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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나온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을 감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가 연출했으며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으로 나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작중 시대배경은 2차대전 즈음. Monica Bellucci 의 배역은 보는 사람을 누구나 한 번에 매혹시키는 육감적인 여인 Malena이다. 타고난 미모 때문에 도리어 기구한 삶을 사는 역할인데 실제로는 남편 하나만을 사랑하고 있다가 남편의 사망 후 어쩔 수 없이 창녀가 되는 역이다. 게다가 이후엔 반역자라는 죄목으로 온갖 수난을 당한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토르나토레의 영상과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린 명장면으로 꼽힌다. 담배를 피우는 말레나의 표정이 복잡한데, 이탈리아에서는 매춘부가 담뱃불을 받아 피우는 것이 남자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창녀가 나와 막장인 것 같고 [1] 전체적으로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형식인데 후반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어두워지며 영화의 주제가 선명해진다 [2]
말레나는 그녀의 미모를 시기한 여자들과, 말레나와 한번 자고 싶어 하는 수많은 마을 남자들에게 지쳐간다. 심지어 젊은 중위가 집에 잠시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온 마을에 소문이 돌아 간통죄로 법정에 서기까지 할 정도이다. 거기다 남편이 전사하고 연금이 줄어들어[3] 생활은 어려워지는데, 그녀를 시기하는 여자들과, 그런 아내들을 무서워하는 남편들이 그녀에게 일자리조차 주지 않아 수입도 없는 상태, 그런 그녀에게 수많은 남자들이 빵, 담배 등의 물건을 주며 유혹한다.
영화의 중반부에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배고픔과 창녀라는 멸시[4]를 참고 거리를 지나가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몰래 다정하게 다가와서 빵을 준다. 말레나는 몹시 배가 고팠던지라 그 자리에서 빵 조각을 뜯어먹는데, 빵은 호의가 아니라 화대였다는 듯이 남자가 말레나의 볼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을 가득히 미군의 폭격기 편대가 나타나며 마을에 공습 사이렌이 울린다.[5]
하지만 공습으로 죽은 사람은 말레나를 괴롭히던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말레나의 아버지다.[6] 그리고 이 시점으로 말레나는 정말로 자포자기해 창녀로 변신한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립스틱을 진하게 바르고, 온몸에 레몬을 발라 단장한다. 말레나를 동경하며 계속 관찰하던 주인공 소년은 낙담하여 실신하기까지 하고, 마을 사람들은 귀신이 들렸다며 엑소시즘을 행하지만 소년의 아버지는 병의 원인이 여자라며, 소년을 창녀촌에 데려가 치료하려 한다.[7]
이후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들어오자 마을 사람들은 독일인과 잤다는 이유로 말레나를 거리로 끌어낸다. 여자들은 흡사 마녀사냥이나 인민재판이 연상될 정도로 말레나를 린치하고, 말레나는 나체로 광장 한복판에서 절규하지만 마을 남자들은 아무도 아는 체 하지 않는다. 소년도 그 자리에 있지만 결국 돕지는 못한다.[8]
이후 말레나는 기차를 타고 떠나고, 그 후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남편이 돌아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찔리는 게 있어서인지 아무도 그간의 일을 얘기해 주지 않는다. 소년은 용기를 내어 남편에게 그녀가 메시나로 가는 기차를 탔음을 알려주고 남편은 그녀를 찾아 마을로 같이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죄책감에서 친절을 베풀고[9] 두 사람은 다시 마을에서 살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배경으로 나오면서, 무능과 무지, 소문과 시기심으로 한 순수한 여인을 창녀로 만들어가는 어리석은 대중의 모습이 끊임없이 나온다. 영화의 주 풍자 대상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부분. 모나카 벨루치는 실제로도 이탈리아 시골 마을 출신이며[10] 어릴 때에도 마을에서 독보적인 미모로 영화에서처럼 온 마을 사람들의 부담스런 시선과 관심을 견뎌야만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이탈리아의 문화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데, 아들을 다짜고짜 손찌검하는 다혈질 아빠와 나이 50이 다 되어서까지 엄마한테 쩔쩔매는 마마보이 변호사, 면도순서를 기다리면서 이발소에서 수다를 떠는 남자들, 그리고 아빠가 아들을 사창가에 보내는 풍습[11] 등등. 