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3일 연중 제26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51-56 51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52 그래서 당신에 앞서 심부름꾼들을 보내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모실 준비를 하려고 길을 떠나 사마리아인들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53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54 야고보와 요한 제자가 그것을 보고,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55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 56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심부름꾼으로 산다는 것
우리가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고, 주님의 품에 안겨 있다 하여도 역시 죽음은 가장 힘든 고비이고, 죽음의 뒤편에 있을 미래를 자신이 더욱 예측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미래를 안다면 정말 죽음이 두려울 것이지만 자신의 미래가 정말 하늘나라를 보장 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래도 죽음이 두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미래에 지옥에 떨어질 것을 익히 안다면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고 힘들겠습니까? 그러나 어느 누구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는 1946년에 다르질롱으로 기차를 타고 가다가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데레사야! 칼타고에 가게 되면 수많은 거지와 문둥병자들이 길거리에서 살다가 길거리에서 죽는데, 너는 그들에게 가서 산 자에게는 잠자리를 주고, 죽은 자에게는 무덤을 주어라.” 그녀는 이 부르심을 받자 즉시 수도원을 떠날 결심을 하고 로레토 수녀복을 벗어버리고 어깨에 십자가를 멘 수도복으로 갈아입고 길을 떠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는 오늘 밤 잠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고 떠나나이다. 또 이 한 벌의 옷이 헤지면 무슨 옷을 입을지도 모르나이다. 주께서 떠나라고 하여 떠나오니 주께서 제 일생을 책임져 주소서.”
마더 데레사는 오늘 복음에서 십자가에 처절하게 죽임을 당하리라는 모든 것을 아시면서도 예루살렘으로 떠나시는 주님의 사랑을 닮고 싶었을 것이고 그녀는 성모님처럼 오직 순종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님과 마더 데레사의 환경에는 공통점과 차이가 있습니다. 주님은 고난의 길을 확실히 알고 계시고, 마더 데레사는 고난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확실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받으시고 그 고난으로 죽임을 당하시고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시지만 마더 데레사는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지만 그녀가 기도한대로 주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시고 보호해 주시어 은총으로 모든 것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성부 하느님께 완전히 자신을 의탁하신 것처럼 마더 데레사도 주님께 완전히 자신의 삶을 의탁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의탁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타산지석 가이공옥'(他山之石 可以攻玉)<다른 산의 돌로 옥을 갈다.>는 뜻이지요. 남의 산에서 나오는 보잘것없는 돌일지라도 자신의 옥을 닦는 숫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언행도 자신의 몸을 수양하고 학문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지요. 나보다 잘난 사람뿐만 아니라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말이나 행실을 보고도 나를 반성하고 거울로 삼는 것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이러한 자세와 행실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배척하는 것을 보고 나를 반성해봅니다. 예수님께서 단지 예루살렘으로 걸어 가겠다는 결심으로 굳게 그 길을 가는데 막는 사마리아 사람들을 나무랄 자격이 내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은총을 주시기 위해서 내 주위에 맴도시는 주님을 항상 차버리는 것도 바로 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심부름으로 사마리아 마을에 들어선 제자들이 어떻게 주님을 소개하고, 어떻게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주님을 잘못 모셨으면 예수님까지 미워하였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들은 교만하고 으스대며, 주님을 위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협박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 항상 자신을 낮추고 어린이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잊어버리고 처신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사마리아 사람들이 서로 원수지간으로 지낸다고 하여도 야고보와 요한과 같이 아니 다른 제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였을지 모릅니다만 하늘에서 불을 내려 보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모실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나는 주님의 심부름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주님의 심부름꾼으로 자처하면서 많이 살았지만 세상을 사는 순간순간 주님을 배척하도록 나의 언행은 앞에서 춤을 추며 살아온 듯 합니다. 교만하고 으스대면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을 높이며 주님을 배척하고 미워하게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따르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주님을 미워하게 하였기에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새롭게 결심하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여진 그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겸손하게 짊어지고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