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항 :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고 그리스도께 봉사한다
18항 : 성모님은 레지오 단원을 통하여 당신의 아드님을 사랑하고
보살피신다
19항) 겸손하고 정중한 레지오 단원에게는 어느 집이나 문이 열린다
(교본 443-447쪽)
이 항목들은 가정 방문 활동을 할 때 활동 대상자를 그리스도로 여겨 겸손과 봉사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를 가정 방문 활동에 적용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는 레지오 봉사와 활동의 기초이다.
레지오의 상훈 셋째 대목에서도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안에서 성모님이 성자 그리스도를 다시금 보고 섬기시듯이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단원들은 가정 방문 활동을 할 때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대상자도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원리를 드러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하나 하나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고 존경하며 사랑해야 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안에서 주님을 뵙고 알맞은 봉사를 드려야 한다.
단원들이 활동 대상자를 대하는 태도는 어디까지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또는 종이 주인을 찾아뵙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방문자가 은덕을 베푸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신비체 교리에 입각한 봉사 정신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방문 대상자를 감화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언제나 나환자를 견디기 어려운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길에서 나환자와 마주쳤다. 나환자의 흉측한 몰골을 보고 살 썩는 냄새가 오감을 찌르고 마치 눈이나 입으로 세균이 침입해 들어 올 것처럼 느꼈다.
그는 나환자에게 바짝 다가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나환자를 와락 끌어안고 목에 입을 맞추었다. 그때 비로소 기쁨과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그 순간 진정으로 자기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놓고 환자에게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에 응답하는 듯한 상대방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 프란치스코는 자기가 베푼 것 이상의 것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나환자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껴안았던 것이고 그분께 기쁨과 사랑의 은총을 받았던 것이다. 그 이후 그는 늘 그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평생 동안 실행에 옮겼다.
성모님도 성자께 쏟았던 사랑이 신비체의 지체들에게 베풀어지기를 바라고 계신다. 왜냐하면 성자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성모님의 임무는 모든 지체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모든 지체를 보살피는 사명을 수행할 때 당신을 도와줄 레지오 단원들을 부르신다.
성모님은 레지오 단원들을 통하여 당신의 아드님과 그 지체들을 사랑하고 보살피신다.
레지오 단원은 가정 방문을 할 때 무슨 권리가 있어서 그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집 주인의 호의에 따른 것이므로 겸손하고 정중한 태도로 인사하고 방문 용건을 말하면 어느 집이나 문이 열릴 것이다.
단원들은 친교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문 대상자가 친근감과 호의를 가질 수 있도록 옷차림이나 말씨도 검소하고 소박해야 한다.
그 집에 자녀가 있다면 그들에게도 관심을 보여 주면 쉽게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그리고 방문을 마치고 돌아 올 때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인사를 함으로써 재방문의 길을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최경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