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가 냉장고 열어봤더니…‘무지갯빛’ 항암식품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 좋다는 식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너무 많아 훑어보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암 환자를 진단, 치료하는 전문의와 영양사 등 암 전문가들은 평소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을까?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잘 골라 먹으면 암에 걸릴 위험을 확 낮출 수 있다. 암 전문가들이 즐겨 먹는 항암 음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메디닷컴
영양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무지개를 먹어라(Eat the rainbow.)”라는 말을 흔히 쓴다. 미국 휴스턴 감리교병원 닐 암센터 레니 스터빈스 박사(암 영양)는 “격언처럼 쓰이는 이 말은 중요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려면 색깔이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각종 과일·채소는 항산화제 성분으로 세포가 손상되지 않게 하고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은 13가지 유형의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이들 암종은 식도암 중 선암, 유방암, 대장암(결장암, 직장암), 자궁암, 쓸개암(담낭암), 위암, 콩팥암(신장암), 간암, 난소암, 췌장암, 갑상샘암(갑상선암), 뇌종양 중 수막종, 다발성 골수종 등이다. ‘무지갯빛’ 과일·채소로 배를 채우면 살을 빼는 데 확실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잘 고르면 항암 작용이 강한 성분을 어렵지 않게 섭취할 수 있다.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건강 포털 ‘더헬시(thehealthy)’는 암 영양 전문가의 집 냉장고를 열어 내부에서 발견한 항암식품 17종을 소개했다. 이를 토대로 궁금증을 풀어본다.
1.신선한 베리
항암식품 리스트의 첫 번째에 베리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베리 가운데 장미과에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이 있고 진달래과에는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이 있다. 베리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항암 성분이 많다며 각광받는 블루베리뿐만 아니라 베리 종류는 대부분 영양가가 높고 특히 암 예방에 좋다. 스터빈스 박사는 “스무디, 요구르트와 함께 냉동 베리를 항상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2.바나나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실린 2021년 연구 결과를 보면 바나나의 항암 특성을 이용하면 암 예방약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역시 스무디와 함께 먹으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3.오렌지
감귤류에 속하는 오렌지는 여러 모로 건강에 유익하다. 오렌지에는 항산화 작용이 매우 강한 플라보노이드와 비타민C,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대장암에 걸릴 위험을 낮춰준다.
4.가을의 제철 과일
특히 가을에는 사과와 배가 제철 과일 중 으뜸이다. 가을의 추운 날씨에도 슈퍼마켓에서 잘 익은 사과와 배를 살 수 있다. 달콤하고 아삭아삭한 사과에는 폴리페놀 화합물과 식이섬유가 모두 들어 있다. 장내 미생물과 함께 작용해 암 발병률을 낮춰준다. 일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과를 먹으면 유방암 가운데서도 치료가 상당히 어렵다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음성’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배에는 비타민C와 칼륨이 많이 들어 있고 섬유질도 풍부하다. 미국암연구소(AIC)는 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일 식이섬유 30g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5.토마토
토마토에는 비타민C, 비타민A와 항산화제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베타카로틴과 라이코펜(리코펜)이 들어 있다. ≪미국임상영양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라이코펜 성분은 전립샘암 위험을 낮춰준다.
6.늙은 호박
늙은 호박은 ‘겨울 호박’이라고도 한다.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며 또다른 항산화제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를 제공해준다.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식품을 충분히 먹으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7.후무스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음식(디핑 소스)이다. 콩과 식물에 속하는 병아리콩에는 엽산, 단백질,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후무스를 먹으면 배가 꺼지지 않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8.피망
피망도 항산화제 카로티노이드와 베타 카로틴, 비타민C와 칼륨을 듬뿍 품고 있다. 후무스와 함께 피망을 먹으면 좋다.
9.놓아 먹인 닭이 낳은 달걀
풀어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에는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신진대사, 신경기능 등을 돕는 필수 영양소인 콜린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콜린 성분은 DNA를 건강하게 유지해 암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
10.닭 가슴살
우리 모두에겐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방 성분이 적게 든 반면 단백질이 풍부한 닭 가슴살 등 음식을 먹으면 대장암, 식도암, 폐암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가공육은 가급적 덜 먹는 게 좋다.
11.케일
어둡고 잎이 많은 녹색 채소인 케일에는 카로티노이드 등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다. 활성산소가 디옥시리보핵산(DNA)에 해를 끼치는 것을 막아 암을 예방해준다. 케일에는 비타민C, 엽산, 칼슘, 식이섬유, 베타카로틴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12.시금치
시금치에는 비타민C, 섬유질,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다. 이 밖에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물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13.고구마
속(과육)이 밝은 오렌지색, 자주색, 흰색 등을 띠는 고구마는 베타카로틴과 섬유질의 좋은 공급원이다. 몸이 활성산소와 싸우는 데 도움을 주는 항산화제를 많이 품고 있다.
14.플레인 그릭 요거트
≪미국임상영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2021년 연구 결과에 의하면 칼슘이 풍부한 유제품은 유방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15.치즈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치즈는 칼슘이 풍부한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6.십자화과 채소
십자화과 채소에는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양배추, 콜리플라워 등 잎이 많은 채소가 포함된다. 이들 채소는 엽산, 베타카로틴, 비타민C, 식이섬유 등을 함유하고 있다. 브로콜리에는 전립샘암을 예방할 수 있는 화합물인 설포라판이 들어 있다. 방울양배추에는 비타민C와 항산화제가 풍부하다.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해준다. 국제 학술지 ≪영양과 암(Nutrition and Cancer)≫에 실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십자화과 야채를 즐겨 먹으면 난소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17.셀러리, 당근, 양파
당근, 셀러리, 양파도 스터빈스 박사가 애용하는 주요 식재료다. 수프를 만들 때 많이 쓴다. 당근에는 밝은 주황색을 띠는 베타카로틴과 카로티노이드,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 흠뻑 들어 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성을 뜻하는 ‘파이토(phyto)’와 화학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을 합친 말이다. 건강에 좋은 생리활성을 가진 식물성 화학물질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말이 아닌 과일과 채소는 구강암, 폐암, 식도암, 대장암, 위암 등의 발병 위험을 낮춰준다. 셀러리에는 베타카로틴, 비타민C와 여러 가지 항산화제가 풍부하다. 양파는 부추속 채소이며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