영화의 배경인 카스텔쿠토(Castelcuto)라는 마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에선 시네마천국과 같은데, 주요 촬영지는 시네마천국과 마찬가지로 시칠리아섬이며 마을의 모습은 시라쿠사에서 주로 촬영되고, 말레나의 집은 팔레르모의 한 호텔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연출이 최상급이다. 음악과 빛의 구도 등을 계산하여 배치하였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는 저속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연출 면에서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1] 초반에 벗는 장면이 많이 나와 그렇다, 다만 영화가 코믹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묽어진다, 이 부분은 감독이 노린 듯. [2] 사실 전반부에도 복선은 여러 개 있다, 계속해서 나오는 무솔리니와 파시스트 얘기라든지, 아무리 작은 사회라고 해도 거의 인민재판식의 뒷담화가 오가는 마을 분위기라든지 아이들 여럿이 돋보기로 개미를 장난삼아 태워죽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죄송합니다! 주님"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대한 스포일러다.[3] 때는 2차 대전 중반으로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군이 북아프리카 지중해 전선에서 고전하는 뉴스가 계속 배경으로 나온다.[4]
이 시점까지 아직 말레나는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판적도 없으며, 수임료를 핑계로 달려든 변호사에게 거의 강간을 당한 피해자에 불과하다.[5] 폭격기가 나타나는 장면에서 마을 벽면 가득히 파시스트의 선전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영화가 정치 풍자의 성격도 가졌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6] 말레나의 아버지는 소년의 라틴어 선생인데 귀가 먹어서 말을 거의 듣지 못한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당신 딸이랑 자도 되나요?' 하고 괘씸한 질문을 던져도 못 알아들어서 '그래' 하고 대답하는 캐릭터. 말레나가 과부가 된 후 젊은 중위와 한두 번 만났는데 그 이후로 악의를 가진 마을 주민 누군가에게 익명의 편지로 '당신 딸은 창녀야'라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모욕을 받고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기도 하다. 후반부에 죽음으로써 비극을 극대화시키는 역할[7]
이 시점에서 주인공 두 명( 말레나와 소년)은 모두 순수성을 잃고 대중, 파시즘에 굴복한다.[8] 소년은 중요한 시점마다 그 자리에 있고, 사태의 진실을 알지만 결국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약한 지식인 계층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년은 계속해서 대중들의 군중심리에 저항하고, 나중에 말레나의 남편에게 편지를 써서 말레나의 운명을 바꾼다는 점에서, 비록 소심하지만 영화에서 유일하게 영웅적인 캐릭터이다, 이 영화가 같이 여자를 고생시키는 김기덕 영화보다는 다소 밝은 이유.[9] 옷을 한 벌 공짜로 준다든지, 뒷담화하는 사람에게 "이젠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 라고 한다든지 등.[10] 이탈리아 중부 Citta di Castello(City of Castello), 인구가 3만 명이 안 된다.[11] 오늘날에도 시골지방에는 남아있는 풍습으로 아들이 자라면 "이젠 너도 남자답게 살아야지?" 하면서 아빠가 아들에게 화대를 쥐어주고 사창가에 보내는 풍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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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나>....아름다운 죄 (weon****님의 리뷰 )
1. 아름다운 죄
조용필의 노래 중 "그 겨울의 찻집"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아름다운 죄"라는 구절이 나온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죄가 될 수밖에 없다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물론 그 노래는 <사랑은 아름답다>의 역설적 표현이었지만, 세계사를 들춰보면 빼어난 미모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역사의 강을 거꾸로 흐르게 만들었던 인물들이 의외로 많다.철학자 파스칼도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지도는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말로 여인의 미모가 능히 세계 역사도 바꿀 수 있음을 표현한 바 있다. 실제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은 미인들에게 열광했고, 그때마다 세계의 역사가 조금씩 바뀌었던 게 사실이다.
