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사랑의
양순승
시간의 중력이 태양을 향해 있는 시간
밝음만 입력하는 낮의 얼굴에도
밤의 흔적은 남아있기 마련이지
그림자를 보면 알 수 있어
가끔씩 얼굴을 내비치는 구름도 그렇고
뜬금없이 번지는 안개까지
특히 마음의 중력이란 도대체
어떤 공식 어떤 셈법에도 대입되지 않아
섭리와 논리를 고단수로 넘나들며
예견되지 않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엉뚱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지
빠져나간 못자국에 남은 붉은 울음을
못의 몫이라 보는 견해도 있을지 모르지만
명백히 끌어안았던 벽의 몫이잖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팝업으로 떠오르는
기억 속 너로 하여 아플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아픔 또한 내 중력으로 끌어당겼던
남겨진 사랑의 다른 모습일 테니까
저녁, 늦은
양순승
새끼고양이들이 불안한 눈으로
어미의 가슴팍을 파고드는
시간
해의 심지가 짧아지고
가로등이 움켜진 불빛을
흔들어대는 바람 몇 조각
검은 날개를 파닥 거린다
어린 것들의 두려움이 두꺼워지고
어둠에 뒤덮인 빛들이 돌아오는 길을 잃을까
막 세수한 개밥바라기별 하나
푸른 등불을 내걸고 방향 잃은 것들의
어깨를 위로한다
조급하게 째깍거리며 서툴렀던 내 하루
무릎을 접고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