독했다. 사귐이 넓고 정보에 밝은 것도 아니라 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세상 보는 눈을 조금씩 넓혀갔다. 아니 넓혀갔다기보다, 완고하게 내 시야의 방향을 잡아갔다. 그러나 역시 혼자라는 것은 깊은 갱도에서 목표를 가늠하지 못하고 땅을 파는 광부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순수한 청년교사의 열정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제도교육은 여전히 숨막히는 것이었다. 학교가 파한 주말이면 나는 전주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시내 헌책방가를 자전거를 타고 가 기웃거리거나, 전북대 앞 사회과학서점과 시내 홍지서점을 들러 왔다. 그러면 전주 시내 주요 책방을 다 짚는 셈이었다. 그러던 중 전북대 사회과학서점 한 코너에서 녹색평론 과월호들을 싸게 내놓은 것을 만났다. 내게 녹색평론은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생소한 잡지였다. 하지만 그해 첫 겨울방학을 보내며 나는 녹색평론 과월호를 살 수 있는 한 모두 사서 읽어나갔다. 그리고 녹색평론사에서 펴낸 권정생선생님의 책을 만나고 <녹색평론선집1>도 읽었다. 당시 <처음처럼>이라는 교육잡지와 <녹색평론>은 내가 갈구하던 경향과 만나는 창구가 되었다. 아쉽게도 <처음처럼>은 폐간되었지만, <녹색평론>은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녹색평론의 문턱이 좀 높다는 불만이 있지만 아직도 녹색평론은 내가 만난 가장 좋은 잡지 중 하나다. 특히 선집은 공부의 교재로 삼아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더구나 혼자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나는 공부란 배우는 게 아니라 찾고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교재도 가르치면 제대로된 공부가 될 수 없다. 순수한 자발성으로 찾아 만나야 한다. 이 책이 길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루돌프 바로의 생각이 내 생각과 일치하고 공감하는 바가 많아 그의 글을 더 찾아 읽으려고 검색을 하니, 번역되어 나온 책이 없다. 왜 이런 거물급 생태주의자의 책이 나와 있지 않을까? 오시와 시게토 신부님도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분도출판사에 그 분 책이 한권 나와 있다. 인도의 나란다 싱 같은 분의 글도 참으로 명쾌하고 적확하다.
= 차례 =
책머리에 김종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