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에 동보서적에 갔습니다. 밤 10시까지 영업이 오늘은 8시까지였습니다.
내가 동보에 도착했을 때는 7시 20분 정도 되었습니다.
매장을 쭉 둘러보니까 헐빈해진 서가도 보였습니다.
리영희 <대화>, 이인호<이인호교수의 사기이야기>, 리핑 <저우언라이 평전>을 구입했습니다.
3층에 가서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내가 아는 분의 얼굴은 여전히 밝았습니다. 그러나 애써 그런 안타까움을 감추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분으로부터 평소 평전 구입을 많이 해온 것을 알고 책 3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나에게까지 신경써주는 것이 몹시 황송했습니다.
이 분은 10년 넘게 동보서적에서 일해오셨습니다. 다니던 직장이 사라진다는 것이 오늘따라 더욱 실감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8시가 되자 마무리를 해야 해서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1층 매장에 내려갔습니다.
"오늘도 저희 동보서적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그렇게 들었는지 몰라도 인삿말 하는 분의 음성이 떨렸습니다.
30년간 동보와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삿말을 하고 8시에 폐문됨을, 혹여 찾는 책을 아직 구하지 못한 손님은 주위 매장 직원에게 문의하면 빨리 찾아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방송이 그쳤습니다.
동보서적 바깥에는 두 대의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시민 한 분이 한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동보서적 정문 앞에서 디카로 문닫는 서면 동보서적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하고 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소에서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모습의 이채로움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동보서적에서 일하던 많은 분들이 직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분들, 그분들의 가족이 걱정됩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또 한 손에는 무거운 책보따리를 들고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동보서적의 특판과는 계속 유지가 된다고 합니다. 부산 홈플러스 센텀지점 내의 동보서적도 그대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서면에서 하나의 명물이었던 동보서적은 문닫지만 동보서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직원들 분에는 이런 것이 말그대로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 그렇게 귀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특판과에 일하는 분은 서울, 파주 등에서 책을 내려주는 일을 꺼린다고 합니다. 방송과 신문에서 동보서적이 문닫는 것이 완전히 폐점되는 것처럼만 보도하였기 때문에 받는 어려움과 상처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들은 왜 이것 저것을 다 이야기하지 않는 것일까요? 일을 겪는 당사자들은 자주 방송과 신문의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공공성을 중시한다면 당연히 균형있는 보도가 필요할 것인데 말이죠.
아무튼, 동보서적 근처를 지날 때마다 추억속의 자리가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강원도 태백에서 12년을 살다가 10여년 지난 뒤에 내가 살던 곳을 가보았더니 터만 남았고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황폐함을 대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이 선합니다. 동보서적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들은 서면에 오면 절로 고개가 그쪽으로 쏠릴 지 모릅니다. 더욱 멋진 미래를 만드셔서 동보서적을 바라볼 때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기원드립니다. 모두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