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세리머니는 인권침해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승전보에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다. 인간승리의 장면에 환호성을 지르고, 눈물 흘리면서 비로소 대한민국이 하나이며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 선수들의 무례한 기도세리머니에 공동체 의식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축구 조별리그에서 석현준 선수가 과도한 기도세리머니가 빈축을 샀다. 국가대표 선수의 특정종교 기도세리머니는 종교가 다른 국민들을 당혹케 할 뿐 아니라 배신감마저 자아낸다. 국가를 대표하는 그 순간에도 기독교를 전도하겠다는 왜곡된 신념이 광신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해마다 계속되는 이런 삐뚤어진 신앙은 끊임없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다.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가 인권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무례한 전도가 용납되고, 종교의 이름으로 폭언과 폭력이 행해져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일쑤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국가 대항전을 선교의 장으로 악용하는 파렴치를 용납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선가에 “비우가거(譬牛駕車) 차약불행(車若不行) 타거즉시(打車卽是) 타우즉시(打牛卽是)”라는 명언이 있다. “소의 멍에를 수레에 매달았는데 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릴 것인가, 소를 때릴 것인가”라는 의미다. 종교, 인종, 성적취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2012년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 59.8%가 찬성했지만 동성애를 양산한다는 기독교의 황당한 주장에 입법예고까지 마친 법이 철회되기도 했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등 대다수 국가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있다. 이 법에 따라 길거리 전도행위자를 체포하고 학교와 공공기관, 기업에서 종교를 드러내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기도세리머니와 같은 광신적인 행위는 해당 선수를 비난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 행동이 차별행위이며 곧 범죄임을 명확히 일깨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이 왜곡된 종교적 신념을 사주하는 이들을 때리는 아픈 채찍이 될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6.08.16