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은 한국의 동해시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동해시와 일본 시마네 현 옆 사카이미나토항을 오가는 여객선을 타고 있지만
한 20년 정도 전에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라는 개념이 별로 없을 시절의 어느날
미국 알라스카 어느 항에 입항, 정박중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낚시를 하려면 면허증을 사야 되는 나라가 더러 있다.
우리나라도 낚시터 오염문제로 낚시 면허제를 시행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었다
미국 알라스카에서 낚시나 사냥을 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한다.
면허증이라는 게 별게 아니고, 이걸 파는 가게에 가서
낚시나 사냥의 종목별로 날짜만큼 돈을 주면
고속도로 통행증만한 종이에의 일수(日數)와 종류에 해당하는 칸에
서류철 할 때 구멍을 뚫듯이 '팡'하고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준다.
면허 없이 더러 낚시를 하곤 하지만 단속에 걸리면 당연히 벌금을 많이 내야 한다.
면허증 개수보다 낚시[사냥]하는 사람 수가 많아도 안 되고,
물고기 크기가 작은 것도 안 되고,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마리 수를 넘어도 안 된다는 것과
잡으면 안 되는 고기의 종류 주의사항 등이 면허증에 적혀있다.
한때 미국에서 일본으로 원목(原木통나무)을 나르는 배를 탄 적이 있었다.
주로 미국의 알라스카나 미국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항구에서 원목을 선적하지만,
때로는 도시는커녕 집도 절도 없는 곳이라,
산 중턱 바위틈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길 타기하는 산양이 보이고,
물기슭에는 곰 가족이 산책을 하는 항구 같잖은 항에서 원목을 실을 때도 있다.
이런 한적한 곳에 가면 별로 할 일도 없고 배 밖에 나가봐도 갈 데가 없으니
원목을 싣는 동안 낚시나 하며 대구, 명태, 넙치, 도다리, 연어 등등을 잡아서 먹곤 한다.
그러던 1980몇 년도 그저 그런 어느 날의 일이었다.
할일없는 선원들을 낚시 면허증을 챙겨서 낚시를 나갔고,
일부 선원들은 배 난간에서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가 배로 다가오더니만
낚시를 나갔던 선원들이 경찰과 함께 차에서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축 늘어진 연어가 몇 마리씩 달려 있었다.
'일 났다'는 뭔가 불길한 직감이 왔다.
이 동네에서 낚시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리고 낚시 면허도 있는데, 뭔 일인가 하고 경찰에게 물어 봤더니
경찰 왈, 선원들이 '동물학대죄'를 저질렀단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뜨악해하는 눈길을 선원들에게 돌리자
그들도 경찰이 아까부터 뭐라고 하기는 하는데 이게 도통 상황파악이 안 되는 눈치이다.
시선이 경찰에게 옮겨지자, 하는 말인 즉,
선원들이 물고기를 때렸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또 무슨 개 때리는 소리?
사연인 즉,
선원들이 낚시를 간다고 줄레 줄레 가다보니
산 개골창으로 연어들이 떼 지어 올라가더란다.
그래서 발품팔고 멀리 갈 것도 없다.
낚시 얼레를 팽개치고 나무 작대기를 들고 연어를 때려서 잡았다는 것이다.
한창 신나게 때려잡다가 도리어 경찰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의아해 하는 선원들이 무면허 낚시가 아니라는 뜻으로
소지한 낚시 면허증을 경찰 눈앞에 흔드니
경찰은 면허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조금 전 선원들이 고기를 잡을 때 "낚시"로 잡지 않고, "때려서" 잡았으니
잡는 방법이 잔인하여 '동물학대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캔자스주에서는 별스럽게도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면 불법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동물학대죄라는 것이 한국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참 웃기는 소리다.
왜냐면,
바로 이웃 나라인 캐나다의 동부 연안에서는
바다표범[HARP SAEL]을 때려잡는 연례행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생후 2-3주 된 어린 새끼만 때려잡는다.
무려 32만 마리를 가죽에 흠집 생긴다고 머리를 몽둥이로 때려잡는 단다.
현재는 위와 같은 포획 방법이 잔인하다고하여
유럽연합과 미국은 어린 바다표범의 흰색가죽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캐나다 연방수산부는 동물보호 운동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으면서도
바다표범 포획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날 그 사건은
외국인으로 미국의 법을 잘 몰랐고, 초범이고, 무면허도 아니고,
연어도 면허 제한 마리수를 넘지 않았고,
또 다시 물고기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벌금 없이 훈계방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