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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산행계획에 따라 '송정 → 천자봉 → 병풍산 → 투구봉 → 만남재 → 삼인산 → 수북대방 주차장'의 9.5km 구간을 6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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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산[屛風山]
높이: 826m
위치: 전남 담양군 수북면
담양의 명산인 병풍산은 일명 "용구산"이라고도 하며, 금학봉, 천정봉, 깃대봉, 신선봉, 투구봉 등이 있다. 산세가 병풍을 둘러놓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병풍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병풍산 상봉 바로 아래에는 바위 밑에 굴이 있고, 그 안에 신기하게도 두 평 남짓한 깊은 샘이 있어 이샘을 "용구샘"이라 하는데, 지금도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깨끗한 생수가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가 되고 있다. 산 정상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며, 이를 "강동 8경"이라 한다.
병풍산은 따로 산행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인근의 삼인산과 연계하여 산행한다. - 한국의 산하
삼인산[三人山]
높이: 570m
위치: 전남 담양군 수북면
담양 대전면 행성리와 수북면 오정리 경계에 있는 삼인산은 몽선암(夢仙庵)으로 불러왔다. 산 북쪽에는 삼인동(三人洞)이라는 마을이 있다. 1천 2백여 년 전 『견훤 난』 때 피난 온 여인들이 끝내는 몽선암에서 몽골(蒙古)의 병졸들에게 붙잡히게 되자, 몽선암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몽골 병졸들의 만행을 죽음으로 항쟁했다.
그 후 이성계(李成桂)가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자신(自身)의 등국(登國 = 임금의 자리에 오름)을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던 중 이성계(李成桂)의 꿈에 삼인산(三人山)을 찾으라는 성몽 끝에 담양의 삼인산(三人山)을 찾아 제를 올리고 기도하여 등극하게 되자 꿈에 성몽하였다고 하여 몽성산(夢聖山)이라 하였다고 전해오고 있어 몽선산(夢仙山)이 오랜 세월 동안에 변하여 몽선산(夢聖山)이 되었다는 일설도 있다.
애초 삼인산의 명칭은 산의 형태가 사람 人자 3자를 겹쳐 놓은 형국이라 하여 三人山이라 이름하였다. 산 북쪽 아래 있는 三人洞 마을은 1750년경(英祖) 무안(務安)에서 함양인(咸陽人) 유학자(儒學者) 박해언(朴海彦)이 풍수지리설을 따라 명당을 찾았던 곳이 삼인산이다.
삼인산은 따로 산행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인근의 병풍산과 연계하여 산행한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화요일 연계해 달리기로 한 담양 병풍산과 삼인산! 병풍산은 계속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처음 목표를 세울 때 참고한 각 기관이 선정한 100 산 중, 산 관련 월간지가 뽑은 것 중 하나다. 해서 아직 안내산악회라는 걸 모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오는 산행 계획을 세우려고 애를 써 봤으나, 당일 산행으로는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여유 있을 때 여행을 겸해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그런 산이 꽤 많다. 그러다, 평소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산에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2018년 11월 백덕산에 다녀온[산행기] 이후, 안내산악회의 장점에 눈을 떠, 지금까지 적극 활용 중이다. 그런데, 그 안내산악회도 등산객에게 인기가 좋은 까만 소가 선정한 100 산, 백두대간 등 인증 중심 산행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른 기관이 선정한 100 산을 찾는 일이 드물다.
물론 각 기관이 제각기 선정했다고 해도, 보는 눈은 누구나 비슷해 서로 겹치는 산이 많아, 다 합쳐봐야, 144 산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의 산하 인기 100 산과 까만 소 인증 대상인 100 산은 몇 산을 빼면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까만 소 인증 대상이 아님에도 한국의 산하 인기 100 산과 산림청 선정 100 명산은 자주는 아니나, 가끔 안내산악회가 찾는다. 한국의 산하는 인기 순이지만, 최초로 산을 선정했고, 산림청은 국가 기관이 뽑은 산이라, 인증과는 무관하게 등산객이 호기심을 느끼는 거로 보인다. 해서 한국의 산하, 산림청, 까만 소(당연한가?) 100 산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생각보다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산 관련 월간지가 선정한 산은, 찌라시 계열이라 그런지, 등산객이 찾는 일이 없어, 여유가 있을 때 1박 하며 여행을 겸해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등산객이 많이 찾아, 매주 안내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백두대간, 까만 소 100 산에 오르는 중, 까만 소 산행이 끝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말인즉, 100 산 인증의 광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신규 등산객이 유입되지 않아, 까만 소나, 안내산악회나 호객이 쉽지 않은 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역시 갈만한 산은 100과 백두대간이라며, 몇 번씩 다시 가는 등산객이 많지만! 28인승이 부족해 44인승으로 증차해 다니던 버스가, 성원을 간신히 채우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까만 소에서 100+, 섬&산, 정맥 등이 새롭게 인증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100+에 까만 소 100 산과 겹치지 않는 다른 기관 100 산이 다수 포함됐다. 100+에 포함되지 않아도, 섬&산, 정맥에 포함되어 거의 다 까만 소 인증 대상이 됐다. 덕분에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월간지가 선정한 100 산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월간지를 제외한, 다른 기관이 선정한 100 산은 2022년 12월 서대산을 끝으로 이미 다 올랐다[산행기].
