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식 시인은 참 나에게 유감스런 이름이고 그의 시는 더욱 유감스런 작품다. 나 자신 시골에 묻혀 살면서 시 하나를 종교처럼 고이 받들고 사는 사람이지만 서울 쪽 신문사에서 하는 신춘문예 심사를 맡을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인가 서울 쪽 새로 생긴 일간지에서 신춘문예를 모집해서 그 심사를 나에게 맡긴 일이 있다. 대략 그런 일은 신문사에서 예심을 하여 어느 정도 추린 다음 종심에 넘기는 건데 상자떼기로 나에게 심사를 맡겼다. 허위허위 며칠 밤 원고를 뒤져 겨우 당선작 하나를 골라냈다. 마치 그것은 잡석 더미에서 금덩이 하나를 찾아낸 듯한 괘재(快哉)였다.
신문사에서 알렸고 발표까지 났다. 그런데 시상식에 가 보았더니 당선작을 취소한다는 말을 했다. 왜 그러는 거냐고, 나는 몹시 화가 났다. 그런데 경영주의 태도는 완강했고 끝내 당선작을 낸 시인은 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유인즉슨 자기들의 응모 규정이 신인이어야 하는데 당선작 시인은 이미 다른 곳에서 데뷔한 작가라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옹고집이고 독야청청 독선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뒤로 얼마 만인가. 지난 6월 26일, 전북 익산시의 늘봄도서관 초청으로 문학강연을 하러 갔었다. 그런데 글쎄 그 강연장에서 서호식 시인을 만났지 뭔가! 바로 몇 년 전 서울 쪽 신문사에서 내가 당선작으로 뽑았다가 취소를 당한 바로 그 시 작품을 쓴 주인공이었다. 놀랍고 반가웠다. 참 세상이 좁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사람은 역시 오래 버티며 살아놓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학강연을 마치고 들으니 서호식 시인이 시집 발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도울 길이 없을까? 지난번 당선 취소에 대한 빚을 갚을 겸 출판사를 섭외하다가 내 시집을 여러 권 내준 지혜출판사 반경환 대표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여러 차례 굽어지고 늦었지만 그런대로 잘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서호식 시인의 첫시집 PDF가 이메일로 전달되어 와 원고를 살피게 되었다.
내가 본 작품은 이 시집 첫머리에 실린 「간이역에 사는 사람들」 한 편뿐이다. 그 작품이 바로 서울 쪽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가 취소된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 내려 원고를 읽어보니 내가 신문사 신춘문예로 당선된 작품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 폄하(貶下) 쪽으로 천편일률(千篇一律)이라는 말이 있지만 서호식 시인의 작품은 좋은 쪽으로 천편일률이었다. 모든 작품이 가편(佳篇)이고 성공작이었다.
이런 시인이 그동안 시골에만 묻혀있었다는 것은 중앙문단의 수치요 문맹(文盲)이다. 이제라도 이 시인의 작품 전편을 우리가 읽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한편 한편 언급할 일이 아니다. 현명하신 독자께서는 이 시인의 시 작품 전편을 읽고 이 시인을 평가해 주시기 바라고 한국시의 수준을 가늠해 주시기 바란다. 이 시인의 시 작품들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서를 한국말로 표현한 시 작품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이라 할 것이다. 일찍이 내가 찾은 작은 금덩이 하나는 결국 커다란 금맥(金脈)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많이 기쁜 마음이다.
나태주 시인, [천편일률의 가편--서호식의 시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