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레몬트리 / 김영교 8-15-2021

[kimyoungkyo]

3-25-2021

레몬 트리 – 김영교

투병기간 동안 건강캠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시선을 끈 식단에는 늘 레몬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레몬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물에 타서 혹은 생선요리에 비린내 제거 등 요긴하게 쓰여 가까이 두면 좋을 상 싶다. 주 맛은 산성이나 몸속에 스며들어서는 알카리 역할을 하는 레몬을 다들 알고 있다. 원해 레몬 원산지는 인도 히말라야지만 미국으로 건너와 칼리포니아에서 넓게 잘 재배되어 퍼져 나가고 있다. 

영국 넬슨 장군이 레몬을 좋아했다는 실화가 있다. 그 이유는 오랜 항해로 생긴 괴혈병을 레몬으로 치료 내지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레몬의 효능은 표백효과에서 시작해 해독작용까지 광범위하다. 나는 따끈한 레몬차에 꿀을 타서 마신다. 내 몸을 살살 기어오르는 감기 몸살 끼도 사라지는 게 신통하다. 집에는 레몬 트리가 있어 상비약을 제공해주고 있다. 비린 생선 냄새도 후라이 펜 세척에도 뒤뜰 레몬의 애교는 끝이 없다.

지난 주말이었다. 아주 잘 생긴 레몬트리를 만났다. 소그룹 동창모임이 있어 우리는 치노힐에 사는 후배 집에 초대되었다. 기분 좋은 주말 오전 사우스베이 우리 동네에서 모인 네 명은 소요시간 1시간 20분의 카풀 질주에 상쾌한 봄날을 마구 마셔 댔다. 우리 기분 역시 화창한 봄날이었다.

유리창 많은 이 언덕집은 경치가 좋았다. 밝고 넓은 실내는 정오의 햇살이 넘실댔다. 인테리어도 아름답게 꾸며 살림 잘하는 안주인의 솜씨가 한눈에 파악되었다. 화초와 나무, 뜨락 일을 좋아하는 나는 집안을 두루 둘러본 후 뒷 마당으로 나가봤다. 집 밖 경관도 확 트여 시원했다. 정원 화초들은 알맞은 간격으로 각기 다른 정원수와 과목들 사이에서 튼튼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잘 어울렸다. 내 시선이 멎은 그곳에는 훤칠한 레몬트리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오른쪽 지붕 처마 가까이 서있는 레몬 트리 한 그루, 수많은 노란 레몬을 옹기종기 매달고 있었다. 크고 싱싱한 레몬 트리는 아름다웠다. 가까이 다가가 쳐다본 나는 가슴이 싸하니 내려앉았다.  왼쪽 내 시선이 멎은 곳, 그곳에는 총총 실하게 레몬이 많이 달려 있기는 한데 이게 어인 일인가? 아깝게도 샛노란 레몬과 푸른 잎사귀들이 하얀 점들을 뒤집어 쓰고 병들어 있었다. 다른 한쪽 성한 레몬 쪽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아까웠다. 오늘 같이 손님 접대며 요리며 피아노 반주 등 집안 살림을 잘 꾸려가는 이 댁 주부와는 병든 레몬트리 방치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우리집 손바닥 크기의 뒷 정원은 내 소관이다. 화초를 좋아해서 나는 정원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많고 그의 손끝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다. 배워서 뜰 일에 내 시간을 바친다. 남가주의 넉넉한 일조량은 꽃도 잘 피우고 과일도 잘 맺혀준다. 감나무, 사과나무, 자두나무, 레몬트리 등 우리 집 과수들과 나는 친하게 지낸다. 내 손이 험해 질수록 정원과 과수들이 잘 큰다. 내 투병 기간에 터득한 진리 하나 - 공기, 물, 나무, 햇볕, 꽃, 흙, 자연에 치유가 있음을 믿게 된 점이다. 식물가족에게 다가가기를 행복해하는 내 시야에는 그 병든 레몬트리가 안타까웠다. 잘 정돈된 아름다운 정원에 흠집 같았다. 정원사에게 의뢰 치료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주부의 관심 밖에 있는 그 레몬트리 병이 더 번지지 않고 빨리 치료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음악을 전공한 후배의 남편은 필요한 사람들 가져가라며 따온 레몬을 네 자루나 현관문 앞에 펼쳐 놓았다. 골라서 땄는지 모두가 탐스럽게 노랗게 잘 익은 것들이었다. 내가 아까 살펴본 하얗게 병든 레몬은 아니었다. 성한 쪽에서 따왔나 싶었다.  "레몬이 하얀 점들로 병들어 있던데 실한 걸로 따시느라 수고하셨네요!"

오늘 우리의 방문을 귀히 여겨 페티오를 페인트 칠 했을 때 덮개를 씨우지 않아 페인트가 날아가 레몬알들이 하얗게 페인팅을 당한 것이었다. 병든 게 아니고 힌 페인트를 뒤집어 쓴 흔적이라는 설명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3월말 그 주말에 만난 레몬트리, 푸른 색깔이 짙어 가는 부활 절기에 만났다. 천만다행으로 겉만 페인트칠을 당한 후배 댁의 레몬트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상큼한 레몬트리 와의 만남은 내 삶을 재정비, 속단은 금물이라고 나를 조여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다. 레몬트리를 검색, 달리는 차안에 레몬트리 노래를 채웠다. 옛날 즐겨 부르던 노래, 바로 피터, 폴 그리고 메리 트리오가 불러 히트한 ‘레몬트리’... 내용을 자세히들어 본다. 아무리 레몬트리가 예쁘고 꽃이 향기로워도 그 열매 레몬은 시어서 다른 과일처럼 먹을 수가 없다, 사랑도 레몬 같아 겉과 속이 다르다는 풍자적인 내용의 가사였다

-Lemon tree very pretty and the lemon flower is sweet

But the fruit of the poor lemon is impossible to eat.-

후배 댁의 방문 이후, 몸에 이로운 일만 하는 레몬하고 더 친해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