언제나처럼 안내산악회 신청 게시판을 뒤져 목표한 산 또는 새로운 산이 있나 살펴보다가, 병풍산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상세 페이지를 클릭했다. 까만 소 100+이다. 인간의 심리가 간사한 게 직전까지만 해도 바로 신청해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까만 소 인증 대상이라는 걸 확인하자,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먼저 끝물 산행인 다른 산을 다녀왔다. 하지만, 까만 소 인증 대상에 끼었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게, 100+이나, 정맥 종주는 기존의 100이나 백두대간에 비해, 등산객의 반응이 열광적이지 못해, 오히려 중복 방문하는 100이나, 백두대간 산행보다 출발 버스가 많이 적다. 고로 마냥 미뤘다가는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소지가 커, 올해 3월 신청했다가, 등산방 정기산행과 겹쳐 취소했다. 그리고 이번에 신청했는데, 그 사이 회비가 4,000원이나 올라, 참석도 저조한 등산방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로 안내산악회 이용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산행 하루 전 월요일 오전, 병풍산과 가까운 강천산 산악날씨에 따르면 산행 당일 오전 8시까지 비가 내리다가, 9시부터 그친다는 예보였다가, 오후에는 14시까지 내리 비로 변경됐다. 말인즉 산행 내내 비라는 얘기다. 기온은 영상 4에서 6도 사이, 이거 한겨울에 우중 산행하게 생겼다. 차라리 기온이 더 떨어져 눈이 내리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난감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와중에 이제 신청하는 사람은 뭘까? 어쨌든 우중 산행에 대비한다. 그리고 지도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날머리에 '나주 대중음식점'이라는 식당이 있기는 하나, 상세 정보가 전혀 없는 게 정상 영업 상태는 아닌 거로 보인다. 해서 사당역표 김밥을 준비한다. 물론 식당이 영업 중이라면, 거기서 하산주를 겸해 늦은 점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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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정각 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5시 10분경 기상해 볼일을 보며, 밤새 산행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했다. 먼저, 가까운 강천산 산악날씨는 14시까지 비에서 12시까지 비로 다시 바뀌었으나, 담양 지역은 여전히 14시까지 비다. 정확한 날씨는 현지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산행 신청자는 변함이 없다. 물로 그사이 취소해 봐야, 거의 환급받지 못하니, 굳이 취소하지 않고, 출발지에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비가 온다는데 신청할 산꾼은 드물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5시 55분경 다행히 비가 내리지는 않아, 우산과 우의, 스패츠 등 비에 대비한 장비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 구산역에서 6시 8분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삼각지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로 갈아타 6시 49분경 사당역에 내렸다.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산악회를 이용할 때면 늘 그랬듯이,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채소 김밥을 사, 배낭에 넣고,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흐린 날이고 동지가 멀지 않아, 아직은 어둡지만, 이미 경기도 각지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대부분 떠나, 주차장 내는 썰렁하다. 다들 바쁘게 산다. 아직 출발하지 않아, 유일하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 보니, 두 대의 버스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6시 40분 출발 버스는 지금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거다. 두 대 중 어느 걸 타야 하나, 앞 유리의 LED를 확인했다. 가까운 건 '수목원'이고, 멀리 있는 게 '병풍산, 삼인산'이다. 평소라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올랐을 테지만, 현지에 비가 내리면 그에 대한 대비를 버스에서 해야 해 좀 불편해도 자리 앞에 두기로 하고 배낭을 멘 채 차에 탔다.
신청한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충전기를 꺼내 버스 벽 콘센트에 꽂은 후 다리를 뻗을 수 있도록 배낭의 위치를 잡고, 잠을 청하는데, 버스가 출발한다. 6시 58분으로 출발 예정인, 7시 2분 전이나, 내가 사당에서 타야 할 승객 중 마지막으로 탄 듯하다. 더 타야 할 승객이 없으니, 예정보다 일찍 출발하는 게 당연하다. 출발한 버스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양재와 죽전, 신갈 등에서 나머지 승객이 타는 걸 구경하다가, 잠이 들어 깨어보니, 차는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린다. 그리고 9시 6분경 여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요즘 여산휴게소에 자주 오는 걸 보니, 남도 산행을 많이 하고 있나?