인류역사는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의 발전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세가인의 상징인 양귀비를 비롯하여 중국 최고의 미녀로 손꼽히는 서시, 서주를 멸망시킨 달기, 여포와 동탁을 동시에 유혹해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지게 만든 미인계의 전범 초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연산군의 애첩 장녹수, 숙종의 장희빈, 그리고 그리스신화나 세계사를 봐도 여자 때문에 신세를 망친 경우는 허다하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말레나>는 지상에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미모로 평가 받고 있는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했다. 이정도면 관객의 입맛을 돋우기 위한 성찬의 재료로는 손색이 없지 않겠는가?
2. 겉은 <소년 성장기> 그러나..
영화 <말레나>는 소년의 눈을 통하여 한 여자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지켜보는 인간 군상들의 추악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주위의 시기와 질투에 의하여 어떻게 훼손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집단 배타주의와 군중들의 집단 광기를 조명한다. 2차 대전 당시, 아름다운 지중해의 섬 시실리에는 자연풍광 만큼 아름다운 <말레나>가 산다. 도도하게 걷는 모습만으로도 길 가던 노인네가 쳐다볼 만큼 빼어난 미색이다. 그것은 소년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말레나의 외출 시간을 기다리다 그녀가 집을 나서면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그녀 뒤를 쫓는다. 13살의 레나토(주세페 술파로)에게도 섹시한 그녀의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전신을 주체하지 못할 상사병에 시달린다. 연상의 여인에 대한 흠모와 차츰 성에 눈을 떠가는 소년... 여기까지의 줄거리만 보면 <소년의 성장통>을 다룬 <개인교수>와 흡사하다. 그러나 전쟁에 참가했던 남편의 사망소식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불행은 이 영화를 단순히 "여자의 일생"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감독 역시 남자들의 욕정과 끊임없는 추근거림--> 동네 아낙들의 질시어린 눈길--->헛소문의 난무--->어려워진 생활고--->어쩔 수 없이 몸을 팔 수 밖에 없었던 말레나의 운명을 그리고 있으나 말레나 대신 이탈리아를 대입하면, 묘하게도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의해 선동, 찬양되고 전쟁으로 얼룩진 이탈리아의 운명이 연상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말레나의 운명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이탈리아의 부흥, 몰락의 과정과 영락없이 닮아있다.
3. 무솔리니의 파시즘
1차 세계대전 후, 나중에 연합군으로 합류하게 된 이탈리아는 명백한 승리의 주역이던 미,영,프 세나라에 의해 치욕적이라 할 만큼의 보상만 받게 된다.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을 이루었지만, 강력한 정부가 없는 탓에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이에 로마 제국의 후손인 자신들의 푸대접과 가난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맞물리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커졌고 결국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 공황도 큰 이유였다. 이에 무솔리니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입담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데 성공한다. 선동, 고무, 찬양이 횡행하고,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에게 거침없이 피의 숙청을 단행하는 잔혹한 파시즘이 시작된 것이다. 우선 내셔널리즘의 호소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고, 정치와 경제의 긴밀한 협동체계를 꾀함으로써 파시즘을 창출하였다. 이를 주도한 무솔리니는 <로마진군>을 하여 계급 개념 위에 민족 개념을 두고 <아래로부터 형성, 조직된 국가>임을 주장하였다.
