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록>(1996)에서 FBI의 화학무기 전문가 스탠리 굿스피드(니콜러스 케이지)는 알카트라즈 형무소를 탈출한 유일무이한 인물인 전직 SAS 요원 존 메이슨(숀 코너리)과 함께 테러리스트에 맞선다. 재판도 없이 오랜 세월 독방 신세를 지던 메이슨의 죄목은 다름 아닌 ‘존 에드거 후버의 비밀 파일을 훔친 죄’였다. FBI의 비밀 파일에 자국 및 각국 정치인들의 추문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 영국 정부에서는 메이슨에게 파일 입수 지령을 내린다. 문제의 파일을 입수한 메이슨은 결국 미국 정부에 의해 체포되지만, 조국의 외면 속에 오랜 세월 감옥에 갇혀서도 그 마이크로필름을 은닉한 장소를 밝히지 않는다. 후버의 비밀 파일은 이처럼 영화에서도 종종 소재로 이용될 만큼 유명하다. 실제로 닉슨 행정부와 FBI는 그 파일의 선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FBI에서는 후버의 사후에 측근들이 파일을 모두 소각해서 없애버렸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파일이 지금도 어딘가 은닉되어 있다고 본다. 파일의 내용은 정치, 사회, 경제, 언론, 문화 분야 주요 인사의 갖가지 추문들이며, 후버는 이를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 사용했다고 전한다. 결국 FBI 국장은 ‘공공의 적’을 수사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공직자’를 뒷조사하는 것에 더욱 열심이었던 셈이다. 대개의 추문은 외도, 성도착, 동성애를 비롯한 섹스 스캔들에 관한 것이었는데, 워싱턴의 정치인 치고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후버의 이런 정보 수집은 그야말로 최적의 무기가 아닐 수 없었다. 역설적인 사실은 후버 본인조차도 사실은 동성애자였다는 점이다. 특히 그는 부국장이며 절친한 친구인 클라이드 톨슨과 연인 사이였다는 점이 오늘날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후버가 마피아에게 협박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후버는 재임 내내 ‘마피아라는 것은 상상일 뿐이고 실존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종종 단언한 바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