주차한 버스에 내래서 보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 바람막이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옆을 보니, 같은 산악회 버스라, 어디로 가는 건지 확인했다. 무등산이다. 응? 6시 40분에 출발했을 텐데, 7시 출발 버스와 비슷한 시간에 휴게소에 도착했다고? 무등산행이 느리던가, 병풍산행이 빠르던가 둘 중 하나다! 아니, 둘 다인가! 어쨌든 화장실로 가 볼일을 보고, 시조 시인 이병기 테마 공원으로 가, 그사이 변한 게 있는 살펴봤으나, 없어 바로 버스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예정보다 3분가량 빠른 9시 23분경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당연히 얘기는 비로 시작해, 그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코스 중 투구봉에서 만남재로 하산하는 코스는 비까지 내려 위험하니, 얼마 안 되는 거리의 갈림길로 돌아와 내려가라고 신신당부다. 말인즉 투구봉 직전에 만남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 투구봉을 버리는 등산객도 있을 거다.
연계하는 산인 삼인산에서 날머리인 '수북대방 주차장'까지 900여 미터는 낙엽 쌓인 급경사라 평소에도 위험한 길인데, 비까지 내리니, 삼인산까지 가지 말고, 만남재 비닐하우스에 먹거리가 있으니, 거기서 배를 채우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걸 적극 권했다. 부연해 삼인산은 날이 좋아도 볼 게 없는 산으로 비까지 내려 그나마도 보이는 게 없으니, 굳이 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만남재에서 삼인산까지 코스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끝으로, 날머리에 있는 식당이 영업 중이기는 하나, 혼밥 메뉴가 없으므로, 필요하다면 팀을 이루라고 했다. 어쨌든 식당이 영업 중이라는 걸 확인한 건 큰 수확이다. 도착 예정이 시각이 10시 40분이라, 마감은 16시 40분이다.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이 꺼진 후 다시 잠을 청해 다시 실내등이 들어오고, 대장이 도착 10분 전이니, 준비하라는 소리에 잠이 깨, 다시 등산화로 갈아 신고,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조금 지난, 10시 38분경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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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먼저 등산 앱을 기동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쪽은 저수지다. 그리고 왼쪽으로 이정표다. 병풍산 3.2km, 천자봉 2.1km! 그 아래 '옛 용구산 가는 길 3.2km'라는 이정표가 따로 있다. 그리고 이정표 옆에 용구산에 관한 소개가 있다. 소개를 언뜻 보면 용구산이 병풍산으로 이름을 바꾼 거 같지만, 자세히 보면, 용구산은 따로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옛 용구산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로 만들 이유가 없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GPS 준비가 끝났을 거로 예상돼,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38m! 응? 200m는 될 거로 생각했는데, 140m도 안 된다? 고로 지난 거제 계룡산의 들머리인 체육관 주차장의 132m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산행기]. 어쨌든 병풍산 정상이 822m라, 표고 차가 684m로 꽤 올라가야 한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시작부터 땀이다. 비와 추위에 대비해 바람막이를 입고 있어 더 했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벌목 후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 목재를 쌓아 둔 곳에 배낭을 벗어 놓고,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10시 51분경 그동안도 급경사였던 등산로가 작은 계곡 옆으로 이어지자, 경사가 더 급해지고, 좁아진다. 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무 생각 없이 앞서가는 산꾼의 뒤꿈치만 보며 3분 정도 올라가자, 저 위로 임도다. 한국 산에서 임도를 가로지르는 거야, 일상사라 이상할 게 없는데, 임도에 올라서서 보니, 길 건너 이정표에, 좌는 삼인산을 오르지 않는 등산객의 하산 지점인 만남재, 우는 쪽재골이다. 그걸 보더니, 산꾼마다 한마디씩 한다. '이렇게 편한 길이 있는데, 힘겹게 여길 올라왔어?"
임도를 가로질러, 병풍산 정상 방향으로 다시 등산로로 200m가량 올라가자, 쪽재골 갈림길이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7km! 그리고 꽤 올라온 거 같은데, 고작 600m 왔을 뿐이다. 쪽재골 갈림길을 지나, 계속 위로 가자, 비는 내리지 않는데, 비구름 속으로 들어서 시야가 10여 미터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고도가 낮아, 주변에 조망할 게 없었으나,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오자,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없다! 어쨌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 계곡 길에서 능선으로 올라서자, 그나마 경사가 좀 완만해지는 게 걸을 만하다. 그렇다고 기복이 없는 건 아니라, 몇 개의 기복을 지나, 계속 가자, 저 앞에 갑판 계단이다. 오른쪽 암릉을 우회하기 위해 설치한 거다. 해서 암릉 구간을 자세히 살펴보니, 당연히 길이 보인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고, 비가 내린 후라, 암벽이 젖어 있어 암릉은 좀 위험해 보여, 갑판 계단으로 올라갔다.
