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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달리기를 하거나 축구를 하고 나면 오른쪽 발 안쪽이 아파졌다. 정확히 복사뼈 아래 앞쪽이다. 눌러봐도 별 이상은 없었고, 쉬고 나면 통증은 사라졌다. 그러다 운동만 하면 다시 아프다. 뛰는 족족 발이 아프니,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다. 운동 그만 하고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계시란 말인가?
결국 그런 셈이다. 김군의 진단명은 부(副)주상골 증후군.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선천적으로 발뼈에 액세서리 뼈가 하나 더 있어 생기는 질환이다. 주상골은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이어주는 뼈인데, '어미 뼈' 옆에 별 소용없는 '새끼 뼈'(부주상골)가 달린 경우다. 인구의 10% 정도에서 생기지만, 어미와 새끼 뼈가 잘 붙어 있으면 모르고 지낸다. 그러다 청소년기에 발을 삐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면, 두 뼈가 어긋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서로 부딪히고 마찰해 통증과 염증이 생긴다. 요즘 스포츠 마니아가 늘면서 성인에게도 뜨는 증후군이다.
기실 우리 몸에는 이처럼 없어도 되는 부속 뼈가 곳곳에 있다. 발뒤꿈치뼈 위쪽에, 정강이뼈 밑에, 손바닥뼈 사이사이 등에 숨어 있다. 유방에도 부(副)유방이 딸리기도 하고, 지라로 불리는 비장(脾臟)에도 부비장이 있다. 부족해도 병이 되지만, 부유해도 화(禍)가 되는 법이다.
주상골은 뛰거나 걸을 때 쿠션 역할을 하는 발 아치(arch)의 천장 역할을 한다. 종아리에서 굵은 인대가 내려와 주상골을 잡아매 주어 아치가 높게 유지된다. 그런데 이 인대가 엉뚱하게 부주상골(새끼 뼈)에도 붙어 버리니까, 정작 주상골(어미 뼈)은 힘을 못 받고 점점 주저앉는다. 결국 나중에 평발이 된다. 오랜 시간 운동을 하면 남보다 근육 피로가 더 쌓인다. 발바닥 염증인 족저근막염도 잘 생긴다.
부주상골이 있어도 과격한 운동을 피하면 큰 통증 없이 지낼 수 있다. 평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 아치를 받쳐주는 특수 깔창을 신발에 대는 것이 좋다. 맞춤 제작한 신발을 신으면 좀 더 편안하다. 통증이 너무 심하면 부주상골을 없애는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공사가 커서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예전에 군대에 안 가려고 온갖 생고생을 해서 몸무게를 40㎏까지 뺀 젊은이가 있었다. 드디어 병무청 신체검사 받는 날,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진찰실에 들어섰다. 군의관은 즉시 그에게 군 면제 판정을 내렸다. 면제 사유는 평발이었다. 오! 이런….
요즘에는 평발도 군대 간다. '평발인'들은 행여 혹시 하는 생각 안 하는 게 좋다. 박지성도, 칼 루이스도 평발이란다. 뭐든 저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