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시 프라하를 떠나 19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중세도시 체스키크룸로프로 향했습니다. 180km의 이동 거리를 약 3시간 30분의 소요시간을 잡고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체스키(Cesky)는 체코의 옛 지명이고, 크룸로프(Krumlov)는 ‘습지’라는 뜻이라 합니다.
부데유비치라는 소도시의 휴게소에 도착, 20분간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곳은 필스버그와 버드와이저 맥주 생산지라고 합니다. 버드와이저 맥주의 원산지는 본래 체코인데, 이 나라가 공산국가일 때 미국의 한 주류업자가 상표를 도용하여 미국에서 똑 같은 이름의 맥주를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오늘날은 미국의 버드와이저가 체코의 버드와이저 맥주회사에 로얄티를 지불하고 있다는데, 맛은 체코의 버드와이저가 훨씬 낫다고 합니다.
11시 50분,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근처에 자라잡고 있는 인구 1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했습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은 언덕 위에 쌓은 성채의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프라하 성에 이어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이곳의 성은 세계 300대 건축물에 포함되어 있고, 유럽 관광지 ‘베스트 5’에 꼽힌다고 합니다.
성 위로 올라가니 블타바 강이 태극 모양을 그리며 마을 사이로 흐르고 있었고, 마을은 붉은 지붕과 둥근 탑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망토다리를 지나 마을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내려서면 성 안의 중세도시가 펼쳐지는데, 귀족들만 다녔다는 망토다리는 1250년에 완공되어 나폴레옹의 침공 때 무너졌던 것을 1777년에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촬영되었다는 계단 길을 지나 블타바 강에 걸쳐진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 작은 도심 속으로 들어가면 중앙광장이 나오고, 광장에서 사방으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왼쪽 강변에 있는 야외식당이 옛날 이발소 자리라 하였습니다.
광장으로 들어서니 ‘上海飯店’, ‘北京酒家’ 등 중국 음식점과 술집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오른쪽 아래 골목길을 따라가니 S자 형태로 구불거리며 흐르던 강물이 다시 돌아 나온 자리에 큰 다리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54m 높이의 전망대를 비롯하여 멋진 성의 전경이 잘 보였습니다. 나중에 나갈 때 전망대에 올라가 보았더니 본래는 종탑이었던 듯 2개의 종이 있었습니다.
보헤미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의 하나로 꼽혀 ‘보헤미아의 진주’라 불린다는 체스키크룸로프는 태고적 자연과 중세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과거의 세계로 돌아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체코에서의 관광 일정을 모두 끝내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향해 출발,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체코-오스트리아 국경을 통과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아스팔트는 자갈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폭우가 와도 물방울이 튀지 않으며, 열선이 깔려 있어 폭설이 내려도 눈이 쌓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30여 분 달리니 왼쪽 차창 밖 멀리로 알프스 산맥의 연봉들이 바라보였습니다. 만년설이 덮여 있는 봉우리들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