암릉 정상을 5m 정도 남겨두고 계단이 끝나고, 계단을 설치하기 어려운 나머지는 나무 기둥에 밧줄을 설치해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나야 네발로 기어 올라갔지만. 어쨌든 암릉 정상에 도착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암릉 구간을 잠깐 살펴봤다. 비구름 속에서는 모험하지 않는 게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게 암릉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암릉의 시작으로, 암릉 곳곳에 밧줄 가드가 아니라,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암릉으로 늘어트린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와중에 병목도 발생해, 주변을 둘러보니, 굳이 밧줄이 있는 방향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암릉이라, 밧줄을 무시하고 오르거나, 어쩔 수 없을 때는 네발로 기어올랐다. 당연히 등산로는 길을 가로막는 바위나, 암릉을 우회하고 있으나 무시하고, 바위을 넘고, 암릉으로 기어올라 정상으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2.2km/h 조금 넘는 속도밖에 낼 수 없었으나, 산악회에서 책정한 소요 시간 대비 전체 거리가 짧아 문제 되지는 않았다.
암릉을 즐기며 가다 보니, '천자봉 정상 2.5km'라는 이정표가 지났다. 응? 천자봉이 병풍산 뒤에 있었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멀지 않다. 0.25km의 오기일 확률이 높다. 고로 천자봉이 멀지 않다는 것에 기뻐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자봉 정상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에 올라섰으나, 아니다! 그렇다고 실망하고 그냥 갈 수는 없어, 정상에 독야청청하는 소나무를 기념으로 남겼다. 그리고 3분가량 고개로 내려가자, 등산 앱이 반응한다. 천자봉 반경 50m 내라,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는데, 뭔 놈의 50m가 이렇게 긴지, 비구름 속에 천자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여 촬영을 중단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11시 53분 도착했다.
정상에는 앞선 일행이 정상석이나,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어,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긴 후 삼각대와 타이머를 이용해 그사이 빈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제일 먼저 보였던, 돌탑 앞 이정표로 돌아가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자세히 확인했다. 천자봉(天子峰)의 이름이 중국의 천자에서 오지는 않았을 거고,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은 삼거리로, 용구산 갈림길이다. 용구산은 병풍산 반대 방향으로 1.25km, 병풍산은 좌로 1.70km! 용구산도 한번 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정표를 뒤로 하고, 11시 55분 천자봉을 떠나며 생각해 보니, 혼밥 메뉴가 있든 없든 식당이 영업 중이니, 준비한 김밥을 빨리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늘 그랬듯이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고개로 내려갔다. 물론 배도 고팠다. 그리고 보온병에 넣어온 우엉차로 입가심하는 거로, 점심? 간식 먹는 걸 끝냈다.
바위와 암릉을 우회하는 등산로를 무시하고, 앞만 보고 가다 보니, 비구름 속에 희미하게 봉우리가 보인다. 벌써 병풍산은 아니고, 그 길목에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비록 비구름 속이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으나, 높이로 보나, 뭐로 보나, 이름이 없을 수가 없는 봉우리로 생각돼,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12시 21분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석은 기대도 안 했지만, 이런 때 보이는 '준.희' 명패도 없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만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해 고개로 3분가량 내려가자, 등산 앱이 뒤늦게 반응한다. 산악회의 등산 코스 소개에는 천자봉 다음이 병풍산이다. 고로 중간에 뭔지는 모르나 산악회 코스 소개에 없는 봉우리가 있다. 그럼 당연히 막 내려온 봉우리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며, 등산 앱을 확인했다. 옥녀봉 50m 내란다. 옥녀봉이라?!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비구름 뚫고 앞으로 가자, 암봉에 설치된 철계단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철계단을 오르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건 없으나, 최고의 조망처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비록 10m에 불과한 시야라 보이는 건 없으나, 그래도 암봉 주변의 바위는 희미하게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옥녀봉 정상석을 찾았으나, 없다. 물론 표지도 없다. 비구름 속이라 보이지는 않으나, 앞에 봉우리가 있을 수 있어, 촬영을 계속하며 가자, 오른쪽으로 갈림길 이정표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옥녀봉은 후방 1km 거리에 있다. 우회전하면, 송대봉이다. 이정표에 문제가 없다면, 암봉 직전, 봉우리가 옥녀봉이다. 그런데, 천자봉 이정표와 같이 0.1km의 표기 오류라면 철 계단 정상에서 조금 더 올라간 바위가 옥녀봉 정상이다. 어느 게 옥녀봉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무시하기로 하고, 계속 길을 재촉했다.
12시 30분 능선 위의 무덤을 통과하며, 여기까지 성묘를 위해 올라오는 효심에 감탄했는데, 결과적인 얘기나, 능선 위에 의외로 잘 조성된 무덤 몇 기가 더 있다. 그 무덤을 지나, 완만한 경사의 칼등 암릉으로 4분가량 가자, 병풍산 정상 50m 내라고 등산 앱이 신호를 보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35분 비에 젖어 축 처진 태극기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그 태극기를 보자, 깃대봉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상에는 앞서 도착한 일행 둘이 이정표에 설치한 깃대에 달린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물론 정상석 배경 인증 후일 거다. 그 둘이 인증을 찍고 떠난 후 정상석과 태극기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정상 주변 여기저기를 관찰했다. 날머리와 똑같은 '용구산 이야기'가 서 있다. 그리고 이정표에 의하면, 투구봉 0.9km, 만남재 1.8km다!