결국, 이탈리아는 강력한 국가건설과 세계진출이라는 구호 아래, <독일, 이탈리아, 일본> 3국 동맹을 거쳐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이 생각처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자, 국민들은 무솔리니를 따르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수치스럽게 여기는 자신들의 근대사다. 이에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특유의 영상 감각을 곁들여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대하여 메스를 가한다. 결국, <말레나>는 아름다운 국가가 군중들의 선동과 광기에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집단이기주의에 의하여 한 국가의 운명이 어떻게 갈리는지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이 무거운 주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시실리의 아름다운 풍광과, "모니카 벨루치"의 육감적인 몸매를 전면에 포진시킨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광각 렌즈의 사용과 <시네마 천국>에서 사용했던 "흑백필름 짜집기"를 병용했고, <말레나>에서는 레나토의 나레이션으로, <시네마 천국>에서는 토토의 회상을 통해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걸 보면, 두 영화가 닮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4. 모니카 벨루치
영화의 성공을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모니카 벨루치"의 캐스팅! 대체 어떻게 관리해야 저런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지? <라빠르망>에서의 청순미에 원숙미까지 더해져, 그냥 쳐다보기만 하여도 숨이 막힐 정도다. 전라로 등장하여 확실하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춰 "볼거리만 제공하는 반쪽짜리 연기자"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그럴까? 매니아들 사이에선 <말레나> DVD가 수집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라빠르망>에서는 청순하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프랑스 최고의 세자르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모니카 벨루치>는 <라빠르망>과 <도베르만>으로 유명해졌지만 이미 모델과 TV경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명성을 쌓고 있던 우수한 자원이다. 순수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와 함께 훤칠한 키에 선이 굵은 표정으로 다른 미녀들과는 달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말레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창녀역"을 할 때의 "모니카 벨루치"의 표정. 남자의 경우 특별한 연기 수업 없이도 "군인"역을 잘하고, 여자의 경우 "창부역"을 잘한다는 속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서양에서는 남자가 담뱃불을 붙여주는 걸로 거래가 성사되는가 보다.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처럼 다리를 꼬며 담배를 베어 물자마자 모든 남자들이 담뱃불을 붙여주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인데, 광장에서 동네 아녀자들에게 집단구타 당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연기력은 절정을 이룬다.
5. 화해와 용서..
죽어라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마치 어디서 탈출하듯.
갈망... 순진함... 그리고 그녀로부터...
세월은 흘러 나는 여러 여인을 사랑했다.
그들은 내 품에 안겨 자신을 기억할 것인가 물었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의 가슴엔 내게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던
말레나 만이 아직도 남아있다.
영화가 제법 힘을 얻는 것은, 마지막 장면의 감동 때문. 거장이라는 칭호는 아무나 받는 게 아닌가 보다. 절제된 화면과 몇 마디의 대화로, 결말을 매듭짓는 솜씨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동네 사람들의 뭇매를 맞고 떠났던 <말레나>가 남편의 한쪽 팔을 끼고 고향에 나타나는 설정으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물고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시발점이 된다. 이제 <말레나>는 눈가엔 잔주름과 함께 조금은 뚱뚱해진, 평범한 아낙이 되었다. 그리고 서먹해진 마을 사람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비록 그들은 전쟁으로 아름다운 한 여자의 일생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지만, 결국은 더불어 같이 살아갈 정겨운 이웃들이다. <말레나>도 이웃들의 인사를 거절하지 않고, 그 인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제 전쟁은 끝났다. 망가진 이탈리아의 재건에는 서로의 증오나 이념의 차이가 있던 과거 따위는 따질 필요가 없다. 이처럼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는 이탈리아의 서정 위에 상징적인 색채를 얹고 있다. 그의 영화는 낭만주의자들의 오랜 관습인 "인간의 사랑"으로 현실의 허약한 틈을 메우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군중들에 의한 폭력이나 집단 광기는 그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는 갖가지 재료를 섞어 독특한 질감을 가진 삶의 염료를 만든다. 천연의 재료에 삶의 다양한 표정들, 특히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깔은 진하면서도 맑고, 애잔하면서도 따뜻하다. 그가 가공한 화면들은 쉽게 질리거나, 오랫동안 빛이 바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천연에 가까운 빛깔이기 때문이다.
<시네마 천국>에서 보여준 그의 재능은 시대를 뛰어넘는 유려한 질감으로 외롭고도 쓸쓸한, 그러면서도 따뜻한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말레나> 역시 마찬가지다. 파시즘의 역사는 그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지만, 과거의 격랑 또한 현실을 이루는 흐름의 일부임이 자명하다. 비록 그 시절이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하나의 역사가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과거를 아우르는 "화해와 용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 중간에 말레나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그녀는 운명적인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타고난 죄 밖에 없다..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아름다운 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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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Giuseppe Tornatore 1956 이태리 시칠리아 출생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이탈리아 감독, 시네마천국, 레닌그라드 등 작품
여배우 Monica Bellucci 1964 이탈리아 출생. 모델, TV연기자, 배우
금세기 최고의 관능적 배우, 이 영화는 '라빠르망'과 함께 그녀의 Big2로 일컬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