병풍산 정상이 822m, 삼인산 정상이 570m니, 이제는 하산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능선 위에 기복은 있을 거다. 12시 40분경 병풍산 정상을 떠나, 다음 봉우리인 투구봉으로 향해 갔다. 예상대로 내리 내리막 암릉이다. 와중에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무언가 이상해 머리를 만져보고, 비가 내리지 않은 게, 아니라, 안개비라 그걸 느끼지 못했을 뿐,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고 머리는 이미 흠뻑 젖었다. 그렇다고 비에 대비해 뭘 하는 것도 우스워 그대로 산행을 진행했는데, 간간이 빗방울이 굵어지기도 했다. 그래봐야 가랑비지만. 어쨌든 그 비에 바위가 잔뜩 물을 머금어, 대단히 미끄러운 상태라, 암릉 하산이 쉽지 않다. 12시 47분 돌탑봉? 을 지난 후, 암릉 주변을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조심조심 내려가자, 전면에 인적 있는 칼등 암릉이다. 당연히 등산로는 우회한다.
아주 당연히 등산로를 무시하고 호기롭게 칼등 암릉으로 가, 독야청청 소나무를 지나, 내려가는 와중에 두 번 미끄러져 꽈당할 뻔했다. 다행히 바로 균형을 잡아, 머리가 깨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더 내려가니, 아래는 높지는 않으나 직벽 수준이다. 물론 네발을 사용해 내려갈 수 있으나, 그것도 시야가 트이고 바위가 물을 머금기 전 얘기라, 쓸데없는 모험은 하지 않기로 하고, 걸음 돌려, 정규 등산로로 돌아갔다. 와중에 보는 눈은 누구나 똑같다고, 반대쪽에서 올라온 여성 산꾼이, 그 소나무를 사진으로 남긴 후 정상을 향해 가는 걸 지켜보다가, 정규 등산로로 투구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여성 둘과 남성 한 명이 올라오는데, 기억이 안 난다. 해서 좀 전 정상으로 향한, 산꾼의 일행이겠거니 하고, 지나치는 순간, 그중 한 여성이, '’발도장’을 안 찍어서..., 돌아버립니다!' 한다. 정상에서 만난 일행이다. 까만 소 인증을 하지 않고 정상을 떠나, 되돌아간다는 얘기다. 한번 웃어주는 걸로 위로를 대신하고, 각자 갈 길을 갔다.
인증을 위해 병풍산 정상으로 돌아가는 산꾼과 헤어져, 투구봉 방향으로 가, 12시 58분 만남재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만남재 0.8km, 투구봉 0.2km, 병풍산 1.0km다. 인솔 대장이 투구봉에 오른 후 거기서 만남재로 가지 말고, 갈림길로 돌아오라고 한 그 갈림길이다. 그런데, 대장 말에 의하면 투구봉에서 몇십 미터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정표에 의하면, 200m다. 대장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투구봉을 향해 직진해, 조금 가자, 투구봉으로 보이는 암봉 직전 이정표가 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만남재 0.73km'다. 대장이 언급한 갈림길은 여기다! 이정표를 지나, 50여 미터 가자, 등산 앱이 투구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으나, 50m가 아니라 기분상 거의 500m다. 몇 미터든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자, 바위가 길을 막고 있어 일단 촬영을 중지했다.
그 바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암릉을 따라가, 1시 3분 투구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병풍산신이 삼각대를 원해, 삼각대 없이 인증을 남기는 게 쉽지 않아,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만남재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으나, 정상에는 없다. 해서 암릉을 따라 조금 더 가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이정표가 있는 건 아니나, 산악회 리본이 길목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 별 의심 없이 그 길로 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 대장은 위험하니 투구봉 직전 갈림길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또한 대장이 오해하고 있는 거로 생각했는데, 3분가량 가자, 다시 암릉이고, 왼쪽 절벽 방향에 '암벽등반 금지' 경고문이 서 있어, 대장이 언급한 위험한 암릉이 여기를 지칭하는 거로 생각해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갈 수 없는 직벽이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계속 길은 이어져 별생각 없이 계속 갔다.
대장의 말과는 달리 상태가 좋은 등산로로 내려가다가, 만남재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해 핸드폰 앱 지도로 확인했다. 그런데, 만남재가 얼마 남지 않은 게 아니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알바 중이다. 투구봉도 천자봉과 같이 정상이 갈림길이다. 그런데, 천자봉과 달리 이정표가 있는 게 아니고, 비구름 속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비로 바위도 미끄러워 끝까지 가지를 못해, 다른 방향의 길을 만남재 한산길로 오해하고 신이 나서 내려온 거다. 그나마, 한제 전에 위치를 확인한 게 다행이다. 허탈하나, 하산주를 생각하면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러, 걸음을 돌려 투구봉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만남재로 내려가는 길이 있나 주시하며, 투구봉으로 향해, 1시 26분 도착했다. 다시 돌아온 건 인증을 남기라는 산신의 뜻이라 생각해, 바위에 핸드폰을 적당히 거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산신의 뜻대로 인증을 남기고, 두 번째 갈림길로 돌아가, 만남재로 향하는데, 그 길이 투구봉 아래를 지난다. 비구름 속이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으나, 오른쪽 투구봉 암벽을 감상하며 100m가량 가자,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투구봉 방향 이정표는 일부러 제거한 거 같지만, 만남재 반대 방향으로 분명 길이 있다. 투구봉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길이다. 그것도 비구름이 감싸고 있으면, 더욱! 분위기로 봐서는 여기서 거꾸로 올라가야 발견할 수 있을 거로 생각된다. 어쨌든 0.65km 아래의 만남재로 가며, 알바를 피하려고 수시로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제대로 가고 있는 걸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남재가 왜 만남의 고개인지 알 수 있었다. 사통팔달이다. 그런데, 알바한 '한재' 방향과는 달리 급경사라, 갈지자를 쓰며 가야 했다. 그리고, 1시 48분 앱이 목표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그때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가, 1시 49분 임도에 도착했다. 임도 이정표에 의하면 투구봉에서 오는 길만 두 개로 역시 만남의 광장답다!
만남재에서는 등산객 한 명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잠깐 보고, 바로 인솔 대장이 배를 채우라고 했던 비닐하우스로 가 어떤 메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메뉴를 확인하나 마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어쨌든 버스에서 만남재 쉼터에 관해 들었을 때,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변에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맞았다. 그리고 그 맞은편 팻말이 서 있는 곳으로 가 뭔지 확인했다. 만남재, 정확히는 ‘마운(摩雲)대미(마운치(摩雲峙))’ 소개다. 이 고개의 이름은 ‘마운대미’ 또는 ‘마운치’로 구름이 갈고 간다는 의미다. '만남재'는 사통팔달이라, 주변 마을 사람이 임의로 부른 게 이름으로 굳은 듯했다. 쉼터에서 뭘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여기서 하산하라는 대장 말을 무시하고 삼인산으로 가기 위해, 임도를 가리키고 있는 이정표 지시대로 그 방향으로 갔다. 임도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야 할 거 같으나, 등산로는 안 보이고 무덤이라, 어느 정도 가다가 능선으로 올라갈 거로 생각했다.
마운대미를 떠나기 전 삼인산까지 표고 차를 확인하기 위해,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450m, 570m인 삼인산 정상과는 120m가량 차이다. 말인즉 수직으로 120m를 올라가야 한다는 거로, 쉽지 않다. 당연히 임도로 가며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없다. 물론 앱의 지도도 확인했다. 지도에는 왼쪽으로 등산로가 있다. 그러면 계곡이라 무시했다. 그런데, 꽤 오래 임도로 진행한 후 지도를 거꾸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도의 방향은 위가 북이라, 남진할 때는 거꾸로 봐야 한다.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는 적응이 안 되는 게 지도 보는 거다. 고로 임도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다른 길이 있는 거고, 그게 능선이다. 말인즉 마운치에서 무덤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와중에, 삼인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니, 당연히 임도도 고도를 높여야 하는데, 반대로 고도가 낮아지는 기분이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계속 가자, 앱이 반응을 보여, 뭔지 궁금해 확인했다. '장평재' 반경 50m 내란다. 능선 반대편 고개가 장평재라는 거다. 산책객 몇 명을 지나치며 동영상을 찍으며 가, 2시 7분에 도착했다.
삼인산 쉼터라는 명패를 지닌, 장평재 이정표에 도착해 뭘 지시하나 확인했다. 만남재는 두 방향이다. 하나는 지금 온 임도, 다른 하나는 능선 방향 직진이다. 물론 만남재 이정표에는 없었다. 해서 정말 길이 있는지, 능선 방향으로 가봤다. 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짜증이 몰려올라 온다. 왜? 만남재에는 이정표가 없고, 인솔 대장은 그에 관해 한마디 언급이 없었을까? 마운치에서 장평재까지, 능선으로 갔으면 30분가량 걸렸을 1.3km를, 임도로 17분 만에 주파했다. 투구봉에서 알바하느라 지체한 시간을 이 구간에서 만회한 거라고 좋게 생각하고, 이정표 뒤로 보이는 등산로로 삼인산으로 향하기 전, 장평재의 고도를 확인했다. 430m! 고도가 낮아지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 낮아지고 있었다. 삼인산 정상과는 140m 차로, 마운치보다 20m를 더 올려야 한다.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능선으로 올라, 10분가량 가자, 소나무밭이라는 이정표로 해발 478m다. 그럼, 38m를 수직으로 올렸을 뿐인데 숨이 넘어갈 거 같다. 2시 18분 날머리인 대방제 갈림길을 통과하고, 능선으로 계속 가자, 역시 삼인산 또한 한국 산이라, 비록 길지 않은 능선이지만, 기복이 있다. 와중에 등산로는 그 기복을 우회한다. 당연히 우회로를 못 참는 산꾼은 우회 등산로를 무시하고 능선으로 향하고, 뚜렷하게 그 흔적이 있어, 역시 우회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올라갔다. 장평재까지 임도로 달린 대신, 모든 기복을 통과라도 해야 그나마 기분이 좀 괜찮아질 거 같다. 그렇게 사서 고생하며, 기복을 넘어, 2시 25분 우회로와 합류 지점에서 그 길로 오던 일행을 앞세웠다. 그리고 날카로운 바위가 튀어나온 급경사를 올라가니, 비구름 속이라 아무것도 안 보이는 전망대고, 그 앞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200m도 남았다고 알려준다.
안개비, 이슬비, 가끔 가랑비를 맞으며, 여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왔으나,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 오한이 날 지경이다. 이 상태로 계속 갔다 가는 큰 병이 날 거 같아,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은 뒤, 배낭 뒤에 매달려 있던 모자도 풀어 쓰자, 몸이 괜찮아진다. 그렇게 체온을 유지하며, 다시 길을 재촉하자, 앱이 삼인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으나, 뭔 놈의 50m가 이렇게 길까?! 와중에 비구름 속 저 앞에 봉우리가 보인다. 삼인산이다. 해서 촬영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2시 42분경 도착했다. 정상에는 앞세운 일행이,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가, 다 정리하고, 본격적인 하산을 준비 중이다. 일단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뒤로 보이는 팻말로 갔다. 삼인산 소개문이다. 마운대미와 같이 삼인산 또한 원이름은 몽선산(夢仙山)으로 따로 있다.
핸드폰을 바닥에 잘 거치하고 인증을 찍은 후, 소나무 '숲’ 아니고 소나무 '밭'이라고 부를 정도의 삼인산이라, 정상석 뒤에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마지막 한 모금의 따뜻한 우엉차를 마시고 3시 10분까지 날머리에 도착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길을 찾아 진행 방향으로 5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 이정표다. 좌회전은 날머리인 '수북대방 주차장 1.4km', 직진은 '심방골 주차장 1.8km'이다. 그런데, 왼쪽으로 길이 안 보여,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정표 직전 밧줄 안전 가드가 설치된 급경사 길인데, 울창한 숲에 가려 잘 안 보인다. 만약 이정표가 없었으면, 그대로 직진해 심방골 주차장으로 갔을 거다. 어쨌든 인솔 대장이 우려한, 급경사 하산로를 보나, 비구름 속에 그냥 내려갔다가는 사고 칠 거 같아,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배낭에서 장갑을 꺼냈다.
대장이 우려할 만한 하산로다. 낙엽 쌓인 급경사 곳곳에 비를 머금어 미끄러운 바위다. 아차 하면, 꽈당 이다. 와중에 두 명의 일행을 추월하며, 상태가 최악인 비구름 속 하산로를 25분가량 내려가자, 급경사가 끝나고,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로 바뀐다. 분위기로 봐서는 날머리가 멀지 않다. 그리고 날머리 도착 3시 10분보다 8분이 초과한 3시 18분 임도에 도착했다. 말인즉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날머리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른다. 그 임도로 5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날머리로 가는 임도라, 우회전해 내려가자, 저 아래로 건물이 보여, 신이 나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는데, 철책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절로 욕이 나오는 순간이다.
물론 많은 산꾼이 오간 덕분에 구멍은 뚫려 있다. 그 철책을 통과하자, 왼쪽으로 주차장이 아닌 임도에 빨간 버스가 주차해 있다. 왜 저기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내려가니, 문이 활짝 열린 두 번째 철책이다. 당연히 문은 무시하고, 철책 옆으로, 도로로 내려가며 보니, 다리 건너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문제의 '나주가든'이다. 그리고 다리 건너 조금 위에 버스가 서 있다. 주차장은 아니나,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했으니,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현재 시각 3시 24분으로 목표한 3시 10분보다 14분이 늦었다. 투구봉에서 하산 때, 700여 미터의 알바가 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있으나, 거리와 시간 계산에 실패한 게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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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40분 이전에는 버스 기사가 쉬는 걸 방해하지 말라는 인솔 대장의 부탁을 다들 잘 들은 것도 있어서인지, 버스 주변을 일행은 둘째 치고, 아예 인적이 없어, 그 아래로 보이는 식당을 향해 바로 가고 있는데, 휴식이 끝났는지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식당으로 향해, 3시 25분경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솔 대장을 포함 예닐곱이 테이블을 붙여 놓고, 무언가를 먹고 있다. 해서, 대장에게 '뭐, 먹을 만한 거 있습니까?'하고 묻자, '먹을 건 있는데, 파티원을 모집해야 합니다!' 한다. 해서 메뉴를 보니, 혼밥 메뉴가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식사 메뉴가 없다! 공깃밥은 탕의 부수 메뉴일 뿐이다. 어쩔지 고민하고 있는데, 개방된 벽 건너에서 '선배님'하고 불러, 그쪽을 바라보니, 친숙한 산꾼이 다른 두 명의 산꾼과 무언가를 먹고 있다가 부른 거다.
주방이 가까운 그쪽으로 넘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뭘 먹고 있나 살펴보니, 김치, 깍두기, 땅콩 등을 안주로 맥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고로 따로 탕을 주문한 건 아니다. 해서, 나도 냉장고로 가 뭐가 있나 확인한 후 이슬이 한 병을 들고 왔다. 결과적으로 각자 입맛에 맞는 음료를 한 병씩 마시는 그림이 됐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김치만 가지고 술을 마시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는지, 앞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던 노년의 산꾼이 주인장을 불러 '라면이나, 달걀부침을 해 줄 수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좀 있다가 라면은 준비된 게 없는 듯하고, 먹음직한 달걀부침을 가져와, 그걸 안주로 4,000m 이상의 해외 산행에 관해 얘기하며 각자 술을 마셨고, 나는 이슬이 한 병을 더 들고 왔다.
안나프르나, 몽골 등에 관해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마시고 있던 인솔 대장 팀이 계산을 하려고 주방쪽으로 와, 대장에게 모두 도착한 거 같은데, 일찍 출발하는 지 물었다. 혹시 ‘술을 더 마시려고 그러냐?’고 물어, 그게 아니라 ‘빨리 가고 싶어서…’라고 하자, 확인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장팀이 일어나고 조금 지나, 같이 마시던 노년의 산꾼이 자신이 먹은 거보다 많은 돈을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막걸리를 마시다가, 같이 소주를 마시던 다른 산꾼 역시 같은 금액을 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친숙한 산꾼과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소주를 마시다가, 그 친구가 주인장을 불러 계산했다. 주겠다는 돈은 거절하고. 그리고 남은 술을 마시는데, 대장이 들어와 출발해도 될 거 같다고 해, 4시 20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른 후 식당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우리가 마시는 사이 식당 옆으로 이동한 버스로 갔다.
알바로 시간을 지체하고, 코스 공부가 부족해 마운치부터 장평재까지 1.3km는 임도로 달리는 바람에 시간을 절약하는 등, 지체와 단축 모든 사유가 있으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으면, 4시간 30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감할 수 있는 산이라는 걸 확인했다. 해서 다음 방문 때는 토끼 고기는 먹어 보지를 못해, 미리 토끼탕을 주문할 생각이다. 그럼, 최소 3명으로 팀을 이뤄야 하나? 어쨌든 버스로 가며 보니, 오른쪽이 저수지 상류다. 들머리는 저수지 하류, 고로 환 종주나 다름없어, 다음에는 이번과는 반대로 달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어쨌든 배낭을 짐칸에 넣고, 자리에 앉자, 인솔 대장이 몇 번이나 확인하더니, 기사에게 출발해도 좋다고 해, 4시 23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예정보다 17분 정도 빠르다.
버스가 출발하고 조금 있다가 잠이 들어, 불빛과 마이크 소음에 깨어 둘러보니, 휴게소다. 당연히 호남고속도로 어디쯤일 거로 생각하고 차에서 내리며 보니, 정안 알밤휴게소다. 공주란 얘기다. 응? 벌써? 해서 시계를 보니, 6시 15분밖에 안 됐다. 담양에서 여기까지 한 시간 40분이 조금 넘게 걸렸으니, 빠르다. 어쨌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자다가 지쳐 일어나, 책을 보다가, 신갈, 죽전 등에 내리는 승객을 구경한 후 다음 정차장인 양재에서 내릴 준비를 해, 7시 38분경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집으로 향해, 8시 번경 도착해 먼저 깨끗이 씻은 후 잘 게 썬 스테이크를 안주로 30도 이슬이 온더록스로 2차를 하며, 병풍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한제 방향으로 왕복 700m가량의 알바와 등산로에 관한 사전 지식 부족으로 1.3km가량 임도로 진행하기도 하며, '송정 → 만남재 임도 사거리 → 쪽재골 갈림길 → 천자봉/용구산 갈림길 → 옥녀봉 → 송대봉 갈림길 → 병풍산/깃대봉 → 만남재 갈림길 → 투구봉 → 알바(한재) → 투구봉 → 만남재 갈림길 → 마운대미(마운치)/만남재 → 임도 → 장평재 → 삼인산 → 심방골 갈림길 → 임도 갈림길 → 수북대방 주차장'의 11.7km(램블러) 구간을 4시간 51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39분, 휴식 12분!
기상청 산악날씨 예보를 통해 알고 있던 대로, 비구름 속을 달려 조망은 기대할 수 없는 산행이었으나, 암릉과 암봉은 기대 이상이다!
다행히 안개비 또는 이슬비, 가랑비라 산행 중 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었다.
비구름 속이라 확인할 수 없었으나, 산세로 보아 탁월한 조망을 기대해도 좋은 산이라, 봄이나 가을 다시 갈 예정이다. 물론 조망을 기대할 수 있는 날씨에! 청춘의 인솔 대장도 산행 후 몇 번이나 권유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